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 내내 선수 영입을 노리던 클리블랜드가 마침내 한 건을 터뜨렸다.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이던 8월 13일, 클리블랜드는 공격형 포인트가드인 모리스 윌리암스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클리블랜드는 조 스미스를 오클라호마 시티에, 데이먼 존스를 밀워키에 보내고 밀워키는 윌리암스를 클리블랜드에, 데스먼드 메이슨을 오클라호아 시티에 보냈으며, 오클라호마 시티는 루크 리드노어와 애드리언 그리핀을 밀워키에 보내는 삼각 트레이드였다.
클리블랜드의 윌리암스의 영입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팀 리더인 르브론 제임스는 '윌리암스는 매우 뛰어난 포인트가드'라며 트레이드에 'A'를 주겠다고 말했고, 오하이오주의 지역 언론들도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윌리암스 또한 '클리블랜드는 나와 꼭 맞는 팀'이라며 트레이드를 반겼다.
이번 트레이드가 클리블랜드에 가져올 결과를 예상해본다.
얻은 것 - 믿음직한 서브 스코어러, 핵심 전력 유지
윌리암스는 지난 시즌 경기당 17.2득점을 올리며 48%의 야투율과 38.5%의 3점 성공율을 기록했다. 코트 어디에서든 자신있게 슛을 던질 수 있는 윌리암스는 클러치 타임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공격할 수 있다. 볼 핸들링도 준수한 편이며 지난 시즌 경기당 6.3어시스트를 기록할 정도로 패싱마인드도 뛰어난 편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시즌 윌리암스의 공격력을 가장 확실히 경험한 팀이 클리블랜드라는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10명이 이동한 큰 트레이드를 단행한 직후 윌리암스의 전 소속팀이던 밀워키와 경기를 가졌다. 클리블랜드가 만약 그 경기를 이겼다면 바로 다음날로 예정되어있던 보스턴 원정경기를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치를 수 있었고 시즌 목표였던 50승에도 한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윌리암스는 그 경기에서 4쿼터에만 13점을 올리며 37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올렸다. 수비력이 뛰어나다는 딜론테 웨스트와 데빈 브라운, 심지어 르브론까지 윌리암스를 막으려 해봤지만 코트 모든 곳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윌리암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비록 버저비터 위닝샷을 성공시킨 마이클 레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그 경기의 주인공은 박빙의 상황에서 르브론과 막상막하의 쇼다운을 펼친 윌리암스의 몫이었다. 윌리암스는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평균 26득점 9어시스트와 50%의 야투율을 기록했다.
이제 클리블랜드의 상대팀은 더이상 르브론에게만 수비를 집중시킬 수 없게 됐다. 르브론의 반대 사이드에는 득점과 패싱이 모두 가능한 윌리암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프런트가 정말로 칭찬받아야 하는 부분은 윌리암스 정도의 선수를 데려오면서 전력 누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클리블랜드가 윌리암스를 받는 댓가로 내보낸 선수는 데이먼 존스와 조 스미스였는데, 이들은 대니얼 깁슨과 J.J.힉슨이 성장하면 거의 할 일이 없어질 선수들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이들의 만기 샐러리 1,000만 달러의 트레이드 가치를 썼지만, 아직 월리 저비악의 만기 샐러리 1,300만 달러가 남아있으므로 추가적인 전력 강화도 가능해졌다.
잃은 것 - 팀 디펜스
윌리암스는 그리 뛰어난 수비수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낙 공격적인 성향 탓에 수비시에는 그리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는 백코트의 빈틈없는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상대 템포를 떨어트리는 클리블랜드 팀 디펜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2007시즌 클리블랜드가 파이널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백코트진의 수비력이었다. 르브론과 래리 휴즈, 사샤 파블로비치는 모두 1~3번을 막을 수 있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상대팀이 백코트에서 볼을 돌려도 거의 완벽한 스위치 디펜스가 가능했다. 디펜시브팀 멤버가 한 명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리블랜드가 최고의 수비팀이라 불리운 이유다.
하지만 지난 시즌 휴즈를 트레이드하고 파블로비치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클리블랜드의 최고 강점이었던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딜론테 웨스트는 수준급의 수비수였지만 개인 수비능력보다 팀 수비를 강조하는 클리블랜드의 수비 시스템에 완벽히 녹아들어가지는 못했다. 저비악의 느린 발은 팀의 수비로테이션에 항상 걸림돌이 되었으며, 팀에서 이를 보완할 팀 수비전술을 완성시킨 플레이오프때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백코트 파트너가 모두 바뀌면서 수비 부담은 르브론에게 집중되었고, 결국 르브론이 체력에서 한계를 드러내자 팀도 시즌 중반까지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수준급 스윙맨 수비수이던 데빈 브라운마저 뉴올리언즈로 이적했기 때문에, 현재 클리블랜드 백코트진 중에서 신장 195센티미터가 넘는 선수는 파블로비치와 저비악 뿐이다. 만약 파블로비치의 컨디션 난조가 2009시즌에도 계속된다면 클리블랜드는 휴스턴이나 애틀랜타, 레이커스같이 장신의 공격력 좋은 스윙맨이 있는 팀을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궁금한 것 - 스타팅 라인업, 후속 트레이드
딜론테 웨스트가 1년 더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클리블랜드의 2009시즌 스타팅 라인업은 윌리암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윌리암스를 주전으로 쓸 경우 스타팅 라인업은 윌리암스-파블로비치-르브론-벤 월러스-지드루나스 일가우스카스가 될 것이며, 윌리암스를 벤치 에이스로 쓸 경우에는 웨스트-파블로비치-르브론-월러스-일가우스카스가 될 것이다. 만약 파블로비치의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을 경우 저비악이 대신 출장할 수도 있다. 깁슨은 1~2번 백업으로 벤치에서 꾸준히 출격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르브론에게 볼이 집중되는 4쿼터에는 윌리암스와 함께 나올 수도 있다. 클리블랜드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백코트 운용의 다양성을 얻었기 때문에, 상대 라인업에 따라 여러 조합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클리블랜드는 저비악의 1,300만달러짜리 만기계약이 남아있다. 여기에 2010시즌 옵트아웃이 거의 확실한 앤더슨 바레장의 연봉을 합치면 2,000만달러짜리 트레이드 카드를 제시할수 있다. 클리블랜드의 전력 강화 행보가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만약 웨스트까지 트레이드 카드로 쓸 경우, 클리블랜드는 작년의 가넷 트레이드에 맞먹는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클리블랜드 프런트는 일단 현 멤버로 시즌을 시작하고,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다른 팀 슈퍼스타들의 트레이드 가치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마치며 .. 클리블랜드의 트레이드는 2010 프로젝트의 일환
클리블랜드의 최대 관심사는 르브론이 플레이어 옵션을 쓸 수 있게 되는 2010년에 르브론을 지켜내는 것이다. 구단주 댄 길버트가 클리블랜드 구단을 매입한 것도 르브론 때문이고 프런트가 사치세를 감수해가며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것도 르브론이 사치세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므로, 구단에서는 이미 여러 구단이 영입 의사를 밝힌 르브론을 지켜내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현재 르브론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팀 전력의 강화이다. 클리블랜드는 이미 2005년에 르브론의 파트너로 이른바 '휴즈 패키지'를 붙여주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최근 클리블랜드가 보여준 모든 움직임은 '휴즈 패키지'를 처리하고 2010년 르브론의 파트너를 구해주려는 움직임이었다. 그 결과 노장 선수들이 우글거리던 클리블랜드의 로스터는 30대 선수들이 빠르게 사라짐과 동시에 파블로비치, 깁슨, 바레장, 힉슨, 윌리암스 등 20대의 젊은 선수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2010년 이후 르브론과 전성기를 함께할 수 있는 선수들을 모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르브론은 진정한 의미의 '2옵션'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얻었다. 그가 말한 대로 이번 트레이드가 'A'학점이 되느냐, 아니면 제2의 휴즈 영입으로 끝나느냐는 르브론이 그동안 자신에게 몰려있던 공격 부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르브론과 클리블랜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3년 전에 비해 기량도 리더쉽도 성장한 르브론의 이번 시즌 모습에 NBA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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