그 긴 NBA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리바운더는 과연 누구일까?
참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90년대 초반부터 NBA를 보기 시작한 분들은 무조건 데니스 로드맨을 지목하실 것이고, 역사와 스탯을 강조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체임벌린과 러셀의 손을 들어주실 테니까요. 저같이 70년대부터 농구를 보신 분들은 네이트 써몬드와 모제스 말론이 최고라고 하실 겁니다.
그래서 본 게시물에서는 어느 특정한 선수 하나를 지목하기보다는, 제가 아는 얄팍한 지식과 해당선수들의 플레이들을 직접 보았던 경험에 의거해 한 15~20인 쯤 후보들을 뽑은 후 그들의 강점과 특성 정도만 설명해 볼까 합니다. 물론 선수들 이름 앞에 있는 순위는 편의상 매겨놓은 주관적인 랭킹일 뿐입니다. 사실 이 리스트에 올라있는 리바운더드들, 특히 6위부터 15위까지의 실력이야 백짓장 하나 차이지요.
일단 최고의 리바운더 후보명단은 리바운더로서의 재능과 영향력을 팀의 주전으로서 한 10시즌 정도는 꾸준히 보여줬던 선수들에 한해서만 만들어졌음을 알려드립니다. 따라서 80년대 후반에 반짝했던 마이클 케이지 (88년 리바운드왕)나 90년대 말에 아주 짧은 전성기를 가졌던 제이슨 윌리암스같은 선수는 제외됐습니다. 또한 꾸준한 스탯만이 아닌 경기 중에도 리바운더로서의 본연의 자세에 충실한 선수들만 뽑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리바운드 스탯이 커리어 내내 꾸준히 좋았어도 경기 중에 박스아웃을 종종 게으르게 했다거나 허슬에 있어서 소홀한 부분이 없지 않았던 선수들은 제외시켰습니다.
또한, 아무래도 리바운드라는 부문과 스탯의 특성 상, 파워포워드나 센터 등 빅맨들 위주로만 뽑았음도 알려드립니다. 각 포지션 별로도 위대한 리바운더들이 수두룩하지만 이들까지 거론하자면 너무 일이 커질 것 같아서요. 다만, 저의 판단으로는, 래리 버드 (스몰포워드), 클라이드 드렉슬러 (슈팅가드), 라파옛 리버 (포인트가드), 이 세 선수가 나머지 세 포지션의 역대 최고 리바운더였다는 언지만 남겨 놓겠습니다.
훌륭한 리바운더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팔길이나 운동능력, 사이즈 등은 훌륭한 리바운더가 되기 위한 필수덕목이 아니라는 것이죠. 리바운드를 잡는 데 있어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이고 중차대한 요소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리바운더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근성입니다. 골밑에서의 처절한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파이터 정신, 리바운드된 공은 모두 내가 잡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 맞상대가 나보다 크고 강해도 심리적으로 절대로 밀리지 않는 배짱과 깡, 위치선정을 위한 부단한 몸 움직임, 뭐 이런 것들이지요.
이런 멘탈적인 부분들이 기본적으로 밑에 깔려있는 상태에서, 리바운드된 공의 타이밍과 방향을 읽는 능력이라든지, 손의 악력, 전후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공을 따라갈 수 있는 유연성, 서너 번을 연속으로 튀어오를 수 있는 순발력,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등이 가미가 되어 위대한 리바운더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자, 그럼 위대한 리바운더들을 과거부터 훑어 보겠습니다.
15. 밥 페팃 (1954~65)
50년대부터 뛰었던 선수이고, 러셀이나 체임벌린처럼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까지 뛰지를 못 하다보니 게임영상 자체가 많이 남아있지 못 합니다. 그래서 과소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동시대를 살았던 선수들과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페팃이야말로 NBA 빅맨의 새 장을 연 선수라고. 조지 마이칸이 엄청난 하드웨어로 상대선수들을 누르고, 빌 러셀이 수비형 센터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할 때, 공수 양 분야와 보드장악력에서 놀라운 운동능력과 근성으로 리그를 장악했던 선수입니다. 커리어 통산 리바운드가 16.2개인 페팃은 게임당 리바운드 평균에서 역대 3위에 올라 있습니다. 페팃의 리바운드 본능은 올스타게임에서조차 빛을 발했습니다. 27개로 올스타게임 최다 리바운드 기록을 갖고 있지요.
14. 폴 사일러스 (1964~80)
밥 페팃의 은퇴시즌에 루키로서 한솥밥을 먹었던 페팃의 수제자입니다. 블루칼라워커형 파워포워드의 효시이기도 한 사일러스는 70년대 최고의 리바운딩 포워드였습니다. 흑인이었음에도 점프력이 없었고, 팔길이도 평균에 미치지 못 했던 2미터 신장의 선수였으나, 빠른 풋워크와 근성, 리바운드를 잡겠다는 의지 하나로 골밑을 장악한 매력있는 선수였습니다. 74년과 76년 셀틱스가 우승할 때, 하블리첵, 조조 화이트, 데이브 코웬스와 빅 4를 이뤘던 선수이고, 소닉스가 79년 우승을 할 때도 팀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그리고 터프가이로서 큰 공헌을 한 선수입니다. 70년대의 피닉스 선즈, 보스턴 셀틱스, 시애틀 소닉스는 박빙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이 선수의 결정적인 팁인이나 수비리바운드로 승리를 챙긴 예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팀들입니다.
13. 데이브 코웬스 (1970~83)
폴 사일러스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던, 역대 최고의 허슬 플레이어입니다. 사일러스와 셀틱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작은 신장임에도 불구하고 (6-8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신장은 6-7에 더 가까웠습니다), 커림 압둘자바나 빌 월튼, 윌트 체임벌린과의 골밑싸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던 근성가이였습니다. 백인이었으나 점프력, 근력, 순발력 등이 탁월했고, 미드레인지 점퍼, 왼손 훅슛 등이 뛰어났던 센터입니다. 무엇보다도 박스아웃에 능해서 상대팀 센터들이 페인트존 안에서 마음대로 플레이할 수 없도록 꼼짝없이 그들을 붙들어 맸던 수비형 센터였습니다. 1973년 리그 MVP였기도 하지요. 절친인 사일러스가 소닉스로 트레이드 된 후 아예 농구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릴 정도의 의리파이기도 했습니다.
12. 팀 덩컨 (1997~)
꾸준하지요. 리바운더로서의 덩컨의 강점은 꾸준함입니다. 팔도 길고 손도 크고, 몸은 할아버지같지만 근력이 매우 좋은 타고난 빅맨입니다. 근육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데이빗 로빈슨보다 부벼대는 힘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덩컨은 골밑에서 상대팀 빅맨들과 몸싸움을 하다가도 weak side로부터 치고 들어오는 상대팀 스윙맨의 돌파까지 견제할 수 있는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합니다. 중요한 경기의 4쿼터나 플레이오프에서 리바운더로서의 그의 진가가 더더욱 잘 드러나지요. 한 번 마음만 먹으면 골밑 제공권 장악에 대한 기어를 순식간에 몇 단계는 올려버리는 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07년 클리블랜드와의 파이널에서 그가 보여준 블루칼라워커로서의 리바운드 활약은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11. 하킴 올라주원 (1984~2002)
속칭 90년대 4대 센터들 중에서는 하킴이 최고의 리바운더였다고 확신합니다. 리그에 일곱명 밖에 되지않는 커리어 통산 4천개 이상의 공격리바운드 획득자들 중 하나이며, 커리어 통산 랭킹에서도 11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의 리바운더로서의 강점은 놀라운 풋워크에 있었습니다. 도저히 빅맨의 풋워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현란한 스텝으로 페인트존 안에서의 急방향전환이 가능했고, 바로 이 능력이 그를 훌륭한 리바운딩 센터로 만들어줬습니다. 농구를 처음 시작한 휴스턴 대학시절 1학년 때조차도 올라주원의 리바운드 능력만큼은 전문가들로부터 호평과 인정을 받았었습니다. 축구 골키퍼 출신이었던 특이한 경력과 의형제 지간인 모제스 말론의 영향이 구력이 짧았던 그가 짧은 시간 동안에 좋은 리바운더로 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10. 웨스 언셀드 (1968~81)
6-6, 198센치의 센터였던 언셀드는 찰스 바클리를 능가할 만한 두껍고 두터운 몸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래서 바클리가 처음 리그에 뚱뚱이의 몸으로 입성했을 때 그를 '언셀드의 몸과 어빙의 운동능력을 합쳐놓은 사나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죠.
언셀드는 점프력이 전무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기어다니는 냉장고'였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몸싸움 능력과 무쇠같은 몸으로 루키시즌에 신인왕과 리그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으며, 나중에는 파이널 MVP와 리바운드왕까지 해먹은 욕심쟁이(?)입니다. 커리어 평균 리바운드가 게임당 14개고, 커리어 통산 리바운드에서도 역대 10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언셀드는 스크린의 천재로도 불리웁니다. 수많은 상대팀 선수들이 그의 스크린에 걸릴 때마다 온갖 타박상을 당해야만 했다는 슬픈 전설이 떠돕니다. 언셀드와 몸을 부딪혀 본 선수들은 하나같이 쇳덩어리에 부딛힌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9. 케빈 가넷 (1995~)
가넷은 팀 덩컨과 마찬가지로 신체적으로 우월한 리바운더입니다. 리그에서 14년째 뛰고 있는 가넷은 아직도 5~6년은 거뜬히 더 뛸 수 있는 상태인데도 벌써 커리어 통산 리바운드에서 역대 25위에 올라 있습니다. 게임당 평균 리바운드에서도 역대 25위 안에 들어 왔습니다. 상대팀 빅맨에게로 투입되는 패스에 대한 디나이 수비에 있어서 리그 탑 수준이며, 유연한 허리를 이용한 수비와 제공권 장악의 범위가 넓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넷은 리바운드가 뭔지를 잘 아는 선수입니다. 특히 수비리바운드가 그의 강점이죠. 뛰어난 점프 타이밍, 공을 나꿔채는 탁월한 기술, 거기에 긴 팔과 큰 신장, 현명한 위치선정, 그리고 강한 승부욕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4회 연속 리바운드왕.
8. 벅 윌리암스 (1981~98)
역대 파워포워드들 중에서 가장 과소평가받는 선수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윌리암스는 80년대 최고의 파워포워드였습니다. 맥헤일이 스타로 떠오른 시기는 80년대 중반부터고, 바클리와 칼 말론은 1987년부터 전성기에 들어갔으니까요. 1981-82 시즌 신인왕이었던 윌리암스는 넷츠 시절엔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 없이 매 시즌마다 게임당 1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주던 내구력 최고의 블루칼라워커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팀의 주득점원이었고, 속공 피니쉬까지 담당했던 기동력있는 선수였습니다.
90년대 블레이저스 시절엔 그 역할이 많이 축소화됐지만요. 올스타 3회, All-Defensive 팀 4회, All-NBA 세컨드 팀에까지 선정됐던 윌리암스는 4526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냈으며, 커리어 통산 리바운드에서도 역대 12위에 올라 있습니다.
7. 제리 루카스 (1963~74)
매력적인 백인 터프가이, 제리 루카스는 실제신장 201센치의 언더사이즈 센터였습니다. 60년대 내내 꾸준히 올스타게임과 All-NBA 팀에 선정이 된 레전드였지만, 우리 한국팬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0-20을 두 번이나 했던 선수라고 하면 좀 더 귀에 익으실 겁니다. 체임벌린, 러셀, 써몬드같은 흑인 빅맨들이 점령했던 골밑에서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단신의 백인센터가 리바운드를 20개 이상씩 잡아냈으니, 그의 당시 인기는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상이 가실 겁니다.
루카스의 농구스타일은 데이브 코웬스와 흡사했습니다. 공격기술은 루카스가 더 다양했고, 수비면에서는 코웬스가 앞섰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선수의 실제경기영상을 한 번 보십시오. 정.말. 터프한 선수였습니다. 경기당 리바운드 평균은 16.2개로 역대 4위입니다.
6. 찰스 바클리 (1984~99)
실제신장이 194센치인 바클리는 역대 최단신 리바운드왕이기도 하지요. 앞에서 이미 언급한 웨스 언셀드에 점프력, 순발력, 풋워크를 장착시키면 찰스 바클리가 됩니다.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하체로부터 터져나오는 폭발적인 점프력과 강인하고도 두터운 상체로 웬만한 상대팀 빅맨들은 공중에서 다 떨궈버릴 수 있었던 바클리는 점프볼도 잘했고, 순간 스피드나 2초 동안에 서너 번씩 튀어오르는 순발력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선수입니다.
박스아웃 싸움에서 밀리거나 하면 순간적으로 상대선수의 등을 타고 방향을 전환해 다시 본인이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곤 했지요. 무엇보다도 점프 타이밍이 탁월했습니다. 올라주원과 함께 모제스 말론으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은 바클리도 4천개가 넘는 커리어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냈습니다.
5. 데니스 로드맨 (1986~99)
늦은 나이에 NBA에 입성한 로드맨은 BQ가 정말로 뛰어났던 타고난 블루칼라워커였습니다. 피스톤즈 초창기 시절에는 모든 포지션의 상대팀 스코러들을 막는 전천후 수비수로서 키워졌지만, 1990-91 시즌에 자신이 리바운더로서 더 재능이 있었음을 갑작스레 깨닫게 됩니다. 시즌이 끝난 후, 어떻게 해야 리바운드를 많이 잡아낼 지를 스스로 독학한 로드맨은 그 다음 1991-92 시즌부터 폭발적인 리바운드 스탯을 쌓아올리기 시작하지요. 상대팀 선수들의 슛을 비디오로 면밀히 관찰한 후, 해당선수의 슛이 튀는 각도까지 통계를 내가며 효율적인 리바운드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로드맨 특유의 몇 번씩 튀어오르며 공을 자기 몸쪽으로 쳐내는 기술과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몸이 공을 쫓아갈 수 있는 놀라운 유연성과 풋워크도 크게 한 몫 했습니다.
4. 네이트 써몬드 (1963~77)
커리어 평균 15-15의 사나이 써몬드는 '쿼드러플 더블' (네 가지 스탯에서 두자리수 기록)의 첫 공식 기록자이기도 합니다. 6-11의 써몬드는 7-7의 윙스팬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락샷에 능했습니다. 하지만 써몬드는 리바운드에서 더 두각을 나타냈던 빅맨입니다. 로드맨처럼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내던지고, 양다리가 벌어지는 희한한 자세로 공중에서 리바운드를 나꿔채던 센터였습니다.
로드맨과 비슷한 스타일의 거머리 수비(All-Defensive 팀 5회)를 펼쳤는데, 여기에 신장과 윙스팬까지 좋았으니, 체임벌린과 압둘자바가 상대하기 제일 싫어했던 선수로 꼽는 게 당연했지요. 한 경기에 42개의 리바운드를 잡은 적도 있는 써몬드는, 경기당 평균에서는 역대 5위, 통산 리바운드에서는 8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3. 모제스 말론 (1976~94)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6731개의 공격 리바운드. 전성기 때는 경기당 7개의 오펜스 리바운드로 상대방 진영을 초토화시킨 선수. 말론은 처음 프로에 입문할 때 몸이 몹시 야위었다고 표현됐을 정도로 깡마른 빅맨이었습니다. 몸이 근육질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그의 신체 중 취약점인 매우 작은 손은 과연 그가 NBA에서 빅맨으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말론은 이 모든 약점들을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함, 집념과 열정으로 이겨냈습니다.
상대방 2~3인이 들러붙어도 탱크처럼 밀고 들어가 잡아내던 오펜스 리바운드의 사나이. ABA 시절의 두 시즌 스탯을 포함시키면, 그는 통산 리바운드에서 역대 3위에 오르게 됩니다. 훈련량과 체력에 있어서 동포지션 역대 지존인 선수이기도 합니다. 리바운드왕 6회.
2. 윌트 체임벌린 (1959~73)
모제스 말론과는 달리 신체적인 축복을 너무나도 많이 받은 선수죠. 그러나 체임벌린의 하드웨어적 우월함이 그의 리바운드 능력까지 깎아내릴 수는 없습니다. 엄청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체임벌린은 거친 몸싸움과 박스아웃에 전력을 다 쏟았고, 최고의 리바운더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까지 감행했던 아주 특별한 선수였습니다. 체임벌린의 경기들을 보면 60년대 전성기 시절부터 70년대 은퇴를 앞둔 시기까지 한결같이 48분 내내 모든 튀어오르는 볼은 자기가 다 잡으려하는 듯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리바운드를 잡기 위한 꾸준한 노력에 엄청난 신체, 거기에 탁월한 센스와 감각까지 갖추었던 그가 통산 리바운드와 평균 리바운드 양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으며 리바운드왕도 총 11회나 휩쓴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1. 빌 러셀 (1956~69)
빌 러셀 - 한 시즌 평균 20개의 리바운드를 잡은 최초의 선수, 후반전에만 잡아낸 32개의 리바운드 신기록. 동시대를 함께 했던 체임벌린때문에 리바운드왕 타이틀이 많지는 않으나 13시즌 커리어에 리바운드 평균 20개를 넘긴 시즌만 무려 10시즌입니다.
러셀은 신장에 비해 스탠딩 리치가 좋았고, 점프력과 순발력도 뛰어났으며, 데니스 로드맨의 유연성과 풋워크까지 보유하고 있던 선수입니다. 특히, 공중에 떠있는 볼에 대한 타이밍에 있어서는 역대 지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락샷도 잘했고, 점프볼이나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죠. 보기보다 힘이 좋았고, 상대선수를 머리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가던 선수였으며,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는 거의 초인적인 보드장악력을 보여줬던 클러치 리바운더였습니다.
이상, NBA 역사를 빛낸 리바운더들을 훑어 봤습니다.
왜 이 리스트에 샤킬 오닐이 없냐고 반문할 팬들이 계실 겁니다. 샤킬 오닐과 칼 말론은 각기 동포지션 역대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최고의 빅맨들입니다. 하지만 저의 견해로는, 뛰어나고도 꾸준한 그들의 리바운드 스탯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위에 언급된 선수들에 비해 '리바운더'로서는 0.2% 정도 밀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쉴 새없이 골밑에서 부벼대는 근성이나 경기 내내 보여줘야 할 박스아웃 및 위치선정에서 가끔씩 허점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 선수들이 팀에서 맡은 주득점원으로서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이런 몸싸움을 즐겨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선수들의 리바운드 능력 자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니 팬들께서는 양해해 주십시오.
오닐과 말론 외에도 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한 선수들은 참 많습니다. 돌프 셰이즈, 월트 벨라미, 빌 월튼, 잭 시크마, 찰스 오클리, 모리스 루카스, 벤 월러스, 엘빈 헤이즈, 데이빗 로빈슨, 커림 압둘자바, 데이브 드부셔 등등.
이제 드와잇 하워드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t's not who jumps the highest - it's who wants it the most."
- Buck Williams -
체임벌린 대 제리 루카스 (왼쪽에 필 잭슨도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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