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COLUMNS/THE BIG O 2008. 10. 28. 20:00

리바운드를 평가하는 세 가지 방법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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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통해 지난 시즌을 돌아보는 마지막 글입니다. 오늘은 리바운드라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덩치 큰 친구(Big Fella), 대형 선인장(Big Cactus)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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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중에는 수많은 블록버스터 트레이드가 벌어져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지요. 그 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피닉스와 마이애미의 트레이드였습니다. 피닉스로서는 공수의 핵인 숀 매리언을 보내고, 늙었지만 아직은 무시할 수 없는 샤킬 오닐을  맞아들였습니다. 마이애미는 큰 재정적 부담이었던 오닐의 거대 장기계약을 처분하고 홀가분하게 리빌딩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지요.

매리언이 선즈를 떠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쉬웠지만, 전성기는 지났어도 여전히 리그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센터인 샥이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의 골밑 파트너가 된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볼거리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선골동놀(선즈 골밑 동네 놀이터)'이라는 말을 듣던 피닉스의 인사이드 수비가 튼튼해진 것은 큰 변화였지요.

더불어 팀 전체 리바운드 갯수도 늘어나서, 리바운드 마진이 늘 마이너스이던 선즈가 오닐이 온 후로는 상당한 폭으로 상대팀을 앞서게 되었습니다. 선즈 경기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방송에서 아래와 같은  비교표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PHX

OPP

Diff

오닐 트레이드 전
(53경기)

40.7

46.3

-5.6

오닐 트레이드 후
(24
경기)

42.5

39.6

2.9


(2008년 4월 8일 현재)

확실히 리바운드의 갯수와 마진이 늘어났고, 이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리바운드 마진이 크다는 것은 정말로 상대팀보다 리바운드를 잘 잡는다는 의미일까요 ?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리바운드의 숫자를 결정하는 더 큰 요인은 상대편이 실패한 슛(야투와 마지막 자유투)의 숫자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한 경기에서 두 팀이 똑같이 100개씩의 슛을 던졌는데, A라는 팀은 그 중 30개만을 성공시키고 B라는 팀은 60개를 성공시켰다고 해 보지요.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자유투는 전혀 없었다고 가정합니다.) 실패한 슛의 리바운드를 모두 수비팀이 잡았다면, A팀의 리바운드는 40개, B팀은 70개가 됩니다. 리바운드 숫자는 무려 30개나 차이가 나게 되지만, 이것이 두 팀의 리바운드 능력의 차이를 말해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팀의 리바운드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  이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리바운드 능력의 차이를 평가하는 방법

A. 공격권 평가 (Possession Eval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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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관해서 아마도 최초로 해답을 제시했던 사람은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감독이었던 딘 스미스(Dean Smith)였던 것 같습니다. 1981년에 출판된 Multiple Offense and Defense라는 책에서, 그는 "공격권 평가(Possession Evaluation)"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한 경기에서 양 팀의 리바운드 능력의 우열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격권 평가가 어떤 것인지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여기서는 리바운드와 관련된 내용만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공격권(possession)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시작해야겠지요. 흔히 '포제션'이라고도 말하는 이 개념은 최근에 여러 통계 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은 이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것이 바로 딘 스미스와 그의 스승인 밥 스피어(Bob Spear)라고 합니다.

위의 책에서, 딘 스미스는 "한 팀이 중단 없이 공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을 1번의 공격권으로 가정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편이 슛을 성공시킨 뒤 넘겨받은 공을 몰고 중앙선을 넘어가 슛을 던질 때까지를 1번의 공격권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공격을 하다가 턴오버를 범하는 경우도 그 때까지 1번의 공격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계산합니다. 슈팅 파울이나 팀 파울로 인해 자유투를 던지게 되는 경우도 그 시점에서 공격이 끝나므로 1번의 공격권입니다. 공격하던 중 헬드볼이 선언되어 점프볼을 하게 될 경우도 그 시점에서 공격권이 끝나는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상대편의 논 슈팅 파울이나 바이얼레이션으로 인해 공격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는 공격권이 계속되는 것으로 계산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공격권은 경기하는 두 팀이 교대로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한 팀이 연속해서 두 번 이상의 공격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격 리바운드를 잡는 경우
  - 공격팀의 슛이 실패했지만 공이 수비팀을 맞고 나가는 경우 (샷블록 포함)
  - 공격팀 선수가 루즈볼 파울을 얻는 경우
  - 공격하던 팀이 점프볼을 다시 따내는 경우
  - 자유투와 공격권을 동시에 주는 파울(플레이그런트 파울 등)을 당한 경우

이 중에서 마지막 두 경우는 자주 일어나지 않으므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처음 세 가지 경우인데, 딘 스미스는 세 가지 경우를 모두 리바운드 싸움에서 이긴 것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한 경기에서 두 팀이 가졌던 공격권 횟수의 차이가 두 팀의 리바운드 능력을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B. 공격 리바운드의 차이 (offensive rebounding margin)

딘 스미스의 방법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확실히 리바운드라는 것은 공격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가지기 위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박스스코어만으로는 공격권의 횟수를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사실 이 방식대로 공격권을 정확히 계산하려면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이 자유투 라인에 서는 횟수를  일일이 세어야 합니다. 딘 스미스처럼 농구팀의 감독이면서 자기 팀만을 분석할 때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일개 농구팬이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행히도 NBA의 경우는 Play-By-Play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런 방법으로 세어 보았는데, 피닉스 선즈 한 팀만을 끝내는 데에도 5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팀을 따져볼 수는 없기 때문에, 요즘 대부분의 사이트에서는 공식을 이용해서 추정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대신에 생각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양 팀의 공격 리바운드의 갯수만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위에서 나열한 다섯 가지 경우들 중 첫 번째만을 비교하는 것이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따로 계산이 필요없고, 박스스코어를 통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나름대로 유용한 방법입니다. 방송의 해설이나 전문가들의 글에서도 자주 볼 수 있지요.

C. 공격 리바운드율 (offensive rebounding percentage)

위에서 말했듯이 공격권이라는 개념은 딘 스미스가 처음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농구의 통계를 다루는 많은 전문가들은 딘 스미스와 다른 방법으로 공격권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딘 스미스는 한 팀이 연속해서 여러 번의 공격권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보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공격권 개념에서는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완전히 공이 넘어갈 때까지를 1번의 공격권으로 계산합니다.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격 리바운드를 잡거나 루즈볼 파울을 얻어도 공격권 횟수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공격권을 계산하게 되면 공격권의 횟수를 비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한 경기에서 양 팀의 공격권 횟수는 똑같은 것으로 계산됩니다), 리바운드의 우열은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야 됩니다. 그래서 '공격 리바운드율'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계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격 리바운드율 = 공격 리바운드 수 / (공격 리바운드 수 + 상대팀의 수비 리바운드 수)

말하자면 이 개념은 한 팀의 슛 실패로 인한 총 리바운드 중에서 공격 리바운드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 수치가 상대팀보다 높다는 것은 공격 리바운드를 따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니까, 결국 상대팀보다 리바운드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위에서 말한 공격권 횟수 차이를 따지는 방법과 비교해 볼 때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B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나열한 다섯 가지 경우 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고려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경우는 실패한 슛 전체의 5퍼센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기서처럼 비율을 따질 때에는 큰 오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반면에 B에서는 비율이 아니라 갯수의 차이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위의 두 가지 경우가 상당히 의미있는 오차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A의 방법에 비해 장점도 있습니다. 딘 스미스 방식의 단점 중 하나는, 여전히 야투율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리바운드 능력이 같은 두 팀이 경기를 할 때,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실패한 슛이 2배 많다면 그 팀은 2배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더 많은 공격권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A의 방법으로는 두 팀 중 한쪽이 리바운드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내리게 되겠지만, 공격 리바운드율을 비교하면 두 팀의 리바운드 능력은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지루하셨지요. 이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서 방법론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서 줄이기가 힘들었네요.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해서 피닉스 선즈의 리바운드를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피닉스 선즈의 리바운드 능력 평가

아래 표는 위의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지난 시즌 피닉스 선즈의 리바운드를 평가한 것입니다.

 

공격권

공격 리바운드

공격 리바운드율

PHX

OPP

Diff

PHX

OPP

Diff

PHX

OPP

Diff

오닐 트레이드 (53경기)

107.2

114.7

-7.6

8.5

14.5

-6.0

0.210

0.310

-0.099

오닐 트레이드 (24경기)

108.5

111.8

-3.3

9.3

11.7

-2.4

0.249

0.259

-0.011

전체 (77경기)

107.6

113.8

-6.2

8.7

13.6

-4.9

0.222

0.295

-0.073


(2008년 4월 8일 현재)

세 가지 평가 방법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오닐이 합류한 이후 피닉스의 리바운드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도 선즈의 리바운드 능력이 상대팀보다 낫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리그의 다른 팀들과 비교해 보면, 경기당 공격권 마진인 -6.2는 리그 30위에 해당하며, 이 수치는 29위인 마이애미 히트의 -2.5보다도 한참 아래입니다. 오닐의 합류로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3.3이라는 숫자로도 꼴찌 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는 셈입니다. (참고로 이 분야에서 리그 1위는 클리블랜드로, +3.4입니다.) 공격 리바운드율의 경우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서, 오닐이 합류한 이후의 마진인 -0.011은 전체 20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역시 리그 상위권과는 한참 거리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1위는 +0.063으로 클리블랜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닐의 영입을 통해 피닉스는 약점이었던 골밑 열세를 많이 극복했지만, "인사이드가 강한 팀"이나 "리바운드가 뛰어난 팀"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입니다.
오닐의 엄청난 연봉, 그리고 매리언이라는 선수를 잃은 것을 생각하면, 이 트레이드는 결국 손해가 아니었을까요?  플레이오프의 결과까지 알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아마 누구라도 그렇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피닉스 선즈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통계를 좀더 살펴보면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닐 트레이드의 또다른 효과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피닉스 선즈라는 팀은 공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팀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딘 스미스의 공격권 평가 방법으로 계산을 해 보면, 피닉스의 지난 시즌 공격권당 득점은 1.025점으로 리그 1위입니다. 이 수치는 오닐의 영입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아도 큰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오닐이 온 이후에 오히려 약간 더 높아졌습니다(1.024에서 1.026으로). 피닉스는 지난 시즌 공격권당 득점이 1점을 넘는 리그의 유일한 팀이었으며, 2위인 유타 재즈(0.993)를 0.03점이라는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이 차이는 2위와 10위 사이의 차이보다도 큽니다.)
말하자면 오닐의 영입을 통해 피닉스는 인사이드의 수비와 리바운드를 보완했을 뿐 아니라 공격력까지도 약간은 강화시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기당 평균득점이 늘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번의 공격에서 얻는 득점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격효율이 늘어났다고 해야겠지요. 매리언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속공과 3점슛은 약해졌지만, 오닐이라는 확실한 인사이드 공격무기를 얻었고 오닐 덕분에 골밑 부담이 줄어든 아마레가 공격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한다면, 예전보다 속공의 비중은 줄어들더라도 오히려 더 나은 공격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쉬와 힐의 나이를 생각해 보아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오닐의 픽앤롤 수비가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 있지만, 신임 테리 포터 감독이 팀을 잘 이끌어 준다면 올해의 피닉스에게도 한 번 기대를 걸어볼 만할 것 같습니다.

(※ 개인 사정으로 인해 지난 시즌 마지막 5경기의 결과는 통계에 반영할 수 없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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