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COLUMNS/SPECIAL 2008. 11. 28. 05:01

2008-09 NBA 체크포인트 No.3 - 유럽행 트렌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트렌드로 자리 잡은 NBA 선수들의 유럽행

사회/정리
- jeffrey23
참여 - Dream Time, heltant79, Point Gu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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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일러스트레이트 - 박동춘 작가(http://parkdc7.tistory.com)



jeffrey23
_ AC 밀란의 코비나 FC 바르셀로나의 르브론은 어떠한가? 축구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농구리그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 NBA에 불어 닥친 유럽행 열풍은 이러한 터무니없는 상상도 가능하게 하였다. NBA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유럽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어쩌면 코비는 그의 영웅인 메시와 함께 매일 밤 맥주잔을 기울이는 즐거운 상상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Point Guard_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만약 이런 일이 만연하게 된다면 어차피 유망주들을 유럽에 뺏기느니 다시 고졸 신인들의 리그 직행 데뷔를 허가할 지도 모를 일이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자국무대인 NCAA에서 기본기를 다지며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NCAA에 데뷔해야할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만한 대목이다.

heltant79_ 유럽진출 트렌드보 흥미롭지만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NBA 총재 데이빗 스턴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더 기대된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떠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막힘없는 그의 언변술과 사업수완은 오늘날의 NBA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Dream Time_ 과거에도 있어왔던 일이지만 어느 정도의 네임밸류를 지닌 선수들의 이동이라 유독 시끄러웠던 해인 것 같다. NBA의 굵직한 스타들을 표적으로 노골적인 영입의사를 밝혀온 유럽 팀들의 행보는 두고 볼 일이지만 당장에 현실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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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UEH
_ 칠드레스의 유럽행과 올림픽 기간 동안 불거져 나온 유럽 팀들의 르브론/코비 영입설로 NBA 선수들의 유럽행이 큰 이슈가 되었다. NBA 선수들의 유럽행은 대략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미국 출신 NBA 베테랑 선수가 기량이 감퇴하면서 NBA 팀과 계약을 맺지 못하고 유럽행을 택하는 경우다. 과거에는 도미니크 윌킨스도 커리어 황혼기에 그리스에서 뛴 경험이 있으며(물론 이후 복귀했지만) NBA 복귀를 노리던 스카티 피펜이나 숀 켐프도 유럽행을 택해야 했다. KBL에서도 루 로나 단테 존스, 아도니스 조던같이 NBA를 경험한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단신 가드 얼 보이킨스가 NBA 팀과 계약을 맺지 못하고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이런 종류의 유럽행은 옛날에도 있었으므로 큰 이슈거리는 되지 못한다.

두 번째 유형은 미국 출신의 젊은 NBA 선수들의 유럽행이다. 아래 소개 할 네 번째 유형과는 달리 기량미달로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성하는 경우다. 드래프트 신청 후에 지명을 못 받는 경우나 웨이브 공시를 받고 타 구단과도 재계약 실패하는 상황이 그에 속한다.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내며 NBA 재입성에 성공하는 이도 있었지만 선수생활을 마칠 때까지 유럽을 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유럽리그에서 조차 자리를 잡지 못하고 조기은퇴를 선수도 있었다. 시카고 불스 2차 왕조시절의 제이슨 캐피를 기억하는가? 캐피의 이름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벤치 에너자이저로서 매년 발전을 거듭했던 유망한 포워드였다. 현재 보스턴에서 활약하는 리온 포우 정도의 역할을 수행했던 캐피는 시카고 왕조의 해체와 함께 골든스테이트와 밀워키를 전전했지만 이렇다할만한 활약도 없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했다. 그는 결국 NBA에 돌아오지 못했고 이와 같은 일은 오늘날도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세 번째 유형은 유럽 출신 NBA 선수가 기량 저하나 문화적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럽으로 유턴하는 경우다. 지난 시즌 듀얼가드로 멤피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나 토론토에서 유망주로 평가받던 호르헤 가르바호사는 NBA의 타이트한 스케줄에 불만을 표하며 유럽으로 돌아갔다. 뉴저지 소속이던 보스천 나크바와 네나드 크리스티치도 자신의 롤이 줄어들자 러시라 팀과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유럽으로 돌아가도 충분히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과거 같으면 유럽과 NBA의 연봉 수준이 굉장히 차이가 났고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수준도 차이가 났기 때문에 웬만하면 NBA에 남았으나 오늘날에는 서슴없이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마지막의 유형이 이번 주제의 골자로, 미국 출신이면서도 아직 커리어가 창창한 NBA 선수가 소속팀과의 계약 불발로 유럽으로 떠나는 경우다. 칠드레스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뉴올리언즈의 자네로 파고 역시 전 시즌 NBA에서 받은 돈의 두 배 이상을 받고 러시아로 이적했다. 이들은 단순히 명목상 연봉만 높아진 게 아니라 연봉 자체가 세후 연봉이라 실질 연봉이 NBA 시절에 비해 훨씬 많아졌고, 유럽 리그는 경기수가 적기 때문에 경기당 받는 돈으로 계산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은 것이다. 이들 유형 선수의 또다른 특징은 언제든지 NBA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칠드레스는 계약 시 매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들 유형 중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NBA 선수들의 유럽행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칠드레스를 데려갈 정도면 나중에는 르브론이나 코비를 데려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NBA를 대표할 슈퍼스타급 선수는 유럽행을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연봉을 뛰어넘는 스폰서십을 미국에 있는 조건으로 받고 있고, 아직도 NBA와 유럽 리그의 수준차가 존재하는 이상 유럽에서 돌아왔을 때 예전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드레벨 언저리 등급의 선수들에게는 유럽행이 충분히 유인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팀들의 NBA에 대한 구애가 NBA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은 앞으로 NBA 팀들이 유망주와 재계약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NBA만큼 선수들을 대우해줄 수 있는 다른 리그가 없었으므로, 계약에 이견을 보일 때 시간이 지날수록 소속팀에 유리했다. 소속팀이 줄 수 있는 금액 이상을 준다는 NBA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선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소속팀에 백기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들에게도 '유럽행'이라는 무기가 생겼다. 실제로 애틀랜타는 과거 제이슨 테리를 상대로 기다리기 작전을 써 재계약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지만, 올해의 칠드레스는 유럽행을 선택해버렸다. 이렇게 선수들의 입장이 강해지면 샐러리 인플레가 생길 수도 있고 몇몇 팀들은 재정상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결국 이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유럽으로 진출한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지, 또 유럽 팀들도 NBA 리거의 영입으로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가 향후 선수 이동에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유로리그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적극적인 교류활동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NBA선수들의 소규모 이동은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NBA 탑 플레이어들의 이적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격차의 차이는 줄었지만 아직 NBA는 세계 최고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칠드레스 같이 젊고 유망한 FA가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이슈거리지만 전미 고교 최고 레벨의 유망주로 손꼽히며 애리조나 대학에 리쿠르팅 되었던 브랜든 제닝스의 유럽행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다. NBA의 젊은 FA들, 혹은 데뷔를 앞둔 선수들이 유럽으로 건너간 사례는 간혹 있었으나 전미 최고의 고교 유망주가 NCAA 무대가 아닌 유럽 프로 리그로 건너간 사례는 그야말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제닝스는 이탈리아의 로또마티카 로마와 계약을 맺었다. 이와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SAT 점수의 부족으로 1년 이상 NBA 데뷔가 늦춰질 수 있었다는 점과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가 그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제닝스의 사연이야 둘째치더라도 중요한 것은 전미 탑 고교 유망주가 NCAA를 거부하고 유럽 프로 리그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만약 제닝스가 유럽 프로 리그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NBA는 더 이상 고졸 신인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프로가 되고 싶은 어린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NCAA에서의 1년을 보내야한다. 그렉 오든, 데릭 로즈, 마이클 비즐리, O.J. 메이요는 고등학교를 거쳐 할 수 없이 NCAA 무대에서 1년을 활약한 뒤 리그에 데뷔했다. 이런 지금 제닝스가 유럽에서 준수한 1년을 보내고 이 후 나이 제한 규정에서 자유로워지며 NBA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된다면 어떠할까? 제2, 제3의 제닝스는 분명 등장할 것이다.

엄격한 아마추어 룰에 묶여 스폰서 계약도 맺을 수 없고 멋진 CF를 찍을 수도 없는 NCAA 선수를 원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럽 리그에서 돈을 받고 1~2년의 시간을 플레이한 후 NBA로 리턴하는 시나리오는 어떠한가? 프로가 되길 원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너무도 매력적인 루트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제닝스가 유럽에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가 성공적인 1년을 보내고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된다면 미국 내 수많은 고교 유망주들이 유럽으로 시선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 제닝스 케이스는 과연 선구자로 기억될까, 아니면 하나의 작은 해프닝으로 기억될까?

만약 자국 선수들의 유럽행이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경우, 데이비드 스턴 총재가 의외의 수를 둘 수도 있다. 바로 NBA 유로리그 창설이다. 이것은 스턴 총재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계획으로, 유럽 리그를 NBA로 흡수하여 유럽의 농구시장을 NBA가 장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NBA 선수들의 유럽 유출이 계속되면 유럽 리그의 수준 자체가 높아져 NBA가 일방적으로 흡수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으므로, 만약 그럴 기미가 보일 경우 스턴 총재는 유럽 리그가 더 크기 전에 아예 흡수해버리는 전략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대서양을 넘나드는 초거대 프로 스포츠 리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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