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크리스 폴의 활약이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앤퍼니 하더웨이 이 후 이렇게나 번뜩이는 센스를 보여주는 포인트 가드는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작은 키로 인간 장대 숲을 헤치고 다니며 상대 수비진을 와해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그런 폴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그는 레지 밀러처럼 단 한 팀만을 위해 플레이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위대한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로 손꼽힌다. 그의 컴백은 마이클 조던처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

"불꽃 선즈"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피닉스=공격" 이라는 공식을 처음 성립한 선수. 제이슨 키드, 스티브 내쉬가 활약하기 이전에 이미 피닉스의 돌격 대장으로 적진을 누비던 포인트 가드.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하킴 올라주원에게 6-1 이라는 작은 키로 인 유어 페이스 덩크슛을 작렬시킨 선수. 그리고 얼마 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무렵, 새크라멘토 역사상 최초의 흑인 시장으로 등극한 선수.

이번에 만나볼 '그 때 그 선수'는 바로 케빈 존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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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그리고 트레이드

1987년 NBA 드래프트. 당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1라운드 7번 픽을 가지고 있었다.
앞서 5, 6번 순위로 훗날 전설이 될 스카티 피펜과 케니 스미스의 이름이 호명된 직후, 클리블랜드의 팬들과 전문가들은 팀이 취약 포지션인 스몰 포워드의 선수를 호명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고의 적임자로 앨라배마 출신의 데릭 맥키가 손꼽혔고 아직 그는 어느 팀에게도 지명되지 않은채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이 지나고, NBA 커미셔너 데이비드 스턴이 단상으로 올라와 입을 열었다.
"1987년 NBA 드래프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케빈 존슨을 지명했습니다."

순간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고, 클리블랜드 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드래프트 중계진들도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클리블랜드에는 이미 지난 드래프트에서 두 명의 공격형 가드를 선발했었기 때문이다. 바로 1년 전 1라운더 신인으로 영입했던 론 하퍼는 평균 22.9득점을 기록하며 신인왕 투표 2위를 차지했고, 2라운더 신인이던 마크 프라이스 역시 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었다.

1년 앞서 MLB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유격수로 지명되기도 했던 만능 스포츠맨이었으나 과감히 농구의 길을 선택한 존슨의 리그 데뷔는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1라운드 2번의 지명권으로 아몬 길리엄을 선발했던 피닉스 선즈는 야유를 받으며 클리블랜드의 모자를 받아든 작은 선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 지켜보기는 한 것일까? 훗날 피닉스의 전설이 될 그 선수의 등장을 말이다.

그렇게 데뷔한 존슨은 모두의 예상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프라이스의 눈부신 성장은 존슨의 입지를 좁게만 만들었다. 신인으로써 준수한 활약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좀처럼 그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클리블랜드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커리어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포인트 가드의 부재로 힘들어하던 피닉스 선즈가 부상으로 신음하던 스타플레이어 래리 낸스에 마이크 샌더스를 패키지로 클리블랜드의 케빈 존슨, 타이론 코빈, 마크 웨스트와의 2 : 3 트레이드에 합의했던 것이다. 신인 시즌을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게 된 존슨은 피닉스에서 눈부신 비상을 시작한다. 이적과 동시에 팀의 주전 가드 자리를 꿰찬 그는 연일 맹활약을 펼쳤고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불꽃 선즈의 돌격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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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작된 두 번째 커리어 1988-89 시즌. 존슨은 81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하며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시즌 평균 20.4 득점, 12.2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전까지 단 세 명만이 성공했던 '20-10 슈퍼 포인트 가드' 패밀리의 일원이 된 것이다. 존슨 이전에 시즌 평균 20득점-10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세 명의 선수들은 오스카 로버트슨, 매직 존슨, 아이재이아 토마스였다.
2008년 11월 현재까지도 시즌 평균 20득점-10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는 단 다섯 명뿐이다. 존슨 이 후 팀 하더웨이(1991-92, 1992-93)와 크리스 폴(2007-08)만이 20-10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단연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존슨은 당당히 MIP(최고 기량 발전상)을 수상하며 NBA 세컨드 팀에 이름을 올렸고, MVP 투표에서도 8위에 이름을 올리며 당당히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기 시작했다. 이어진 1989-90, 1990-91 시즌에서도 연속으로 평균 20득점-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로버트슨, 토마스와 함께 리그 역사상 단 세 명뿐인 '세 시즌 연속 20-10에 성공한 선수'로 기록 되었다.

존슨의 20-10 기록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앞서 말했듯이 세 시즌 연속 20-10을 달성했고, 1989-90 시즌에는 매직 존슨과 더불어 유이하게 50+%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한 20-10 멤버가 되었으며 (50.5%), 1990-91 시즌에는 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20-10을 달성하는 동시에 2개 이상의 스틸을 기록한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2.1개)
(훗날 2007-08 시즌의 크리스 폴이 20-10과 함께 2.7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존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런 존슨의 눈부신 성장과 함께 피닉스의 성적도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존슨을 영입한 이 후 28승을 기록하던 팀은 단숨에 55승을 기록하며 전년도 대비 +27 승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던 팀이 곧바로 2년 연속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불꽃 선즈"로 일컬어지며 런앤건을 주 무기로 하는 리그 최고의 공격 팀으로 거듭난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존슨이 처음 피닉스에 합류하던 1987-88 시즌 당시, 팀은 평균 107점을 득점하며 팀득점 부문 리그 1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나 바로 이듬해인 1988-89 시즌에 평균 113.1점을 득점하며 단숨에 리그 2위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공격 팀으로 거듭났다. 그 중심에 케빈 존슨이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존슨의 공격은 오직 "돌파"였다. 그의 커리어 통산 3점슛 성공률은 30.5%에 그칠 만큼 정교한 외곽 슛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겐 리그 역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돌파 능력이 있었다. 지금도 그의 돌파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는 팬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현란한 드리블링과 번개와도 같았던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전장과도 같았던 골밑을 향해 돌격하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작은 체구의 존슨은 몇 번이고 넘어지고 넘어지면서도 돌파를 감행했고, 이는 곧 득점으로 이어졌다.

평균 1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던 만큼 그는 훌륭한 패서이기도 했다. 상대 수비진을 완벽히 농락하는 돌파를 성공시킨 뒤 킥아웃 패스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룩 패스, 비하인드 백패스 같은 고난이도 패스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운동 능력 역시 엄청난 것이어서 리그 최고의 스피드와 순발력을 자랑했고, 고무공 같은 탄력을 뽐내며 상대팀의 장신 센터들을 앞에 두고 폭발적인 덩크슛을 터뜨리기도 했다.

훌륭한 플레이메이커이기도 했던 존슨은 수비수로써도 훌륭한 선수였다. 상대팀 가드들은 빠른 발과 엄청난 활동량을 앞세운 존슨의 프레싱에 곤욕을 치르곤 했다. 퍼리미터 디펜스 능력도 준수해서 상대 선수의 외곽 슛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으며 패싱레인을 자르는 가로채기 능력도 훌륭했다. 작은 키에 비해 훌륭한 리바운더이기도 했다.

돌파를 시도할 때면 시선을 아래로 향하는 버릇이 있어 코트 비전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전성기의 존슨이 보여주던 돌파는 그런 것쯤은 가볍게 상쇄하고도 남을 위력을 가진 것이었다.

그가 가진 문제는 외곽슛 능력과 기복이 있었던 득점력, 그리고 부상뿐이었다. 특히 작은 체구를 이끌고 인간 장대 숲을 향해 돌격하고 돌격하던 플레이 스타일 탓에 크고 작은 부상은 언제나 그를 괴롭혔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부족한 외곽슛 능력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만약 존슨에게 예리한 외곽슛 능력이 있었다면 그의 커리어가 조금은 더 길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빛과 그림자

피닉스는 존슨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서부 컨퍼런스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챔피언십을 노리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1992-93 시즌을 앞둔 피닉스는 엄청난 결단을 내린다. 새로운 사령탑으로 폴 웨스트폴 감독을 선임함과 동시에 팀의 스코어링 리더였던 제프 호너섹, 스타팅 빅맨이었던 팀 페리와 앤드류 랭을 트레이드 패키지로 하여 필라델피아의 찰스 바클리와 3:1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물론 바클리가 엄청난 스타플레이어이긴 했으나,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던 세 선수와 단 한 명의 선수를 트레이드 시킨 것은 당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이 엄청난 도박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팀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62승 20패를 기록, 정규 시즌 우승팀이 되었고 바클리는 피닉스가 NBA에 가입한 이 후 최초의 MVP 수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피닉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존슨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데뷔 이 후 가장 많은 결장을 기록해야 했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인해 잦은 결장을 계속해야 했고, 이는 결국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히던 부상 악몽의 시작이 되었다.
(이 후 그는 1996-97 시즌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70경기 이상 출장하지 못한다.)
더해서 1993년 3월 23일 뉴욕과의 경기에서 언쟁을 일으켜 두 경기 출장 정지를 당하기도 하는가 하면, 팀의 중심이 자신에게서 바클리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존슨은 진정한 팀플레이어였고 누구보다 강한 선수였다. 그는 조금도 팀에 불만을 갖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되레 조금씩 다가오는 챔피언십 트로피를 향한 각오를 다질 뿐이었다.
피닉스의 기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됐다. 1라운드에서 레이커스를 맞아 3-2로 승리한 그들은, 2라운드에서 샌안토니오를 상대로 4-2의 승리를 기록했고,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시애틀을 만나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꿈에 그리던 파이널 진출에 성공한다. 그들의 마지막 상대는 그 어마어마한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당시 바클리와 조던의 격돌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두 팀은 연일 혈전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존슨은 꿈에 그리던 파이널 무대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파이널 6게임을 치루는 동안 존슨의 평균 필드골 성공률은 시즌 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42%에 머물렀고 평균 17.1 득점, 3 리바운드, 6.5 어시스트와 함께 4.3 개의 턴오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992-93 시즌 당시 부진하다는 평을 듣던 존슨의 정규 시즌 기록이 16.1 득점, 2.1 리바운드, 7.8어시스트, 3.1 턴오버, 필드골 성공률 49.9% 였음을 감안해본다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팬들의 야유를 사게 된 것은 파이널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흔히 1993년 파이널은 시카고 존 팩슨의 역전 3점슛과 함께 끝이 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뒤에 아주 조금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다.
팩슨의 역전 슛이 성공되고 나서도 경기 종료까지는 3.9초가 더 남아있었다. 타임아웃 이 후 하프 라인에서 공격을 시도한 피닉스의 선택은 케빈 존슨이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존슨의 돌파를 믿은 것이다. 파울로 슛을 끊어버린다 하더라도 걱정 없었다. 존슨은 정확한 자유투 슈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 내내 1득점 7리바운드를 잡는데 그쳤던 호레이스 그랜트가 존슨의 공을 블록한 것이다. 존슨은 슛을 제대로 시도해보기도 전에 공을 빼앗겨 버렸고 피닉스의 시즌은 그대로 종료되고 말았다.

팬들은 존슨을 향해 커다란 야유를 보냈다. 바클리는 "존슨을 욕하는 이들은 팬이 될 자격이 없다. 존슨이 없었다면 우리는 파이널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라며 존슨을 옹호했지만 결국 그 이 후 바클리도, 존슨도 다시는 파이널 무대를 밟지 못했다.


조용히 돌아서다

아쉬운 파이널을 뒤로 하고 맞이한 1993-94 시즌. 마이클 조던의 은퇴와 함께 춘추 전국 시대가 열렸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단연 전년도 준우승 팀 피닉스.
비록 그들은 2년 연속 휴스턴의 벽에 가로막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빈 존슨은 지난 파이널의 부진을 씻어내며 1993-94 시즌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994년 여름에는 드림팀 2의 일원으로 세계 농구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마지막으로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상이었다.

1996-97 시즌을 앞두고, 더 이상 피닉스에서 우승을 노릴 수 없음을 직감한 바클리는 휴스턴으로 떠나갔다. 존슨은 다시 한 번 팀의 중심이 되어 평균 20.1 득점, 9.3 어시스트를 기록,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지만 이듬해인 1997-98 시즌을 부상으로 인해 50경기에 출장하는 것에 그치며 쓸쓸히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피닉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샌안토니오에게 패배하며 시즌을 마감했고, 팀의 중심은 댈러스에서 이적해온 제이슨 키드의 몫이었다.


불타는 석양

새로운 밀레니엄을 여는 1999-2000 시즌, 피닉스는 올랜도로부터 슈퍼스타 앤퍼니 하더웨이를 영입하며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했다. 특히 당시 키드와 하더웨이의 만남은 "백코트 2000" 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두 선수가 번갈아가며 잦은 부상에 시달리느라 그들의 조합을 자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가 함께 했던 42경기에서 무려 30승을 거두며 7할대의 승률을 기록,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그러던 2000년 3월 22일. 새크라멘토와의 경기에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키드가 부상을 당하며 남은 정규 시즌을 포기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남은 잔여 시즌 경기는 무려 15경기에 달했다. 하더웨이와 콤비를 이룰 주전 포인트 가드는 고사하고 백업 자원조차 부족했던 피닉스에겐 작지 않은 위기였다.

이 때 조용히 나타난 선수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2년 전에 은퇴를 선언했던 케빈 존슨이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홀연히 컴백한 그는 남은 15경기 중 6경기에 출장하며 6.7 득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비록 전성기와 같은 모습을 보여 주진 못했지만, 팀의 전설과도 같은 그의 합류는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이 후 플레이오프에서는 키드의 복귀로 경기당 3분여의 시간만을 출장할 수 있었고, 훗날 결국 우승을 차지한 레이커스에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패배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종료 후, 다시 한 번 피닉스를 위해 뛰어주길 원하는 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조용히 두 번째 은퇴를 선언하며 영원히 코트를 떠났다.


영원한 피닉스의 태양 KJ

두 번째 은퇴 직 후인 2000-01 시즌. 피닉스는 존슨의 고향 팀인 새크라멘토와의 경기가 열린 2001년 3월 7일, 그의 영구 결번식 행사를 가졌다. 얄궂게도 당일 경기에서 피닉스는 크리스 웨버에게 무려 41점을 내어주며 89-100 으로 대패했는데, 도무지 존슨과 피닉스의 궁합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클리블랜드에서 가려있던 존슨이 피닉스로 이적하며 화려하게 비상한 것을 보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것 같지만, 정작 팀이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을 때 존슨이 극악의 부진을 보인 것이나 영구 결번식 행사를 가진 날에 팀이 대패하는 등 묘하게 어긋나고 있는 것도 같다.

은퇴 직 후인 2000-01 시즌에 NBA on NBC 중계 진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존슨은, 이 후 자신의 재단을 설립하여 청소년들의 교육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자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정계에도 진출해 얼마 전 새크라멘토 사상 최초의 흑인 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코트 밖에서도 열정적인 그의 '돌파'는 계속 되고 있는 셈이다.

화려한 돌파로 대표되는 자신의 플레이처럼 짧지만 강렬한 커리어를 보낸 케빈 존슨. 수상 경력이라고는 MIP 트로피가 전부인 그이기에, 어쩌면 코트 위 그의 모습이 조금은 빠르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그의 모습을 또렷하게 간직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꽃 선즈"의 초대 돌격 대장이 코트를 질주하던 모습을 말이다.


Kevin Johnson (1988-199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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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통산 1051경기 출장(727선발)
평균 17.9득점, 3.3리바운드, 9.1어시스트, 34.1분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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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S/일반 뉴스 2008. 11. 7. 18:22

브랜든 로이 결승골, 휴스턴 2연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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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올스타 가드 브랜든 로이의 날이었다. 포틀랜드는 7일(이하 한국시간) 로즈가든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로이의 막판 결승골에 힘입어 101-99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4쿼터 한때 신인 루디 페르난데즈의 맹공으로 두 자리 점수 차의 리드를 이어갔던 포틀랜드는 막판 9점을 집중시킨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의 뒷심을 막아내지 못해 결국 연장전을 맞이했다. 4쿼터 종료직전 로이의 볼을 가로채며 포틀랜드의 기회를 무산시킨 아테스트의 공도 컸다.

연장전에 들어서 침묵하던 양 팀의 주포들이 살아난 것은 경기 종료가 1분도 채 남지 않은 박빙의 승부처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맥그레이디였다. 맥그레이디는 94-94 동점상황에서 황금 같은 점프슛을 성공시키며 살얼음판 분위기를 종결시키는 듯 했다. 

하지만 포틀랜드의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슈팅 파울로 얻은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연장 종료 10초전. 휴스턴은 예상대로 해결사 맥그레이디가 마지막 공을 잡았지만 회심의 점프슛이 림을 외면하였다.

포틀랜드는 타임아웃 없이 곧바로 공격을 전개하였고 그 선택은 옳았다. 수비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휴스턴은 종료 1초전 로이에게 뼈아픈 페이드어웨이 슛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다.

절체절명에 몰린 휴스턴은 작전 타임을 요청하였고 왼쪽 베이스라인에서 야오밍의 턴어라운드 슛이 적중하며 다시 한 번 기사회생 하였다. 로이의 슈팅파울로 얻은 보너스 자유투마저 성공시키자 휴스턴은 승리를 확신했고 남은 시간은 불과 0.8초로 포틀랜드의 기회는 없어보였다.

마지막 작전타임을 소진한 포틀랜드는 인바운드 패스로 기회를 엿보던 로이에게 결정권을 주었다. 스크린을 이용하여 마크맨을 떨쳐낸 로이는 인바운드 패스를 받아 곧바로 기대에 부응하였다. 9미터에 달하는 짜릿한 장거리포를 적중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야오밍에게 파울을 저질렀을 때 정말 실망했고 블레이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고 운을 뗀 로이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쇼였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로서 포틀랜드는 2승 3패로 노스웨스트 디비전 2위에 오르게 됐다. 반면에 개막 이후 3연승을 달리던 휴스턴은 연패의 늪에 빠지며 뉴올리언즈 호네츠에 디비전 1위를 내주고 말았다.

한편 동부 컨퍼런스에서는 올랜도 매직이 주전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필라델피아 76ers를 꺾고 3연승을 질주하였다.

7일 NBA 전적
필라델피아 88-98 올랜도
휴스턴 99-101 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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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매버릭스가 5일(이하 한국시간) AT&T센터에서 열린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8-81로 압승을 거두었다. 이로서 댈러스는 2승 2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에 복귀했고 샌안토니오는 개막전 이후 3연패의 악몽에 빠져들었다.

독일 병정 덕 노비츠키는 팀 내 최다 득점인 30점을 올리며 모처럼 이름값을 해냈다. 주전가드 제이슨 테리도 29점의 만점활약을 펼치며 벤치멤버들의 부진을 만회하는데 일조했다.

초반 분위기는 1쿼터에만 8점을 몰아넣은 올스타 포워드 조쉬 하워드가 주도했다. 반면에 간판스타 토니 파커가 침묵한 샌안토니오는 이렇다할만한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며 경기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샌안토니오는 2쿼터 들어 파커의 적극적인 득점가담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7분여간 파커가 9점을 집중시키는 동안 나머지 팀원들이 무득점에 묶이며 뼈아픈 공격옵션의 한계를 절감했다. 마누 지노빌리의 부재로 인한 문제점들이 여실하게 들어난 것이다. 댈러스는 생기를 잃은 샌안토니오에 뭇매를 가했다. 주포 노비츠키와 테리는 내 외각에서 불을 뿜으며 일찌감치 샌안토니오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전반전을 18점차로 마친 댈러스의 맹공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샌안토니오는 간판스타 팀 던컨(19점 15리바운드)이 살아나는 기미가 보였지만 한 번 기운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4쿼터 한때 조지 힐과 데스먼 파머 등 벤치멤버의 선전으로 점수 차는 한자리 수까지 좁혀졌지만 선발선수를 풀가동한 댈러스의 확인사살 앞에 결국 고배를 마셨다.

노장 제이슨 키드는 9점 8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 방위에서 건재를 과시하였다. 노비츠키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팀원들과 미팅자리를 가졌고, 다시금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우리의 리듬을 되찾은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샌안토니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댈러스는 오늘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며 승리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것이 패인”이라며 패배를 시인했다.

한편 레이 알렌이 이끈 보스턴은 난적 휴스턴에 신승을 거두며 지난 인디애나전의 악몽을 지웠다.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는 26점으로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피닉스 선즈는 간판스타 스티브 내쉬의 더블더블 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달렸다. 피닉스는 무려 7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5일 NBA전적
피닉스 114-86 뉴저지
보스턴 103-99 휴스턴
댈러스 98-81 샌안토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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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축포 연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08-09 NBA시즌에 일대 큰 폭풍이 일었다. 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덴버 너게츠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블록버스터 급 트레이드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는 디트로이트의 올스타 가드 첸시 빌럽스와 안토니오 맥다이스, 덴버의 알렌 아이버슨이다. 팀의 기둥이자 리그를 흔들었던 두 사나이가 도마 위에 올랐으니 농구관계자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레이드 절차는 농구협회에 의해 확인되었지만 아직 양 구단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았다. 때문에 여러 가지 추측이 벌써부터 난무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덴버의 한 측근은 “맥다이스는 덴버 유니폼을 절대로 입지 않을 것”이라 밝히며 “은퇴도 불사 할 것”이라 내다봤다. ESPN의 관계자는 바이아웃 이후에 다시 친정팀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하며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로서 아이버슨은 프로데뷔 후 세 번째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 아이러니 한 것은 지난 2005년 당시 트레이드 루머에 휩싸였을 때 물망에 올랐던 팀 중 디트로이트가 유력했다는 점이다. 전 스승인 래리 브라운은 우여곡절 끝에 디트로이트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이제는 아이버슨에게 바톤이 쥐어졌다.

지난 2000-01시즌 당시 정규시즌 MVP와 득점왕을 휩쓸며 생애 최고의 한해를 보낸 아이버슨은 183cm의 단신을 극복하며 득점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격언을 남기며 오랜 시간 리그를 호령해온 그는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정든 필라델피아를 떠나 덴버의 카멜로 앤써니와 함께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를 결성하였지만 기대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팀의 미래에 포함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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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시 빌럽스도 얄궃은 운명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였다. 2003-04시즌 우승의 주역이자 수년간 팀의 리더로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빌럽스가 올 여름 구단이 꺼낸 개혁의 칼날에 희생될 줄은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맥다이스 역시 이번 덴버 행을 달가워 하지 않아 이번 트레이드가 과연 ‘윈윈 트레이드‘로 이어질지는 좀 더 관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럽스와 맥다이스는 덴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빌럽스는 콜로라도 대학시절을 거쳐 NBA 입문 후 두 시즌을 덴버에서 보낸 바 있고 맥다이스에게는 데뷔 팀이자 개인적인 전성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년 하위 팀이었던 지난날의 기억과 부상으로 점철된 과거가 이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과연 이번 트레이드로 리그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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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S/HELTANT79 2008. 11. 4. 01:32

클리블랜드 1주차 결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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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2008~09 시즌이 막을 열었다. 10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보스턴과의 개막전에서 5점차 석패를 당한 클리블랜드는 30일 샬럿과의 홈 개막전에서 96-79의 낙승을 거뒀고, 11월 1일 뉴올리언즈 원정에서 4쿼터에 난조를 보이며 패배, 시즌 첫 주를 1승 2패로 마쳤다. 세 경기를 통해 나타난 클리블랜드의 전력과 선수별 활약을 살펴본다.


3쿼터 부진의 해법은?

클리블랜드는 지난 주의 첫 두 경기에서 최근 몇년동안 지적받아온 3쿼터 난조를 변함없이 겪어야 했다. 개막전에서는 디펜딩 챔프 보스턴에게 7점을 앞선 채로 전반을 끝냈으나 3쿼터에 13-24로 밀리며 리드를 내줬고, 샬럿과의 홈 개막전에서는 전반을 17점차로 앞서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3쿼터 한때 5점차까지 쫓기는 등 유독 3쿼터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클리블랜드에게 이런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에도 전반을 잘 마치고도 3쿼터에 난조를 보이며 힘든 경기를 자초한 경기가 많았다. 2006~07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는 6경기 중 클리블랜드가 3쿼터를 리드한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고 나머지 다섯 경기에서는 평균 7점차의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클리블랜드의 3쿼터 난조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스스로 무너진다는 특징이 있다. 잘 짜여진 하프코트 공격을 주로 쓰는 팀이 갑자기 리듬을 잃으며 전혀 계획되지 않은 배드샷을 던지고, 수비시에도 상대에게 빠른 공격을 허용하며 쉽게 실점한다. 르브론 제임스가 가장 많은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는 2쿼터에도 보이지 않는 모습을 3쿼터에 보이는 것이다. 우승을 노리는 팀에게 경기력이 심한 기복을 보이는 시간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클리블랜드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3쿼터 부진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르브론의 출장시간

르브론은 첫 주 3 경기에서 평균 34분을 출장했다. 40분 넘게 출장하며 경기의 모든 순간에 관여하던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시간을 소화한 셈이다. 홈 개막전이었던 샬럿전에서는 출장시간이 30분에 불과했으며 가장 많이 뛴 뉴올리언즈전에서도 37분만 뛰었다.

르브론이 이렇게 적은 시간을 출장한 것은 마이크 브라운 감독의 결정 때문이다. 브라운 감독은 지난 3년간 대표팀 일정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르브론의 체력 안배를 위해 이번 시즌은 르브론의 출장시간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르브론의 출장시간은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서도 다소 제한받을 전망이다. 그럴 경우 르브론이 벤치에 있을 때 얼마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클리블랜드는 첫 3경기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새로 영입한 모리스 윌리암스 덕분이었다.

윌리암스의 가치는 샬럿전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3쿼터 난조로 5점차까지 따라잡히며 르브론까지 벤치로 물러난 상황. 지난 시즌 같으면 구심점을 잃으며 급격히 무너졌겠지만, 윌리암스가 팀 공격을 이끈 클리블랜드는 멋지게 위기를 타개했다. 윌리암스는 펠튼에게 파울을 얻어내며 주도권을 찾아왔고 곧바로 득점에 성공해 점수차를 벌렸다. 4쿼터 초반에는 3점슛과 연속 어시스트로 10점차 이상으로 달아났고, 르브론이 코트에 돌아온 클리블랜드는 손쉽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윌리암스가 활약하는 동안 르브론은 7분 30초 동안이나 안심하고 쉴 수 있었다.

윌리암스가 앞으로도 세컨옵션으로 제 역할을 해준다면 르브론의 출장시간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선발 슈팅가드는?

클리블랜드는 당초 선발 슈팅가드로 사샤 파블로비치를 출장시킬 예정이었으나, 파블로비치가 선발로 뛸 정도의 컨디션을 만들지 못하자 딜론테 웨스트를 선발로 내세웠다. 현재까지 웨스트 선발 기용은 그리 성공적인 결과라 볼 수는 없다. 선발 라인업의 스피드를 올려주기는 했지만 현재 클리블랜드에서 팀 오펜스를 짜고 리딩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윌리암스, 웨스트, 르브론 세 명이 모두 선발로 나오면서 백업 가드진의 리딩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스턴과의 개막전에서 대니얼 깁슨, 월리 저비악과 사샤 파블로비치가 동시에 나온 백업가드진은 가드진의 압박이 강하기로 유명한 보스턴의 팀 수비에 허둥대며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볼을 운반할 수 있는 깁슨은 볼 무빙에 신경쓰느라 자신의 본문인 오프더볼 무브에 집중할 수 없었고, 파블로비치와 저비악은 토니 앨런을 전혀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브라운 감독은 백업 백코트진의 리딩 문제가 노출되자 샬럿전에서 보완책을 제시했다. 깁슨이 나오는 시간에 윌리암스나 웨스트중 한 명을 같이 투입한 것이다. 리딩 부담에서 벗어난 깁슨은 오프더볼 무브에 집중하며 양팀 최다인 25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식의 라인업을 운영할 경우 백코트진으 신장이 낮아 상대 포스트업 공격에 약점을 노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파블로비치가 선발 슈팅가드로 출격하는 것이 최고의 조합이다. 현재 평균 11분 출장에 그치고 있는 파블로비치가 선발로써 25분을 출장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팀이 훨씬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선수별 평점

르브론 제임스_19.7득점 7.7리바운드 9.3어시스트

스스로 플레이스타일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눈에 띄지만 아직 그에 걸맞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출장시간으로 인해 개인기록은 감소했지만, 윌리암스에게 리딩을 맡기고 되도록 골밑에 자리잡으며 팀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르브론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는 팀이고, 르브론이 득점을 해줘야 살아나는 팀이다.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패싱 능력을 뽐냈지만 결국 폴과의 경기장악력 대결에서 밀린 뉴올리언즈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르브론의 진정한 가치는 득점능력을 기반으로 한 파생력에 있다. 따라서 시즌이 진행될 수록 좀더 득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한 3점슛과 62.5%로 저조한 자유투 문제는 이제 익숙한 문제.

평점: B0


모리스 윌리암스_13.3점 3리바운드 4.3어시스트

2차전의 숨은 MVP. 르브론의 공격 부담을 덜어줄 세컨 옵션으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리딩을 맡으면서 르브론이 오프더볼 무브에 이은 페인트존 공략이라는 옵션을 장비할 수 있게 되었고, 팀의 볼 무빙도 훨씬 매끄러워졌다. 르브론이 없을 때 공격을 이끌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론도나 크리스 폴 등 빠른 가드를 만났을 때의 수비능력에서 헛점을 드러냈지만 깁슨과 함께 스몰라인업에 투입되었을 때는 장신 가드를 상대로 괜찮은 수비근성을 보여줬다.
시간이 지날 수록 팀에서의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평점: B+


지드루나스 일가우스카스_14.7점 5.3리바운드 1.3어시스트

윌리암스의 가세로 공격시도가 줄었지만, 그만큼 순도가 높아진 득점을 보태고 있다. 골밑 수비능력도 여전하다. 다만 베테랑 답지 않은 턴오버를 저지르거나 뉴올리언즈 전에서와 같이 박스아웃에 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고쳐야 할 부분.

평점: B0


벤 월러스_2.7득점 7.3리바운드 2.3블록슛

등부상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어 제한된 시간만을 뛰고 있지만 수비력 자체는 돌아온 느낌이다. 특히 개막전에서 가넷을 봉쇄하는 모습이나 샬럿전에서 블록슛 5개를 기록하며 샬럿의 골밑 공격을 원천봉쇄하는 모습은 디트로이트 시절을 연상시켰다.
클리블랜드의 수비 시스템에 적응한 월러스에게 남은 과제는 출장시간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월러스가 25분 이상 뛰어줄 수만 있다면 상대팀은 클리블랜드의 골밑을 공략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평점: B0


딜론테 웨스트_9득점 4리바운드 1.3어시스트

당초 식스맨으로 출장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파블로비치의 컨디션 난조로 선발로 출장했다. 윌리암스와 함께 뛰면서 자신의 공격시도를 억제했지만 50%의 뛰어난 3점 성공률을 보이며 순도 높은 공격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려면 역시 식스맨으로 뛰는 것이 좋아보인다.

평점: B+

앤더슨 바레장_5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오프시즌을 가장 알차게 준비한 선수. 점프슛을 가다듬으며 이제는 클리블랜드의 공격병기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단지 공격능력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격에 자신을 가지고 슈팅뿐 아니라 패싱플레이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경기마다 보이는 기복만 극복할 수 있다면 클리블랜드 프런트는 내년에 바레장을 붙잡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평점: A-


대니얼 깁슨_15득점 3리바운드 1.7어시스트

1주차 팀내 MVP. 깁슨의 슈팅 능력은 이제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에 확실히 자리잡은 느낌이다. 지난 시즌보다 슛찬스를 잡아내는 움직임이 향상됐으며 슈팅 매커니즘도 훨씬 안정적이 됐다. 윌리암스의 가세로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평균 28분을 소화하며 여전히 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포인트가드로 뛸 때는 고전했지만, 누군가에게서 볼을 받을 수 있을 때는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순전히 캐치앤 슛으로만 25점을 올린 샬럿전은 깁슨이 클리블랜드의 '감춰진 비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선수를 평균 4백만 달러에 장기계약으로 붙잡은 프런트를 찬양하라!

평점: A0


사샤 파블로비치_3득점 2.3리바운드 2어시스트

1주차 팀내 워스트. 파블로비치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클리블랜드의 전체적인 운영에 문제가 발생했다. 평균 11분에 그치고 있는 그의 출장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공격시에는 여전히 마무리에서 문제를 보이고,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을 때가 많다.
만약 파블로비치가 시즌 중반까지도 코칭스태프를 실망시킬 경우, 프런트는 이 '운동능력과 점퍼가 좋은 백인 스윙맨'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도 있다. 파블로비치는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평점: D0


J.J. 힉슨_3득점 1리바운드 1블록슛

'프로젝트형 어린 루키'가 보이는 데뷰 첫 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스턴전에서 출장기회를 얻지 못한 힉슨은 샬럿과의 홈 개막전에서 첫 출전, 에메라 오카포에게 두 번 연속 블록슛을 당했지만 세 번째 시도에서 호쾌한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터뜨렸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보여줬지만 수비 센스와 박스아웃 능력에서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힉슨은 지금 당장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 주전 빅맨진의 체력저하나 부상으로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주어진 출장시간 동안 리그의 분위기를 익히고 경기력을 높여야 할 때다.

평점: C+


월리 저비악_5.3득점 0.3리바운드 0.3어시스트

기록과 상관없이 팀 플레이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여전히 그에게 주어진 롤이 없다. 공격에서는 무용지물이고 수비에서는 구멍이다. 갓 트레이드되어 온 지난 시즌보다도 더 나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즌중에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평점: C0


로렌젠 라이트_2득점 2리바운드 0.5블록슛

베테랑 벤치 빅맨으로써 역할을 다 했다. 지난 시즌 이 자리에 있던 선수가 드웨인 존스였던 것을 감안하면 클리블랜드의 골밑은 강해진 것이 틀임없다.

평점: B0


테런스 킨제이_1경기, 2분 47초 출장

브라운 감독의 10인 로테이션 방침에 따라 샬럿전에서 가비지 타임에만 출전했다. 앞으로도 출장시간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클리블랜드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로스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많은 팀이므로 그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다. 브라운 감독은 선수가 뛰지 않을 때의 태도를 뛸 때보다 더 중시하는 감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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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시즌 첫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유타 재즈의 입이 다물어 질줄 모른다. 데론 윌리엄스의 부상공백에도 불구하고 경기운영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서이다.

3년차 가드 로니 프라이스와 베테랑 가드 브레빈 나이트의 존재감은 일찌감치 윌리엄스의 부상사실을 잊게 할 만큼 컸다. 득점은 각각 한 자리 수에 그쳤지만 13어시스트를 합작하며 팀의 득점을 배달했다. 이날 유타는 5개의 실책을 저질렀지만 코트를 지휘한 이들 신구 콤비는 단 1개의 실책만을 기록했다. 안정성에서도 합격점이다.

LA 클리퍼스의 마이크 던리비 감독은 “유타가 이렇게 잘한다면 윌리엄스가 필요 없지 않은가. 아마 그를 트레이드해도 될 것 같다. 우리가 적극 협상해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창 시절 빠른 손과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이름을 알린 나이트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3쿼터 중반 한때 64-60의 박빙의 승부가 전개됐지만 나이트가 코트에 투입된 후 4쿼터 전광판에는 90-66의 숫자가 새겨졌다.

나이트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결과다”며 겸손히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프라이스 역시 “공이 모두에게 잘 돌아간 덕분에 쉬운 찬스를 만들어냈다. 실책을 최대한 방지하면서도 효과적인 공격을 시도했다”며 거들었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나이트와 맞트레이드 된 제이슨 하트는 엉덩이 부상으로 결장한 배런 데이비스 대신 선발출장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렇다할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하트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유타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베테랑 백업가드가 필요했던 구단의 결정으로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했다.

프라이스는 “하트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것을 보니 어색하다. 농구선수기 때문에 코트에 설 때는 적이지만 코트 밖에서는 더없는 친구다”며 옛 동료에 대한 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윌리엄스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했던 제리 슬로안 감독은 예상치 못한 호재로 당분간 걱정을 떨칠 수 있을 전망이다. 프라이스-나이트 시너지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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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서울 신세계 백화점 아래에 위치한 회현 지하상가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비디오 대여점 쇼윈도우에 마치 흑인 보컬그룹을 연상시키는 사진 한 장이 비디오 케이스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제목은 ‘피츠버그의 행운아들’. 얼핏 보기에도 B급 영화같아 보였다. 그냥 지나치려던 순간, 비디오 케이스 앞면의 흑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줄리어스 어빙이었다. 70년대 중반부터 그토록 좋아했던 농구스타. 그가 출연한 영화였던 것이다.
 
무작정 대여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인장께 다짜고짜 저 비디오를 팔라고 졸라댔다. 뭔가 이 비디오에 큰 가치가 있음을 간파한 주인장께서 터무니없는 값을 불렀다. 그 때 그 분이 부른 가격이 기억은 안나지만, 옆에 놓여있던 새로 나온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비디오 소매가격과 거의 같았다. 더구나 이 비디오는 이미 대여가 많이 나갔던 중고 비디오. 그래도 샀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틀어보니, 역시나 줄리어스 어빙이 주연한 농구영화였다.
 
영화의 원제목은 “The Fish that Saved Pittsburgh”. 굳이 번역을 하자면, “피츠버그 시를 구해낸 물고기 자리 사나이들”이 되겠다. 아마도 1984년 당시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한 30번은 넘게 본 것으로 기억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애수” (1940년, 로버트 테일러, 비비안 리 주연)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현재도 이 영화를, 당시에 구입한 비디오테이프, TV에서 녹화한 버젼, 그리고 오리지날 VHS 비디오테이프 원본으로 소장하고 있으니, 필자는 이 영화에 미친 사람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는 1978년 길버트 모제스라는 한 흑인 감독에 의해 펜실바니아 주에 위치한 피츠버그 시에서 촬영이 됐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영화의 개봉은 1979년 11월로 미뤄졌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쉴 새 없이 디스코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기 때문에 영상이 대체적으로 어두움에도 분위기는 매우 흥겹다. 무엇보다도, 당시에 현역이었던 NBA 선수들이 무더기로 출연을 하기 때문에 눈요기 거리가 넘쳐난다.
 
당시에 최고 인기스타였던 줄리어스 어빙을 위시로 하여, 커림 압둘자바, 놈 닉슨, 커니 호킨스, 로니 셸튼, 루 헛슨, 밥 르니어, 스펜서 헤이우드, 돈 체이니, 크리스 포드, 세드릭 맥스웰, 마이컬 톰슨 등이 출연을 하고, 영화 “그리스”에서 올리비아 뉴튼 존의 날라리(?) 친구 역을 맡았던 스토카드 채닝과 3천여 명의 경쟁자를 뚫고 이 역할을 따낸 제임스 본드 3세라는 특이한 이름의 아역 흑인배우가 어빙과 함께 영화의 주연을 맡는다. 유명한 농구 캐스터, 마브 알버트와 칙 헌 씨도 찬조출연을 함으로써 영화를 빛내는데 일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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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플롯은 상당히 단순하고 어떤 면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유치하기까지 하다.
 
영화의 시작은 NBA 최약체 구단인 The Pittsburgh Pythons라는 팀의 경기영상과 함께 한다. 이 팀은 모제스 거쓰리 (줄리어스 어빙)라는 수퍼스타 한 명을 거느린 원맨팀이고, 팀 케미스트리가 좋지 못해 연패의 늪에 빠진 팀이다. 특히 모제스 거쓰리가 받는 리그 최고 연봉에 불만을 품은 루크 터커 (제리 체임버스)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팀원들이 태업에 들어가거나 타 팀으로 떠나버린다.
 
구단 자체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절대절명의 기로에서, 팀의 볼보이인 타이론 (제임스 본드 3세)이 한 점성술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이 팀이 살아날 지를 의뢰한다. 미녀 점성술가인 모나 몬디유 (스토카드 채닝)는 희한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팀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인 모제스 거쓰리 (줄리어스 어빙)의 별자리가 ‘물고기 자리’이므로, 생일이 물고기 자리인 선수들만을 모집해서 팀을 꾸리면, 엄청난 팀웤과 선수 간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역주 - ‘물고기 자리’는 ‘Pisces’라고 하는데, 2월 19일에서 3월 20일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이 별자리에 해당됩니다. 줄리어스 어빙은 실제로 1950년 2월 22일 생입니다. 여담이지만, 필자도 2월 28일 생입니다).
 
이 말도 안되는 점성술사의 해결책과 구단 볼보이의 제안이 구단 측에 받아들여지고, 구단은 새로운 선수들을 모집하는 광고를 낸다. 전국에 퍼져있는 온갖 어중이 떠중이들이 면접을 보고 공채시험을 본다. 특히 과거에 프로농구선수가 되고 싶어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농구를 계속할 수 없어서 낙오되고만 사회의 폐인들, 심지어는 농구를 때려치우고 성직자의 길로 들어선 목사까지도 이 공채시험에 참가를 한다. 이들 중에서 오로지 생일이 물고기 자리이며 잡초같이 살아온 농구선수 출신들만 뽑아서 구성된 팀이 바로 Pittsburgh Pisces (피츠버그의 물고기들)다.
 
이렇게 급조된 파이시스 팀은, 점성술사인 모나가 예측한대로 엄청난 호흡과 팀웤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NBA의 모든 강팀들을 다 무너뜨린 후, NBA 파이널에서 압둘자바의 로스앤젤리스 레이커스를 만난다. 문제는, 결승전이 시작되는 시간대가 물고기 별자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별 힘을 못 쓰는 최악의 시간대였다는 것. 모나와 타이론은, 우승하기에는 레이커스가 너무 강했고, 반면 파이시스 선수들은 되는 것 하나 없는 졸전의 연속임을 보고, 경기를 거의 포기해버린다.
 
자신들의 별자리 운이 다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수들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을 때였다. 4쿼터 몇 분을 남기고 마지막 작전타임을 부른 주장 모제스 거쓰리 (줄리어스 어빙)는 선수들을 불러모으고, 여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왔는 지를 상기시키며 선수들을 독려한다. 거쓰리의 리더쉽에 힘을 얻은 선수들은 젖먹던 힘가지 다해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1점 차로 뒤진 마지막 클럿치 상황에 주인공 모제스 거쓰리가 위닝샷을 넣으며 피츠버그 파이시스는 구단 사상 최초로 우승을 한다.
 
모제스 거쓰리는 우승과 함께 사랑도 얻는다. 볼보이 타이론의 누나와 눈이 맞은 것. 우승 축하파티가 코트 한 가운데에서 벌어지고, 거쓰리와 토비 (마가렛 애이브리)가 서로 포옹한 채 키스를 하며 영화의 막이 내린다.
 
어떠신가? 확실히 내용은 좀 진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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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농구 영화로는 첫 영화이다 보니 이런 저런 ‘옥에 티’들도 발견되고, 많은 에피소드들도 생기게 됐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1) 농구 경기들을 찍으려면 가장 큰 문제는 관중동원이 아닐까 싶다. 만 오천에서 이만 가량되는 액스트라를 동원할 수도 없고, 지금 같으면 CG를 이용해 충분히 숫자를 불릴 수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불가능했던 사안이다. 역시나 이 영화의 경기 장면들을 보면 실제 NBA 경기 (대체로 워싱턴 불렛츠의 경기 장면들이다) 중계장면과 짜집기를 한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데, 예를 들면, 방금 전만 해도 훵하니 비어있던 관중석이 몇 초 후에는 빈자리없이 꽉 차있는 모습으로 둔갑해있는 장면들이다.
 
(2)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의 OST, 즉, 디스코 풍의 주제가 레코드 판들이 더 잘 팔려나간 영화였다. 음반의 타이틀이 ‘The Fish’였는데, 지금도 EBay와 같은 곳에서는 이 레코드 판들이 심심치않게 올라오고 있고, 또 구매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3) 이 영화의 아역을 맡은 제임스 본드 3세는 3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주연배우로 낙점받은 후 영화 스튜디오에 있는 화장실에서 이 아이가 줄리어스 어빙과 맞닥뜨렸는데, 어빙을 알아보지 못한 제임스 曰, “키가 되게 크시네요?” 이에 어빙이 “너는 내가 누군지 모르니?”라고 묻자, “이 영화에 출연하려고 테스트 받으신 분들 중 하나 아니세요?”
 
(4) 줄리어스 캐리 (영화에서 아랍 스타일의 흰 천 '고트라'를 머리에 두르고 나오는 자말 트루쓰 역할)는 농구를 배워본 적이 없고, 해본 운동이라곤 가라데와 태권도 밖에 없었다는데, 이 영화에서 놀라운 운동능력을 선보이며 멋진 덩크들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내는 바람에 많은 농구 구단들에서 접촉이 들어왔다고 한다.
 
(5) 최근에 미국의 영화 평론가들이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스포츠 관련” 영화나 다큐들을 통틀어 작품성 등을 중심으로 순위를 매겨보는 시간을 가졌다는데, 이 영화를 역대 순위 75번 째에 올려 놓았다. 상당히 높이 평가받았다고 봐진다. 거의 과대평가 수준이다.
 
(6)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모제스 거쓰리 (어빙)가 선수들을 독려하며 “점성술은 허상이야. 우리의 운명은, 별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의 땀과 노력, 그리고 자긍심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네. 나는 그것을 믿고 나가 싸워 이길 것이야. 다들 별자리만 믿고 여기서 주저앉을 건가? 아니면 나를 믿고 따르겠는가?”라는 멋진 대사를 읊는데, 이 말때문에 점성가들을 비롯한 그 쪽 계통(?) 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줄리어스 어빙의 안티가 되기도 했다.
 
(7) 이 영화의 감독 이름이 길버트 ‘모제스’인데,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도 ‘모제스’ 거쓰리다. 이 ‘모제스’ 역을 맡았던 어빙은 몇 년 후에 ‘모제스’ 말론을 팀원으로 맞아, 영화 속에서의 결승전 상대였던 커림 압둘자바의 로스앤젤리스 레이커스를 실제 상황에서 꺾고 우승의 감격을 누린다. 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아카데미는 물론 어느 영화제에도 출품될 수가 없었던 이 B급 영화, NBA 선수들이 보여주는 어색한 연기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디스코 음악...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구 팬들이 DVD로 소장하고픈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일 것이다. 70년대 NBA 레전드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특히나 70년대를 살았던 세대들에겐 당시의 의상이나 음악, 헤어 스타일 등이 추억으로 다가올 영화이기 때문이다.
 
농구영화의 효시였던 “The Fish that Saved Pittsburgh”... 최소한 필자에게는 하나의 클래식과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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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S/일반 뉴스 2008. 11. 1. 15:59

보스턴 셀틱스 신바람 2연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가 개막 후 2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보스턴은 1일(이하 한국시간) TD 뱅크노스가든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시카고 불스를 96-80으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경기 시작 후 첫 6분여간, 단 한 개의 필드골도 허용치 않은 보스턴은 주전선수들의 고른 득점에 힘입어 1쿼터를 24-13으로 마쳤다. 시카고는 23개의 야투 시도 중 무려 19개를 놓칠 만큼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보스턴의 무시무시한 수비조직력을 실감케하는 시간이었다.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한 시카고는 2쿼터 들어 데릭 로즈의 연속 6득점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간판스타 케빈 가넷이 12점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과시하며 점수 차는 더욱 벌어져갔다.

후반전을 맞이한 두 팀의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3점 슛으로 포문을 연 레이 알렌은 3쿼터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며 시카고를 궁지로 몰았다. 결국 시카고는 물오른 보스턴의 기세를 막지못하며 3쿼터 한때 20점차 이상 격차가 벌어졌고 사실상 승부는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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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은 18점 10리바운드의 만점활약을 펼쳤고 폴 피어스와 알렌, 레이전 론도는 나란히 14점으로 뒤를 받쳤다. 특히 가넷은 최연소 통산 1000경기 출장을 달성하며 겹경사를 맞이했다. 32세 165일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레인맨‘ 숀 켐프가 보유하고 있던 33세 24일이었다.

“최고의 기분이다”며 운을 뗀 가넷은 “수많은 경기를 치루는 동안 내 몸을 돌보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18점을 넣은 시카고의 득점리더 로즈는 혹독한 챔피언의 과외 앞에 고개를 숙였다. 빼어난 스피드로 보스턴의 골밑을 휘저었지만 25개의 야투 중 단 6개만을 넣었고 대부분은 드라이브인을 통한 득점이었다. 감독 데뷔 후 첫 패배를 맛본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은 “어떠한 유형의 공격옵션도 먹히지 않았다. 압도적인 우리의 패배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전통의 강호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올스타 가드 브랜든 로이가 활약한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에 덜미를 잡히며 2연패의 늪에 빠졌다.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간판스타 루디 게이의 버저비터에 힘입어 올랜도에 짜릿한 2점차 역전승을 거두었다.

1일 NBA 전적
뉴욕 87-116 필라델피아
골든스테이트 108-112 토론토
세크라멘토 77-103 마이애미
시카고 80-96 보스턴
올랜도 84-86 멤피스
덴버 113-103 LA 클리퍼스
샌안토니오 99-100 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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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NBA 팬들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졌다. NBA 미디어벤처는 이번 2008-09 정규시즌 전 경기 시청이 가능한 ‘인터내셔널 NBA 리그패스 상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리그패스는 생중계는 물론 재방송까지 시청이 가능한 온라인 TV 패키지 상품이다.

NBA의 온라인 인터넷 방송 상품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서비스 지역에서 제외 돼 가뜩이나 적은 중계편성에 갈증을 더 해왔었다. 덕분에 NBA 시청을 위한 다양한 경로가 파생됐고 사무국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단속을 시행하는 일이 수년간 반복되어져 왔다. 이번 상품의 출시는 PC뿐 아니라 조금의 노력을 보탠다면 TV로 편안하게 NBA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것이다. NBA 공식 미디어 상품이라는 점에서 서비스의 신뢰도 역시 만족스러울 전망이다.

아직은 섯부른 이야기지만 오프라인 중계망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NBA 중계의 최대 악재는 값비싼 중계 로열티고 저조한 시청률과 얇아진 팬 베이스는 그 문제의 근원이었다. 이제는 개인구매가 가능해진 리그패스로 보다 자율적인 시청이 가능해졋다. 이는 저변확대에 한층 힘을 실어 줄 것이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 했던 국내시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서적이나 잡지 구독 같은 경로로 해결점을 찾기에는 그 한계가 여실했다. 백번 읽는 것 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아무래도 낫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 90년대 당시 마이클 조던의 경기를 보고 NBA에 빠져들었고 농구 붐이 일었던 당시에 외국리그인 NBA의 인기몰이는 AFN의 생중계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NBA는 팬들을 TV로 끌어들이며 결과론적으로 마케팅이 제시하는 수익모델에 접근시키는 파급효과를 낳았다. 기업의 기본이념인 이윤창출이 가능해지니 중계수입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수적인 서비스와도 같았던 것이다.

미군방송이나 외국 스포츠 채널로 NBA를 시청했던 1세대 팬들을 비롯하여 P2P와 웹하드, 스트리밍 TV 시청을 즐겼던 2세대 팬들의 모습은 이제 추억의 뒷켠에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비디오테이프와 DVD가 사라지고 블루레이나 HD-DVD가 시장을 잠식하는 것처럼 국내 NBA 시청의 포맷도 다양한 모습을 거쳐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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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환율변동으로 인한 가격조정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국제 리그패스 공식홈페이지에는 11,9648원으로 책정가를 내놓았다. 해외결제 카드만 보유하고 있다면 채 3분도 걸리지 않아 바로 리그패스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품 구매 전에 내용물의 구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고객의 의무이자 도리이다. 그래야만이 사후관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음은 물론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외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부터 리그패스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도록 하자.

자료_NBA 미디어벤처 FAQ

별도의 가입은 필요하지 않은가?

기존의 NBA.com이나 NBA All-Access 계정과는 무관하며 인터내셔널 리그패스 홈페이지 내에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은 결제진행 과정에 포함된다.  

한국 어디에서든 서비스 신청이 가능한가?

그렇다. PC와 인터넷 연결이 된 어느 곳에서든 리그패스 신청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 조건은 모두 만족해야 한다. PC가 없거나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면 리그패스를 신청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신청 후에도 시청이 불가능하다.

이번 2008-09 NBA시즌 전 경기가 상품에 포함되는가?

정확히 말하면 2008-09 ‘정규시즌‘만 포함된다. 4월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전은 포함되지 않는다. 단 지난 시즌과는 달리 ESPN이나 TNT와 같은 전국방송이 추가되어 휴일 프라임타임에 편성되는 ’빅 경기’의 시청이 가능하여 매리트는 충분할 것이다.

동영상의 품질은 만족할만한 수준인가?  
  
지난 시즌과 비교하여 미디어 스펙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해상도는 400x300에서 320x240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압축률이 좋은 H.264 코덱을 채택하여 이를 만회했다. 프레임 역시 초당 24~30으로 화면전환이 잦고 움직임이 많은 NBA를 화면에 담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디오는 저용량에도 고음질을 자랑하는 ACC 코덱을 사용하여 현장감을 전달하는데 더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생중계를 놓친 시청자를 위한 예약녹화나 편의사항이 마련돼 있는가?

녹화 기능은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리그패스의 모든 경기들은 생방송 종료 후 24시간 내에 재방송을 제공한다.

개인 혹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방화벽은 문제가 되지 않는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PC의 경우 자동적으로 미디어 인증 절차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기업에서 사용하는 방화벽 문제는 IT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아래와 같은 세팅을 해야한다.

- 25793포트의 아웃바운드 TCP 트래픽을 개방
- 뷰어의 UDP 포트는 22556 & 22557으로 방화벽의 공공 IP주소에 등록한다.

이밖에 불편사항은 nba@rayv.com로 문의해 달라.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눈과 귀를 열어두고 고객서비스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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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정규시즌이 한국시간으로 어제 29일 개막했다.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와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의 경기, 그리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와 신흥강호 포틀랜드의 경기는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며 화려한 팡파레를 울렸다. 반면에 지난 시즌 사이좋게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시카고 불스와 밀워키 벅스의 경기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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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독 빛을 발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데릭 로즈다. 1.7%의 기적과 함께 시카고와 연을 맺은 로즈는 바로 어제 공식적인 데뷔를 선포했다. 놀라운 것은 스타팅 멤버를 소개하는 인트로 무대였다.

통상적으로 선발 다섯 명중 가장 마지막에 소개되는 선수는 단연코 팀 내 간판스타의 몫이었다. 대어급 신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거물급 신인들은 약체 팀에 입단하기 마련하는 경우가 잦고 팬서비스나 사기진작 차원에서 경력과 상관없이 피날레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 자리를 로즈가 차지했다.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시카고는 아직까지 로즈의 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팀을 이끌어온 선배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시카고의 선택은 이제 막 리그에 발을 내딛은 애송이 가드였다. 시카고 불스의 역대 신인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이 영광을 차지했을지 상상이 가는가?

10년 전의 엘튼 브랜드는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이름을 올린 선수고 그 이전의 사례를 살펴보면 무려 23년을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그렇다. 로즈는 마이클 조던이래 가드 출신으로는 최초로 ‘마지막에 불리는 자’가 된 것이다. 시시콜콜한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카고 출신의 모든 남자 아이들은 유년시절 한번쯤 상상을 해 보았을 일이다. 불스의 홈구장에서 마지막에 호명되는 즐거운 상상을 말이다. 로즈도 그 많은 아이들 중 한명이었고 이제는 그 꿈을 이루었다. 

그가 남긴 첫날 성적표는 아주 뛰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로즈가 남긴 데뷔전의 인상은 그 기대만큼이나 만족스러울만한 것이었다. 시카고 사정상 전술적인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로즈의 존재가치는 상상이상이었다. 아이솔레이션을 고집하며 기어이 자유투를 고집하는 ‘못 먹어도 고’식의 미숙함도 가끔 드러냈지만 그는 빠르게 코트에 적응해 나갔다. 특유의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로 순식간에 2~3명을 바보로 만드는 돌파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페인트 존에 수비를 몰고 외각의 동료에게 킥아웃을 내주는 장면이나 좁은 공간에서 팝아웃 하는 스크리너에게 적시에 내주는 킬패스는 본연의 임무인 포인트가드로서의 자질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윅 사이드의 오픈 동료를 찾아내는 시야도 뛰어나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로즈의 이타적인 마인드는 시카고가 바라던 요소이자 청사진이다.

콧대가 제법 높을 만도 한 이 신인선수 한명이 팀을 휘두르며 승패를 좌지우지 하는 독불장군식의 시나리오는 올 시즌 시카고에게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다. 첫 번째 프로경기를 마친 로즈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흥분 된다. 실수할까봐 걱정도 들었다”며 운을 뗀 뒤 “내 고향에서 NBA 선수로 뛰고 있다. 이보다 더 한 행운은 없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적장이었던 마이클 레드는 “정말 성숙한 신인이다. 로즈는 굉장한 선수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 막 한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 81경기의 험난한 일정이 남았지만 분명한 것은 로즈의 인상 깊은 데뷔전은 시카고의 팬들과 팀원들, 그리고 관계자의 가슴에 한줄 기 빛을 내려주었다는 것이다. 신인왕과 팀의 성공적인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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