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COLUMNS/THE BIG O 2008. 10. 25. 03:54

리그의 골밑은 약해졌는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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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이어 통계를 이용하여 2007-08 시즌을 돌아보는 글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즌의 센세이션 중 하나였던 올랜도 매직의 성장에 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숫자와 도표가 좀 나오는 글이라 지루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기는 했는데, 그래도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올랜도의 성공, 그 원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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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듯이 지난 시즌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올랜도 매직의 약진이었습니다. 전 시즌까지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최정상급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드와이트 하워드의 포텐셜이 폭발하면서, 올랜도는 정규시즌에서 당당히 동부 3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시즌 초에는 2006-07 시즌처럼 초반에만 잘 나가다가 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종성적 52승 30패로 전해보다 12승을 더 올리면서 이런 우려 역시 잠재워 버렸습니다.
이런 성적 상승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  물론 하워드의 성장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20밀리언의 사나이' 라샤드 루이스와 30밀리언급의 활약을 했다는 말을 들은 히도 터콜루도 중요한 요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자미어 넬슨과 카를로스 아로요도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전해보다 못해진 점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골밑이 텅 비어버렸다는 것이었지요. 다르코 밀리치치와의 재계약에 실패했고 토니 배티는 부상중이어서, 선발 라인업에 제대로 된 파워포워드가 없었습니다. 루이스나 터콜루는 키는 크지만 제대로 된 빅맨이라고 할 수 없고, 덕분에 올랜도의 골밑은 거의 하워드 혼자서 지킬 수밖에 없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직도 올드스쿨 농구의 신봉자입니다. 요즘 아무리 런앤건이 득세한다고 해도 농구는 역시 골밑싸움이라고 믿는 고리타분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요. 그런 생각인지라 골밑이 허전한 팀이 잘 나가던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옛날 일을 돌이켜 보면, 하워드보다 더한 괴물이었던 샤킬 오닐도 호레이스 그랜트라는 골밑의 지원군을 얻은 다음에야 파이널에 오를 수 있었지 않았던가요?  무엇보다도 올랜도의 밴 건디 감독님부터가 빅맨이 없어서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니, 확실히 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80년대 농구와 2000년대 농구의 차이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고 있었습니다. 혹시 7-80년대에 우리 나라 농구의 스타일이었던 싱글 포스트 게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해서 이리저리 뒤져보았는데, 별로 신통한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그동안 리그의 골밑이 약해진 것은 아닐까 ?

생각해 보면 그럴 법도 합니다. 80년대나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질식수비를 자랑하는 골밑을 가진 팀들이 많았고, 성적도 좋았습니다. 셋이 합쳐 30개 가까운 리바운드를 자랑했던 패리쉬-맥헤일-버드의 인사이드나, 일단 들어가면 몸 성히 나오기는 힘들 것 같던 배드 보이스의 골밑, 유잉과 오클리가 지키던 뉴욕의 로포스트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지요. 흔히 센터없는 농구라고 알고들 계시는 시카고의 골밑도 조던과 피펜이 수시로 달려들기 때문에 실제로는 3-4명이 로포스트를 지키는 철벽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  30개나 되는 팀이 있지만 빅맨 두 명이 모두 터프한 수비수인 팀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80년대 초반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그 시절에는 가드들도 지금보다는 골대 가까이에서 플레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심지어는 코트 위의 선수 10명이 모두 페인트존 안에 들어가 있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요. 이렇게 되면 로포스트에 공격수들이 늘어나게 되고, 골밑 몸싸움도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요즘 경기에서는 이런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요즘 NBA는 옛날보다 골밑이 약해진 것일까요 ?  현재 구할 수 있는 옛날 경기들을 통해 확인해 본 바로는 그런 것 같습니다.

1979년 10월 12일 LA 레이커스와 샌디에고 클리퍼스의 경기(매직 존슨의 NBA 데뷔전)중의 한 장면. 양 팀 10명의 선수들이 모두 페인트존 안에 들어와 있다.


통계를 찾아보자

이 점을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통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가장 정확한 것은 게임을 직접 보는 것이지만, 현재 볼 수 있는 옛날 경기들은 극히 일부이고 그조차도 다 보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직접 본 경기가 몇 개 안 되는 이상, 이것이 당시의 리그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통계를 이용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숫자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그것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자기 자신조차도 속일 수 있는 것이 통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신중하고 정직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 80년대 이후의 리그 전체의 스탯을 살펴보다 보니 재미있는 점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점을 소개하고 생각해 보려는 것이 실은 이 글의 목적입니다.


"표준 게임" = 85번의 야투 시도
 

서로 다른 시대의 통계수치를 비교할 때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문제이지만, 과거와 현재의 리그를 비교할 때 게임당 평균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곤란합니다. 옛날 경기들은 지금보다 훨씬 템포가 빨랐기 때문에 더 많은 공격이 이루어졌고, 따라서 대부분의 수치들이 지금보다 높게 나오니까요. 이 점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흔히 공격 시도 횟수라고 볼 수 있는 포제션이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100포제션 당 수치를 계산하기도 하는데, 이 개념이 실은 정확한 것이 아니라 근사치이고, 공식 자체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어서(기회가 되면 소개할 생각입니다)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공격 시도 횟수 대신에 야투 시도 횟수를 이용한다면 그런대로 가까운 값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표에 나오게 될 지난 28시즌의 1경기당 야투 시도 횟수의 평균을 내 보았더니 84.48회가 되더군요. 이 값에 비교적 가까운 정수인 85회를 기준으로 하여, "야투 시도 85회당 통계"를 계산한 것입니다. 옛날에는 1게임당 야투 시도가 이보다 많았고 요즘은 이보다 적으니까, 말하자면 야투 85번은 지난 28시즌 동안의 "표준 게임"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이지요.


80년대 이후의 리그 평균치 

그렇게 만든 것이 아래 표입니다. 수치는 basketball-reference.com를 참조했습니다.
표의 가로폭에 제한이 있어서 주목할 만한 수치만을 실었습니다.

LEAGUE AVERAGES (Per 85 field goal attempts)

Season

FG

FG%

3P

%

3PA

%

3P%

ORB

DRB

TRB

BLK

PTS

1979-80

40.9

0.481

0.73

2.14

2.60

3.05

0.28

14.1

28.0

42.1

4.97

102.5

1980-81

41.3

0.486

0.48

1.39

1.95

2.29

0.25

14.0

27.8

41.8

5.11

103.9

1981-82

41.7

0.491

0.58

1.65

2.20

2.58

0.26

13.8

28.1

41.9

5.17

104.6

1982-83

41.3

0.485

0.51

1.48

2.14

2.52

0.24

14.1

28.1

42.2

5.31

102.9

1983-84

41.8

0.492

0.57

1.63

2.29

2.69

0.25

13.7

27.7

41.4

5.10

105.9

1984-85

41.7

0.491

0.85

2.41

2.99

3.52

0.28

13.7

27.8

41.5

5.07

105.7

1985-86

41.4

0.487

0.90

2.56

3.20

3.77

0.28

13.6

28.2

41.8

5.04

105.7

1986-87

40.8

0.480

1.37

3.89

4.53

5.33

0.30

14.1

28.1

42.1

5.29

105.2

1987-88

40.8

0.480

1.54

4.40

4.84

5.70

0.32

13.8

28.3

42.0

5.22

104.8

1988-89

40.6

0.477

2.02

5.80

6.26

7.36

0.32

13.9

28.1

42.0

5.10

104.3

1989-90

40.5

0.476

2.13

6.12

6.44

7.57

0.33

13.5

28.6

42.1

4.94

104.4

1990-91

40.3

0.474

2.22

6.44

6.97

8.20

0.32

13.6

28.5

42.2

5.12

103.6

1991-92

40.2

0.472

2.46

7.19

7.43

8.74

0.33

14.0

28.5

42.5

5.36

102.5

1992-93

40.2

0.473

2.98

8.58

8.85

10.41

0.34

13.6

29.0

42.7

5.16

104.1

1993-94

39.6

0.466

3.31

9.73

9.96

11.71

0.33

14.0

29.3

43.3

5.27

102.2

1994-95

39.6

0.466

5.72

16.24

15.96

18.78

0.36

13.6

29.7

43.4

5.38

105.8

1995-96

39.3

0.462

6.24

17.76

17.01

20.02

0.37

13.4

30.4

43.7

5.37

105.5

1996-97

38.7

0.455

6.48

18.73

18.00

21.17

0.36

13.6

30.5

44.0

5.27

103.9

1997-98

38.3

0.450

4.68

13.78

13.55

15.94

0.35

13.9

30.4

44.3

5.41

101.9

1998-99

37.2

0.437

4.85

14.61

14.30

16.83

0.34

13.7

31.6

45.3

5.39

99.5

1999-00

38.1

0.449

5.01

14.90

14.19

16.70

0.35

12.9

31.6

44.4

5.37

100.9

2000-01

37.6

0.443

5.11

15.32

14.46

17.01

0.35

12.6

32.1

44.8

5.54

100.0

2001-02

37.8

0.445

5.46

16.40

15.42

18.14

0.35

12.8

31.6

44.3

5.46

99.9

2002-03

37.6

0.442

5.40

16.20

15.45

18.18

0.35

12.7

31.8

44.5

5.27

100.1

2003-04

37.3

0.439

5.52

16.65

15.90

18.70

0.35

12.9

32.1

44.9

5.39

99.5

2004-05

38.0

0.447

5.92

17.28

16.67

19.61

0.36

12.7

31.6

44.3

5.15

102.8

2005-06

38.6

0.454

6.17

17.72

17.19

20.23

0.36

12.0

32.0

44.1

5.05

104.4

2006-07

38.9

0.458

6.48

18.45

18.06

21.25

0.36

11.9

31.9

43.8

4.92

105.3

※ 3P와 3PA 오른쪽의 % 수치는 각각 전체 야투에서 3점슛이 차지하는 비율과 전체 야투 시도에서 3점슛 시도가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이미 말했듯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골밑 때문이지요. 따라서 표를 만들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것은 샷블록 수치였습니다. 과거 리그의 골밑이 지금보다 터프했다면 샷블록 수치가 더 크게 나와야 할 것이라는 가정을 한 것이지요. 하지만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야투 시도 85개를 기준으로 볼 때 리그의 샷블록 수치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신 눈에 띈 것은 공격 리바운드 수의 감소입니다. 1979-80 시즌에는 1 표준 경기당 14.1개였던 것이 지난 시즌에는 11.9개로 2개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2시즌 동안 이 수치가 갑자기 크게 줄어든 점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골밑에서의 몸싸움이 덜 치열해졌다는 어느 정도의 근거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3점슛의 시도와 성공 횟수입니다. 3점 라인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1979-80 시즌에는 표준 경기당 2.60번의 3점을 시도해서 0.73번 성공했었지만, 지난 시즌에는 같은 야투 시도 동안에 18.06번의 3점을 던졌고 그 중 6.5개가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한 시즌 동안 리그의 각 팀이 던진 3점슛의 평균 갯수를 따져보면 1979-80 시즌에는 227회, 지난 시즌에는 1389회입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라지만 참으로 엄청난 증가입니다.

그런데 3점슛의 증가와 인사이드가 관계가 있을까요 ?  잠시 생각해 보면 분명히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격 선수들이 3점슛을 던지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외곽으로 나가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슛이 세 개에 하나 꼴로만 들어간다면 수비수도 외곽으로 나가서 수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페인트존 부근이 비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옛날 경기를 보면 가드들이 3점 라인보다 한두 걸음 안쪽에서 슛을 던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슛이 시대가 지나면서 3점슛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현재의 가드들은 수비할 때 옛날보다 1미터 정도는 골밑에서 멀어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인사이드는 상당히 한산해집니다. 적어도 조던이나 피펜처럼 로포스트에 도움수비를 하러 가는 일이 옛날보다는 힘들어진다는 의미이지요.

하지만 3점슛이 골밑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3점슛을 던지는 것은 가드들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포워드가 던지는 3점, 그 의미

아래 표는 지난 25년 간의 3점슛 시도 갯수와 비율을 포지션별로 나누어 집계한 것입니다. 이미 나와 있는 통계가 없어서 직접 작성한 것이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5년 간격으로 만들습니다. (역시 basketball-reference.com의 수치들을 참조했습니다.)

Season

    Guards

   Forwards

     Centers

Total

3PA

%

3PA

%

3PA

%

1981-82

3405

79.04

767

17.80

136

3.16

4308

1986-87

6482

72.73

2294

25.74

137

1.54

8913

1991-92

11790

69.77

4708

27.86

400

2.37

16898

1996-97

29001

72.61

10503

26.29

439

1.10

39943

2001-02

22536

64.25

12314

35.11

224

0.64

35074

2006-07

26736

64.16

14793

35.50

142

0.34

41671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25년이 지나면서 포워드들의 3점 시도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총 3점 시도 중 35.5퍼센트가 포워드들이 던진 것입니다. 평균을 내자면 한 경기당 한 팀에서 6개 정도의 3점슛을 포워드들이 던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3점을 던지는 것은 주로 스몰포워드이지만 파워포워드 중에서도 3점슛을 즐기는 선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빅맨이 3점을 던지러 외곽으로 나가게 되면 골밑이 비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실제 상황은 표에서 보는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그 이유는 센터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적어도 위에서 참조했던 basketball-reference.com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통계를 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지난 시즌에 이 사이트에서 센터로 분류한 선수는 58명, 포워드는 206명이었습니다. 반면 1981-82 시즌에는 센터는 65명, 포워드는 125명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리그의 팀 숫자가 23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25년 동안 1팀당 거의 센터 1명이 줄어든 것입니다. (2.83명에서 1.93명으로) 당연히 두 명의 빅맨이 모두 포워드인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그 선수들이 3점을 던지러 외곽으로 나가게 되면 골밑이 허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몰포워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스몰포워드가 외곽슛 전문 슈터인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만, 옛날 경기들을 보면 스몰포워드라는 포지션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페인트존을 중심으로 안팎을 오가는 포지션이었습니다. 지금은 2, 3번 포지션을 묶어 스윙맨이라고 부르고, 그러다 보니 3번까지가 백코트인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전통적인 구분에 따르면 백코트는 두 명의 가드만을 가리키는 말이고, 스몰포워드는 파워포워드, 센터와 함께 프론트코트에 속합니다. 80년대의 3번들 중에도 외곽슛에 능한 선수들이 적지 않지만, 당시 경기를 보고 있으면 이런 선수들도 수비시에는 세 번째 빅맨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3번 포지션에 보웬이나 배티에 같은 스윙맨 전담 수비수가 있는 경우도 옛날에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던을 비교적 잘 막던 전문 수비수들(조 듀마스, 크레이그 일로, 제럴드 윌킨스) 중에서 주 포지션이 3번인 선수는 기억나지 않네요.

정리해 보자면, 스몰포워드의 가드화와 빅맨들의 3점 선호 경향으로 인해서 리그의 골밑은 20여년 전에 비해 터프함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요즘 빅맨들의 개인 능력이나 터프함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선수들의 슈팅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게임의 구조 자체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3점슛 거리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은 94년에서 97년까지의 결과로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80년대의 리그에서 수비수들은 (가드이든 센터이든) 페인트존 부근에서 수비를 펼쳤다면, 현재의 리그에서는 페인트존과 3점 라인 사이가 수비 선수의 주 활동 무대가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공간에서 3점을 던지는 선수를 막으러 갈 것이냐 인사이드에 더블팀을 들어갈 것이냐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좋은 외곽 수비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덧붙여 말하자면, 예전에 비해 현재의 리그에서 더블팀 수비의 효력이 줄어든 것도 3점슛의 증가로 인한 것처럼 보입니다. 더블팀을 들어오는 선수가 전보다 골대에서 더 먼 곳에서부터 뛰어들어와야 하고, 따라서 공을 가지고 있는 인사이드의 빅맨에게는 킥아웃할 시간과 여유가 조금 더 생기게 되니까요.


올랜도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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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랜도 이야기로 돌아가 보지요. 지금까지 살펴본 것들을 통해 올랜도의 성공 비결 하나를 추정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시즌과 비교할 때 지난 시즌 올랜도에는 빅맨 하나가 줄어들었지만, 대신 2명의 3점슈터가 늘어났습니다. 루이스의 가세는 물론이고, 3점슛을 거의 던지지 않던 그랜트 힐이 떠난 후 슈팅가드 자리에 들어오는 보건스와 에반스가 모두 준수한 외곽슛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파워포워드는 없지만 수비시에는 대괴수 하워드가 보통 수준의 빅맨 1.5명의 몫을 해 주고 있고, 공격시에는 언제든지 3점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세 명이나 되니 수비가 밖으로 빠지면서 빈 자리가 생기는 인사이드는 하워드의 놀이터가 되는 것입니다. 공격에 능한 빅맨을 두 명씩 데리고 있는 팀이 거의 없는 실정이니, 1.5(하워드)+0.5(히도)+@(루이스)로도 아쉬운 대로 인사이드를 꾸려갈 수 있었던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팀 구성으로는 정규시즌보다 수비가 훨씬 빡빡해지는 플레이오프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난 시즌에 잘 드러났습니다. 레이커스나 클리퍼스, 블레이저스처럼 뛰어난 빅맨 두 명을 가진 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스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밴 건디 감독은 올해 다른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요 ?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범경기만으로 보면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더구나 부상에서 회복되어 활약을 기대했던 배티가 시범경기중에 다시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올랜도는 올해에도 이 변칙 포메이션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급 센터를 가지고도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하는 독특한 팀 구성의 올랜도 매직, 과연 이번 시즌에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요 ?  어찌되었든 간에 리그의 골밑 사정은 옛날과는 다른 것이 사실인 것 같고, 올랜도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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