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겪은 시카고 불스가 새로운 모습으로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히 특급신인 데릭 로즈와 새 사령탑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은 시카고의 재건을 도울 새얼굴로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시카고의 지휘봉을 잡은 델 니그로 감독은 이번 시범경기 동안 다양한 로테이션을 가동시키면서 최적의 로스터 구성을 물색하고 있다. 피닉스 선즈에서 3년간 갈고닦은 코치능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무대지만 주변의 기대와 바람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 시즌의 부진이 한때의 실패라 여기는 이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04-05시즌부터 2006-07시즌까지 고공비행을 이어가던 시카고의 상승세를 되찾아야하는 중압감도 안아야 한다. 탈꼴찌나 가능성을 알리는 정도의 성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감독의 소임이 어디 코트 안뿐이던가. 보직의 세분화로 감독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겨야하는 세심함은 시대가 변해도 요구되는 덕목중 하나다. 리그를 살펴보면 전술부터 선수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스스로도 잘 소화하는 백전노장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신입감독 델 니그로는 보좌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의 손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올 시즌 델 니그로를 보좌할 코칭스태프는 델 해리스와 버니 비커스태프, 그리고 전 시카고 선수이자 감독을 역임했던 피트 마이어다. 이중에서도 해리스 코치의 활약은 시카고 호의 항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비커스태프 역시 젊은 선수들과 리빌딩 팀에 대한 수완으로 이름난 14년차 베테랑 코치지만 해리스의 이력 앞에서는 아직도 갈길 먼 후배에 불과하다.최근 인터뷰에서 “49년이나 해온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밝힌 해리스 코치는 식지 않은 열정을 과시했다. 주변의 동료들 역시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를 노장 선배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델 니그로 감독은 “해리스 코치는 미국전역에 있는 모든 호텔과 레스토랑을 꿰뚫고 있다”고 농을 꺼내며 “그는 경기의 모든 것을 내다본다. 코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게 전달된다. 이보다 더 노련한 시야는 없을 것”이라며 해리스를 치켜세웠다.
백발이 성한 노장코치에게 거는 기대감은 선수들도 크다. 시카고의 가드 래리 휴즈는 “여전히 정정하시다. 코트 위에서 뛰는 것은 저 나이에도 코치직을 수행한다는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 한 일”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주전 포인트가드를 담당하고 있는 커크 하인릭 역시 “그는 오랜 시간 경기와 함께 해왔다. 함께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리스 코치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참으로 많은 굴곡을 겪은 인물이다. 지난 1975년 ABA의 유타 스타스에서 농구감독의 첫발을 내딛은 그는 1979-80시즌 NBA의 휴스턴 로케츠에 자리를 옮겼다. 해리스는 불과 1년 만에 팀을 파이널로 이끌었고 1994-95시즌에는 레이커스의 지휘봉을 잡아 올해의 감독에 오르며 마침내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샤킬 오닐이라는 거물 센터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헤드코치 경력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뛰어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며 ‘레이커스는 우승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 것이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입단으로 팀은 헐리우드에 걸 맞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하였고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을 융화시키는데 실패 한 것이다. 설상가상 감독과 선수의 반목을 다룬 스토리가 오닐의 자서전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사실상 해리스는 헤드코치의 경력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유독 코비에 대한 편애가 심했다고 밝힌 오닐은 “실력도 없는 감독이 슈퍼스타에 빌붙어 명을 늘리려한다“며 실랄하게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직장폐쇄로 맞이한 1998-99시즌 도중 구단으로부터 해임된 그는 쓸쓸한 헤드코치의 경력을 끝내게 된다.
새 출발을 다짐한 해리스는 절친한 사이였던 조지 칼 감독의 밀워키 벅스에서 어시스턴트 코치직을 수락하여 댈러스 매버릭스를 거쳐 지금의 시카고에 안착하였다. 그는 제 2의 코치인생에서 묘한 인연 고리를 만들었다. 밀워키 코치 시절에는 지금 보좌하고 있는 델 니그로 감독이 선수로서 그와 연을 맺은 바 있고 댈러스 코치 시절에는 델 니그로 감독의 현역시절 백코트 파트너였던 에이브리 존슨을 보좌하며 뗄 수 없는 인연을 형성한 것이다.
해리스는 에이브리 존슨 감독의 데뷔시절부터 함께하며 이듬해인 2005-06시즌 파이널까지 이끄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델 니그로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고민하던 시기에 존슨에게 직접 전화로 조언을 구할 정도였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
오랜 세월 두 지도자를 지켜본 해리스는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낸 에이브리 존슨만큼이나마 델 니그로 감독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해리스는 델 니그로에 대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근면함과 총명함은 놀라울 정도”라 평했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주변 환경과 여건의 차이다. 존슨이 처음 맡은 댈러스는 리그 MVP로 거듭난 덕 노비츠키를 필두로 우승권에 접근하던 서부의 신흥강호였다. 반면 단기간에 급격히 추락한 시카고를 수리해야하는 델 니그로의 입장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 얻는 성취감은 보다 클 것이며 이는 해리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NBA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다. “매 경기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임할 것”이라는 노장의 출사표에는 비장함마저 서려있다.
화려하게 데뷔 하는 신인 로즈를 필두로 기존 핵심 전력들에 가려진 또 하나의 무기. 델 해리스 코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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