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정규시즌이 한국시간으로 어제 29일 개막했다.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와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의 경기, 그리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와 신흥강호 포틀랜드의 경기는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며 화려한 팡파레를 울렸다. 반면에 지난 시즌 사이좋게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시카고 불스와 밀워키 벅스의 경기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독 빛을 발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데릭 로즈다. 1.7%의 기적과 함께 시카고와 연을 맺은 로즈는 바로 어제 공식적인 데뷔를 선포했다. 놀라운 것은 스타팅 멤버를 소개하는 인트로 무대였다.

통상적으로 선발 다섯 명중 가장 마지막에 소개되는 선수는 단연코 팀 내 간판스타의 몫이었다. 대어급 신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거물급 신인들은 약체 팀에 입단하기 마련하는 경우가 잦고 팬서비스나 사기진작 차원에서 경력과 상관없이 피날레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 자리를 로즈가 차지했다.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시카고는 아직까지 로즈의 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팀을 이끌어온 선배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시카고의 선택은 이제 막 리그에 발을 내딛은 애송이 가드였다. 시카고 불스의 역대 신인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이 영광을 차지했을지 상상이 가는가?

10년 전의 엘튼 브랜드는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이름을 올린 선수고 그 이전의 사례를 살펴보면 무려 23년을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그렇다. 로즈는 마이클 조던이래 가드 출신으로는 최초로 ‘마지막에 불리는 자’가 된 것이다. 시시콜콜한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카고 출신의 모든 남자 아이들은 유년시절 한번쯤 상상을 해 보았을 일이다. 불스의 홈구장에서 마지막에 호명되는 즐거운 상상을 말이다. 로즈도 그 많은 아이들 중 한명이었고 이제는 그 꿈을 이루었다. 

그가 남긴 첫날 성적표는 아주 뛰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로즈가 남긴 데뷔전의 인상은 그 기대만큼이나 만족스러울만한 것이었다. 시카고 사정상 전술적인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로즈의 존재가치는 상상이상이었다. 아이솔레이션을 고집하며 기어이 자유투를 고집하는 ‘못 먹어도 고’식의 미숙함도 가끔 드러냈지만 그는 빠르게 코트에 적응해 나갔다. 특유의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로 순식간에 2~3명을 바보로 만드는 돌파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페인트 존에 수비를 몰고 외각의 동료에게 킥아웃을 내주는 장면이나 좁은 공간에서 팝아웃 하는 스크리너에게 적시에 내주는 킬패스는 본연의 임무인 포인트가드로서의 자질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윅 사이드의 오픈 동료를 찾아내는 시야도 뛰어나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로즈의 이타적인 마인드는 시카고가 바라던 요소이자 청사진이다.

콧대가 제법 높을 만도 한 이 신인선수 한명이 팀을 휘두르며 승패를 좌지우지 하는 독불장군식의 시나리오는 올 시즌 시카고에게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다. 첫 번째 프로경기를 마친 로즈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흥분 된다. 실수할까봐 걱정도 들었다”며 운을 뗀 뒤 “내 고향에서 NBA 선수로 뛰고 있다. 이보다 더 한 행운은 없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적장이었던 마이클 레드는 “정말 성숙한 신인이다. 로즈는 굉장한 선수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 막 한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 81경기의 험난한 일정이 남았지만 분명한 것은 로즈의 인상 깊은 데뷔전은 시카고의 팬들과 팀원들, 그리고 관계자의 가슴에 한줄 기 빛을 내려주었다는 것이다. 신인왕과 팀의 성공적인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뛰어(www.ddueh.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