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2008~09 시즌이 막을 열었다. 10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보스턴과의 개막전에서 5점차 석패를 당한 클리블랜드는 30일 샬럿과의 홈 개막전에서 96-79의 낙승을 거뒀고, 11월 1일 뉴올리언즈 원정에서 4쿼터에 난조를 보이며 패배, 시즌 첫 주를 1승 2패로 마쳤다. 세 경기를 통해 나타난 클리블랜드의 전력과 선수별 활약을 살펴본다.
3쿼터 부진의 해법은?
클리블랜드는 지난 주의 첫 두 경기에서 최근 몇년동안 지적받아온 3쿼터 난조를 변함없이 겪어야 했다. 개막전에서는 디펜딩 챔프 보스턴에게 7점을 앞선 채로 전반을 끝냈으나 3쿼터에 13-24로 밀리며 리드를 내줬고, 샬럿과의 홈 개막전에서는 전반을 17점차로 앞서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3쿼터 한때 5점차까지 쫓기는 등 유독 3쿼터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클리블랜드에게 이런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에도 전반을 잘 마치고도 3쿼터에 난조를 보이며 힘든 경기를 자초한 경기가 많았다. 2006~07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는 6경기 중 클리블랜드가 3쿼터를 리드한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고 나머지 다섯 경기에서는 평균 7점차의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클리블랜드의 3쿼터 난조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스스로 무너진다는 특징이 있다. 잘 짜여진 하프코트 공격을 주로 쓰는 팀이 갑자기 리듬을 잃으며 전혀 계획되지 않은 배드샷을 던지고, 수비시에도 상대에게 빠른 공격을 허용하며 쉽게 실점한다. 르브론 제임스가 가장 많은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는 2쿼터에도 보이지 않는 모습을 3쿼터에 보이는 것이다. 우승을 노리는 팀에게 경기력이 심한 기복을 보이는 시간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클리블랜드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3쿼터 부진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르브론의 출장시간
르브론은 첫 주 3 경기에서 평균 34분을 출장했다. 40분 넘게 출장하며 경기의 모든 순간에 관여하던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시간을 소화한 셈이다. 홈 개막전이었던 샬럿전에서는 출장시간이 30분에 불과했으며 가장 많이 뛴 뉴올리언즈전에서도 37분만 뛰었다.
르브론이 이렇게 적은 시간을 출장한 것은 마이크 브라운 감독의 결정 때문이다. 브라운 감독은 지난 3년간 대표팀 일정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르브론의 체력 안배를 위해 이번 시즌은 르브론의 출장시간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르브론의 출장시간은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서도 다소 제한받을 전망이다. 그럴 경우 르브론이 벤치에 있을 때 얼마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클리블랜드는 첫 3경기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새로 영입한 모리스 윌리암스 덕분이었다.
윌리암스의 가치는 샬럿전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3쿼터 난조로 5점차까지 따라잡히며 르브론까지 벤치로 물러난 상황. 지난 시즌 같으면 구심점을 잃으며 급격히 무너졌겠지만, 윌리암스가 팀 공격을 이끈 클리블랜드는 멋지게 위기를 타개했다. 윌리암스는 펠튼에게 파울을 얻어내며 주도권을 찾아왔고 곧바로 득점에 성공해 점수차를 벌렸다. 4쿼터 초반에는 3점슛과 연속 어시스트로 10점차 이상으로 달아났고, 르브론이 코트에 돌아온 클리블랜드는 손쉽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윌리암스가 활약하는 동안 르브론은 7분 30초 동안이나 안심하고 쉴 수 있었다.
윌리암스가 앞으로도 세컨옵션으로 제 역할을 해준다면 르브론의 출장시간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선발 슈팅가드는?
클리블랜드는 당초 선발 슈팅가드로 사샤 파블로비치를 출장시킬 예정이었으나, 파블로비치가 선발로 뛸 정도의 컨디션을 만들지 못하자 딜론테 웨스트를 선발로 내세웠다. 현재까지 웨스트 선발 기용은 그리 성공적인 결과라 볼 수는 없다. 선발 라인업의 스피드를 올려주기는 했지만 현재 클리블랜드에서 팀 오펜스를 짜고 리딩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윌리암스, 웨스트, 르브론 세 명이 모두 선발로 나오면서 백업 가드진의 리딩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스턴과의 개막전에서 대니얼 깁슨, 월리 저비악과 사샤 파블로비치가 동시에 나온 백업가드진은 가드진의 압박이 강하기로 유명한 보스턴의 팀 수비에 허둥대며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볼을 운반할 수 있는 깁슨은 볼 무빙에 신경쓰느라 자신의 본문인 오프더볼 무브에 집중할 수 없었고, 파블로비치와 저비악은 토니 앨런을 전혀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브라운 감독은 백업 백코트진의 리딩 문제가 노출되자 샬럿전에서 보완책을 제시했다. 깁슨이 나오는 시간에 윌리암스나 웨스트중 한 명을 같이 투입한 것이다. 리딩 부담에서 벗어난 깁슨은 오프더볼 무브에 집중하며 양팀 최다인 25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식의 라인업을 운영할 경우 백코트진으 신장이 낮아 상대 포스트업 공격에 약점을 노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파블로비치가 선발 슈팅가드로 출격하는 것이 최고의 조합이다. 현재 평균 11분 출장에 그치고 있는 파블로비치가 선발로써 25분을 출장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팀이 훨씬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선수별 평점
르브론 제임스_19.7득점 7.7리바운드 9.3어시스트
스스로 플레이스타일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눈에 띄지만 아직 그에 걸맞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출장시간으로 인해 개인기록은 감소했지만, 윌리암스에게 리딩을 맡기고 되도록 골밑에 자리잡으며 팀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르브론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는 팀이고, 르브론이 득점을 해줘야 살아나는 팀이다.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패싱 능력을 뽐냈지만 결국 폴과의 경기장악력 대결에서 밀린 뉴올리언즈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르브론의 진정한 가치는 득점능력을 기반으로 한 파생력에 있다. 따라서 시즌이 진행될 수록 좀더 득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한 3점슛과 62.5%로 저조한 자유투 문제는 이제 익숙한 문제.
평점: B0
모리스 윌리암스_13.3점 3리바운드 4.3어시스트
2차전의 숨은 MVP. 르브론의 공격 부담을 덜어줄 세컨 옵션으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리딩을 맡으면서 르브론이 오프더볼 무브에 이은 페인트존 공략이라는 옵션을 장비할 수 있게 되었고, 팀의 볼 무빙도 훨씬 매끄러워졌다. 르브론이 없을 때 공격을 이끌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론도나 크리스 폴 등 빠른 가드를 만났을 때의 수비능력에서 헛점을 드러냈지만 깁슨과 함께 스몰라인업에 투입되었을 때는 장신 가드를 상대로 괜찮은 수비근성을 보여줬다.
시간이 지날 수록 팀에서의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평점: B+
지드루나스 일가우스카스_14.7점 5.3리바운드 1.3어시스트
윌리암스의 가세로 공격시도가 줄었지만, 그만큼 순도가 높아진 득점을 보태고 있다. 골밑 수비능력도 여전하다. 다만 베테랑 답지 않은 턴오버를 저지르거나 뉴올리언즈 전에서와 같이 박스아웃에 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고쳐야 할 부분.
평점: B0
벤 월러스_2.7득점 7.3리바운드 2.3블록슛
등부상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어 제한된 시간만을 뛰고 있지만 수비력 자체는 돌아온 느낌이다. 특히 개막전에서 가넷을 봉쇄하는 모습이나 샬럿전에서 블록슛 5개를 기록하며 샬럿의 골밑 공격을 원천봉쇄하는 모습은 디트로이트 시절을 연상시켰다.
클리블랜드의 수비 시스템에 적응한 월러스에게 남은 과제는 출장시간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월러스가 25분 이상 뛰어줄 수만 있다면 상대팀은 클리블랜드의 골밑을 공략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평점: B0
딜론테 웨스트_9득점 4리바운드 1.3어시스트
당초 식스맨으로 출장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파블로비치의 컨디션 난조로 선발로 출장했다. 윌리암스와 함께 뛰면서 자신의 공격시도를 억제했지만 50%의 뛰어난 3점 성공률을 보이며 순도 높은 공격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려면 역시 식스맨으로 뛰는 것이 좋아보인다.
평점: B+
앤더슨 바레장_5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오프시즌을 가장 알차게 준비한 선수. 점프슛을 가다듬으며 이제는 클리블랜드의 공격병기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단지 공격능력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격에 자신을 가지고 슈팅뿐 아니라 패싱플레이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경기마다 보이는 기복만 극복할 수 있다면 클리블랜드 프런트는 내년에 바레장을 붙잡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평점: A-
대니얼 깁슨_15득점 3리바운드 1.7어시스트
1주차 팀내 MVP. 깁슨의 슈팅 능력은 이제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에 확실히 자리잡은 느낌이다. 지난 시즌보다 슛찬스를 잡아내는 움직임이 향상됐으며 슈팅 매커니즘도 훨씬 안정적이 됐다. 윌리암스의 가세로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평균 28분을 소화하며 여전히 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포인트가드로 뛸 때는 고전했지만, 누군가에게서 볼을 받을 수 있을 때는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순전히 캐치앤 슛으로만 25점을 올린 샬럿전은 깁슨이 클리블랜드의 '감춰진 비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선수를 평균 4백만 달러에 장기계약으로 붙잡은 프런트를 찬양하라!
평점: A0
사샤 파블로비치_3득점 2.3리바운드 2어시스트
1주차 팀내 워스트. 파블로비치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클리블랜드의 전체적인 운영에 문제가 발생했다. 평균 11분에 그치고 있는 그의 출장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공격시에는 여전히 마무리에서 문제를 보이고,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을 때가 많다.
만약 파블로비치가 시즌 중반까지도 코칭스태프를 실망시킬 경우, 프런트는 이 '운동능력과 점퍼가 좋은 백인 스윙맨'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도 있다. 파블로비치는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평점: D0
J.J. 힉슨_3득점 1리바운드 1블록슛
'프로젝트형 어린 루키'가 보이는 데뷰 첫 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스턴전에서 출장기회를 얻지 못한 힉슨은 샬럿과의 홈 개막전에서 첫 출전, 에메라 오카포에게 두 번 연속 블록슛을 당했지만 세 번째 시도에서 호쾌한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터뜨렸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보여줬지만 수비 센스와 박스아웃 능력에서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힉슨은 지금 당장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 주전 빅맨진의 체력저하나 부상으로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주어진 출장시간 동안 리그의 분위기를 익히고 경기력을 높여야 할 때다.
평점: C+
월리 저비악_5.3득점 0.3리바운드 0.3어시스트
기록과 상관없이 팀 플레이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여전히 그에게 주어진 롤이 없다. 공격에서는 무용지물이고 수비에서는 구멍이다. 갓 트레이드되어 온 지난 시즌보다도 더 나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즌중에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평점: C0
로렌젠 라이트_2득점 2리바운드 0.5블록슛
베테랑 벤치 빅맨으로써 역할을 다 했다. 지난 시즌 이 자리에 있던 선수가 드웨인 존스였던 것을 감안하면 클리블랜드의 골밑은 강해진 것이 틀임없다.
평점: B0
테런스 킨제이_1경기, 2분 47초 출장
브라운 감독의 10인 로테이션 방침에 따라 샬럿전에서 가비지 타임에만 출전했다. 앞으로도 출장시간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클리블랜드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로스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많은 팀이므로 그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다. 브라운 감독은 선수가 뛰지 않을 때의 태도를 뛸 때보다 더 중시하는 감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점: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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