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이커스가 통산 15번째 우승을 이루어내며 마침내 명가재건에 성공했다.
지난 해 라이벌 보스턴 셀틱스에 고배를 들며 절치부심 돌입한 2008-09시즌. 이번 우승은 팀의 성공 이전에 선수 개개인에게도 저마다 각기 다른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했다.
도우미에서 주역이 된 코비 브라이언트에게는 반드시 증명해야할 도전과제였고, 필 잭슨 감독은 통산 10회 우승의 금자탑이 눈앞에 있었다.
잭슨은 레이커스에 처음으로 부임했던 지난 1999년 당시 코비의 첫인상을 “이기심이 많고 아직 덜 다듬어진 선수”라 평가하였다. 그리고 기회만 되면 샤킬 오닐에게 득점기회를 줄 것을 주문하였고 비디오를 통해 코비의 실책을 일일이 지적하며 칭찬대신 채찍을 들었다.
잘되라고 쥔 매였지만 오닐까지 연루된 이들 불화는 심리치료사까지 동원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화려한 승리와 우승, 그리고 성공 뒤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었다. 반목, 그것은 리그 최고의 팀과 콤비를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이 두 남자는 어떻게 다시 한 번 성공을 일궈냈을까?
정상에서 바닥까지, 그리고 다시 비상하다
파이널 MVP를 거머쥔 코비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003-04시즌을 끝으로 리더 오닐이 이적하며 시작된 온갖 구설수와 언론의 왜곡된 보도들이 그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코비는 우승소감에서 “마치 내 등에 있던 커다란 짐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정말 최고의 기분”이라며 홀가분함을 밝혔다.
경기 직후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는 “오닐 없이 처음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당신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3연속 우승 후에 팀이 해체되자 사람들은 내가 우승하지 못할 것이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했고 매우 자랑스럽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파이널 기간에 코비를 지지했던 오닐도 금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축하한다. 코비는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 오늘 경기도 훌륭했고 이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 바란다”며 옛 동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그 최고의 센터를 쫓아낸 이기적인 동료“부터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는 득점왕‘까지 그에게 쏟아진 비난들은 다양했지만 이는 코비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팀의 변화와 전력상승은 코비를 이타적인 팀플레이어로 변모시켰다.
30점을 올리던 과거와는 달리 동료들을 보다 더 신뢰하고 의지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필 잭슨 감독의 코칭철학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그의 오랜 제자인 마이클 조던 역시 같은 과정을 밟아온 바 있다.
천하의 조던도 과거에는 동료들에 대한 불신 때문에 6년을 무관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기심을 버리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가슴에 품을 때까지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그러고 나서야 마침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코비 역시 조던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이로운 81점과 온갖 득점 기록들을 쏟아냈지만 정작 4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의 레이커스는 코비만 막으면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80년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조던룰’이라는 전술을 내놓으며 유유히 승리를 가져간 것과 맥을 함께 했다.
행여 컨디션이 좋아 이중 삼중의 수비를 뚫고 대량득점을 올리는 날에는 나머지 팀원들이 부진하여 경기를 내주었다. 이러한 악순환은 필 잭슨 아래 있던 두 명의 거장들 모두가 겪어온 과정이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었다.
이밖에 코비는 파이널 최우수 선수상이 ‘빌 러셀 파이널 MVP’로 개명되고 처음으로 수상자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우승 도우미에서 우승 견인차로 7년만에 개가를 올린 것이다.
운도 이쯤 되면 실력이다
코비의 성장에 누구보다도 흐뭇해 할 사람은 바로 레이커스의 수장 필 잭슨 감독이다. 자존심 강한 스타선수들의 마음을 돌리며 팀을 결속시킨 잭슨 감독의 역량은 통산 10회 우승, 역대 최다우승 감독을 만들었다.
잭슨 감독은 “오늘은 조니 ‘레드‘ 커를 추억하는 뜻에서 시가를 태워야겠다”며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역주: 레드 커는 지난 3월 유명을 달리한 시카고 불스의 전설적인 해설가이자 前 감독)
지난 2001-02시즌, 다시 한 번3연속 우승을 차지한 잭슨감독은 古 레드 아우어벅과 최다우승 타이를 이루며 10회 우승에 근접했었다. 하지만 눈앞에 둔 금자탑의 마지막 층을 쌓기 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패하며 초유의 4연속 우승에 실패한데 이어 칼 말론과 게리 페이튼이 합류한 2003-04시즌에는 이른바 ‘전당포(미래에 헌액될 명예의 전당 4인을 이르던 말)’ 라인업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며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아홉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잭슨 감독의 감독경력이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도 뒤따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잭슨의 퇴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The Last Season'이라는 자서전을 통해 “코비는 통제가 불가능한 선수”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낸 잭슨이 다시 레이커스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잭슨 감독은 플레이오프 탈락과 함께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레이커스에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상황인 이전과 크게 달랐다. 역사상 최고 센터의 반열에 오른 오닐도, 4쿼터의 사나이 로버트 오리는 이미 다른 팀에서 종횡무진 하고 있었다. 수년간 트라이앵글 시스템에 손발을 맞춘 선수단 역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는 잭슨 감독에게 있어 중대차한 도전이었다. 조던과 피펜, 오닐과 코비 등 당대 최고의 선수와 한 평생 함께 해온 그는 공공연히 운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손가락에 낀 9개의 반지에 만족할 수 없던 이유다.
가죽자켓에 오토바이를 타고 시카고 도심을 질주하던 ‘터프가이‘ 필 잭슨. 이제는 백발이 성하며 몸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의 남다른 승부근성과 리더십은 여전히 살아있다.
세계 최고의 영웅이었던 조던을 팀원 모두가 보는 앞에 세워놓고 호통을 치던 기백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선을 중시하는 그의 신앙과 인생철학은 여전히 젊은 선수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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