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BA가 과거로부터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격렬함과 터프함‘을 꼽을 것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반드시 지녀야할 덕목임에도 근대농구에서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날 NBA에는 성실한 일꾼들이 참으로 많았다. 구슬땀을 흘리며 코트 위를 누비고 있는 현역선수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리그의 모든 팀들이 브루스 보웬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경기환경이 얼마나 유연해졌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핸드체킹 룰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신체접족이 잦은 골밑은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아 박스아웃이나 스크린 같은 음지의 기술들을 잘 다루는 파워포워드의 가치가 매우 높았다. 때문에 투철한 경쟁의식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진정한 사나이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울 콜에 대한 수위가 높아지고 리그의 징계가 점차 강화되며 이 매력적인 남자들은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한때 NBA는 암묵적으로 난투극을 묵과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최악의 사태까지 수수방관하지 않았지만 누적되는 몸싸움으로 주먹다짐이 비일비재했다. 3심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화의 근원이 될 만한 유치한 신경전도 미처 잡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울상만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생존법을 터득해야했다.

리바운드의 황제로 군림했던 데니스 로드맨은 ‘Bad as I wanna be'라는 자서전을 통하여 악명 높은 ’배드 보이즈‘에 대해 충격적인 사실들을 회고한 바 있다. 당시 로드맨은 “동료들 중 상당수가 거리의 싸움꾼 출신이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며 본인도 그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는 후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매일 밤 상대선수를 병원으로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로드맨의 증언은 과거의 NBA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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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이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투사 중에 투사였으며 미국 막노동꾼들을 일컫는데서 유래된 ‘블루컬러워커’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파워포워드이다. 그렇다. 눈치를 챈 분도 있겠지만 바로 찰스 오클리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패트릭 유잉의 조력자로서 90년대 리그의 골밑을 누볐다. 특히 뉴욕 닉스의 원정 유니폼을 입는 날이면 영락없는 코트의 노동꾼 그 자체였다. 별명인 ‘Oak Tree' 역시 절묘한 작명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참나무는 단단한 재목으로 그 쓰임새가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단단한 내구력과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던 오클리에게 더 없는 별명이다.

206cm의 키에 111kg의 몸무게로 기골이 장대했던 오클리의 신체적 단점은 탄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경기에서는 덩크슛을 보기가 힘들었고 명장면만 모아놓은 하이라이트 필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격리바운드에 의한 풋백 득점, 45도와 베이스라인의 중거리 슛이 주 득점수단일정도로 그는 수비에 특화된 선수였다. 

리바운드에 있어서 탄력도 하나의 필요요소이지만 절대적 요구사항은 아니다. 오클리는 타고난 하체 힘과 노련한 위치 선정으로 이를 극복했고 대학무대와 NBA의 골밑을 평정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 유니온 재학시절에는 평균 20.3점과 14리바운드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었는데 특히 마지막 졸업 시즌에는 17.3리바운드로 2부 디비전 1위를 차지하며 전문 리바운더로서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황제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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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유잉의 드래프트로 불리는 1985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의해 전체 9번으로 지명된 오클리는 당일 같은 팀에 지명 된 캘빈 던컨과 함께 시카고 불스로 트레이드 된다. NCAA 2부 리그에 속한 이유로 인지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13번에 지명된 유타 재즈의 칼 말론이나 L.A 레이커스의 A.C 그린 등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NBA에 입성한다. 당시 시카고는 떠오르는 신성 마이클 조던과 올랜도 울리지라는 정상급 스윙맨 듀오를 보유했지만 취약했던 로포스트의 전력 보강이 절실했고 오클리는 마지막 조각으로 더 없는 선택이었다.  

데뷔전 이후로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벤치를 지켰던 루키 오클리는 시즌 중반부터 선발 파워포워드의 중책을 맡으며 마침내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특히 3월 한 달 동안 15.5점 13.8리바운드의 기염을 토하며 ‘이달의 신인‘에 선정되는 한편 팀을 진두지휘 하였다. 시카고는 간판스타 조던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행 8번 티켓을 끊었는데 이 겁 없는 신인 포워드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꿀 결과였다. 또한 인구에 꾸준하게 회자되고 있는 조던의 63점 경기는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클리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은 리그에서도 인정되었고 유잉, 말론, 듀마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NBA 루키 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겨준다. 언론에 “조던을 건드는 이가 있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리그의 모든 팀에 선포하며 에이스의 신임도 얻었다. 모두가 꺼려하는 힘들고 더러운 일도 일선에 나서는 오클리의 존재는 더 없이 든든했고 미래는 밝아만 보였다. 하지만 오클리의 시카고 생활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잘못된 일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일일이 지적해왔고 이러한 오클리의 당당한 언행은 윗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사게 돼 결국 리빌딩의 희생자로 낙점되고 만다.

1987-88시즌을 끝으로 뉴욕과의 트레이드에 의해 새 보금자리를 찾은 그는 시카고의 영원한 라이벌 도시에 그렇게 입성한다. 그의 등 뒤에는 오클리의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조던의 격렬한 항의가 메아리치듯 울렸지만 한번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깡마른 두 명의 신인 포워드가 오클리의 공백을 메웠지만 훗날 이들은 ‘죽여야만 사는‘ 얄궂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화려한 조연배우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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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동기 유잉과 함께 골밑 임무를 분담한 오클리의 역할은 시카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유잉으로 인해 활동반경이 넓어졌고 장기인 중거리 슛의 위력도 배가됐다. 시카고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 당시 아쉽게 리바운드 타이틀을 내준 그는 1988-89시즌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하는 10.5리바운드를 걷어내며 뉴욕 골밑의 새로운 살림꾼으로 입지를 다져갔다.

뉴욕은 당시 1987-88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마크 ‘액션’ 잭슨을 필두로 자니 뉴먼과 제럴드 윌킨스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멤버와 신구조화가 어우러진 벤치전력을 자랑하며 시카고와 함께 떠오르는 신흥강호였다. 오클리가 가세한 1988-89시즌은 친정팀 시카고와 악연의 고리를 만들게 된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양 팀은 이후 8년간 여섯 차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만나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경기를 펼치며 코트를 뜨겁게 달구었다.

1988년도에 제작된 시카고 불스의 ‘하이그라운드‘라는 시즌 리뷰 비디오를 보면 오클리의 코트 안팎의 모습을 잠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 애송이에 불과했던 스카티 피펜을 라커룸 벽에 세워놓고 이등병 대하듯 고참행세를 하며 만면에 웃음을 짓던 그런 모습 말이다. 그는 절대로 뒤끝이 없어 한 번 혼쭐을 내어도 큰 형처럼 다독이는 넓은 마음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적어도 코트에서의 오클리는 천사일 수 없었다. 피펜이나 그랜트에게 거친 파울을 수차례 범하면서도 손 한번 내밀지 않는 냉혹한 승부사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는 어느 팀에 몸을 담고 있던 상대방에 대한 변하지 않는 그만의 철학이었다.  

하지만 친정팀에게 번번이 고배를 든 오클리는 먼발치에서 그들의 우승 잔치에 쓰린 속을 부여잡아야 했다. 1991-92시즌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팻 라일리 감독이 앤쏘니 메이슨을 중용하며 출장시간도 줄어들었다. 물론 코트위에 서 있는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고 여전히 거친 허슬플레이어였다. 하락한 개인 성적도 개의치 않는 오클리였지만 가슴 한구석의 공허감을 달래기 위해서는 역시 우승이 필요했다.

농구 황제 조던 없이 맞이한 1993-94시즌은 오클리에게 있어 제2의 전성기나 다름없는 해였다. 생애 최초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맛본데 이어 올NBA 퍼스트 수비팀에 당당이 이름을 올렸다. 3년 만에 더블-더블 기록도 되찾았으니 개인적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하킴 올라주원의 휴스턴 로케츠에 고배를 든 뉴욕은 이듬해 NBA에 돌아온 조던에 의해 다시 한 번 가로막히며 좌절을 거듭하게 된다. 1997-98시즌에는 설상가상으로 유잉의 시즌아웃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변화의 시간을 재촉하였다.

결국 사상초유의 선수노조 파업사태가 불어 닥친 1998년 오프시즌을 맞이하여 구단은 대대적인 수술의 칼을 들게 됐고 36세의 노장 포워드는 토론토 랩터스의 마커스 캠비와의 맞트레이드로 팀의 미래에서 제외되는 불운을 겪고야 만다. 이듬해 뉴욕은 NBA 역사상 최초로 8번 시드 파이널 진출을 이룩하며 돌풍을 일으켰는데 오클리가 떠난 팀마다 성공을 일궈내는 묘한 운명은 계속 이어졌다. 11년간의 파란만장했던 뉴욕생활은 그렇게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역마살이 깃든 노장의 마지막 여정

창단 3년 만에 새로운 유니폼과 홈구장을 선보인 토론토는 오클리의 가세로 노련미 넘치는 로포스트를 구축하게 된다. 오클리는 베테랑 센터 케빈 윌리스와 함께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토론토가 신생팀의 이미지를 벗는데 일조하였다. 농구선수로서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그였지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세월을 무색케 하였다.

화려한 고공플레이로 이른바 ‘에어 캐나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빈스 카터는 지난 날 붉은 색 유니폼의 23번 사나이를 떠올리게 만들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팀의 에이스를 무조건 감싸기 보다는 더 나은 선수가 되라며 채찍을 들었던 것이다. 들쑥날쑥한 카터의 슈팅기복과 취약한 장거리 슈팅능력, 오른쪽 돌파만을 선호하던 습관 등을 지적하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오클리는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출장시간에 대해 불만을 표했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에게는 “어린 선수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며 일침을 놓기도 하였다. 

동부 컨퍼런스의 정상권을 노려볼만한 위치에 이른 토론토는 간판스타 카터의 부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오클리는 몰락하는 팀의 운명을 뒤로하고 모든 여정의 시작이었던 시카고로 돌아온다. 토론토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2000-01시즌 당시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더블-더블급 활약을 펼쳤던 그의 마지막 불꽃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타이틀에 대한 미련도, 개인적인 영예의 욕심도 모두 버린 오클리는 오로지 경기에 대한 열정으로 선수생활을 버텨나갔다. 불혹의 나이에도 그가 코트에 설 수 있었던 이유다. 농구경력을 시작했던 곳에서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을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단짝인 마이클 조던이 코트로 돌아왔다. 조던의 간절한 설득에 마음을 돌린 오클리는 워싱턴과 베테랑 최저 연봉액수에 합의하며 절친한 동료의 마지막 길동무가 돼주었다. 결국 조던의 은퇴로 워싱턴에 남을 이유가 없어진 오클리는 2003-04시즌 휴스턴에서 단 7경기만을 뛰며 NBA 이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의 경력을 돌이켜볼 때 우승반지는 물론 변변한 개인수상의 경력하나 없는 평범한 프로선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지의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이 찰스 오클리였으며 많은 이들이 이면에 드리워진 그의 모습을 사랑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직 존슨이나 클라이드 드렉슬러와 같은 화려한 슈퍼스타에 대한 그리움. 그것은 타이론 힐이나 오티스 도프, 오클리, 로드맨과 같이 코트 사이드를 뒹굴며 흙먼지를 뒤집어 쓴 터프가이들에 대한 그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계속 되는 도전, 그리고 두 얼굴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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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떠난 지 만 3년이 되던 지난 2007년 오클리의 복귀 설이 모락모락 피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는 불혹을 넘겨 43세였다. 그 해 드래프트 1순위인 오든이 갓난아기라면 오클리는 할아버지뻘인 셈이었다.

지난 3년 전 바닥을 드러낸 오클리는 이제 더 이상 플레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자긍심 하나는 여전했다. “하찮은 액수의 계약금으로는 뛰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며 리그에서 장려하는 베테랑 미니멈의 경로혜택을 마다한 것이다. 은퇴와 복귀를 두 차례 반복했던 절친 조던은 “제대로 된 대우가 없다면 뛸 필요 없다”며 오클리를 지지했고 그 역시 본인의 입장을 고수했다. “좋은 연봉여건에서 뛸 것이다. 어느 구단도 나를 돈으로 살 수 없으며 돈도 나를 지배할 수 없다. 터무니없는 베테랑 최저연봉으로는 코트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본인의 의지를 피력했다. 결국 오클리의 복귀는 무산됐지만 그의 뚝심과 담대함을 재차 확인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샤킬 오닐이나 찰스 바클리처럼 본인이 내뱉은 말로 곤욕을 치루는 이도 있지만 오클리의 말은 무게감이 틀렸다. 가볍고 무모한 호언장담이 아닌 누군가는 맸어야 할 총대와도 같은 사안들은 언제나 오클리의 몫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났지만 필요할 때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을 정도로 리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팀 도너기 심판파동으로 소란스러웠던 올 해 여름, 오클리는 분노를 금치 못하였다. “분명 저 너머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숨겨져 있다. 책을 통해 모든 전말이 공개 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그는 “지난 시즌 브렌트 베리의 파울만 봐도 알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파울이었음에도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경기조작”이라며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룰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매 시즌마다 새로운 영웅이 만들어진다. 이는 속임수나 다름없는 짓”이라며 리그 행정부에 따끔한 충고를 건냈다.

오클리의 쭉 찢어진 눈, 고집을 담은 두툼한 입술은 마치 마이크 타이슨을 방불케 하는 외모로 기억된다. 터프가이로 한 평생을 살아온 그였지만 가슴 따뜻한 ‘인간 오클리‘를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왼팔이 하는 일을 오른팔이 모르게 하라”는 옛말도 있다. 하지만 오클리가 실행해온 수많은 자선행사들은 그가 얼마나 배려 깊은 남자인지 알려주는 좋은 자료다.

1993-94시즌에는 리바운드 한 개당 1달러의 기부금을 적립했고 팀 동료 존 스탁스가 이를 본받아 3점 슛 한 개당 5달러의 기부금을 내게끔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향 버지니아 유니언에서는 재단을 운영하며 오랜 세월동안 불우아동 단체를 지원하고 있고 클리블랜드 등지에서 무료 여름캠프를 개최하며 꿈나무들의 육성을 돕고 있다.

이러한 오클리의 자선활동은 폭넓은 개인사업의 확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6개의 세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남다른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성공적인 자산증식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외모에 걸맞지 않는 탁월한 패션 감각도 오클리가 가진 또 하나의 능력이었다. 특히 1997년 패션 전문 매거진 ‘GQ'에서는 과소평가 받은 드레서로 선정되며 다양한 끼를 발산했다.

   
마치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수와 팬으로서의 관계를 영원히 지속시키고픈 인물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다. 줄리어스 어빙이 그랬으며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 같은 팬의 사랑을 듬뿍 받은 영웅들도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으면 못살 것 같던 슬픔과 인연의 끝에 맛보는 아쉬움은 한 순간에 사라진다. 마치 물레방아처럼 떠나는 이의 자리는 누군가가 항상 채워왔기 때문이다.

NBA 총재 데이빗 스턴도 말한다 “리그는 슈퍼스타의 은퇴로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누군가가 등장하곤 했다. 윌트 체임벌린이 사라지자 카림 압둘자바가 데뷔했고 어빙이 퇴장하니 조던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덕분에 우리는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이다. 어디 국내뿐이겠냐 만은 NBA의 전파에 혁혁한 공을 세운 조던의 존재도 차츰 잊혀져  가고 있다. 심지어는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젊은 팬들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치유되는 만병통치약 ‘시간’은 시대를 풍미한 영웅도 지울 수 있는 날카로운 검인 셈이다. 이치가 이러한데 별다른 족적 없이 사라진 많은 선수들의 추억은 오죽할까?

찰스 오클리는 몇 년 안에 많은 팬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그는 좋은 추억으로 남은 영화한편에 대한 회상과도 같은 존재다. 재밌는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만 좋은 영화는 가슴에 남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그렇다. 오클리는 과거의 담습을 유쾌하게 만들어 준 그런 선수였다. 농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해 준 그가 오늘따라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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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S/일반 뉴스 2008. 11. 1. 15:59

보스턴 셀틱스 신바람 2연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가 개막 후 2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보스턴은 1일(이하 한국시간) TD 뱅크노스가든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시카고 불스를 96-80으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경기 시작 후 첫 6분여간, 단 한 개의 필드골도 허용치 않은 보스턴은 주전선수들의 고른 득점에 힘입어 1쿼터를 24-13으로 마쳤다. 시카고는 23개의 야투 시도 중 무려 19개를 놓칠 만큼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보스턴의 무시무시한 수비조직력을 실감케하는 시간이었다.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한 시카고는 2쿼터 들어 데릭 로즈의 연속 6득점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간판스타 케빈 가넷이 12점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과시하며 점수 차는 더욱 벌어져갔다.

후반전을 맞이한 두 팀의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3점 슛으로 포문을 연 레이 알렌은 3쿼터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며 시카고를 궁지로 몰았다. 결국 시카고는 물오른 보스턴의 기세를 막지못하며 3쿼터 한때 20점차 이상 격차가 벌어졌고 사실상 승부는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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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은 18점 10리바운드의 만점활약을 펼쳤고 폴 피어스와 알렌, 레이전 론도는 나란히 14점으로 뒤를 받쳤다. 특히 가넷은 최연소 통산 1000경기 출장을 달성하며 겹경사를 맞이했다. 32세 165일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레인맨‘ 숀 켐프가 보유하고 있던 33세 24일이었다.

“최고의 기분이다”며 운을 뗀 가넷은 “수많은 경기를 치루는 동안 내 몸을 돌보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18점을 넣은 시카고의 득점리더 로즈는 혹독한 챔피언의 과외 앞에 고개를 숙였다. 빼어난 스피드로 보스턴의 골밑을 휘저었지만 25개의 야투 중 단 6개만을 넣었고 대부분은 드라이브인을 통한 득점이었다. 감독 데뷔 후 첫 패배를 맛본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은 “어떠한 유형의 공격옵션도 먹히지 않았다. 압도적인 우리의 패배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전통의 강호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올스타 가드 브랜든 로이가 활약한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에 덜미를 잡히며 2연패의 늪에 빠졌다.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간판스타 루디 게이의 버저비터에 힘입어 올랜도에 짜릿한 2점차 역전승을 거두었다.

1일 NBA 전적
뉴욕 87-116 필라델피아
골든스테이트 108-112 토론토
세크라멘토 77-103 마이애미
시카고 80-96 보스턴
올랜도 84-86 멤피스
덴버 113-103 LA 클리퍼스
샌안토니오 99-100 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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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정규시즌이 한국시간으로 어제 29일 개막했다.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와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의 경기, 그리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와 신흥강호 포틀랜드의 경기는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며 화려한 팡파레를 울렸다. 반면에 지난 시즌 사이좋게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시카고 불스와 밀워키 벅스의 경기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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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독 빛을 발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데릭 로즈다. 1.7%의 기적과 함께 시카고와 연을 맺은 로즈는 바로 어제 공식적인 데뷔를 선포했다. 놀라운 것은 스타팅 멤버를 소개하는 인트로 무대였다.

통상적으로 선발 다섯 명중 가장 마지막에 소개되는 선수는 단연코 팀 내 간판스타의 몫이었다. 대어급 신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거물급 신인들은 약체 팀에 입단하기 마련하는 경우가 잦고 팬서비스나 사기진작 차원에서 경력과 상관없이 피날레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 자리를 로즈가 차지했다.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시카고는 아직까지 로즈의 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팀을 이끌어온 선배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시카고의 선택은 이제 막 리그에 발을 내딛은 애송이 가드였다. 시카고 불스의 역대 신인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이 영광을 차지했을지 상상이 가는가?

10년 전의 엘튼 브랜드는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이름을 올린 선수고 그 이전의 사례를 살펴보면 무려 23년을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그렇다. 로즈는 마이클 조던이래 가드 출신으로는 최초로 ‘마지막에 불리는 자’가 된 것이다. 시시콜콜한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카고 출신의 모든 남자 아이들은 유년시절 한번쯤 상상을 해 보았을 일이다. 불스의 홈구장에서 마지막에 호명되는 즐거운 상상을 말이다. 로즈도 그 많은 아이들 중 한명이었고 이제는 그 꿈을 이루었다. 

그가 남긴 첫날 성적표는 아주 뛰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로즈가 남긴 데뷔전의 인상은 그 기대만큼이나 만족스러울만한 것이었다. 시카고 사정상 전술적인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로즈의 존재가치는 상상이상이었다. 아이솔레이션을 고집하며 기어이 자유투를 고집하는 ‘못 먹어도 고’식의 미숙함도 가끔 드러냈지만 그는 빠르게 코트에 적응해 나갔다. 특유의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로 순식간에 2~3명을 바보로 만드는 돌파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페인트 존에 수비를 몰고 외각의 동료에게 킥아웃을 내주는 장면이나 좁은 공간에서 팝아웃 하는 스크리너에게 적시에 내주는 킬패스는 본연의 임무인 포인트가드로서의 자질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윅 사이드의 오픈 동료를 찾아내는 시야도 뛰어나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로즈의 이타적인 마인드는 시카고가 바라던 요소이자 청사진이다.

콧대가 제법 높을 만도 한 이 신인선수 한명이 팀을 휘두르며 승패를 좌지우지 하는 독불장군식의 시나리오는 올 시즌 시카고에게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다. 첫 번째 프로경기를 마친 로즈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흥분 된다. 실수할까봐 걱정도 들었다”며 운을 뗀 뒤 “내 고향에서 NBA 선수로 뛰고 있다. 이보다 더 한 행운은 없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적장이었던 마이클 레드는 “정말 성숙한 신인이다. 로즈는 굉장한 선수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 막 한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 81경기의 험난한 일정이 남았지만 분명한 것은 로즈의 인상 깊은 데뷔전은 시카고의 팬들과 팀원들, 그리고 관계자의 가슴에 한줄 기 빛을 내려주었다는 것이다. 신인왕과 팀의 성공적인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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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S/SPECIAL 2008. 10. 28. 00:51

NBA 2008-09 시즌 프리뷰 - 센트럴 디비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작성 : jeffrey23

2007-08 시즌 센트럴 디비전 리뷰

지난 시즌 보스턴 셀틱스의 독주를 저지할 대항마로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가 진지하게 거론되었고 실제 그들은 보스턴과 치열한 일전일퇴의 승부를 겨루었다. 이 두 팀은 동부 컨퍼런스의 메인 스트림을 꿰차며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했지만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말로는 초라했다. 시카고와 밀워키는 암울했던 과거로 회귀했고 인디애나는 리빌딩에 투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2강 체제로 압축됐던 센트럴 디비전의 판도는 과연 바뀔 수 있을까?


2008-09 시즌 전망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2007-08시즌 성적 59승 23패, 디비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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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 -
디트로이트의 강점은 수년간 요지부동인 한결 같은 전력이다. 첸시 빌럽스를 위시하여 리차드 해밀턴과 테이션 프린스, 라쉬드 월라스는 우승의 영광을 함께한 지난 2004년 이래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매 시즌 디트로이트가 우승권에 분류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장기간 상위권에 랭크된 팀의 가장 큰 부담은 핵심 전력의 고령화지만 디트로이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로드니 스터키나 제이슨 맥시엘 아미르 존슨 등 젊고 재능 넘치는 벤치자원들이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아직 고참 선수들의 자리를 넘볼 수준은 아니지만 코트에 서 있는 시간만큼은 든든한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다.
만년 유망주로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콰미 브라운의 합류도 호재다. 월라스와 맥다이스의 베테랑 라인에 맥시엘-존슨까지 기존에도 탄탄했던 프론트 코트의 무게감이 한층 더 실렸기 때문이다. 이는 로포스트의 폭넓은 로테이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브라운은 월라스와 호흡을 맞추며 프로 데뷔 후 경험하지 못한 A급 과외를 받았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정규시즌을 치루는 동안 주전 선수들의 효율적인 체력안배가 가능하다면 디트로이트는 수년간 그래왔듯이 플레이오프에서 그 위용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약점 - 꾸준함의 대명사인 디트로이트에게 있어 이번 시즌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마이클 커리 감독의 영입일 것이다. 전임 자리에 있던 플립 손더스 감독은 3년간 디비전 1위를 놓쳐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매해 우승의 문턱에 서왔다. 하지만 한계를 절감한 구단 측의 칼자루에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조 듀마스 단장의 목적은 디비전 우승이나 동부 컨퍼런스 1위 따위가 아닌 챔피언인 것이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그 누구도 매물 대상이 될 것“ 공언했던 듀마스 단장의 서릿발은 선수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 쓴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감을 다스리고 감내해야 할 첫 번째 인물은 바로 감독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인감독이라는 명함은 이번 시즌 디트로이트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 아닐까 싶다. 덧붙여 앞서 언급했듯이 출장시간 조율에 따른 노장들의 불평불만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 역시 감독의 몫이다. 라쉬드 월라스같은 개성강한 베테랑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다룰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전망 - 전통적인 강호들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세대교체를 바로 이 팀이 보여주고 있다. 플로어 리더를 담당하며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빌럽스는 6시즌 연속 팀 내 득점 1위를 놓치지 않은 해밀턴과 동부의 백코트를 접수할 준비를 마쳤다. 리그 정상급 스타퍼인 프린스는 올해도 변함없이 전 방위에서 상대방의 목을 조일 것이다. 또 월라스는 어떠한가? 3점 슛 라인 주위를 떠나지 않는 그에게 비난을 내리기전에 한번 쯤 생각해보자. 그는 로포스트에서 여전히 리그 정상급 수비를 선보일 수 있다. 가넷을 괴롭힐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이 팀의 무서운 점은 주전들과 겨룰 때 느낄 수 있는 부담감과 피로를 벤치전에서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 보스턴의 대항마는 의심의 여지없이 디트로이트가 1순위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2007-08시즌 성적 45승 37패, 디비전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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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 -
지구 최고의 농구선수가 될 수 있는 르브론 제임스가 있는 한 클리블랜드는 다시 한 번 대권도전에 나설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이루어진 시카고 불스와의 딜을 통해 소폭 라인업에 변화를 겪었고 올해 모리스 윌리엄스의 영입으로 방점을 찍었다. 섯부른 예상일수도 있겠지만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요구했던 제임스의 소기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는 분명 올 NBA팀에 들 만한 그릇은 못된다. 하지만 안드레 밀러 이후 클리블랜드 최고의 포인트가드가 될 것임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대니얼 깁슨에게 없는 패스능력과 스피드를 가져다 줄 것이며 에릭 스노우의 야속한 세월도 보상을 해줄 것이 틀림없다.
인사이드 진은 신구조화를 꽤했다. 클리블랜드의 터줏대감 일가우스카스는 어느덧 노장대열에 들어섰지만 퍼러미터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고 압도적인 신장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만의 자산이다. 노쇠화의 진행이 뚜렷한 벤 월라스는 건강만 찾는다면 여전히 리그 최고의 특급 수비수다. 여기에 브라질 출신의 허슬가이 안데르손 바레장은 벤치 에너자이저로서 원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며 신인 J.J 힉슨과 다넬 잭슨 역시 두 노장 고참들을 보좌하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윙에서는 샤샤 파블로비치와 월리 저비악의 지원사격이 르브론 옵션의 한 축으로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비악의 경우 지난 시즌 새로 합류한 이 후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클리블랜드 세트 오펜스에 적응만 한다면 예전의 날카로운 슈팅을 다시금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약점 - 저메인 오닐과 엘튼 브랜드의 이동으로 동부 컨퍼런스의 인사이드 전력은 예년에 비해 한층 강화되었다. 케빈 가넷의 보스턴 셀틱스 역시 녹녹치 않은 상대다. 이제 클리블랜드의 골밑상황을 살펴보자.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는 일가우스커스와 월라스의 인사이드진이 과연 4월에 시작될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건강하게 버틸 수 있을까? 잔부상에 시달리며 생기를 잃은 월라스는 풀타임 출장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가우스커스의 경우 적지 않은 나이와 거구의 몸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출장시간이 필수조건이다. 문제의 대안은 현재로서 식스맨과 잉여자원의 활용이지만 바레장을 제외한 두 신인의 리그 적응기간이 장기화 될 경우 르브론이 로포스트 최전선에 배치되는 상황도 불가피할 것이다. 어느 자리에 두어도 제 몫을 해낼 르브론이지만 그가 맡은 짐은 지금도 충분히 무겁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망 -
팀 스포츠인 농구에서 한 선수가 팀의 전부라는 것은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르브론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르브론은 데뷔 이래 섭섭지 않은 구단의 후원아래 뛰어왔다. 돈을 떠나서 선수단 구성까지 그의 입맛에 맞추려는 클리블랜드의 노력은 실로 가상했지만 문제는 그 결과가 ‘충분히’ 좋지 않았다는데 있다. 물론 지드루너스 일가우스카스나 드류 구든 같은 선수들은 꽤 매력적인 선수들이었다.
파이널 무대도 밟아 보았고 플레이오프에서 호성적도 남겼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 르브론이 자유의 몸이 되기 전까지 그에게 채울 족쇄는 오로지 우승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이제야 피부에 와 닿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승에 대한 다짐이 어제 오늘 일이겠냐 만은 2008-09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는 그 어느 해보다 다르다.


인디애나 페이서스 (2007-08시즌 성적 36승 46패, 디비전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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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 -
간판스타였던 저메인 오닐과 얽힌 어두운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작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사실 하나로 인디애나의 가능성은 충분 할 것 같다.
한계가 극명했던 오닐과 이별을 고한 대가는 기대 이상이다. 비록 올스타 급 네임밸류는 아니지만 새얼굴들의 이력을 면면이 살펴본다면 쉬이 수긍이 간다. 인디애나 돌격대장을 맡을 것이 확실한 T.J. 포드는 저말 틴슬리와 함께 백코트를 진두지휘하며 팀의 스피드를 한 단계 높여줄 것이다. 미네소타와 샌안토니오에서 가넷과 던컨 등 굴지의 스타들과 호흡을 함께 했던 라쇼 네스트로비치도 눈에 띈다. 특히 네스트로비치의 패스 능력과 중거리 슛은 그의 성실함과 함께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닐의 공백을 100% 채우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그처럼 시즌의 절반 이상을 벤치에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리빌딩의 선봉에는 스몰포워드 대니 그레인저가 선다. 마이크 오브라이언 감독이 “인디애나의 리더는 그레인저와 던리비 주니어”라 할 만큼 그에 대한 신뢰는 전폭적이다. 팀 재건에 있어 구심점은 확실히 잡은 셈이다.
리딩 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부상이 잦은 포드나 틴슬리의 보험으로 든 재럿 잭의 영입은 큰 수확이다. 2008년 전체 13번 픽으로 영입한 신인 브랜든 러쉬의 활약상도 기대된다. 장거리 슈팅에 능해 인디애나의 3점 부대에 화력을 더 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퍼러미터에서의 수비능력이 뛰어나 인디애나의 현안인 수비 체질 개선의 축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 

약점 - 인디애나의 최대 약점은 많이 넣는 것 이상으로 내준다는데 있다. 이 말은 수비가 약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난 시즌 인디애나는 경기 당 팀 득점에서 전체 7위에 랭크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점에서는 5위에 올라 리그에서 가장 실속 없는 팀 중 하나가 되었다. 오브라이언 감독은 이번 시즌 인디애나 최대 목표는 수비강화라 다짐했고 래리 버드 단장 역시 “우리가 이기길 원한다면 수비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거들었다. 그만큼 인디애나에게 가장 절실한 사안은 수비다.
 
지난 시즌 팀 골밑을 담당하던 제프 포스터와 트로이 머피는 3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을 뛰며 팀 내 리바운드 1, 2위에 올랐지만 이 숫자가 수비의 몫을 모두 해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샷 블락 부문에서는 저메인 오닐과 그레인저, 데이빗 해리슨 정도가 1개 이상을 기록했지만 오닐과 해리슨은 팀을 떠났다. 인사이드 진에 상대의 슛을 경기 당 단 하나도 쳐낼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디애나의 로포스트 문제는 비단 수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닐의 이적으로 인해 인사이드 득점농사는 극심한 가뭄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에 기대할만한 선수는 머피정도가 유일하지만 그는 필드골의 1/3을 3점 슛에 투자 할 정도로 정통파 인사이더와는 거리가 멀다. 3점 슛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변변한 골밑 공격옵션 하나 없는 팀은 체력부담이 적은 지역방어의 좋은 먹이 감이다.
 
전망 - 아직은 때가 아니다. 수비 곳곳에서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선수 개개인의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팀 수비의 짜임새도 맥을 같이 하여 그 구멍은 크게만 느껴진다. 플레이오프 컨텐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오브라이언 감독은 인디애나의 유일한 블루 컬러워커인 제프 포스터와 함께 신인 로이 히버트를 팀의 구세주로 꼽았다. 잠재능력만 일찍 깨어난다면 216cm의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로포트스 장악력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공격력만큼은 동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화끈함을 자랑한다. 외각에 치중된 득점 분포는 아쉬운 대목이지만 한번 터지면 분명 겉잡을 수 없는 위력적인 무기다.

방패 없이 승리하는 팀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우승트로피를 가지고 있는 팀이 과연 몇 팀이나 되는가?


시카고 불스 (2007-08시즌 성적 33승 49패, 디비전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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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 -
시카고 불스는 지냔 4년간 3차례에 걸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지난 시즌 뼈아픈 탈락을 겪었음에도 핵심 전력들을 지켜낸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수확이다.
난항을 겪긴 했지만 벤 고든은 극적으로 팀에 합류하여 올해도 변함없이 벤치 공격력에 힘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부상과 피로누적으로 인한 부진함에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은 커크 하인릭 역시 건강하게 시즌을 맞이하며 새 각오를 다졌다. 하인릭과 고든은 이제 어엿한 베테랑으로서 전체 1번 픽에 빛나는 데릭 로즈와 함께 백코트를 담당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합류한 래리 휴즈까지 모처럼 풍성한 가드 진을 보유하게 된 시카고는 크리스 듀혼의 공백을 느낄 새가 없다.
포워드 라인을 살펴보면 기존의 뎅과 노시오니의 건재함 외에 타이러스 토마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첫 6차례의 시범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장한 토마스는 아직 슈팅 감각을 찾지는 못했지만 매 경기 28분 동안 더블 더블을 기록하여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올 시즌 새로 부임한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은 피닉스 선즈 코칭 스태프 시절 전수받은 업템포 농구를 투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하인릭의 풀타임 선발출장이 확실시 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그의 백코트 파트너 물색이 한창이다. 래리 휴즈와 데릭 로즈의 2파전으로 좁혀진 대결구도는 공격과 수비라는 옵션의 양자택일로 요약됐다. 발군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휴즈와 철옹성 같은 백코트를 꾸릴 것인지, 로즈의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런 앤 건에 날개를 달을지는 전적으로 델 니그로 감독의 몫이지만 어느 쪽도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인 옵션임은 분명하다.

완성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전임 감독이었던 스캇 스카일스 의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시카고의 젊고 빠른 선수들의 기동력을 살릴 수 있어 새로운 강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조아킴 노아나 토마스 같은 인사이드 유닛들도 모두 달릴 수 있는 그야 말로 런 앤 건의 진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약점 - 비단 이번 시즌을 맞이하는 시카고의 문제가 아닌 몇 년 동안 안고가야 할 숙제와도 같다. 바로 로스터의 포화상태다. 넘치는 가드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사이드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같은 포지션 불균형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쪽을 덜어 부족한 곳을 메우는 간단한 물리적 이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의 골자는 바로 계약이다. 이적과 잔류를 두고 설왕설래 했던 고든은 결국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며 구단과의 수 싸움에 밀렸고 감정의 골이 파이고 말았다. 내년에 자유의 몸이 되지만 한시가 급한 당장 올해는 꼼짝없이 잔류를 해야 한다. 구단 입장은 고든의 잔류가 대환영이지만 한 번 떠난 마음을 추스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래리 휴즈는 거액의 장기계약이 속을 썪이고 있다. 몸값만 해준다면야 비싼 대로 기용을 하겠지만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그의 기량에 비해 감수하는 출혈이 크단 얘기다. 두 선수의 트레이드에 제약이 없었더라면 시카고는 백코트의 다이어트에 성공하며 빈약한 인사이드진의 보강이 가능했겠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NBA 감독 데뷔를 앞둔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의 경험부족도 약점으로 꼽힌다. 신인감독이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는 통상 성적부진으로 인한 슬럼프나 위기 대처능력의 부족함이 주를 이룬다. 이밖에도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선수들도 그 축에 들 수 있겠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코칭스태프다. 물론 보좌관으로 낙점 된 델 해리스나 버니 비커스태프는 풍부한 코치 경험을 토대로 전술적인 부분 뿐 아니라 팀 운영 전반에 걸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벤치 수뇌부가 흔들린다면 어디까지나 첫걸음을 내딛는 델 니그로 감독이 스스로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전망 -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의 특이할만한 변화는 높아진 인사이드 벽이다. 반면에 시카고의 올 여름 FA장사는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다. 껍데기는 남아있지만 알맹이는 알차게  찼다.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시스템, 그리고 새로운 스타신인까지 시카고는 모든 것이 어색한 신입생과 다르지 않다. 1.7%의 기적 같은 확률을 뚫고 영입한 로즈의 입성은 그야말로 천재일우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가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엘튼 브랜드 이후 최고의 기회임은 틀림없다.

시카고는 지난 98년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이후로 무려 10년간 올스타 플레이어를 배출시키지 못했다. 덕분에 시카고 팬들은 슈퍼스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길 원해왔고 이제는 한 번 쯤 23번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던 전설의 주인공을 떠올릴 것이다. 로즈를 바라보며 말이다. 그가 팀의 10년사를 좌지우지할만한 그릇인지는 경기가 증명해줄 것이다.
 

밀워키 벅스 (2007-08시즌 성적 26승 56패, 디비전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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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 - ‘새로운 다이나믹 듀오의 탄생’. 마이클 레드와 리차드 제퍼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슛을 맡아 고군분투 해온 레드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했던 이 지엔리엔 대신 새롭게 합류한 제퍼슨은 검증이 필요 없는 팔방미인 올스타 포워드다. 그의 존재는 레드로 하여금 더 많은 3점 슛과 더블 팀의 해방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듀오의 득점력에 견줄만한 이는 덴버 너게츠의 카멜로 앤써니와 알렌 아이버슨 정도가 유일하다. 레드와 제퍼슨은 지난 시즌 나란히 경기당 22점씩을 올리며 리그 전체 10위 안에 들 정도로 탁월한 득점능력을 보유했다. 밀워키는 이로서 확실한 원 맨 옵션을 늘리는 한편 골치 덩어리였던 스몰포워드 문제까지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찰리 빌라누에바도 이번 여름 트레이드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이 지엔리엔이 떠나면서 그는 본연의 포지션인 파워포워드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빌라누에바의 장점은 빅맨 임에도 좋은 기동력을 지녔고 중장거리 슈팅에 능해 다양한 전술옵션의 수행이 가능하다. 수비를 강조하는 스캇 스카일스 감독에게 수준이하의 수비능력만 비추지 않는다면 밀워키의 풀타임 4번 자리는 그의 몫이다.  
모 윌리엄스의 공백은 시애틀 슈퍼소닉스(現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활약했던 루크 리드노어가 맡는다. 리드노어는 시애틀에서 선발 라인업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지난 시즌 대폭 줄어든 출장시간과 함께 벤치로 돌아가며 급격한 굴곡을 겪었다. 심리적 위축감에서 벗어나 자신감만 되찾는다면 빠른 시간 안에 윌리엄스의 향수를 지울 수도 있을 것이다.

거칠고 열정적인 허슬 플레이어 앤드류 보것과 스카일스의 만남도 호재다. 여기에 정상급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제퍼슨의 가세는 스카일스의 수비 시스템 체질개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점 - 밀워키의 최대 약점은 수비다. 신임 감독인 스카일스의 조련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밀워키는 무방비 도시나 다름없었다.
필드골과 3점 슛 허용률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으며 동네북의 이미지를 스스로 자처했기 때문이다. 스카일스 감독이 부임 후 수비전력 강화에 총력을 쏟아 부었던 이유도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다.

수비지향 감독으로 익히 알려진 스카일스는 “빌라누에바가 파워포워드 자리에서 수비를 만족스럽게 수행하지 못한다면 내년 2월 트레이드도 불사할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니 밀워키의 골치거리가 어느 정도 피부에 와 닿는다.

전망 -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레이 알렌까지 팔아가며 리빌딩에 나선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리빌딩팀답게 젊은 유망주들을 꾸준히 육성해온 밀워키의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 어느새 리그에서도 고참대열에 선 베테랑들로 채워졌음을 알 수 있다. 산전수전 겪은 백전노장은 없지만 이제 막 전성기에 들어서거나 혹은 정점에 선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것도 밀워키의 희망중 하나다.

벤치 역시 구색이 갖추어졌다. 댄 개드주릭과 말릭 알렌은 공수에서 상호보완하며 밀워키의 선발 인사이드진을 보좌할 것이고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찰리 벨의 존재도 든든하기 그지없다. 특히 알렌은 시카고 불스 시절 스카일스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전력이 있어 새로운 시스템을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전체 8번 픽으로 입단한 조 알렉산더는 불확실 했던 선발출장의 문이 더욱 좁아졌지만 올스타 선배들의 황금 같은 조언 속에 데뷔 첫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원채 공격적인 면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던 팀이기에 스카일스의 지휘 아래 고질적인 수비병만 개선된다면 동부 컨퍼런스의 X-팩터로서 자격은 충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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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S/일반 뉴스 2008. 10. 27. 06:26

시카고 재건의 멘토, 델 해리스 코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겪은 시카고 불스가 새로운 모습으로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히 특급신인 데릭 로즈와 새 사령탑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은 시카고의 재건을 도울 새얼굴로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시카고의 지휘봉을 잡은 델 니그로 감독은 이번 시범경기 동안 다양한 로테이션을 가동시키면서 최적의 로스터 구성을 물색하고 있다. 피닉스 선즈에서 3년간 갈고닦은 코치능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무대지만 주변의 기대와 바람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 시즌의 부진이 한때의 실패라 여기는 이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04-05시즌부터 2006-07시즌까지 고공비행을 이어가던 시카고의 상승세를 되찾아야하는 중압감도 안아야 한다. 탈꼴찌나 가능성을 알리는 정도의 성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감독의 소임이 어디 코트 안뿐이던가. 보직의 세분화로 감독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겨야하는 세심함은 시대가 변해도 요구되는 덕목중 하나다. 리그를 살펴보면 전술부터 선수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스스로도 잘 소화하는 백전노장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신입감독 델 니그로는 보좌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의 손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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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델 니그로를 보좌할 코칭스태프는 델 해리스와 버니 비커스태프, 그리고 전 시카고 선수이자 감독을 역임했던 피트 마이어다. 이중에서도 해리스 코치의 활약은 시카고 호의 항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비커스태프 역시 젊은 선수들과 리빌딩 팀에 대한 수완으로 이름난 14년차 베테랑 코치지만 해리스의 이력 앞에서는 아직도 갈길 먼 후배에 불과하다.

최근 인터뷰에서 “49년이나 해온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밝힌 해리스 코치는 식지 않은 열정을 과시했다. 주변의 동료들 역시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를 노장 선배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델 니그로 감독은 “해리스 코치는 미국전역에 있는 모든 호텔과 레스토랑을 꿰뚫고 있다”고 농을 꺼내며 “그는 경기의 모든 것을 내다본다. 코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게 전달된다. 이보다 더 노련한 시야는 없을 것”이라며 해리스를 치켜세웠다.

백발이 성한 노장코치에게 거는 기대감은 선수들도 크다. 시카고의 가드 래리 휴즈는 “여전히 정정하시다. 코트 위에서 뛰는 것은 저 나이에도 코치직을 수행한다는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 한 일”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주전 포인트가드를 담당하고 있는 커크 하인릭 역시 “그는 오랜 시간 경기와 함께 해왔다. 함께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리스 코치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참으로 많은 굴곡을 겪은 인물이다. 지난 1975년 ABA의 유타 스타스에서 농구감독의 첫발을 내딛은 그는 1979-80시즌 NBA의 휴스턴 로케츠에 자리를 옮겼다. 해리스는 불과 1년 만에 팀을 파이널로 이끌었고 1994-95시즌에는 레이커스의 지휘봉을 잡아 올해의 감독에 오르며 마침내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샤킬 오닐이라는 거물 센터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헤드코치 경력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뛰어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며 ‘레이커스는 우승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 것이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입단으로 팀은 헐리우드에 걸 맞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하였고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을 융화시키는데 실패 한 것이다. 설상가상 감독과 선수의 반목을 다룬 스토리가 오닐의 자서전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사실상 해리스는 헤드코치의 경력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유독 코비에 대한 편애가 심했다고 밝힌 오닐은 “실력도 없는 감독이 슈퍼스타에 빌붙어 명을 늘리려한다“며 실랄하게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직장폐쇄로 맞이한 1998-99시즌 도중 구단으로부터 해임된 그는 쓸쓸한 헤드코치의 경력을 끝내게 된다.

새 출발을 다짐한 해리스는 절친한 사이였던 조지 칼 감독의 밀워키 벅스에서 어시스턴트 코치직을 수락하여 댈러스 매버릭스를 거쳐 지금의 시카고에 안착하였다. 그는 제 2의 코치인생에서 묘한 인연 고리를 만들었다. 밀워키 코치 시절에는 지금 보좌하고 있는 델 니그로 감독이 선수로서 그와 연을 맺은 바 있고 댈러스 코치 시절에는 델 니그로 감독의 현역시절 백코트 파트너였던 에이브리 존슨을 보좌하며 뗄 수 없는 인연을 형성한 것이다.

해리스는 에이브리 존슨 감독의 데뷔시절부터 함께하며 이듬해인 2005-06시즌 파이널까지 이끄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델 니그로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고민하던 시기에 존슨에게 직접 전화로 조언을 구할 정도였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

오랜 세월 두 지도자를 지켜본 해리스는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낸 에이브리 존슨만큼이나마 델 니그로 감독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해리스는 델 니그로에 대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근면함과 총명함은 놀라울 정도”라 평했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주변 환경과 여건의 차이다. 존슨이 처음 맡은 댈러스는 리그 MVP로 거듭난 덕 노비츠키를 필두로 우승권에 접근하던 서부의 신흥강호였다. 반면 단기간에 급격히 추락한 시카고를 수리해야하는 델 니그로의 입장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 얻는 성취감은 보다 클 것이며 이는 해리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NBA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다. “매 경기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임할 것”이라는 노장의 출사표에는 비장함마저 서려있다.

화려하게 데뷔 하는 신인 로즈를 필두로 기존 핵심 전력들에 가려진 또 하나의 무기. 델 해리스 코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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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 NBA 트레이닝 캠프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몇몇 팀들이 소속 선수와의 계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부지구의 시카고 불스 역시 계약문제로 고심 중이다. 수단 출신의 포워드 루올 뎅과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주인공은 바로 듀얼가드 벤 고든이다. 식스맨으로 출장하면서도 2005-06시즌부터 세 시즌동안 팀 내 득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그는 타고난 득점머신이다. 데뷔 첫 해에는 신인임에도 식스맨 상을 타는 기염을 토해냈다.

적어도 공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코트위에 서있는 시간 대비 효율성은 최고라 할만하다. 특히 위기 때 강한면모를 보인다하여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믹스한 ‘벤 조든’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그 정도로 승부사의 기질도 다분하다.

그렇다면 확실한 원 맨 옵션의 부재를 안고 있는 시카고 입장에서 이러한 고든에게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든은 현대 농구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른바 ‘듀얼가드’지만 신장에서 비롯되는 단점들이 재계약에 족쇄가 됐다. 실제로 이러한 고든의 아킬레스 건은 경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주전 포인트가드를 담당하고 있는 커크 하인릭은 고든의 신장열세를 만회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경기에서 매치업의 변화를 겪어야 했다. 이는 하인릭에게 빠르고 강한 피로 누적을 가져왔고 부상과 함께 수비에서 중노동을 겪은 그의 성적하락을 야기 시켰다.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하인릭은 지난 시즌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시너지는 커녕 마이너스가 되다보니 시카고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드래프트 전체 1번 픽에 빛나는 데릭 로즈의 합류와 하인릭을 보좌했던 크리스 듀혼의 뉴욕 행은 답보상태를 이어가던 계약 협의는 장기화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래리 휴즈의 거액 장기계약도 부담이다. 백코트를 살펴보면 그 누구도 잉여자원으로 남기기엔 아까운 선수들로 혼란성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의 단장인 존 팩슨은 고든에 관한 인터뷰를 일절 아끼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심사숙고 하고 있다”며 운을 뗀 구단주 제리 레인스돌프는 “알다시피 돈과 관련된 사업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고든은 여전히 시카고 소속이고 우리와 함께 뛰길 기대한다”며 속내를 밝혔다.

시카고는 제한적 FA 신분인 고든에게 제시되는 타 구단의 어떠한 오퍼금액에 매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퀄리파잉 오퍼로 해결한다면 고든은 이번 2008-09시즌을 시카고 소속으로 뛴 후 내년 여름 비제한적 FA로서 자유를 얻게 된다.

트레이닝 캠프까지 약 10일 정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레인스돌프 구단주는 “그가 시카고를 위해 뛰어주길 기대하다”며 재차 잔류희망 의사를 밝혔지만 기간 내에 과연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고든은 지난 9월 초 경에 러시아 리그 소속인 CSKA 모스크바로부터 5백 50만 달러의 금액을 제시받았지만 그리스로 떠난 조쉬 칠드레스의 7백만 달러 선으로 조정을 원했다. 본인 역시 여름 FA시장 개막과 함께 소속팀 잔류의사를 밝혀왔지만 ‘적당한 대우‘ 역시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대대적인 팀 개편에 나선 시카고가 과연 고든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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