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대 케이블 방송사인 터너 스포츠(TNT)가 9일(이하 한국시간) 2008-09 NBA시즌 NBA TV 스케줄을 공식발표했다. NBA의 대표 방송라인으로서 리그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25년째다. TNT는 이번시즌 NBA 공식 방송국인 NBA TV에 96경기의 생중계를 제공하게 된다. 이는 최대 규모로 경쟁사인 ESPN이나 ABC를 뛰어 넘는 수치다.
직장 폐쇄로 반쪽 시즌이 되어 버린 지난 1999년부터 방송수급에 나섰던 TNT는 NBA TV와 10주년을 맞이함에 따라 NBA의 견실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TNT는 NBC와 함께 90년대 NBA의 전도사로서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TNT는 간결하고 경쾌했던 인트로 영상과 마브 알버트라는 정상급 해설자로 대변되던 NBC사와는 달리 독특한 인터페이스와 폭넓은 해설진의 운용을 통해 팬들에게 어필하였다. 갓 은퇴한 선수들을 스튜디오에 세우며 젊은 시청자를 TV앞에 끌어 모은 것도 타사와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덕분에 현역 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에 대한 긍정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었다.
NBA 최고의 달변가로 꼽히는 찰스 바클리나 케니 스미스, 레지 밀러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은 TNT 해설진의 계보를 성공적으로 이어왔고 제프 밴 건디, 덕 콜린스, 마이크 프로텔로같은 명장들도 마이크를 잡아 팬들을 찾았다. 또한 CBS의 명콤비로 꼽혔던 딕 스탁튼과 휴비 브라운이 오랜만에 조우하며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NT는 국내 팬들에게 큰 방향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유 인즉 TNT 생중계는 한국시간으로 오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최소 1회에서 많게는 3회까지 AFKN(現 AFN)을 통해 중계됐던 TNT는 화요일과 수요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루 편성을 하였지만 오전 10시나 오후 1시의 시간대로 학생이나 직장인의 발목을 잡았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인터넷을 이용한 시청이 가능해진 지금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비디오 녹화가 유일한 시청수단이었을 정도였다.
시간적인 측면을 볼 때 NBC가 그래서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다. 일요일과 월요일 새벽 12시 30분에 시작되는 중계는 ‘NBC 쇼 타임’이라는 프리뷰 방송을 통해 한 주간의 리그 소식을 간결하게 정리해주고 당일 경기분의 예상과 분석을 통해 팬들의 기대를 120% 충족시켜 주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직장이나 학교에 구애받지 않는 주말방송이라는 점은 국내 NBA 팬들의 머릿속에 NBC의 짙은 향수가 남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NBC는 1990-91시즌을 앞둔 1989년 4월 28일 4년간 6억 달러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왕조건설을 함께 한 NBC는 지난 1993년 4년간 7억 5천만 달러의 금액으로 독점 연장계약에 합의하며 전성기를 예고했다.
NBA on NBC하면 역시 빠질 수 없는 것이있다. 바로 ‘NBC의 아이콘은 테마곡이다’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인트로 음악이다. 필자 역시 ‘라운드볼 락’의 신명나는 선율이 아직까지도 머리 한 구석에 선명히 자리 잡고 있다. 힙합 가수인 넬리가 리메이크를 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이곡은 각종 미디어의 주요 장면에 삽입됐고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영화 리멤버 타이탄의 ‘타이탄 스피리트’곡으로 쓰이는 등 폭 넓은 확장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NBC가 호평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방송 외적인 부분만큼이나 내실 있는 중계 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나운서 밥 코스타스와 한나 스톰은 1996년까지 ‘NBA 쇼타임’의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으며 주간 NBA 프로그램 ‘인사이드 스터프’로 유명세를 탄 아마드 라샤드 역시 오랜 경험을 토대로 쌓은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든든한 후원사들도 NBC의 탄탄대로에 한 몫 했다. 인터넷 서비스 공급사인 ‘넷 지로‘의 지원으로 온라인과 연동한 세밀한 분석을 이끌었고 세계적인 맥주회사 밀러는 ’FLASH BACK‘ 을 통하여 과거 NBA의 추억들을 생생하게 살리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많은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독특한 메뉴들은 종전에 없던 NBC만의 고유 콘텐츠로서 끊임없는 개발만이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생존법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잘나가던 NBC는 한 차례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는데 다름 아닌 스타 해설자 마브 알버트가 그 원인이었다. 그는 명쾌하고 냉철한 분석으로 브라운관을 누볐지만 1997-98시즌을 앞두고 성 스캔에 휘말리며 중도하차하였다. 알버트의 후임은 NBA 쇼타임의 진행을 맡았던 밥 코스타스가 낙점됐고 파트너로는 전설적인 포인트 가드 아이제이아 토마스가 선발됐다. 이후 직장폐쇄와 마이클 조던의 은퇴, 파이널 전 시청률 최저기록 경신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며 고사위기에 빠진 방송사는 결국 알버트를 다시 불러들이게 된다.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의 1999년 크리스마스 매치에 복귀한 알버트는 방송계약 만료시점까지 종횡무진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NBC는 오랜 세월동안 받아온 농구팬들의 관심을 뒤로하고 2002년 샌안토니오와 뉴저지의 파이널 6차전을 끝으로 방송을 마치게 된다. 당시 해설진들은 그토록 사랑받았던 NBC의 테마곡을 배경으로 숙연한 분위기속에 인사말을 꺼냈지만 빌 월튼 해설위원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알버트와 코스타스 역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에 벅차 했다. 그만큼 NBC가 받은 관심과 이룬 업적은 대단했고 관련 방송인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고 볼 수 있겠다.
80년대 NBA의 인기를 한 단계 끌어올린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 시대를 경험한 이들은 CBS의 향수를 잊지 못한다. 매직-버드 라이벌 시대를 선도한 방송사이자 전설적인 해설자 딕 스탁튼을 배출하였기에 그 추억들은 모든 올드팬들에게 각별할 것이다.
CBS는 초창기에 시끄러운 인트로 음악과 해설의 질이 도마 위에 오르며 비난도 많이 샀지만 스포츠 중계의 꽃인 리플레이 영상을 도입하며 발전을 거듭해나갔다. 하프타임에는 현역 선수와 은퇴 선수를 불러들여‘HORSE(역주: 2인 이상이 참가하여 슈팅 대결을 펼치는 경기)’라는 번외 경기로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가 이끄는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구도는 CBS의 전성시대를 연 초석이었고 80년대 중반 한 때 MLB의 월드시리즈와 근접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에는 NBA의 유일한 등용문이었던 NCAA마저 독점중계하며 농구방송계의 지존자리를 확인시켰다. 이러한 CBS의 위상덕분에 빌 러셀, 엘진 베일러, 릭 배리, 톰 헤인슨 등 굵직한 경력을 보낸 은퇴선수들이 마이크를 잡으며 해설진도 호화진용을 갖출 수 있었다.
독특한 자유투 폼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릭 배리는 정장 대신 화려한 가죽 자켓과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으며 눈길을 끌기도 했고 1981년 파이널 중계 당시 빌 러셀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하여 중도하차하는 등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기기도 했다.
1989년을 끝으로 성공리에 막을 내린 CBS는 NBC에 바톤을 넘겨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현재까지도 미 대학농구인 NCAA를 통해 농구팬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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