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는 쾌거를 달성하였다. 대륙별 최고의 12개국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최강 자리를 확인한 이번 대표팀은 과연 선배들의 위업에 견줄만한 성과를 달성한 것일까? 이번 리딤팀과 역대 드림팀의 업적을 비교 조명해보자.
선발기준과 운영체제부터 비교불가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 래리 버드 등 80-90년대를 풍미한 전설들이 몸담았던 원조 드림팀과 센터 르네상스 시대를 연 이른바 4대 센터의 주역들이 참가했던 ‘드림팀3‘가 남긴 족적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결과물을 논하기에 앞서 판이하게 다른 미국농구협회의 과거와 현재의 행정체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1988 서울 올림픽까지만 해도 프로 선수의 출전이 금지돼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대표팀과 금메달이 NBA 선수들에 선망의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미국농구협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거부 따위의 문제로 고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의 선수들을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전설들의 자리를 대신 한 새로운 세대들이 얼굴을 내밀었고 가히 최고의 진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덕분에 미국은 상비군 제도와 전임감독제를 택하는 대신 그때그때 팀을 구성하여 가볍게 손발을 맞추어왔다. 올스타전처럼 말이다.
하지만 2000 시드니 올림픽 무렵에는 선수들의 인식이 달라져있었다. 올림픽은 젊은 선수들에게 영광의 대상이기 보다 귀찮고 힘든 ‘여름방학 보충수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포지션을 면면히 살펴보면 사실 최고의 멤버가 소집되지는 않았다. 스몰포워드와 슈팅가드, 포인트가드 등 백코트만큼은 역대 어느 팀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말이다. 지난 시즌 수비왕에 오른 케빈 가넷이나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는 출전을 고사했고 드래프트 1번 픽에 빛나는 그렉 오든은 부상으로 인한 재활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로스터의 깊이만큼은 역시 아직까지는 원조 드림팀들만한 작품이 없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로포스트 부문에서도 최고의 선수가 엄선됐다면 더 좋은 성적표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유럽의 높이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는데 실패했지만 새로 도입한 상비군 시스템으로 2006년부터 호흡을 맞추어 온 조직력을 바탕으로 단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다음 런던 올림픽에서는 포지션 별 최고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선배들도 안 부러운 경기력
이번 대표팀이 대회에서 남긴 경기당 점수 차는 28.9점. 이는 드림팀이 발족됐던 1992년 이래 3위에 해당한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43.8점과 애틀랜타 올림픽의 32.3점 다음 가는 성적이다. 하지만 단순 숫자로 우열을 가리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세계농구의 수준은 비교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졌다. 미국농구를 저지할만한 팀으로 과거 구소련과 크로아티아가 단골손님에 뽑혔지만 NBA 스타들 앞에서는 이렇다할만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스턴 NBA 총재의 리그 세계화 정책으로 유럽이나 남미같은 대륙들의 전력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덕분에 덕 노비츠키나 마누 지노빌리 등 국민 영웅들을 위시로 하여 기존에도 탄탄했던 팀 조직력에 기술이 더해졌다. NBA의 글로벌화가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셈이다.
결국 비교선상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세계 강호들의 전력을 고려하면 이번 올림픽에서 남긴 28.9의 마진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말로 ‘넘사벽’의 경지에 이른 격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알렌 아이버슨이나 팀 던컨 등 최고의 개인기량을 지닌 선수들로도 이루지 못한 이번 성과는 역시 팀 조직력이 기인한 결과물이다. 농구를 고안한 네이 스미스 박사의 ‘팀 스포츠다’라는 고언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이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표팀 역시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의존을 탈피하지는 못했다. 팀 내 득점 1위를 차지한 드웨인 웨이드와 뒤를 이은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는 대부분의 득점을 1대1이나 속공에서 만들었다. 그렇다면 아이솔레이션과 오픈찬스의 배경은 무엇일까?
역시 수비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일선에서 최고의 대인방어 능력을 지닌 코비나 웨이드에 노장 제이슨 키드는 상대 백코트를 압박했고 스틸을 유도했다. 이는 대부분 어김없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스크린이나 백도어, 커터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패턴 플레이는 이번 대표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트랜지션 게임에서는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개되는 런 앤 건에서 미국은 전열을 정비할 필요가 없었다.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공격을 펼친 미국이지만 문제점도 노출됐다. 3점 슛은 37.7%로 대회 6위에 랭크됐고 자유투는 68%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수년간 지적받아온 퓨어가드의 부재문제는 여전히 남겨놓은 것이다. 슈팅 전문 마이클 레드를 카드로 내놓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총 18개의 3점 슛을 시도 13개를 허공에 날렸다. 오히려 NBA에서 3점 슛이 약하다 평가받은 제임스나 웨이드는 5할에 가까운 고감도 성공률로 깜짝 성적을 남겼다. 비록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말이다.
돌파의 달인 웨이드는 팀 내 가장 많은 41개의 자유투를 얻어냈지만 63%의 성공률에 그쳐 아쉬움을 샀고 드와이트 하워드 역시 5할에도 못 미치는 ‘샤킬 오닐 급‘ 성공률로 일관해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대회 내내 폭발적인 인기로 화제가 된 코비 역시 손가락 부상의 여파로 정확한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클러치 상황에서만큼은 해결사를 자처하며 림을 가르는 킬러본능을 드러냈다.
페인트 존으로 편중된 득점이 외각으로 고루 분산될 경우 당분간 세계무대에서 미국을 꺾을 팀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찰스 바클리와 칼 말론의 골밑 득점 외에도 크리스 멀린과 래리 버드의 지원포가 완성도를 더 했다. 애틀랜타 올림픽은 호화 센터 라인업에 레지 밀러와 미치 리치몬드라는 엘리트 저격수가 언제든 채비를 할 만큼 내외각이 안정돼 있었다.
몇 가지 문제를 드러낸 미국이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신-구조화가 잘 어우러진 이번 대표팀은 대체적으로 2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성장 가능성과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제이슨 키드는 대회 마지막 날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만큼 쉬는 시간도 많았다”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코비 역시 다음 올림픽에서는 34살이 되어 출전을 장담키 어려운 만큼 런던 원정대는 새얼굴이 가세할 공산이 크다.
4년 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새로운 별들이 노출된 문제들을 보완하여 ‘무결점 드림팀’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번은 리딤팀, 차기 드림팀은 런던에서
이번 대표팀의 이름은 ‘되찾는다’라는 의미에서 리딤팀이라 명명했다. 따라서 역대 드림팀과의 비교는 다른 시각으로 볼 때 불공평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표면적인 전력 면에서 과거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나름의 내실 있는 준비와 성과를 냈다.
중요한 것은 과거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 중심의 팀이 아닌 전성기에 막 접어든 젊은 팀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5년차를 전후로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이다. NBA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의 국제무대도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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