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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잃어버린 두 가지를 되찾았다. 금메달과 드림팀 간판이 그것이다. 이제는 선배들의 위업을 이은 진정한 의미의 차세대 드림팀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4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남자농구 최종 결승전에서 미국이 스페인을 118-10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드니 올림픽 이후 8년만이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머문 미국은 일본에서 열린 2006 세계 농구선수권 대회에서도 3위에 그치는 등 농구종가로서의 자존심을 구겨왔다. 절치부심한 미국은 전임감독제와 상비군 제도를 확립하며 부활의 기틀을 마련했고 결국 노력의 열매를 맺었다.

중국 입성과 함께 치룬 다섯 차례의 친선 경기에서 다소 불안한 전력을 드러낸 미국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주위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했다. 조직적인 팀플레이 보다 개인플레이에 의존하는 모습과 확실한 외각슈터의 부재는 여전했지만 끈끈한 수비조직력을 앞세운 전광석화와 같은 시원한 속공 농구는 금빛향연의 밑거름이 되었다.

대회 내내 후반전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이며 여유로운 경기운영을 펼친 미국의 모습은 과거 드림팀의 향수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특히 3쿼터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대팀의 전의를 일찌감치 상실시키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지난 8년간 보여주었던 ‘살얼음판 경기’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때문에 마지막 관문인 스페인과의 결승전은 11점차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스페인에 존경을 표하지만 우리는 다시 정상에 섰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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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 전승으로 파죽지세를 이어오던 미국만큼이나마 스페인의 각오도 남달랐다. 비록 예선전에서 대패하며 기선제압에는 실패했지만 외나무다리에 선만큼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화끈한 득점쟁탈전으로 전개된 1쿼터는 미국의 7점차 리드로 끝났다. 2쿼터는 특유의 압박수비와 속공이 살아난 미국의 분위기였다. 제임스와 웨이드의 적극적인 득점가세로 점수 차를 벌린 미국은 금메달을 눈앞에 두는 듯했지만 스페인의 반격은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3-2지역방어를 앞세우며 수비조직력을 강화한 스페인은 4쿼터 초반 2점차까지 점수를 좁히며 대반격에 나섰다. 21점을 넣은 가솔의 로포스트 장악력은 어려울 때 빛을 발휘했고 농구 신동 루비오의 노련한 경기운영이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실책을 범하며 부상으로 결장한 토론토 랩터스의 호세 칼데론의 부재가 뼈아팠다. 

특히 NBA만큼이나 빛을 발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클러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위기의 리딤팀을 구해냈다. 경기 종료 3분여 전 루디 페르난데즈의 3점 슛으로 승부의 향방은 안개 속에 빠져들었고 코비는 바로 3점 슛과 함께 얻어낸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4점 플레이’로 응수했다. 4쿼터에 기록한 미국의 27점 중 절반에 가까운 13점은 코비의 몫일만큼 해결사의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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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내내 화끈한 공격력을 선사한 드웨인 웨이드는 팀 내 최다인 27점으로 금메달을 도왔다. 웨이드는 “아테네 올림픽 당시에는 신인들의 재능을 보여줄 기회도 없었다. 나는 제임스, 앤쏘니와 함께 팀을 돕고 이끌기를 정말로 원했다”며 기쁨을 전했다. 전반에만 21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발휘한 웨이드의 덕분에 미국은 근소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스페인은 아르헨티나와 함께 미국의 독주를 저지할 카드로 꼽혔지만 메달의 색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파우 가솔은 “우린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경기에 임했지만 미국은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과 같이 한결같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1984 LA 올림픽에 이어 24년 만에 이루어낸 두 번째 결승진출과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달성하며 위안을 삼았다.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온 마르크 가솔과 DKV 유벤투트의 루디 페르난데즈-루비오 콤비 등 ACB를 주름잡는 젊은 피들에게는 은메달 이상의 경험이 됐을 것이기 때문.    

‘리딤팀‘ 간판은 미국의 금메달 탈환과 함께 내렸지만 이제는 새로운 드림팀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입장에 섰다. 세계 흐름에 맞추어 체계적인 국가대표팀 체제를 도입한 미국농구의 질주가 얼마나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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