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하 한국시간) 세크라멘토 킹스의 샤리프 압둘라힘이 은퇴를 선언했다. 불과 32세에 때 이른 이별을 고한 이유는 그를 괴롭히던 오른쪽 무릎부상 때문이었다.

“NBA에서 뛰기 위해 필요한 건강을 되찾기 힘들 것 같다”는 압둘라힘의 인터뷰에서는 만감이 교차하였다. 세크라멘토의 구단주 제프 페트리는 “그는 부상으로 인해 안타까운 경력을 보냈다. 압둘라힘의 탁월한 능력과 성취욕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마지막 인사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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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압둘라힘은 NBA에서 대표적인 불운의 스타로 남으며 아쉬운 경력을 마치게 됐다.

지난 1996년 전체 3번 픽으로 밴쿠버(現 멤피스) 그리즐리스에 지명된 압둘라힘은 준수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의 부진으로 도통 빛을 보지 못하였다. 특히 같은 해 지명되었던 드래프트 동기들은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해 희비가 엇갈렸다.

그가 남긴 통산 기록은 경기당 18.1점 7.5리바운드다. 올스타 급 포워드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성적표다. 하지만 이는 약체 팀에 소속되었기에 누린 반사이익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6차례나 평균 20점을 넘을 정도로 출중한 골 감각을 자랑했지만 올스타 선정은 단 한차례다. 그나마 남을 이력으로는 지난 2000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이다.

밴쿠버와의 관계를 청산했던 지난 2001년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애틀랜타에 새둥지를 틀었지만 디켐베 무톰보나 스티브 스미스, 크리스찬 레이트너 등 90년대를 군림했던 주축멤버는 모두 팀을 떠나며 대대적인 팀 개편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결국 밴쿠버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낸 그는 2003-04시즌 도중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로 전격 이적하였다.

하지만 압둘라힘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했다. 새로운 레이커스 왕조를 위협하며 밀레니엄 시대의 강호로 부상한 포틀랜드 역시 주전들의 노쇠화와 세대교체로 과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승권에서 멀어진 포틀랜드였지만 압둘라힘은 벤치에 앉아 생애 처음으로 식스맨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농구경력의 종착역이 된 세크라멘토 행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크라멘토는 고득점 신바람 농구로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예전의 모습을 감추었고 크리스 웨버와 페자 스토야코비치 등 주요 전력들이 모두 팀을 떠난 상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크라멘토 이적 후 곧바로 진출했던 2005-06시즌 플레이오프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플레이오프 무대가 되었다.

디펜딩 챔피언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고배를 들며 후일을 기약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렇게도 염원하던 플레이오프 무대였지만 그동안 흘려보낸 세월과 부상이 야속했다. 부상과 줄어든 출장시간, 기량감퇴 등 모든 악재가 겹친 그에게 주역의 기회는 없었다.

“NBA에서 뛸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 그리고 고맙다”며 운을 뗀 압둘라힘은 “프로생활을 거치면서 연을 맺은 모든 감독님들과 트레이너, 구단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비록 그가 남긴 업적들은 보잘 것 없고 평가절하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소리 소문 없이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진 수많은 선수 중에 하나로 기억될지 모를 압둘라힘이다. 하지만 오늘은 기나긴 여정을 마친 그에게 박수를 보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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