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마이클 조던 믹스를 보면, 조던의 우아한 개인기 뿐 아니라 그에게 농락당한 후 고개를 떨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머리를 쥐어뜯곤 하는 상대팀 선수들의 모습 역시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뉴욕 닉스의 유니폼과 함께 유독 자주 보이는 유니폼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파란 옛 유니폼이다. 그들은 ‘The Shot'을 포함, 플레이오프에서 조던에게 두 번이나 위닝샷을 허용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80~90년대의 클리블랜드는 많은 팬들에게 만년 약체 팀으로 기억되곤 한다. 하지만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의 클리블랜드는 매직 존슨이 ‘90년대를 이끌어갈 팀’이라 평할 만큼 남부럽지 않은 강팀 중 하나였고,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조던의 시카고와 수많은 명승부를 펼치곤 했다.

1980년대의 그러한 발전을 이끈 선수는 브래드 도허티마크 프라이스였다.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진한 아쉬움을 남긴 이들이 클리블랜드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때까지 형편없는 프랜차이즈였던 클리블랜드가 운명을 걸고 시도한 리빌딩 플랜 덕분이었다.


역사상 최고의 대박 드래프트

1970년 창단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리그가 알아주는 약체 팀이었다. 오스틴 카, 네이트 서몬드 등의 스타 선수들이 거쳐 가기는 했지만 팀 성적은 별 볼일 없었다. 그나마 1975-76 시즌 센트럴 디비전 1위에 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1981년부터 1983년까지는 무려 4명의 감독과 23명의 선수가 들락날락하면서 도저히 팀이라 부를 수 없는 수준까지 망가져갔다. 1984-85 시즌에는 조지 칼 감독이 감독을 맡아 플레이오프에 오르기도 했지만 승률 50%의 벽은 높기만 했다. 결국 1985~86 시즌 29승에 그치며 리그 최하위 권으로 떨어진 클리블랜드는 그동안 팀 캐미스트리에서 문제를 보이던 로이 힌슨, 월드 B 프리 등을 내보내고, 여러 장의 드래프트 픽을 모아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에 나섰다.

구단주인 군드 형제가 리빌딩을 위해 영입한 웨인 엠브리 제너럴 매니저는 그 해 드래프트에서 반드시 대박을 터뜨릴 것을 주문받고 드래프트 장으로 향했다.

그 해 드래프트 시장에 나온 주요 선수들 중에는 조던의 2미터 대 버전이라 불리던 렌 바이어스를 비롯, 그의 라이벌 제로드 워시번, 가능성 넘치는 수비형 센터 로이 타플리, 대학 최고 슈터 척 퍼슨과 델 커리, 나중에 한 게임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세우게 되는 스캇 스카일스 등 유망주들이 우글거렸고, 심지어 유럽 최고 센터인 아비다스 사보니스까지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좋은 선수가 어찌나 넘쳐났던지 충분히 1라운드에 뽑힐 만한 선수들이 2라운드로 밀려날 정도였다. 데니스 로드맨과 제프 호너섹 등이 그 해 2라운더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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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클리블랜드는 1번 픽 외에도 1라운드 8번 , 2라운드 5번 등 상위 픽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댈러스가 선택할 2라운드 1번 픽 선수도 받게 되어 있었다. 엠브리는 고심 끝에 1번 픽으로 조던의 대학 후배이며 NCAA 최고의 센터였던 브래드 도허티를, 8번 픽으로는 마이애미대 오하이오 캠퍼스의 운동 능력 넘치는 가드 론 하퍼를 뽑은 후 2라운드 5번 픽으로는 리치몬드대의 성실한 스윙맨 조니 뉴먼을 뽑았다. 엠브리는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했다고 생각했고, 댈러스가 2라운드 1번으로 지명한 조지아 공대 출신의 잘 생긴 포인트가드 마크 프라이스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엠브리의 선택은 그냥 성공적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신들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가 선택한 도허티와 하퍼 사이에 있던 선수들 중 2번 렌 바이어스는 드래프트 직 후 마약 중독으로 숨졌고, 3번 제로드 워쉬번과 6번 윌리엄 배드포드, 7번 로이 타플리 역시 약물 남용으로 일찌감치 리그를 떠났던 것이다. 지금도 1986년 드래프트는 리그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드래프트로 남아있다.

이런 문제 많던 선수들을 모조리 피해 견실한 선수들만 뽑아 클리블랜드로 돌아온 엠브리는 신임 감독 레니 윌킨스에게 루키들을 넘겼다. 클리블랜드는 리빌딩을 시작한 팀이었기 때문에 루키들은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윌킨스의 조련 하에 트레이닝캠프를 마친 루키들은 시즌이 시작되자 마음껏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도허티와 하퍼, 그리고 전년도에 입단했지만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존 윌리엄스는 스타팅으로 뛰며 맹활약했고, 도허티는 평균 득점 15.7점, 하퍼는 22.9점, 윌리엄스는 14.6점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올 루키 팀에 선정됐다. 한편 프라이스와 뉴먼은 식스맨으로 뛰며 실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패싱 센터와 슈팅 포인트가드, 리그를 호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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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마침내 도허티와 프라이스 콤비가 탄생했다. 클리블랜드의 스타팅 포인트가드 자리는 존 배글리가 팀을 떠나면서 공석이 됐고, 윌킨스 감독은 그 자리에 프라이스와 그 해 7번 픽으로 데려온 케빈 존슨 중 누구를 넣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프라이스의 외곽 능력과 도허티와의 호흡을 눈여겨봤던 윌킨스는 프라이스를 선택했고, 케빈 존슨을 타이론 코빈, 마크 웨스트 및 드래프트 픽과 함께 피닉스로 보내고 초대 슬램덩크 챔피언 래리 낸스를 데려왔다.

스타팅으로 80경기를 뛴 프라이스는 평균 16점 6어시스트를 올리며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50.6%의 야투 성공률, 48.6%의 3점 슛 성공률 및 87.7%의 자유투 성공률로 170 클럽에 가입했다. 프라이스와 콤비를 이루게 된 도허티 역시 전년도보다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을 향상시켰고, 센터로써 평균 4.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망주 콤비의 탄생이었다.

결국 전년도보다 11승이 향상된 42승으로 센트럴 디비전 4위를 차지한 클리블랜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 그 해 MVP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와 맞붙었다. 클리블랜드는 프라이스와 도허티가 빼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느닷없이 폭발한 시카고 루키 피펜 때문에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조던과의 긴 악연의 시작이었다.


1988-89 시즌, 도허티와 프라이스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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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허티는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다채로운 슛 기술과 부드러운 스텝, 그리고 역대 포워드 중 통산 블록 1위인 낸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했다. 또한 도허티가 포스트에서 빼주는 패스는 프라이스와 크레이그 엘로 등 뛰어난 외곽 슈터에게 연결되곤 했다.

프라이스는 슛의 교과서로 성장했다. 그는 코트 어디에서, 어떤 자세에서 패스를 받건 똑같은 타이밍과 똑같은 각도로 점프슛을 쏠 수 있는 선수였다. 자신보다 운동능력이 좋은 수비수를 따돌리고 그런 슛을 쏘기 위해서는 강한 다리 힘과 신체 밸런스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프라이스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10kg 이상 근육을 키웠다. 또한 프라이스는 슛을 쏠 때 검지를 가장 부드럽게 사용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한편 운동능력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프라이스는 한발 빠른 판단력과 의외로 강했던 힘으로 공격자파울을 유도하거나 패스미스를 유도하는 기술을 익혀나갔다. 그는 리그에서 48분 환산 파울이 가장 적은 포인트가드 중 하나였다.

도허티와 프라이스는 나란히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프라이스는 All NBA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 듀오를 앞세운 클리블랜드는 37승 4패의 홈경기 성적을 포함한 시즌 57승으로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 승률을 올리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라운드에서 만난 팀은 작년 클리블랜드를 탈락시켰던 시카고였다. 클리블랜드는 무려 9명의 선수를 갈아치운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시카고를 상대로 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클리블랜드 홈에서 맞이한 5차전. 클리블랜드는 종료 직전까지 1점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조던이 엘로 위로 역사에 길이 남을 ‘The Shot'을 터뜨리며 또다시 클리블랜드 팬들의 가슴을 얼어붙게 했다.

1989~90시즌, 오픈 코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던 론 하퍼를 대니 페리와 바꾸는 실수를 저지른 데다 도허티가 부상으로 41경기를 빠진 클리블랜드는 전년도보다 15승이나 적은 42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프라이스가 평균 19.6득점과 9.1어시스트로 고군분투했지만 곤두박질치는 팀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프라이스가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결장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Beat DA Bu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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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92 시즌, 마침내 도허티와 프라이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도허티는 생애 최초로 평균 20득점-10리바운드를 달성했고, 프라이스는 무려 94.7%의 기록적인 자유투 성공률과 함께 조던으로부터 동부 최고의 포인트가드라는 극찬을 받으며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인트가드로 자리매김했다. 둘은 올스타와 All NBA 3rd 팀에 나란히 선정됐다. 수비의 보루로 여전한 활약을 보여준 낸스와 All Rookie 팀에 선정된 신인 테럴 브랜든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클리블랜드는 1988-89 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57승을 기록했다. 이는 67승을 기록한 시카고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었고, 서부 컨퍼런스 1위인 포틀랜드와 같은 성적이었다.

3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클리블랜드는 1라운드에서 도허티가 40득점을 폭발시키는 등 대활약하며 뉴저지에 3-1 승리를 거두었고, 2차전에서는 보스턴 셀틱스를 맞아 래리 버드의 은퇴경기가 된 7차전을 승리하며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상대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디펜딩 챔피언 시카고였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각각 자신의 정규시즌 성적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선전했다. 4차전까지는 한 경기 씩 주고받으며 2-2의 균형을 이뤘지만, 조던을 앞세운 시카고는 5,6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클리블랜드를 탈락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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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93 시즌 도허티와 프라이스 콤비는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자랑했다. 도허티는 20.2득점 10.2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프라이스는 조던과 함께 All NBA 1st 팀 가드에 선정됐다. 그들은 나란히 올스타전에 출전하여 프라이스가 3점 슛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결국 클리블랜드는 시즌 54승을 거두며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라운드에서 뉴저지를 맞아 의외로 고전한 끝에 3-2로 2라운드에 진출한 클리블랜드는 숙적 시카고와 격돌하게 되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크레이그 엘로 만으로는 조던을 막을 수 없음을 통감한 클리블랜드는 조던을 전담 수비할 제럴드 윌킨스를 영입해 놓고 있었다. 도미니크 윌킨스의 동생인 제럴드는 형을 닮은 뛰어난 운동 능력을 앞세워 ‘조던 스타퍼‘를 자신했다.

클리블랜드는 윌킨스를 조던에게 붙였지만, 결과는 너무도 허망했다. 윌킨스의 장담을 듣고 그의 수비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집중 연구한 조던은 고비마다 슛을 성공시키며 ‘녀석은 날 막을 수 없어!’를 외쳐댔고, 클리블랜드는 조던을 한 명에게 맡기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온몸으로 증명하며 스윕당하고 말았다.


부상이 앗아간 꿈

1993-94 시즌, 조던이 은퇴하면서 도허티와 프라이스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이 조던만 데려간 것은 아니었다.

1994년 2월 중순, 프랜차이즈 통산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운 도허티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등 통증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치명적인 수준의 척추 디스크. 즉시 수술이 필요하며 수술 후에는 더 이상 농구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도허티는, 다른 선수들이 한창 전성기를 맞을 28살에 은퇴 선언을 해야 했다.

도허티의 갑작스런 은퇴에 낸스까지 부상으로 은퇴한 클리블랜드는 더 이상 강팀이라 할 수 없었다. 시즌 47승을 거두며 그럭저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긴 했지만 프라이스 혼자서 팀을 승리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1라운드에서 시카고에게 스윕당하고 말았다.

홀로 남은 프라이스는 1994-95시즌 무릎 부상으로 48경기만 출장했고, 팀은 또다시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결국 클리블랜드 구단은 테럴 브랜든과 타이론 힐을 중심으로 팀을 리빌딩하기로 결정했고, 시즌 종료 후 프라이스를 골든스테이트로 트레이드했다.

이후 프라이스는 워싱턴을 거쳐 올랜도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가장 소프트했던 명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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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우승 경험도 없고 큰 상도 받은 적이 없지만, 도허티와 프라이스가 클리블랜드 구단에 남긴 족적은 작지 않다. 도허티는 팀 내 통산 리바운드 1위를 비롯하여 득점, 야투성공률 및 출장 시간 2위, 자유투 시도 및 성공 3위, 평균 득점 및 어시스트 5위, 통산 스틸 9위 등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톱 10에 들었고, 프라이스는 어시스트와 스틸, 3점 슛 시도 및 성공 1위, 통산 득점 3위, 야투 및 자유투 성공 4위이며 통산 90.4%의 자유투 성공률은 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고다. 도허티가 1997년에, 프라이스가 1999년에 각각 영구 결번 처리된 것은 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명예였다.

보통 포인트가드가 패스하고 센터가 득점하는 것이 농구의 기본이지만, 이들은 센터가 패스하고 포인트가드가 득점하는 색다른 방식의 농구를 할 줄 아는 콤비였다. 그들은 둘 다 운동능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타고난 농구 센스로 이를 극복했고 깔끔한 농구를 했으며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비록 리그를 압도할 만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그들의 농구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오늘날 클리블랜드는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는 팀이다. 굳이 도허티와 프라이스를 기억하지 않더라도, 새 구장 퀵큰 론즈 아레나에서는 과거 그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등번호인 23번을 단 클리블랜드 저지가 팔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천장에 걸려 클리블랜드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둘의 저지는, 한때 좋은 시절을 함께 했던 명콤비의 추억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에필로그

1999-2000 시즌, 창단 30주년을 맞은 클리블랜드 구단은 오하이오 주의 농구 전문 기자 32명에게 올타임 프랜차이즈 베스트 5의 선정을 의뢰했다.

32명이 한 표 씩을 던진 투표에서 도허티는 만장일치로, 프라이스는 31표를 얻어 베스트 5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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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 시즌까지 역대 NBA 선수 가운데 2만 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30명에 불과했다. 리그가 창설된 지 60년이 되도록 2만점의 고지를 밟아 본 선수가 그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기록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12시즌 동안 단 한 경기도 빠짐 없이 20득점씩을 기록한다 해도 320점이 모자랄 정도이기 때문.

그 어려운 기록을 2007-08 시즌에는 2명의 선수가 달성했다. 바로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보스턴 셀틱스의 케빈 가넷. 뛰어난 농구선수들이 모인 NBA에서도 두 선수는 놀라운 기량을 과시하며 수 년째 수퍼스타로 남아 있다.

샘 카셀, 라트렐 스프리웰과 함께 뛰며 팀을 서부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시켰던 2003-04시즌을 제외하면 가넷은 동료복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최근 몇 년간은 각종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미네소타라는 협소한 마켓을 떠나 보스턴으로 이적한 가넷은 팀 동료 레이 알렌, 폴 피어스와 함께 시즌 초부터 능력을 발휘, 팀을 동부컨퍼런스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알렌과 가넷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동안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건강을 회복한 이후 보스턴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매우 안정된 전력을 유지했다. 2월 이후 P.J. 브라운과 샘 카셀의 가세로 선수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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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에서 동부컨퍼런스 2라운드까지는 모두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언론과 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던 보스턴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디트로이트를, 파이널에서는 LA 레이커스를 각각 4승 2패로 물리치고 22년만에 NBA 최강팀의 자리에 올랐다. 가넷은 2007-08 시즌 올해의 수비수상 수상자답게 강력한 보스턴의 디펜스의 중심에 서서 팀 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프로 데뷔 13시즌만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레이커스의 코비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완패한 이후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 리그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은 바 있다. 필 잭슨, 매직 존슨, 레지 밀러 등의 만류로 생각을 바꾸며 팀에 잔류, 3연패 시절의 동료 데릭 피셔의 가세와 어린 센터 앤드류 바이넘의 급성장 덕분에 한때 팀을 서부컨퍼런스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1월 중순 들어 바이넘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2006-07 시즌의 악몽이 재연되는듯 했다.

위기에 몰렸던 레이커스는 말그대로 대박 트레이드를 성공시키며 분위기와 전력을 한꺼번에 업그레이드시켰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올스타 빅맨 파우 가솔이 레이커스에 입단한 것이다. 이후 레이커스는 승승장구하며 서부컨퍼런스 1위로 시즌을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도 그 기세는 식을 줄 몰랐다. 덴버, 유타, 지난 시즌 우승팀인 샌안토니오 등 서부의 강호들을 연파하고 파이널에 진출, 21년만에 클래식 매치를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개인적으로도 프로 데뷔 후 12년만에 처음으로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코비는 보스턴의 거미줄 같은 수비에 꽁꽁 묶여 제몫을 하지 못하며 우승을 눈앞에 두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고졸 출신 수퍼스타라는 공통점과 화려한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케빈 가넷과 코비 브라이언트. 폭발적인 운동능력으로 젊음을 자랑하던 그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이제는 30대에 접어들어 노련한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코비는 8월 23일에 만 30세가 된다). 전통의 라이벌인 보스턴과 LA의 관계처럼 각자의 팀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그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Rank Player PTS
1. Kareem Abdul-Jabbar 38387
2. Karl Malone 36928
3. Michael Jordan 32292
4. Wilt Chamberlain 31419
5. Moses Malone 27409
6. Elvin Hayes 27313
7. Hakeem Olajuwon 26946
8. Oscar Robertson 26710
9. Dominique Wilkins 26668
10. John Havlicek 26395
11. Shaquille O'Neal 26286
12. Alex English 25613
13. Reggie Miller 25279
14. Jerry West 25192
15. Patrick Ewing 24815
16. Charles Barkley 23757
17. Robert Parish 23334
18. Adrian Dantley 23177
19. Elgin Baylor 23149
20. Allen Iverson 22988
21. Clyde Drexler 22195
22. Gary Payton 21813
23. Larry Bird 21791
24. Kobe Bryant 21619
25. Hal Greer 21586
26. Walt Bellamy 20941
27. Bob Pettit 20880
28. David Robinson 20790
29. George Gervin 20708
30. Mitch Richmond 20497
  31. Kevin Garnett 20378
32. Tom Chambers 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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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NBA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조쉬 스미스가 9일(이하 한국시간)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러브콜을 받았다. 애틀랜타의 한 일간지에서 밝힌 오퍼시트 금액은 5년간 5800만 달러로 알려졌다.

하지만 멤피스의 애정공세는 무위로 그칠 공산이 크다. 애틀랜타의 릭 선드 단장은 여름방학에 돌입하며 ‘두 명의 조쉬‘는 어떠한 오퍼의 조건에도 지킬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게다가 조쉬 칠드레스의 충격적인 그리스 행으로 남은 이만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제한적 FA인 조쉬 스미스는 직접 필라델피아와 와초비아 센터에 방문하는 등 관계자의 애를 태우게 만들었지만 지난 달 엘튼 브랜드의 필라델피아 행으로 사실상 이적은 결렬됐다. 관심을 보였던 LA 클리퍼스도 파격가에 마커스 캠비를 영입함에 따라 조쉬 스미스 영입경쟁에서 발을 떼었다.

멤피스는 이미 지난 시즌 LA 레이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 파우 가솔을 보내는 등 대대적인 리빌딩을 선언했다. 특히 가솔의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콰미 브라운의 디트로이트 행과 지난 토요일 팀 내 FA인 케이시 재콥슨과 안드레 브라운의 재계약을 포기하며 이번 조쉬 스미스의 오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암시했다. 프론트라인의 공백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애틀랜타 호크스는 지난 시즌 염원하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었고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를 탈락 직전으로 몰아넣는 등 데뷔 이래 전력이나 분위기 면에서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미스 입장에서는 이득 없는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력보강이 이루어지는 서부지구에서 불확실한 멤피스행보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명분과 플레이오프 안정권을 택하는 것이 누가 봐도 옳은 선택이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틀랜타의 잔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04년 애틀랜타에 입단한 스미스는 대선배인 도미니크 윌킨스의 져지를 입고 슬램덩크 콘테스트에 우승하는 등 프랜차이즈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17.2점 8.2리바운드 2.8블락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팀에 공헌하였다. 애틀랜타는 스미스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9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멤피스가 오퍼시트를 제시함에 따라 애틀랜타 측은 일주일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스미스의 에이전트인 월라스 프래더는 멤피스 측의 자세한 세부안을 검토하여 심사숙고 할 것이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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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이하 한국시간) NBA의 차기시즌인 2008-09 시범경기 및 정규시즌의 스케줄이 발표 되었다. 30개 팀이 각각 82경기를 치르게 되는 정규시즌은 도합 1230경기다.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은 10월 28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4월 15일 마침표를 찍는다. 사무국은 스케줄과 더불어서 ABC와 ESPN, TNT 등 굵직한 전국방송사들의 편성표도 공개하여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NBA와 연을 맺은지 25년째인 TNT는 올해도 알찬 편성으로 안방을 찾는다. 개막일인 10월 29일에는 더블헤더 중계를 통해 팬들의 오랜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이다. 첫 경기는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지난 시즌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의 리턴 매치다. 양 팀은 지난 2007-08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파이널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두고 치열한 승부를 펼친 바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경기는 MVP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끄는 LA 레이커스와 서부지구의 신흥강호로 기대를 모으는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와의 한 판 승부가 될 예정이다. 특히 부상으로 전 시즌을 결장했던 그렉 오든이 건강하게 코트로 돌아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TNT는 31일에도 알토란같은 편성표를 확보하며 타 방송국의 부러움을 살 전망이다. 텍사스의 앙숙 휴스턴 로케츠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를 시작으로 크리스 폴과 스티브 내쉬가 현역 최고의 포인트 가드 자리를 두고 자웅을 겨루게 된다. 특히 휴스턴은 새둥지를 튼 론 아테스트가 합류함에 따라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나 야오 밍같은 기존 스타들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둘째 날인 30일은 ESPN이 후발주자로 나선다. TNT와 마찬가지로 ESPN은 더블헤더 중계를 편성하여 2배의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선택으로 뉴-클래식 더비를 택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빅3‘와 피닉스 선즈의 ’빅3‘가 격돌하는 이 경기는 수년간 이어온 라이벌 관계를 회상하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어서 개막전답지 않은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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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경기 역시 빅 매치로 일찌감치 채널고정을 예약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뜨겁게 달군 배런 데이비스는 클리퍼스 소속으로 정식 데뷔전을 전국방송으로 알리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스테이플 센터의 진정한 안방자리를 두고 레이커스와 승부를 펼치게 될 LA 클리퍼스는 정말 오랜만에 개막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11월 첫째 날에 열리는 더블헤더(ESPN)의 첫 경기는 이번 드래프트 1번 픽에 빛나는 데릭 로즈의 시카고 불스로 낙점됐다.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 첫 전국방송 데뷔치고는 힘겨운 일전이 되겠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NT와 ESPN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ABC도 빼놓을 수 없다. ABC는 10월 26일 샌안토니오와 피닉스, 보스턴과 레이커스의 파이널 리턴매치 등 굵직한 시범경기를 더블헤더로 편성하여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특히 총 18차례의 정규시즌 독점중계를 계약을 비롯하여 2월 22일부터 정규시즌 폐막까지 8차례 일요일 안방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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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08년 10월 10일부터 21일(이하 한국시간) 사이에 치러질 2008-09 NBA 시범경기에 유로리그 명문 팀들이 방문한다. 데이비드 스턴 총재는 “전 세계 농구 저변을 넓히기 위한 일환으로 유로리그와 경기를 추진하게 됐다”며 이벤트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번 시범경기 스케줄에 포함된 유로리그 팀은 러시아의 CSKA 모스크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리투아니아의 리투보스 라이타스로 총 3개 팀이다. 이들은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LA 레이커스, 동부지구의 올랜도 매직과 토론토 랩터스를 포함하여 LA 클리퍼스와 자존심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NBA팀들과 그들의 경기장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며 운을 뗀 유로리그의 CEO 조르디 베르토뮤는 “미국의 다양한 팬들에게 우리만의 플레이 스타일로 즐거움과 국제 농구의 진수를 보여 줄 수 있으리라 확신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시범경기이지만 상호간에 오랜 시간 문화와 기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교류하며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지난 시즌에는 EA 스포츠의 후원을 받으며 NBA팀의 유럽투어를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지난 1978년 워싱턴 불리츠(現 워싱턴 위저드)는 이스라엘로 날아가 텔 아비브와 역사적인 첫 유럽투어를 가졌고 1987년에는 프랑스에서 주관한 맥도널드 대회가 생겨나며 NBA팀과 유로리그간의 연결고리가 확장되기도 했다.  

‘유로리그 아메리칸 투어’는 10월 11일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러시아의 강호 CSKA 모스크바와 올랜도 매직의 경기를 시작으로 그 화려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이후 CSKA는 15일 캐나다로 장소를 옮겨 토론토와 2번째 시합을 갖는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는 19일 LA의 스테이플 센터에서 서부지구 챔피언 레이커스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다음날인 20일 클리퍼스나 토론토와 마지막 시합을 벌인다. 2005 ULEB 우승과 리투아니아 리그 통산 5회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리투보스 라이타스는 21일 골든스테이트와의 경기를 끝으로 아메리칸 투어는 막을 내린다.

초대 손님을 맞이하는 NBA 역시 유럽으로 친선대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유럽투어에 낙점된 행운의 팀은 마이애미 히트, 뉴저지 네츠, 뉴올리언즈 호네츠 그리고 워싱턴 위저드로 바르셀로나와 베를린을 비롯하여 런던과 파리 등 유럽의 대도시들을 순회하며 각각 한 차례씩 경기를 갖는다. 

유로리그는 최근 인지도 있는 NBA 선수를 적극적으로 유입시키며 세계적인 리그의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지난 2006년에는 중국리그인 CBA와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서 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하였다. 유럽인의 축제에서 세계인의 축제로 뻗어나가며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 농구계의 동향은 마치 EPL이나 프리메라리가, 세리에 등 범세계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축구리그의 시스템과 같이 다양화되고 있다. 만약 주도면밀하게 꾸준히 글로벌화를 진행해온 NBA의 노하우와 마케팅 전략이 유로리그의 잠재가능성과 조화를 이룬다면 지구촌 농구열풍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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