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e Bryant Shooting Free Throws

Kobe Bryant Shooting Free Throws by compujeramey 저작자 표시


운명의 시즌 마지막 게임

때는 2004년 4월 14일, 리그 4연패에 실패한 충격을 '전당포'로 불렸던 호화멤버 구축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LA 레이커스가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상위시드를 따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 있던 시점이었다. 레이커스는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시즌 82번째, 즉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고, 레이커스의 퍼시픽 디비전 타이틀을 다투던 최고의 경쟁자였던 새크라멘토 킹스와는 81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55승으로 동률. 킹스 역시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당시 리그는 지금과는 달리 컨퍼런스당 2개씩의 디비전 뿐이었으며 서부는 미드웨스트 디비전과 퍼시픽 디비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퍼시픽 디비전은 똑같이 55승을 기록하고 있던 킹스와 레이커스중 수위를 차지한 구단이 디비전 리더가 되는 상황이었으며, 디비전 리더를 차지한 구단은 서부 전체 2번시드로 플레이오프에서 7위인 휴스턴 로켓츠와 만나게 되지만, 킹스-레이커스중 디비전 2위가 되는 구단은 전체 4번 시드가 돼 무려 52승을 거둔 최고의 5번 시드 댈러스 매버릭스와 부담스러운 일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킹스와 레이커스의 정규시즌 상대 전적은 1승 3패로 레이커스의 열세여서 레이커스와 킹스가 동시에 승리할 경우 무조건 킹스가 디비전 리더를 가져가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레이커스로서는 우승을 위한 레이스로 보았을때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비축하기 위해서 단 한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승부였던 것이다. 무조건 이기고 나서 킹스의 패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블레이저스 입장에서 비록 이기더라도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난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배한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호락호락하게 게임을 내 줄 수는 없었다. 시즌을 정리하는 마지막 게임이었기 때문에 블레이저스는 더욱 더 독하게 나왔다.



첫번째 반전

전반을 50-45, 5점차로 앞선 상태에서 마무리 한 블레이저스는 여세를 몰아 3쿼터에 2점을 더 벌리며 4쿼터를 7점 앞선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코비 브라이언트가 4쿼터 시작하자마자 연속 2개의 야투를 성공시키며 바짝 따라왔고, 종료 4분을 남기고 페이튼의 3점으로 드디어 동점을 만들어낸다. 게임이 시작된 이래 레이커스가 처음으로 동점을 만들어 낸 순간이었다. 결국 종료 3분 20초를 남기고 코비의 3점으로 첫 역전에 성공한다. 그렇게 경기는 레이커스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데릭 앤더슨이 2개의 공격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게임 스코어는 84-87로 3점차가 되었고, 그렇게 점수가 좁혀질 동안 브라이언트는 3번의 공격기회동안 1개의 야투실패, 트레블링 바이얼레이션, 2개의 자유투 실패라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앨리웁', '덩크슛'등의 용어를 만들었던 전설적인 캐스터 칙 헌과 수많은 중계를 했던 NBA 선수출신 레이커스 지역방송 해설가 스투 랜츠는 레이커스 경기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코비의 야투가 0-15든, 0-20이든 중요한 순간이 되면 그가 활약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브라이언트를 바라보고 있던 그 시점. 종료 14초를 남기고 그의 손에 공이 쥐어졌다. 브라이언트는 3점을 시도했으나 슈팅이 림을 돌아나왔고, 재크 랜돌프가 리바운드를 따내 달려나가는 루벤 패터슨에게 연결했고, 패터슨의 레이업 도중에 브라이언트는 그만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모든 팬들이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답지 않은 클러치 타임에의 무기력한 플레이.

하지만 반전은 거기부터였다. 패터슨은 어이없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했고, 레이커스는 리바운드를 따냈다. 인바운드 상황에서 브라이언트가 공을 넘겨받은 와중에, 그를 마크하는 수비수는 스스로 '코비 스타퍼'라 칭하기를 아끼지 않았던 루벤 패터슨. 코비를 막아서는 패터슨의 수비는 그날만큼은 정말 코비 스타퍼라 칭할만 했다. 코비의 방향 전환에 전혀 속지 않고 잽싼 좌우동작을 보여주던 패터슨, 브라이언트의 슈팅이 나올 찰나 손을 들어 그의 슈팅각을 아예 없애 버렸다.

그 순간, 브라이언트는 몸을 패터슨에게 기댄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어 말도 안되는 슈팅을 날렸다. 보면 볼 수록 과연 넣으려고 쏜 것일지 의문이 드는 샷 셀렉션. 브라이언트의 오른편에는 와이드 오픈된 동료선수가 있었지만 브라이언트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브라이언트에게 자신이 경기 막판에 연속으로 실패했던 슈팅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져 있었다.

철썩. 믿을 수 없는 슛이 림에 꽂히는 순간, 군데군데 앉아있던 레이커스팬들은 환호성을, 홈관중들을 머리를 쥐어감았다. 남은 시간은 1초, 어시스턴트 코치 프랭크 햄블린이 내민 손에 강한 하이파이브를 날린 코비는 자신의 슈팅이 성공한 것에 대해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해내야 할 일은 해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기적

연장전은 4번의 공격중 3번을 성공시킨 샤킬 오닐의 완벽한 독무대였다. 하지만 재크 랜돌프 역시 3번의 공격을 성공시키며 동점으로 2차 연장에 돌입했다. 2차 연장 2분 25초를 남기고 97-97, 동점으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 코비가 25풋 지점에서 공을 잡아 슈팅을 성공시키며 3점차로 벌렸다.

그때부터 다시 블레이저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데이먼 스타더마이어가 무려 3번의 공격을 모두 성공시키며 종료 2.2초를 남기고 2점차로 오히려 앞서나가게 된 것. 레이커스의 타임아웃. 레이커스는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코비에게 공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블레이저스의 강력한 방해로 인해 코비에게 제대로 공이 가지 못하고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 했으나, 다시 레이커스에게 소유권을 선언한 심판 덕분에 기사회생한 레이커스.

넌-슈팅 파울이 인정된 상황. 상황은 더욱 나빠져 불과 1초를 남기고 레이커스가 공격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레이커스의 타임아웃이 불리고, 여기서 필자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코비의 자신감 철철 넘치는 대사가 작렬했다. "Give me a good pick, and we'll be going home with a 'W'." 즉, "내게 스크린을 잘 걸어준다면 이겨서 돌아갈 수 있다." 는 뜻이었다. 분명히 9초를 남기고 시도한 동점 상황에서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바 있으며, 그 이후 빠른 속공으로 인해 역전까지 당한 이후의 상황이었다. 게다가 직전의 인바운드 상황에서 파울이었지만 제대로 공조차 잡지 못하고 1초를 소비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휘슬이 불리고 재빨리 받은 공을 높디 높은 포물선으로 림을 향해 던졌다. 공이 손에서 떠나자마자 수비수의 손이 코비의 손을 강력하게 쳐내는 모션이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잡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코비의 손에서 떠나간 공에 집중됐습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3점슛이 림에 그대로 빨려들어갔으며, 레이커스는 디비전 리더로 2번 시드를 배정받아 결국 파이널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또 다시 서부를 제패했다.

스투 랜츠의 말 처럼, 코비의 야투율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게임을 뒤집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신뢰를 주기까지는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을 말도 안되는 슈퍼플레이로 극복한 역사가 있어왔던 것이다. 게임을 지켜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코비가 슛을 던질 것을 알지만, 유유히 그 공을 림에 집어넣고 포효한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 게임보다 더 멋진 활약을 한 게임이 많지만, 이 게임만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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