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로 열기를 더해갔던 27일(이하 한국시간) NBA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는 울고 웃는 이들로 가득 찼다. 기쁨의 눈물도 있을 것이고, 아쉬움의 눈물도 있을 것이다. 로터리 추첨식 이후 메이저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모의 드래프트 순위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선수의 지명부터 상위권 입성을 예상한 신인들의 미끄럼까지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원하는 신인선수를 얻기 위해 ‘픽 업&다운’을 도모하며 발 빠른 거래를 추진하는 팀을 비롯하여 옥석 고르기에 한창인 오늘 간판스타들의 트레이드를 통해 일찌감치 숨 가쁜 오프시즌 일정을 진행하는 팀들도 눈에 띄었다. 주어진 기회로 최대의 실속을 차린 팀들을 살펴보자.


엇갈린 운명 O.J. 메이요와 케빈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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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3번 픽에 지명되며 미네소타 팀버울브즈 미래의 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메이요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모자를 바꿔 썼다. 상대는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지명한 케빈 러브. 두 신인 외에도 6명이 포함된 4대4 대형 트레이드다. 

미네소타는 이미 랜디 포이와 라샤드 맥칸츠가 포진해 있고 알 제퍼슨을 보좌할 빅맨 자원이 절실했다는 점에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케빈 맥헤일 단장을 맹비난하며 원색적인 반응이다. 로스터의 균형을 맞추려는 구단 의지는 수긍이 가지만 올랜도에서 열린 신체검사와 워크아웃을 토대로 상승해온 메이요의 최근 주가에 따른 아쉬움도 반영된 것이다. 과거 레이 알렌과 브랜든 로이라는 정상급 선수를 뽑아놓고 남 좋은 일에 앞장 선 미네소타기에 징크스가 되풀이 될지에 대한 불안감도 제기 되고 있다.       

어쨌든 메이요는 주전 출장이 불투명해 보이던 미네소타에서 벗어나 멤피스에서 보다 많은 출장시간을 부여 받을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언더 독‘ 팀이라도 코트위에 서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메이요에게 득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지난 시즌 케빈 듀란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루디 게이-마이크 콘리로 이어지는 젊고 재능 넘치는 라인업에 공수 짜임새와 무게감을 줄 수 있어 멤피스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신인왕 출신에 올스타 선발과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며 순수 미국 백인 선수로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쌓아온 밀러의 공백을 걱정할 수 없는 이유다.

고교시절부터 르브론 제임스에 버금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메이요는 이기적인 마인드의 플레이어라는 비난도 받아오며 USC시절 동료들에게도 외면받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굴곡을 겪어왔다. 이번 트레이드를 기회삼아 더 나은 선수로 거듭나길 기대해보자.

멤피스 그리즐리스 Get_O.J 메이요, 앤트완 워커, 마코 자릭, 그렉 버크너
미네소타 팀버울브즈 Get_케빈 러브, 마이크 밀러, 브라이언 카디날, 제이슨 콜린스
 

두 마리 토끼 잡은 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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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만 따져보면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알짜를 고른 포틀랜드가 진정한 승자가 아닌가 싶다. 포틀랜드는 로터리 픽에서 뽑은 브랜든 러쉬를 인디애나로 보내며 대학 최고의 듀얼가드로 꼽히는 제리드 베일리스라는 수확을 얻었다. 재럿 잭과 잭 로버츠가 매물임을 감안하면 수혈이 아쉽지만은 않다.

베일리스는 일찌감치 마이크 비비나 길버트 아레나스 등 최고의 동문선배들과 비교돼왔고 리그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듀얼가드의 흐름을 따라가는 선수다. 후일을 기약해야겠지만 인디애나가 입맛을 다실지도 모를 일이다.

뉴올리언즈와의 현금 트레이드로 얻은 또 다른 1라운드 픽도 행운을 가져왔다. 무려 26번까지 진행된 1라운드에서 대릴 아써가 호명이 되지 않았던 것. 캔자스 대학을 우승으로 이끈 아써의 가세로 포틀랜드는 겹경사를 맞이할 수 있었다. 로터리 픽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됐던 아써이기에 포틀랜드는 그야말로 대박 드래프트로 남게 됐다.

올스타 레벨로 거듭난 브랜든 로이와 그에 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라마커스 알드리지의 존재와 지난 시즌 1번 픽에 빛나는 그렉 오든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는 포틀랜드는 이번 드래프트를 계기로 서부강호들의 틈바구니 속에 살아남을 경쟁력을 손에 넣었다.

과연 다음 시즌 리그 최강의 팀을 두고 자웅을 겨루던 8~90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신데렐라로 거듭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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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픽 예상자를 모시는 VIP 대기실, 이른바 그린 룸에 초청받지 못한 선수가 로터리 픽에 당첨됐다면? 아마 그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오늘밤 NBA 드래프트장의 신데렐라로 낙점 된 주인공은 세크라멘토 킹스에 지명 된 제이슨 탐슨이다.

데이빗 스턴 총재의 호명이 끝나면 보통 가족들과 지인 혹은 동료 선수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기 마련이지만 탐슨의 지명은 이와 상반된 반응이었다. 다행이도(?) 탐슨은 이날 드래프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굴욕을 면할 수 있었다. 그만큼 탐슨의 로터리 픽 당첨은 예상외였다.

하지만 세크라멘토 킹스의 주 전술이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임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NBA급 하드웨어를 지녔다는 평을 받고 있는 탐슨은 단순한 공격루트나 기술미달이 평가절하에 한몫했지만 동포지션에서 비교적 긴 슈팅거리와 준수한 패스센스를 지니고 있어 세크라멘토에 잘 어울릴 전망이다. 블라디 디박이나 브래드 밀러같은 팀 선배들이 수행했던 역할을 돌이켜보면 탐슨은 준비된 자원이다.

55번 픽으로 포틀랜드에 지명된 마이크 테일러는 D-리그 출신 최초의 NBA 드래프트 선수가 됐다. NBA의 공식 2부 리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던 D-리그는 그간 시즌 중 콜업을 통해 왕성한 교류를 펼쳐왔지만 드래프트에 선수가 뽑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다호 스탬피드 소속이었던 테일러는 식스맨으로 활약하며 2008 D-리그 파이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아이다호의 브라이언 게이츠 감독은 “테일러는 언제 경기에 투입되어도 생기 넘치고 활발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NBA에서도 그 재능을 가져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보통 언드래프트 출신이나 하부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선수들은 환경이 동기부여가 되어왔다. 이는 끈기와 성실함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선수를 배출시켜왔고 리그에서 장수하는 원동력으로 알려진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훗날 이러한 통념이 맞는지에 확신을 주는 선수가 되기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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