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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선수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물론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린 시절 불우한 삶을 살았던 이들은 큰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일 것이고, 명예를 우선시하는 선수는 뛰어난 실력으로 명성을 드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는 루키라면 하루라도 빨리 선발로 뛸 찬스를 얻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싶을테고, 과거의 능력은 잃어버렸지만 마음만은 20대인 노장들은 한 시즌이라도 더 뛰고 싶은 것이 소박하면서도 절박한 꿈이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리그에서 10년 이상 활약한 베테랑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때까지 아직 우승경험이 없다면? 당연히 단 한 개만이라도 챔피언 반지를 갖는게 소원일 것이다. 은퇴가 가깝다면 더욱 절실하다. 특히 수퍼스타로 불리며 이룰 것을 다 이룬 선수일수록 그 간절함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이다. 한 팀의 에이스로서 수년간 우승에 도전했지만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고, 이제는 기량도 쇠퇴하고 동료들마저 받쳐주지못해 그 가능성마저 점점 희미해졌다면 우승에 근접한 팀으로 이적하는 것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지난 시즌 보스턴 셀틱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기존의 에이스였던 폴 피어스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팀 구성원들의 지원이 모자랐기에 챔피언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미네소타의 케빈 가넷도, 시애틀의 레이 알렌도 마찬가지였다. 셋 모두 한창 전성기를 구가중이고 남부러울 것 없는 경력을 갖고 있던 선수들이었지만 단 하나 우승반지가 없었다. 특히 가넷과 알렌의 경우 소속팀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가 없었기때문에 다른 팀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끝내 무관의 제왕으로 커리어를 마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던 상황에서 그들이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에서 한데 모였던 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피어스, 가넷, 알렌이 이끈 보스턴은 시즌 내내 리그 1위를 달린 끝에 파이널에서 LA 레이커스를 꺾고 결국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챔피언 반지를 손에 넣었다. 우승이 결정되자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감격에 겨워하던 가넷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우승을 간절하게 원했는지, 그리고 갖은 고생 끝에 꿈을 이룬 한 선수의 심정이 어떠한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보스턴의 우승으로 리그 10년차 이상이던 피어스, 가넷, 알렌(더불어 P.J. 브라운과 스캇 폴라드)이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보는 데 성공했지만, 크리스 웨버와 앨런 휴스턴, 샤리프 압둘라힘은 끝내 반지없이 은퇴하고 말았다. 이번 시즌에도 많은 베테랑들이 목표인 챔피언쉽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데, 지금부터 그 면면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1998년 드래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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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리그 11년차가 된 1998년 드래프트 선발선수 가운데 아직 우승경험이 없는 이는 모두 18명이다. 이 가운데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 빈스 카터(뉴저지 넷츠), 앤트완 재미슨(워싱턴 위저즈)는 구심점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노비츠키는 스티브 내쉬, 마이클 핀리와 빅3를 형성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댈러스를 늘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005-06 시즌에는 팀을 파이널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댈러스가 리그 1위에 오르며 우승 가능성이 높았던 2006-07 시즌에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충격적인 업셋을 당하고 말았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악명높던 구단주 마크 큐반은 최근 몇 년간 잠잠해진 상태인 반면 서부의 라이벌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전력을 강화해 댈러스와의 격차를 서서히 벌리고 있는 상황. 지난 시즌 중반에는 팀의 미래로까지 여겼지만 예상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않던 데빈 해리스를 보내는 대신 뉴저지로부터 제이슨 키드를 데려오며 우승이 가능한 시간을 더욱 줄여버렸다.

토론토 랩터스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00-01 시즌 동부컨퍼런스 2라운드에서 보여준 필라델피아 76ers의 앨런 아이버슨과의 불꽃튀던 쇼다운 이후 인상적인 활약이 없는 빈스 카터는 뉴저지가 키드와 리차드 제퍼슨을 내보내고 리빌딩을 시작한 상황이라 당분간 우승의 꿈을 접어야할듯 하다. 재미슨 역시 동료 길버트 아레나스를 비롯한 동료들의 부상공백으로 인해 팀이 최하위권으로 처져있는데다 지난 5년간 뛰어난 지도력으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던 에디 조던 감독마저 성적부진으로 해임당하면서 팀이 동부컨퍼런스 8위 안에 드는 것조차 힘겨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힘겨운 시즌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반면 가장 우승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지드루너스 일가우스커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다. 르브론 제임스라는 괴물이 버티고 있는 클리블랜드는 모리스 윌리엄스의 합류로 막강한 수비에 비해 조금 부족한 감이 있던 공격력에 힘이 실리면서 센트럴디비전 1위를 구가하고 있다. 일가스커스는 골밑에서의 영향력이 조금 감소하기는 했지만 꾸준한 득점으로 공헌하며 반지를 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97년 드래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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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데뷔한 플레이어 가운데 아직까지 챔피언 반지가 없는 선수는 총 8명. 그중에서 트레이시 맥그레이디(휴스턴 로켓츠)가 가장 주목된다.

올랜도 매직 시절 리더로서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원맨팀에 가까웠던 올랜도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기도 했지만, 티맥이 봉쇄당하면 달리 위협적인 선수가 없었던 팀 사정상 2라운드 진출조차도 버거웠다. 그후 휴스턴으로 이적해 야오밍과 콤비를 이루게되자 그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계속된 부상과 불운은 티맥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태다.

2005년 1라운드 탈락, 2006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2007년 1라운드 탈락, 2008년 22연승으로 NBA 역대 2위 기록을 세웠지만 야오밍의 시즌아웃으로 다시 1라운드 탈락. 이번 시즌을 앞두고 수비 스페셜리스트 론 아테스트가 팀에 합류했지만, 휴스턴은 티맥과 야오밍의 몸상태가 초반부터 완전치 못한데다 아테스트의 호흡문제,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백업센터의 역할을 소화했던 디켐베 무톰보와의 계약이 늦어지고 있는 현재 야오밍의 부재시 현저히 약해지는 골밑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1996년 드래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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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선택받지 못한 자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이들은 앨런 아이버슨(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스티브 내쉬(피닉스 선즈)이다.

필라델피아에서 네 차례나 득점왕에 올랐고, 2001년에는 부상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가운데서도 팀을 파이널에까지 진출시키는 투혼을 발휘하는 등 영원히 필라델피아의 수호신이 될 것 같았던 아이버슨은 덴버 너게츠를 거쳐 지금은 세번째 팀인 디트로이트의 멤버가 되었다. 득점기계로 불릴만큼 득점력만큼은 인정받고 있지만, 패스를 우선시하지 않는 마인드는 여전히 전문가들로부터 지적받고 있는 사항이며, 또한 그의 작은 신장은 수비 매치업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팀 디펜스가 뛰어난 디트로이트는 그의 수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이고, 그의 폭발적인 득점본능은 정형적이던 디트로이트의 공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스티브 내쉬는 2004-05 시즌 피닉스에 컴백한 후 마이크 댄토니 감독 밑에서 화끈한 런앤건의 선봉장으로서 백투백 MVP를 차지하는 등 썬즈의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공격력에 비해 모자란 피닉스의 수비는 늘 그들의 길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이었다. 게다가 피닉스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내쉬가 상대 마크맨에게 틀어막히면 팀의 공격력이 함께 약화되는 상황도 빈번하게 연출됐다. 지난 시즌 막판에 샤킬 오닐이 이적해오고, 오프시즌에 테리 포터 감독이 부임함으로써 피닉스는 하프코트오펜스로의 전환과 수비의 강화를 꾀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내쉬의 역할은 크게 축소되고 인사이드로의 볼투입은 늘어났지만 현재까지 그들의 변화는 성과가 드러나지않고 있는 상황. 과연 내쉬가 피닉스에서 반지를 낄 수 있을까.


1995년 이전 드래프티

이제 9명이 우승반지를 위해 뛰고 있는 가운데 선발로 출전하는 이는 제이슨 키드(댈러스)뿐이다. 나머지는 백업멤버로서 불꽃을 태우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키드와 그랜트 힐(피닉스)이 반지를 끼고 은퇴할 수 있을지 여부다.

1994년 드래프트 동기인 두 사람은 공동신인왕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그랜트 힐은 수년간 그를 괴롭힌 발목부상으로, 키드는 최전성기였던 넷츠 시절 2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했음에도 LA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라는 강적에 막히며 우승을 놓치며 불운을 겪어야했다. 현재 키드가 선발 포인트가드로 출장하고 있지만 댈러스의 출발은 최근 몇 년간 보였던 쾌조의 스타트와는 거리가 멀고, 상대적으로 팀 성적은 나은 편이지만 그랜트 힐은 눈에 띄는 기량저하로 인해 백업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마치며

엘진 베일러, 찰스 바클리, 존 스탁턴, 패트릭 유잉, 칼 말론, 레지 밀러.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끝내 그토록 원했던 우승의 꿈을 이루지못하고 떠나간 레전드들이다. 남부럽지 않은 발자취를 남겼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운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절대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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