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동/서부 컨퍼런스 게임들의 주요 사항을 숫자로 엮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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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 알렌 아이버슨이 26일(한국시간) 코트와 이별을 고했다. 디트로이트 이적부터 멤피스 입단까지 순탄치 못한 행보 뒤에 들려온 소식이기에 팬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지만 마이클 조던 이후 세대들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그였기에 아쉬움은 적지 않다.
아이버슨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아이버슨은 최근 “내 이력서를 본다면 내가 식스맨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라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의기투합은 왜 이리 일찍 끝나야 했을까. 그리고 어떠한 문제들이 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을까.
그 이유는 바로 아이버슨의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버슨과 구단의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버슨은 자신이 아직도 주전을 보장받아야만 하는 슈퍼스타라 믿고있으며, 멤피스는 그런 아이버슨을 과거의 슈퍼스타로 인정할 지라도, 현재의 주전급 선수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우선 그가 말하는 이력서를 살펴보자.
1996-1997 시즌 신인왕, 2000-2001 시즌 MVP, 득점왕 4회, 두번의 올스타 MVP, All NBA 1st Team 3회, All NBA 2nd Team 3회, All NBA 3rd Team 1회, 커리어 평균 27.0득점 (통산 3위) 등 화려한 실적을 남겼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던 득점이 가능했던 무서운 공격력의 소유자이며 농구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알렌 아이버슨. 하지만 그는 그의 이력서에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마지막으로 추가한 채 코트를 떠났다.
물론, 이 상황은 어찌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슈퍼스타 앨런 아이버슨이기 때문일까, 말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법 하다.
Iv3rson, 나는 식스맨을 용납할 수 없다.
아이버슨은 NBA 커리어 평생을 주전 선수로 뛰었다. 그는 자신만의 힘으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NBA 파이널까지 이끌었고, 그 후에도 꾸준히 팀의 중심으로 세븐티식서스를 이끌었다. 신인왕, MVP, 득점왕, 수많은 올스타전 출장 등 말 그대로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다.
그의 실적만 본다면 그는 당연히 팀의 주전이 될 자격이 있다. 거기다 아이버슨은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다. 좋게 본다면 자신감이요 나쁘게 본다면 고집이 센 것이겠지만 아이버슨같은 슈퍼스타가 벤치에서 출장한다는 사실은 아이버슨에게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결국 아이버슨은 아직도 자신의 능력이 건재하다고 믿고있으며, 그가 무조건 주전으로써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벤치에서 출전한다니,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동시대의 스타였던 코비 브라이언트, 빈스 카터, 팀 던컨, 케빈 가넷, 제이슨 키드 등은 아직도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멤피스 '선발 백코트는 콘리와 메이요'
하지만 멤피스의 입장은 다르다. 그가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현재 팀의 상황과 그의 나이를 생각할때, 그를 주전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시절의 아이버슨은, 과거의 아이버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구단 측의 판단이다.
나이도 많고, 예전만 하지 못한 아이버슨을 굳이 주전으로 써서 유망주들의 성장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멤피스는 마이크 콘리, OJ 메이요, 루디 게이, 마크 가솔 등 많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필요로 하는 약팀이다. 스타일상 볼 소유욕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아이버슨을 굳이 주전으로 쓸 이유가 없다. 차라리 그의 득점력이 아직 건재하다면, 식스맨으로 활용하는게 팀 사정상 나을 수도 있다. 거기다 아이버슨의 연봉은 350만불밖에 되지 않으니 소위 말하는 “슈퍼스타 대우”를 해줄 필요도 없다.
ESPN의 크리스 셰리던 기자에 의하면, 대화의 주 내용은 멤피스의 팀 시스템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이버슨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멤피스 감독인 리오넬 홀린스는 아이버슨에게 주전 경쟁의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이버슨은 이를 자신의 주전 자리가 보장된다고 해석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버슨의 예상과는 달랐다. 멤피스 소속으로 출전한 세경기에서 아이버슨은 주전이 아닌 후보 선수로 출전했고, 결국 그는 팀에 대한 불만을 언론에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한 홀린스 감독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이버슨은 트레이닝 캠프에서 부상을 당했고, 저는 그를 시험해 볼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문제는 이미 시작전에 터진 것이지요. 우리의 보스 (구단주)가 아이버슨에게 유망주들의 스승으로써, 그리고 식스맨으로써 영입한거라고 말했을때도 그는 눈을 껌뻑 하지도 않았지요”
“또한 저는 그에게 콘리, 메이요와 주전 경쟁을 약속하겠다고 말했죠. 그리고 아이버슨이 팀 시스템과 맞는다면, 그에게 주전을 보장하겠다고 말했었죠. 그리고 만약 그가 벤치에서 출전해도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물어봤을때도 그는 눈을 껌뻑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버슨에게 ‘너나 나나 둘다 고집이 세고 완고하다. 하지만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만 있을 뿐이다’ 라고 얘기했을때 그는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결국 여러가지 정황 상, 아이버슨은 아직도 슈퍼스타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주전 보장을 당연시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아이버슨을 주전으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으며, 이 둘의 부족한 이해관계로 인한 팀 내 불화는 결국 식스맨 출전을 거부한 아이버슨이 팀을 이탈하고 멤피스가 그를 웨이브 함으로써 종결되었다.
아이버슨의 진정한 가치?
다시한번 자유계약 신분이 된 아이버슨이 올시즌 NBA로 복귀할 수 있을까?
뉴욕 닉스가 자유계약 신분이 된 아이버슨의 영입을 고려했지만 철회했다. 아이버슨의 다음 행선지로 샬럿 밥캣츠가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과연 뉴욕와 샬럿을 포함해서, 아이버슨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 몇이나 될까? 아이버슨을 영입하려면 주전 출장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과연 이 35세의 가드에게 도박을 할 구단이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앨런 아이버슨의 가치는 어느정도일까?
물론 이름값만 본다면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와 견줄만 하다. 하지만 그의 나이와 최근 경기력을 볼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 그의 스피드와 민첩성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슈팅능력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니며, 그의 가공할만한 돌파력 역시 현저하게 줄었다. 멤피스 소속으로 출전한 세경기 모두 과거의 아이버슨이 아니었다.
상대를 헤집고 다니던 과거의 돌파력은 사라지고, 스크린을 이용한 픽앤 롤과 스팟업 점퍼가 그의 주 득점 루트였던 반면에 볼을 독점하는 그의 스타일은 여전했다. 멤피스 프리시즌 캠프에서는 훈련부족으로 인해 연습게임에서 하프코트로 볼을 운반하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정황상, 아이버슨은 분명 노쇠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버슨은 팀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선수로도 꽤나 정평이 나있다. 특히 그는 수많은 감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는데, 그는 래리 브라운부터 시작해서, 짐 오브라이언, 크리스 포드, 랜디 아이어스, 모리스 칙스, 마이클 커리, 그리고 현재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감독인 리오넬 홀린스까지 수많은 감독과의 충돌이 있었다. 특히 올시즌 시작 전부터 아이버슨과 홀린스는 단 한번도 제대로 대화를 나눈적이 없다고 한다.
경기 내외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보이는 35세의 선수에게 주전 보장을 해줄만한 팀은 과연 있을까? 아마 현재의 아이버슨이라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전의 아이버슨이 아니라면, 하지만 그의 공격력과 센스가 아직도 살아있다면, 식스맨이라는 역할이 그에게 딱 맞는 보직일 것이다.
거기다 연봉으로 따지자면 아이버슨은 아마 베테랑 미니멈으로 계약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경제 한파로 인해 각 구단들의 주머니가 줄어들었고, 멤피스와도 1년 350만불의 값싼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올 여름 아이버슨에게 계약을 제시했던 유일한 구단 역시 멤피스 그리즐리스였다. 그것도 아이버슨과의 개인 워크아웃 후에. 아이버슨같은 슈퍼스타가 워크아웃 후 계약을 제시받았다니 참 슬픈 현실이다.
아이버슨,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금일 대리인을 통해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아이버슨의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분명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결국 앨런 아이버슨이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면 그 스스로 변해야 했다. 스타의식을 버리고, 주전 보장을 외칠게 아닌, 진취적인 참여의식을 가졌어야 했다.
그의 득점력이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그가 예전 전성기때의 아이버슨이 아닌것은 사실이기 때문에다.
게다가 그는 35살의 노장이다. 예전 코트를 날뛰며 상대팀을 괴롭히던 젊고 생생한 시절의 아이버슨이 아니란 말이다. 최근들어 아이버슨이 상대 수비수를 시원하게 제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극강의 스피드로 속공을 일선에서 이끄는 모습은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란 말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운동능력은 줄어들었지만 그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패스보다는 슛을 먼저 생각하는 25살의 아이버슨이었다면 그를 원하는 팀이 많겠지만, 35살의 아이버슨이라면 과연 몇이나 그를 원할까?
이제는 자존심을 굽히고, 팀을 위해 변해야 한다. 팀이 원하는대로 맞춰나가야 그의 NBA 생활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능력에는 의심이 여지가 없지만, 더이상 그를 주전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과연 고집세고 자존심 강한 아이버슨이 갑작스런 변화를 선택할 지는 모르겠다. 해묵은 이 딜레마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멤피스는 아이버슨을 영입하기 전에,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전 회장 겸 구단주였던 팻 크로치에게 자문을 구했던 적이 있다. 팻 크로치는 세븐티식서스 회장일 당시, 아이버슨을 중심으로 팀의 리빌딩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인물이다.
“저는 멤피스에게 제가 앨런을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는 특별하기에, 잊지못할 존재라고도 이야기 했었죠. 그러나 그가 변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절대 아니에요. 전 멤피스에게 앨런이 한 두번정도는 패스를 할 수 있겠지만 팀원들이 그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앨런의 세번째 패스는 없을 것이라고 일러줬죠. 그가 생각하는대로 일이 안풀릴때면 그는 불만을 가지게 되죠”.
라며 아이버슨에 대해 평가한 크로치는 아이버슨을 선수로써 제대로 활용하려면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첫번째는 그의 믿음이고, 두번째는 그를 위한 특별한 규칙입니다. 그를 자유롭게 풀어주기 시작하면 그는 계속해서 더 많은 것들을 원할것이며, 결국 팀에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를 풀어줬던 감독들은 결국 아이버슨과 충돌했고, 팀은 매번 아이버슨의 손을 들어주었죠. 결국 그를 적절히 이용하려면 계약을 주면서 그에 맞는 규칙도 줘야합니다”
크로치의 말처럼, 앨런 아이버슨을 선수로써 장악했던 유일한 감독인 래리 브라운은 아이버슨의 모든것을 활용하며 그를 중심으로 한 세븐티식서스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감독들은 덴버 너겟츠의 조지 칼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그와 충돌이 있었고 그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현실을 직시하자. 그는 늙었고 더이상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팀에 도움이 될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왜 주전만을 고집하는 것인가?
식스맨으로써도 충분히 그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음에도 벤치에서 출전을 거부하였다. 잠시나마 초라한 무적 선수가 돼야 했던 아이버슨의 마지막이 아쉬운 이유다.
과거 애틀란타의 에이스였던 제이슨 테리는 댈러스 매버릭스로 이적하며 자연스레 팀내 에이스 자리를 포기했고, 2007-2008 시즌을 시작으로 팀 시스템을 위해 식스맨 롤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 피닉스 선즈의 레안드로 발보사와 함께 리그의 대표 식스맨으로 여겨지고 있다(2008-09 시즌 식스맨 상 수상).
레이커스와 덴버 너겟츠에서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던 “닉 더퀵” 닉 밴 액샐은 어떠한가. 그는 우승을 위해 댈러스 매버릭스로의 이적을 선택했고, 스티브 내쉬의 백업 역할을 불만없이 소화해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에이스였던 앤투완 재미슨 역시 댈러스 매버릭스로 트레이드 된 후, 식스맨 롤을 경험한 바 있다. 그것도 프로선수로서 최고 황금기인 20대 중반에 말이다. 앤투완 워커의 백업이었지만, 그는 팀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결국 재미슨은 식스맨 상을 수상하게 된다.
벤치에서 출전한다 해도 언제든지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위에 언급한 세명은 아이버슨보다 젊은 나이에 주전에서 식스맨으로의 변화를 수용했다. 불세출 스타 마이클 조던 역시 불혹의 나이에 6번째 역할을 받아들였으니 이 부분은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아이버슨의 나이는 이제 서른 다섯, 이제 젊은 새싹들에게 주전 자리를 양보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현재로써 “주전 선수” 앨런 아이버슨을 원하는 팀은 없다. 하지만 “식스맨” 앨런 아이버슨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는 여전히 볼만 잡으면 무서운 득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직도 주전을 원한다 해도, 우선 그 능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벤치 출전을 우선 수용하고, 그 실력의 건재함을 보여준 후 주전 보장을 외쳐도 되지 않는가. 과거의 향수에 젖어, 무조건적인 주전 보장을 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생각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그를 원하는 팀이 배로 늘어날텐데 왜 스스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렸을까?
어두운 아이버슨의 미래
어쨌든 아이버슨과 멤피스 간의 만남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구단은 아이버슨에게 주전 경쟁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시즌 캠프에서 아이버슨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구단 프론트의 행보와 정황을 미루어 애초에 아이버슨을 주전 선수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버슨을 웨이브 한 후 멤피스가 대체 선수로 영입한 자말 틴슬리에 대해 리오넬 홀린즈가 한 말이다.
“저는 틴슬리에게 ‘너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너가 우리팀의 주전이 될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선 팀 시스템과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죠.”
왠지 익숙하지 않은가?
어차피 멤피스 유니폼은 아이버슨에게는 애초부터 불편한 옷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버슨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
뉴욕행이 무산된 후 거론된 샬럿이 주목을 받았었지만 전망은 밝지 않았다. 샬럿은 현재 D.J. 어거스틴, 레이몬드 펠튼과 에이씨 로우라는 젊고 유망한 가드진이 버티고 있고 여기에 스티븐 잭슨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포화상태였다.
아이버슨이 올시즌을 쉬어갈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동기 스테판 마버리처럼 쓸쓸히 리그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아직 많은 팬들은 그의 “해답”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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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
시련의 시작은 지난 2월 펼쳐진 레이커스와의 정규시즌 홈경기였다. 전국방송으로 중계된 이 경기는 클리블랜드에게 여러 모로 큰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 르브론 제임스와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리그의 양대 아이콘간의 시즌 마지막 대결이었고, 마침 이들은 '농구의 메카'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번갈아가며 대활약을 펼친 직후였다. 양팀의 대결은 동-서부 최고 수준 팀간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주전 센터 지드루너스 일가우스카스 없이 치른 1월 원정경기에서 완패한 클리블랜드는 시즌 23전승을 기록중이던 홈에서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반에만 61득점을 올린 클리블랜드는 레이커스에 10점을 앞선 채로 후반을 맞았다. 이대로라면 홈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통쾌한 설욕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가우스카스와 벤 월러스가 번갈아 결장한 열흘 동안 평균 9.7득점과 5리바운드로 맹활약하고 있었던 힉슨 역시 승리를 확신하며 코트에 들어섰다.
하지만 바로 그때 재앙이 일어났다. 레이커스의 라마 오덤이 3쿼터에 힉슨을 완벽히 농락한 것이다. 힉슨보다 신장이 크고 노련한 오덤은 힉슨의 머리 위로 리바운드를 쓸어담으며 3쿼터에만 15점을 올렸다. 그동안 역전을 허용한 클리블랜드는 다시 경기를 뒤집지 못했고, 이날 28득점 17리바운드를 올린 오덤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힉슨이 보인 최악의 모습은 브라운 감독과 팬들을 동시에 분노시켰다. 브라운 감독은 그날 이후 가비지 타임 외에는 힉슨을 출장시키지 않았다. 페리 단장이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당시 피닉스 선즈 선수였던 샤킬 오닐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결렬시킨 이유가 힉슨을 내주기 싫어서였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은 일제히 페리 단장을 맹비난했다. 물론 힉슨의 부주의한 수비와 박스아웃 부재가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분명했지만, 당시 힉슨에게 쏟아진 비난은 갓 스무 살이 된 신인 선수에게 가해진 것 치고는 다소 심한 것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찾아왔다. 3월 들어 허리에 통증을 느꼈지만 참고 계속 뛴 게 화근이었다. 4월 들어 통증이 심해진 힉슨은 결국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플레이오프가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당초 예상보다 회복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인 선수에겐 중요한 기회인 서머리그와 빅맨 서머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힉슨의 최대 강점은 폭발적인 운동능력이었기 때문에, 그가 달리거나 뛰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팬들을 걱정시켰다.
여름 내내 전력 강화에 전념했던 페리 단장은 2008년 보스턴 우승 주역 중 하나였던 리온 포우를 영입했다. 바레장 재계약에도 불구하고 다른 포지션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던 파워포워드진을 보강하기 위한 영입이었다. 골밑 중심의 공격을 펼치는 포우는 힉슨과 상당 부분 역할이 겹치는 선수였고, 힉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새 시즌이 시작된 뒤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전력에 도움이 될 선수와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로 힉슨을 원하는 팀들의 트레이드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스스로 '바늘 끝에 서있는 기분'이라 평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힉슨을 건져낸 것은 페리 단장과 팀 리더 르브론 제임스였다.
힉슨의 멘토, 페리와 르브론
페리 단장은 힉슨이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신입생이던 2007년부터 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대학 입학 전 미국의 청소년 유망주들이 모여 치르는 맥도널드 올 어메리카 게임에서 마이클 비즐리와 케빈 러브를 상대로 준수한 경기를 펼쳤고, 1년 뒤에는 노스캐롤라이나, 듀크 등 농구 명문대학이 즐비한 ACC 컨퍼런스에서 신입생 베스트 5에 뽑혔기 때문이다. 비록 소속팀 전력이 약해 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많은 스카우트들이 NBA 드래프트에 나온 힉슨을 주목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농구실력 못지 않게 인성을 중시하는 페리 단장은 힉슨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2008년 5월 클리블랜드의 신인 워크아웃에 힉슨을 초대한 페리 단장은 그가 연습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한 후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페리 단장이 만나본 힉슨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태도와 농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가진 젊은이였다. 페리 단장은 힉슨에게 첫눈에 반했다. 힉슨을 본 뒤 향후 워크아웃 일정을 모두 취소했을 정도였다. 힉슨은 2008년 드래프트에서 19순위 지명권을 가진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
클리블랜드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었기 때문에 신인인 힉슨에게 충분한 출장 기회를 주지 못했다. 파워포워드 자리에는 수비왕 4회에 빛나는 베테랑 벤 월러스가 있었고 벤치에는 팀 수비의 핵심 선수인 바레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클리블랜드는 힉슨을 뽑은 뒤에도 캔사스 대학 출신 파워포워드 대럴 잭슨을 뽑았기 때문에, 힉슨은 동기 잭슨과도 경쟁해야 했다.
높은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던 힉슨에게 시즌 내내 트레이드 요청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페리 단장은 그 모든 요청을 단호히 거부했다. 힉슨은 2010년 르브론이 재계약한 뒤 함께 전성기를 맞게 할 페리 단장의 야심작이었기 때문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힉슨에게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NBA 선수로 키워갈 작정이었던 것이다. 페리 단장은 여름 내내 밀려든 트레이드 소문에도 불구하고 힉슨은 트레이드 불가 선수임을 분명히 했다. 페리 단장의 뚝심이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신인을 지탱해준 것이다.
르브론 역시 힉슨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간신히 허리 부상에서 회복한 힉슨은 당초 참가하기로 되어 있던 빅맨 캠프 일정이 모두 취소되면서 스케줄이 붕 떠있었다. 바로 그때 힉슨을 찾은 것이 르브론이었다. 여름 내내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홍보와 나이키 세계 홍보 투어로 바쁜 시간을 보냈던 르브론은 일정 중간에 비어있던 일주일을 힉슨과 함께 보냈다. 르브론은 힉슨과 손발을 맞추며 힉슨이 자신과 미래를 함께 할 선수임을 말해줬고, 신인 시즌의 부진과 부상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어린 선수에게 다른 선수도 아닌 르브론의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클리블랜드에서 르브론의 위상은 여느 팀의 리더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현 구단주 댄 길버트는 2005년 오직 르브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단을 매입했고 구단 역사상 유례가 없는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페리 단장이 트레이드나 FA 계약 등을 할 때는 르브론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2008년 대니얼 깁슨 재계약과 얼마 전 스테판 잭슨 트레이드 시도 등에도 르브론의 의향이 크게 작용했다. 르브론은 일가우스카스나 모 윌리암스 등과 함께 브라운 감독의 작전 수립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르브론의 팀' 클리블랜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르브론의 지지를 얻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르브론이 힉슨과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은 르브론이 힉슨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때까지 들끓던 힉슨 트레이드 루머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을 찾은 힉슨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갔다. 새로 영입한 오닐과 뛰는 것에 대비해 중거리 슛을 장착했고 지난 시즌 내내 지적받은 수비 위치 선정과 박스아웃 기술도 향상시켰다.
9월 트레이닝 캠프에 나타난 힉슨은 기자들에게 '이번 시즌은 훨씬 편안한 상태로 임할 수 있다. 제 진면목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괄목상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힉슨이었지만 날아오르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딜론테 웨스트의 팀 이탈, 선수들의 집단 독감 등 여러 악재로 인해 자신이 구상한 것들을 시험해보지 못한 브라운 감독은 정규시즌 초반을 시험기간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오닐과 바레장을 선발 빅맨진으로 기용한 브라운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두고 점검한 작전은 2쿼터에 오닐과 일가우스카스를 한꺼번에 기용하는 '트윈 타워'였다. 1쿼터 중반에 오닐과 일가우스카스를 교체한 뒤 2쿼터 들어 바레장과 오닐을 교체해 2쿼터 초반 4~5분간 트윈타워를 가동했다.
트윈 타워는 르브론이 휴식을 취하는 2쿼터 초반 골밑 장악을 통해 분위기를 장악하고 파우 가솔-앤드루 바이넘의 레이커스 등 장신 두 명을 가동하는 팀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브라운 감독은 시즌 초반 6경기와 11일 올랜도전 등에서 꾸준히 트윈타워를 가동했다. 트윈 타워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드러냈지만, 힉슨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자신이 뛰어야 할 2쿼터 초반에 트윈타워가 가동되면서 자신의 출장 기회가 날아가버린 것이다. 경기당 6분여의 출장시간으로는 전혀 리듬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경기당 11.4분)보다도 출장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전혀 활약하지 못했다.
또다시 절망 속에 빠질 무렵, 마침내 트윈타워 실험을 끝낸 브라운 감독이 두 번째 실험에 들어갔다. 6일 뉴욕전부터 힉슨을 선발로 기용한 것이다. 힉슨도 경기 시작 직전에야 통보받았을 정도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브라운 감독은 힉슨을 선발로 기용하면서 지난 플레이오프 주전 콤비였던 바레장과 일가우스카스를 벤치에서 함께 출격시켜 전력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혼자서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해 코트 리더의 영향력에 활약도가 크게 좌우되는 힉슨을 팀내 최고의 리딩 능력을 지닌 르브론과 뛰게 함으로써 그 활용도를 높이려 했다.
브라운 감독의 구상은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른 힉슨은 르브론의 속공 파트너로 뛰며 13분 동안 6득점을 올려 가능성을 보였다. 뉴욕 수비진은 르브론이 힉슨과 함께 구사하는 속공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힉슨은 야투 4개 중 3개를 성공시켰다.
다음 경기인 올랜도전에도 선발 출장한 힉슨은 올랜도가 야심차게 영입한 브랜든 배스를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이며 9득점 6리바운드를 올렸다. 3쿼터 초반 올랜도가 가동한 드와이트 하워드-마친 고탓 트윈 타워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치르며 자신감을 쌓은 힉슨은 이후 세 경기 연속으로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깨는 기염을 토했다.
신장(206cm) 대비 최고 수준의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힉슨이 만들어내는 득점의 대부분은 컷인에 의한 덩크나 레이업이다. 르브론이란 최고의 공격무기를 막아내야 하는 상대팀 수비진은 르브론이 볼을 쥐고 있을 때 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고, 반대쪽에 있는 힉슨은 그냥 골밑으로 뛰어드는 것만으로도 득점 찬스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힉슨이 60%가 넘는 야투율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약점이 킥아웃에 비해 비중이 낮은 컷인플레이였기 때문에, 르브론이나 윌리암스 등은 힉슨의 활약을 크게 기뻐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경기가 지난 14일 펼쳐진 유타전이다. 당시 르브론은 자신의 공격은 극도로 자제하고 힉슨에게 패스를 몰아줬다. 3쿼터에는 7번의 공격을 하는 동안 모두 힉슨에게만 패스하기도 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슛(야투 13회, 자유투 7회)를 을 던진 힉슨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냉혹한 조련사처럼 힉슨의 모든 능력을 끌어냈다. 다른 동료들도 기회가 날 때마다 힉슨에게 패스를 넣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힉슨은 선배들의 뒷받침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골든스테이트전에서 21득점을 올린 후 '선배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나를 믿고 계속해서 패스를 주고 있기 때문에 그냥 받아서 잘 넣기만 하면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힉슨은 컷인뿐아니라 르브론과의 2:2 플레이를 통해 골밑으로 쇄도하거나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등 공격 경로를 넓혀가고 있다.
도전을 즐기는 '영 건'
물론 힉슨 선발기용에는 부작용도 있다. 향상된 공격력에 비해 아직 박스아웃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리바운드 능력이 감소된 것이다. 지난 시즌 리바운드 마진 리그 3위(+3.3개)를 기록했던 클리블랜드는 힉슨이 선발출장한 8경기 중 5경기에서 리바운드 열세를 겪으며 시즌 평균 리바운드 마진 -0.6개(리그 19위)에 그치고 있다. 중거리 슛과 볼핸들링에 능한 빅맨에 대한 대응능력도 떨어져서, 18일 워싱턴전에서는 앤트완 제이미슨에게 농락당하며 경기 내내 파울트러블로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들이 힉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이제 고작 8번째 선발출장하고 있는 2년차 선수에게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운 감독은 '힉슨이 지금 당장 올스타처럼 활약하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실수할 수 있고 거기서 뭔가 배울 수 있다면 만족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며 신뢰를 보였고, 르브론 역시 '신인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나도 신인 시절 많은 실수를 했다. 그리고 신인의 실수를 받쳐주기 위해 있는 것이 베테랑'이라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힉슨에겐 앞으로 커다란 도전이 남아있다. 2월에 포우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것이다. 포우가 부상 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플레이오프 로테이션 합류를 노리는 힉슨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팀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벤치에서 양복을 입고 구경해야 했던 힉슨이기에 포우 복귀 전 자신의 입지를 다져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힉슨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팀에서 르브론과 함께 가장 오랜 시간을 훈련하는 자신의 노력을 믿기 때문이다.
"저 스스로도 완전한 선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죠. 전 프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고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전 도전을 즐기고 도전을 극복하는 것도 즐깁니다."
힉슨의 프로 데뷔 첫 득점은 2008년 10월 30일에 열린 샬럿 밥캐츠전이었다. '아침 슛 연습을 하다 구단 버스를 타지 못했다'는 모 만화 주인공스러운 이유로 보스턴 셀틱스와의 시즌 개막전 출전을 금지당한 힉슨은 두 번째 경기였던 샬럿전에서 처음으로 공식전을 치렀다. 에메라 오카포를 상대로 호기롭게 덩크를 시도했다가 두 번 연속으로 블록슛을 당한 힉슨은 세 번째 시도 끝에 마침내 오카포 위로 통쾌한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성공시켰다. 데뷔전부터가 도전과 극복이었던 셈이다.
88년생으로 얼마전 21살 생일을 맞은 힉슨의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가 모든 도전을 이겨내고 르브론의 파트너로 정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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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스캇이 경질 되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1월 11일에 있었던 피닉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04-124로 패배한 직후 스캇의 경질 소식이 들려왔다. 현 GM 제프 바워가 스캇을 대신해 뉴올리언스의 지휘봉을 잡게 되었으며, 어시스턴트 코치로 팀 플로이드가 새로이 합류했다.
- 예상했다
Hornets Head Coach Byron Scott by PR _ Brands | Media | Lifestyle |
이번 시즌을 앞두고 뉴올리언스는 무려 6명의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다. 로스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새로운 구성원들로 대체된 것이다. 해서 시즌 개막 전에 뉴올리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New Hornets"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노라 말했었다. 젊고 빠르며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기존의 느린 템포와 수비 위주의 게임 플랜을 가진 팀에서 새로운 색깔을 가진 팀으로 변신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New Hornets의 탄생은 모두 스캇 손에 달렸다"고.
타이슨 챈들러가 떠나갔으니 새로운 수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며, 젊고 빠른 선수들을 위해 보다 게임의 템포를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그저 새로운 얼굴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스캇은 변하지 않았다. 줄리안 라이트를 잠시 선발 멤버로 기용했던 것 말고는(그나마도 8경기만에 포기했지만)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팀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캇은 변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뉴올리언스 부진의 원인을 모두 스캇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맞다. 시즌 초반 뉴올리언스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스캇만의 책임은 아니다. 몇몇 선수들의 악몽과도 같은 퍼포먼스와 험난했던 초반 스케줄 등에서부터 부진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캇이 경질된 이유가 과연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 단 하나 때문일까?
스캇이 경질된 진짜 이유는 '성적'이 아닌 '도태'라는 단어에서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조금 이르다
단지 뉴올리언스가 더이상 스캇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남아있지 않았다. 자연스레 헤어질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어차피 올 해가 스캇의 계약이 끝나는 시즌이었기에, 뉴올리언스에서 시즌을 모두 치뤘다고 하더라도 결국 재계약을 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스캇을 경질한 그 다음이다. 후임으로 GM 제프 바워가 지휘봉을 잡는다? GM으로써의 바워는 나쁘지 않은 평판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가 코치로써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팀 플로이드가 바워를 보좌하기 위해 어시스턴트 코치로 합류한다고 한다. 플로이드는 스캇이 지휘봉을 잡기 직전이었던 2003-04 시즌 뉴올리언스의 코치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버린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인가? 여기에 기존의 어시스턴트 코치들은 보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이라 한다. 이로써 뉴올리언스는 무색무취의 팀이 되어버렸다. 당장 다음 경기부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예측할 수가 없다. 이렇게 급하게 스캇을 경질했어야만 했을까? 스캇 이후의 일들을 충분히 준비한 이후에 스캇을 끌어내렸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다.
- 크리스 폴의 반응
스캇의 경질 소식을 접한 직후 가장 궁금했던 것은 크리스 폴의 반응이었다. 평소 스캇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던 그였으며 스캇이 지휘봉을 놓기 바로 전날까지 함께 골프를 치며 친분을 돈독히하던 폴이었다. 스캇 역시 폴을 각별히 아꼈으며 두 사람은 사적으로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다.
그래서일까, 스캇에 대한 뉴스가 처음 보도 되었을 때에 폴은 인터뷰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비드 웨스트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영원히 입장 표명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폴은 지역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섭섭하다"는 것이었다. 폴은 자신조차 언론에서 보도되기 전까지 스캇 코치의 경질 여부를 알지 못했으며, 만약 팀에서 이런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자신이나 웨스트 같은 선수들에게 사전에 의견을 묻거나 최소한의 정보를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스캇 경질이 조금 성급했던 것이 아닌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 부분 역시 프론트에서 실수를 한 것이라 본다. 스캇과 폴의 관계가 어떤 사이인지는 뉴올리언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폴의 의견을 듣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면 최소한의 귀띔 정도는 해줬어야 했다.
최근 많은 NBA 팬들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폴을 보며 "폴이 강팀으로 트레이드 됐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몇몇은 "폴이 팀에 불만을 가질 것"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폴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폴은 '우리'라는 단어에 굉장히 민감한 선수다. 지난 시즌 라슈얼 버틀러가 트레이드 되었을 때, "루키 때부터 나를 돌봐준 동료는 이제 웨스트 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떠나가는 동료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던 폴이다. 또한 오프 시즌에는 "지금 우리 팀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누군가가 아니다. 새로워진 우리들이다." 라는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폴은 새로운 선수의 영입 등을 통해 팀이 강해지기 보다는, 기존의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강해지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다. 그런 그가 데뷔 이후 줄곧 함께하던 코치를 떠나보냈다. 물론 바워가 전혀 새로운 외부 인사는 아니지만,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폴은 전화 인터뷰의 말미에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코트를 달릴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농구를 할 것이다. 나도, 웨스트도 마찬가지다." 라며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폴이 스캇의 경질을 이유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팀에 불만을 털어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뉴올리언스 프론트의 모습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앞서 언급했지만, 너무 급하게 움직인 감이 없지 않다. PJ 브라운 이후 처음으로 유니폼에 캡틴 마크를 달고 있는 폴과 웨스트마저 언론 보도를 통해 스캇의 경질 소식을 접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 내일의 태양은 내일에 뜬다
어찌 되었든 스캇이 물러나고 바워와 플로이드가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설마 당장 뉴올리언스의 성적이 수직 상승하며 승승장구 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스캇이 함께할 때보다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2010년 드래프트 로터리 픽을 향해 달려갈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는 정말로 'New Hornets'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스캇이 경질된 이유는 '성적'이 아닌 '도태' 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캇의 경질은 곧 'New Hornets'라는 단어와 직접적으로 닿아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스캇이 경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윙맨 포지션은 구멍 투성이고, 외곽포는 끝모를 부진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주력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사라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 큰 기대는 금물이다. 그저 코치가 바뀐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New Hornets'를 즐기는 것 뿐이다.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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