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4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연습 구장은 침묵에 싸여 있었다. 클리블랜드는 4월의 첫 두 경기에서 워싱턴과 올랜도에게 잇따라 완패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았던 올랜도 원정에서의 29점차 대패는 이 팀이 시즌 내내 유지해왔던 자신감을 근본부터 뒤흔든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다음날 상대는 서부의 강호 샌안토니오였다. 4월 초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으려던 클리블랜드에게 최대 위기가 닥친 것이다. 떠들썩하기로 유명한 클리블랜드의 연습 코트에 적막함만 감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침통한 표정으로 훈련을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 앞에서 한 선수가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벤 월러스를 대신해서 주전 파워포워드로 뛰고 있던 앤더슨 바레장이었다. 특유의 장난기 섞인 웃음을 띠며 옷을 벗은 바레장은 뒤로 돌아 등을 내보였다. 등에는 검은 색 매직 펜으로 'Chosen2'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씌어 있었다. 자신의 별명인 'Chosen One(선택받은 자)'를 등에 문신한 르브론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코트에 흐르던 침묵은 패러디 당사자인 르브론이 킥킥거리며 깨졌다
. 곧이어 모리스 윌리암스가 웃기 시작했고 지드루너스 일가우스카스와 멜빈 헌트 코치가 폭소를 터뜨렸다. 굳은 표정으로 연습장 문을 들어서던 마이크 브라운 감독은 바레장의 등을 보자마자 배꼽을 움켜쥐고 다시 뛰쳐나갔다. 선수들의 얼굴에 여유가 돌아왔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다음날 샌안토니오에게 대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1위를 위해 순항할 수 있었다.



 

바레장의 장난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브라운 감독의 통산 300승 경기 때는 브라운 감독과 맥도날드 캐릭터 'Grimace'를 합성한 이메일을 감독에게 보내 뚱뚱한 몸매를 놀려댄 적도 있다. 바레장은 일가우스카스와 함께 팀에서 가장 지독한 장난을 즐기는 선수다.

 

'Wild Thing' 바레장은 클리블랜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하나다. 팀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항상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레장의 고국이 브라질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열정은 가끔 '내킬 때만 열심히 하는 선수'로 비춰질 때도 있다. 하지만 바레장을 아는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오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레장은 그 어떤 것보다도 농구를 먼저 생각하는 선수다. 그리고 자신의 농구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다. 아주 오래 전, 그가 농구를 시작하던 무렵부터 그랬다.




형을 동경한 소년

 

바레장은 브라질 에스피리투 산토 주에 속한 카리아시카라는 도시에서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얼마 뒤 산타 테레사로 옮겼다가 열 살때부터 비토리아에서 살게 됐다. 그곳에서 처음 농구 팀에 들어갔고 지금도 가족이 그곳에 살고 있으니 바레장의 고향은 비토리아인 셈이다. 부모님은 프로 선수로 뛴 적은 없지만 각기 농구와 배구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바레장 집안 남매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농구를 익힐 수 있었다.

 

그 무렵 농구를 좋아하는 모든 아이들의 우상은 마이클 조던이었지만 바레장에게는 우상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레장보다 11살이 많은 맏형 산드로였다. 산드로는 바레장이 유소년 농구팀에 들어가던 무렵에는 이미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으로 농구 유학을 가 있었다. 막 농구에 재미를  붙여가던 바레장에게 산드로는 마이클 조던만큼이나 대단해보였다. 비싼 국제전화비 때문에 한 달에 두어 번 산드로에게서 전화가 올 때면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가장 먼저 전화로 달려가곤 했다. 농구를 하다 궁금해진 것도 묻고 NBA 관련 용품을 보내달라고 조르기 위해서였다. 바레장이 부탁한 조던 브로마이드 대신 산드로가 보내준 것은 훗날 클리블랜드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한 도넬 마샬의 브로마이드였다.


방학을 맞아 산드로가 집을 찾으면 여지없이 바레장의 차지가 됐다
. 여독에 지친 형을 농구장으로 끌고 나가 하루 종일 농구를 한 것이다. 산드로는 어린 동생의 어리광 섞인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차근차근 슛과 리바운드를 가르쳤다. 훗날 바레장 연합군은 국가대표 베테랑과 신참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덩크를 하고 싶었던 미운 오리새끼

 

바레장이 처음 들어간 농구팀은 고향 비토리아의 유소년 농구팀이었다. 훈련장에 천장이 없어 비가 오면 훈련이 취소될 정도로 시설이 열악한 팀이었다. 또래들 중에서는 키가 큰 편이었던 바레장은 첫 해에는 센터를 맡았지만 비쩍 마른 몸 때문에 몸싸움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쑥쑥 자라는 친구들에 비해 성장이 더뎌 어느새 팀에서 작은 편에 들어가게 돼버렸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형에게 배운 드리블 실력은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듬해부터는 포인트가드로 뛰게 됐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어린 시절의 바레장은 패스와 3점 슛이 장기인 명 포인트가드였다. 이런 전력을 알고 있는 브라질 대표팀에서는 지금도 바레장을 이용한 패스 플레이를 많이 시도한다.


간신히 몸에 익힌 포인트가드 역할에 슬슬 재미를 붙여가고 있을 무렵
, 바레장의 몸이 또다시 말썽을 부렸다. 이번에는 순식간에 키가 커버린 것이다. 더 이상 포인트가드는 무리였다. 다시 센터 자리로 돌아간 바레장은 골밑 몸싸움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익혀야 했다. 하지만 급하게 자라느라 근육이 전혀 붙지 못한 몸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었다.

 

16살이 된 바레장은 198cm까지 자랐지만 여전히 팀에서 가장 마르고 약한 선수였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덩크를 하지 못해 친구들의 단골 놀림감이었다. 어느 날 청소년 대표팀이 바레장의 팀에 연습경기를 왔는데, 그들마저도 바레장을 놀려댔다.


그날 밤 바레장은 소파에 앉아 어떻게 하면 덩크를 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한 바레장은 새벽 일찍 훈련장을 찾았다. 아무도 없는 코트에서 계속해서 덩크를 시도했지만 볼은 계속해서 림을 돌아나올 뿐이었다. 한 시간이 넘게 진땀을 흘리던 중 적절한 타이밍에 점프가 이뤄졌고, 바레장은 마침내 생애 첫 덩크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훈련 시간에 바레장은 마침내 덩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지만 친구들은 거짓말 하지 말라며 비웃었다. 결국 점심 내기까지 건 뒤 멋지게 덩크를 성공시킨 바레장은 친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런 근성은 청소년 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고, 바레장은 그의 추천으로 상 파울로 주에 위치한 프랑카 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프랑카는
브라질 농구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전통이 깊은 팀이었다. 바레장은 이 팀에서 3년간 뛰며 농구를 배워갔다. 그 무렵에는 신장에 어울릴 만큼 체격도 자랐기 때문에, 바레장은 가드 수준의 드리블과 패스를 할 수 있는 전천후 센터가 됐다. 어린 시절 가드도 센터도 아니었던 미운 오리새끼가 이제 올 어라운드 능력을 갖춘 백조로 변신한 것이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마침내 스페인 리그 스카우트의 눈에 띈 바레장은 강호 FC 바르셀로나에 입단하게 됐다. 바레장 인생 최초의 외국 경험이었다.

 


Magic-Cavs

기사단의 야생동물


바레장은  바르셀로나에서 성인 팀과 유소년 팀을 오가며 실력을 쌓아나갔다. 파우 가솔을 배출한 바 있는 바르셀로나는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 로베르토 두에녜즈, 로드리고 델라 푸엔테 등 유럽 농구의 영웅들이 즐비했고, 여기에 사루나스 야시케비셔스와 드쟌 보디로가 등을 영입해 유로리그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바레장에게 득점력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로 성장해갔다. 오늘날 클리블랜드에서 볼 수 있는 바레장의 플레이 스타일은 이때 확립된 것이다. 바레장은 바르셀로나에서 3년간 뛰며 2003년에는 스페인 리그와 유로리그 동시 우승에 공헌했다.

그 무렵 바레장을 눈여겨보던 한 NBA 스카우트가 그에게 NBA 행을 제안하자 바레장은 두말 없이 승낙했다. NBA 선수로 뛰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꿈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리그를 뒤로 하고 2004년 NBA 드래프트의 문을 두드린 바레장은 2라운드 1순위로 올랜도 매직에 지명됐지만 곧바로 드류 구든, 스티븐 헌터와 함께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클리블랜드는 여름에 팀을 떠난 카를로스 부저를 대신해 르브론과 호흡을 맞출 빅맨을 찾고 있었고, 바레장 역시 구든 등과 함께 클리블랜드의 부름을 받게 된 것이다.

센터와 파워포워드를 모두 소화하며 일가우스카스와 구든의 백업으로 첫 시즌을 보낸 바레장은 평균 16분을 뛰며 4.9득점과 4.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펼친 덕분에 특히 공격 리바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그의 48분당 평균 리바운드 기록(6.1개)은 리그 4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바레장은 야성미 넘치는 플레이와 독특한 곱슬머리는 금세 클리블랜드 팬들의 눈길을 끌었고 팬들은 바레장에게 'Wild Thing'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바레장이 NBA에 빨리 적응한 데는 일가우스카스의 도움이 컸다. 1996-1997 시즌부터 줄곧 클리블랜드에서만 뛰어온 터줏대감 일가우스카스는 팀에 새로 들어온 외국인 선수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바레장 역시 입단하자마자 일가우스카스의 특별 관리에 들어가 미국 생활과 NBA, 그리고 영어를 배워나갔다. 어떤 영어를 배웠을까? 일가우스카스가 팀에서 걸쭉한 욕을 가장 잘 하는 선수라는 것만 밝히겠다.

바레장은 이듬해부터 조금씩 팀내 비중을 늘려나갔다. 가드를 보던 시절 익힌 빠른 풋워크와 다소 과장된 동작을 바탕으로 공격자 파울을 유도해냈다. 컨퍼런스 세미파이널 4차전에서 디트로이트의 천시 빌럽스를 상대로 얻어낸 결정적인 공격자 파울은 이후 바레장의 수비를 상징하는 플레이가 되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
2006-2007 시즌에는 경기당 24분만 뛰면서도 무려 99개의 공격자 파울을 얻어내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장시간 대비 리바운드 갯수도 점점 늘려간 바레장은 입단 3년만에 클리블랜드의 핵심 수비수가 되었다.


Anderson Varejao, aka Wild Thing
Anderson Varejao, aka Wild Thing by emotionaltoothpaste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오해와 비난

2007년 여름 제한적 FA가 된 바레장은 클리블랜드와 재계약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레장의 에이전트 댄 페건과 대니 페리 클리블랜드 단장 사이에는 커다란 의견 차이가 있었다. 페건이 바레장을 주전 선수급으로 대우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 페리 단장은 쏠쏠한 벤치 선수 이상 대우해줄 생각은 없음을 못박은 것이다. 둘의 의견 차이는 여름 내내 좁혀지지 않았고, 바레장은 결국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재계약 불발은 바레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페건이 협상용 허풍으로 언론에 흘린 '바레장은 연봉 천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선수'라는 발언 때문에 돈만 밝히는 선수라는 비난을 받은 것이다. 그때까지 바레장을 응원하는 팬들이 모두 등을 돌렸다. 바레장이 성적 못지 않게 이미지에도 신경써야 하는 프로 선수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로 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더라도 만회할 수 없는 손해를 본 셈이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재계약 공방은 시즌이 개막하고도 한참이 지난 12월에야 마무리됐다. 클리블랜드를 제외하고 바레장과 계약해줄 팀을 찾던 페건이 샬럿 밥캐츠와 2년간 1천 1백만 달러의 계약을 맺자, 같은 금액만 보장하면 바레장을 잡아둘 수 있었던 페리 단장이 다음날 바레장 잔류를 선언한 것이다.

계속해서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팬들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팬들은 바레장이 복귀하는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홈경기에서 바레장을 야유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료들이 바레장을 돕기로 했다.

바레장의 복귀전은 지난 6경기 동안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했던 르브론의 복귀전이기도 했다.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이 결장한 6경기를 모두 졌기 때문에 그의 복귀는 관중들의 큰 환호를 받을 것이 확실했다. 르브론은 이 점을 이용, 마이크 브라운 감독에게 자신을 바레장과 함께 벤치에서 내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면서 동시에 바레장에게 야유를 보낼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르브론이 데뷔 이후 332경기째 이어오던 연속 선발 출장 기록이 깨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르브론은 동료를 위해 자신의 기록을 기꺼이 희생했다.

르브론의 계획은 멋지게 적중해서, 바레장은 르브론이 평소보다 과장된 몸짓으로 관중에게 인사를 보내는 사이 야유 없이 코트에 들어설 수 있었다. 바레장은 이날 경기에서 23분간 리바운드 9개를 잡아내며 속죄와 보답을 동시에 해냈다.

그 무렵 바레장은 고국 브라질 국민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았다. 재계약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부상으로 선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국가대표 소집을 거부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듬해에도 계약 마지막 시즌임을 들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하자 팬들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리안드로 발보사(피닉스 선즈), 네네 힐라리오(덴버 너게츠) 등과 함께 브라질의 황금 세대로 불리던 바레장이었기에 팬들의 실망은 이만전만이 아니었다. 아예 바레장을 국가대표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바레장은 이 모든 비난을 실적으로 극복해나갔다. 2007-2008 시즌 48경기 중 13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평균 10.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재계약 협상 기간 동안 놀고 있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바레장과 마찬가지로 재계약이 지연되는 동안 고향의 휴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겼던 팀 동료 사샤 파블로비치와는 달랐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당한 벤 월러스를 대신해 주전 파워포워드로 올라서며 6년간 4천 2백만 달러의 장기 계약에 성공했다.

국가대표에도 복귀한 바레장은 지난 여름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FIBA 미주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다. 10경기에 모두 선발 센터로 출장한 바레장은 평균 30.4분 동안 13.6득점(전체 14위) 8.4리바운드(전체 5위) 1.9블록슛(전체 1위) 1.9스틸(전체 6위)을 올렸다. 득점은 에이스 발보사에 이은 팀내 2위고 리바운드, 블록슛, 스틸은 모두 팀내 1위였다. 예선에서 맞붙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는 대회 MVP 루이스 스콜라를 상대로 대등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바레장과 발보사, 티아고 스플리터 등이 맹활약한 브라질은 결승에서 홈팀 푸에르토리코를 1점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바레장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후 처음 맛본 우승이었다.

국가대표에 복귀하자 브라질 국민들의 원성도 다시 응원으로 바뀌었다. 지난 8월 리우 데 자이네이루에서 바레장과 발보사가 공동 주최한 자선 농구대회에서는 10만 달러를 모금했다. 성금은 브라질 아이들을 위한 농구장을 짓는 데 사용될 것이다. 바레장은 조만간 브라질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책의 주인공으로도 그려질 예정이다.  



르브론의 파트너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지 6년째를 맞는 이번 시즌, 바레장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보직을 받고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했다. 벤치에서 바레장 대신 나올 J.J. 힉슨과 대럴 잭슨이 모두 2년차로 경험이 적고 리온 포우는 무릎 수술로 2월 이후에나 출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바레장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일부에서는 바레장의 중거리슛 능력이 없음을 들어 르브론과 새로 영입한 샤킬 오닐의 파트너로는 부적합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레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언제나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할 겁니다. 이 팀에서 제 역할은 수비와 리바운드지 슛이 아니죠. 그리고 공격시에는 르브론과 오닐을 막느라 비어있는 틈으로 달려들면 되는 겁니다."

르브론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클리블랜드에서 바레장을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 5년간 자신의 수비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시에는 자신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좋은 스크린을 걸어준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이번 바레장 재계약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도 르브론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82년생으로 곧 27세를 맞는 바레장은 앞으로 르브론의 파트너로써 전성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형을 동경하며 NBA를 꿈꿔왔던 소년은 어느새 형을 뛰어넘어 NBA 최고 스타의 파트너가 되었다. 천장도 없는 농구장에서 땀을 흘리며 키운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도전을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바레장은 클리블랜드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다. 그리고 그동안 흘려온 땀과 눈물이 우승으로 보답받는 날, 바레장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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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티 피펜, 그리고 토니 쿠코치.

마이클 조던과 함께 쓰리핏을 해낸 불스의 주역들입니다.

불스의 제리 크라우스 GM이 유럽시절의 쿠코치에 반해 그를 드래프트하는 순간부터 이들의 견원지간은 시작됐습니다.

일단, 쿠코치의 공격에서의 역할이나 포지션이 피펜과 겹쳤다는 점이 피펜의 자존심을 건드렸죠.

역할이 완전히 겹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쿠코치의 유럽 전성기 시절의 역할이 "Initiator"(공을 소유한 채로, 지공이든, 속공이든, 자신이 팀의 공격을 풀어나가는 위치 - 장신 포인트 가드로 보시면 되겠습니다)였고, 제리 크라우스 매니저가 쿠코치에게 반한 점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맡았던 피펜이 쿠코치의 불스입성을 반길 수 만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리그에서 크로아티아를 만난 미국팀의 조던과 피펜은 쿠코치를 대놓고 혼을 내줍니다.

그러나 이에 질세라 두 팀이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을 때, 쿠코치는 자신에게만 유독 가해지는 피펜과 조던의 압박수비를 뚫고 18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맹활약을 했지요. 

이 경기가 끝났을 때 조던이 쿠코치에게 다가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Welcome to the NBA !" 


그러나 쿠코치의 루키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조던이 은퇴를 발표하면서, 이들 둘을 묶어줄 구심점은 사라지고 맙니다.

불스의 리더가 된 피펜은 쓰리핏 우승팀에서 돌아온 다른 멤버들과 함께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팀을 이끌었고, 쿠코치는 나름대로 새 리그에 적응을 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쿠코치는 특히 정규시즌 네 경기에서 클러치 결승골을 터뜨림으로써 '한 방'이 있는 강심장임을 리그 전체에 알렸으며, 그의 수비를 신용하지 못하던 필 잭슨 감독도 이 해결사 기질 부분만큼은 인정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1994년 플레이오프.

숙적 뉴욕 닉스와의 시리즈가 시작됐습니다.

1차전... 2차전... 거듭된 뉴욕 원정경기에서 완패를 하고 온 불스는 3차전부터의 반격을 위해 배수진을 쳤습니다.

그러나 패트릭 유잉이 이끈 닉스는 막강했고, 불스는 앞서나가던 큰 점수차를 모두 까먹은 채, 자칫하다간 3차전마저 닉스에게 내줄 지도 모르는 절대절명의 순간까지 왔습니다.

3차전 남은 시간은 1.8초.  점수는 동점.  공격권은 불스에게 있었습니다.

필 잭슨 감독은 정규시즌 네 경기에서 팀을 패배로부터 구해냈던 쿠코치를 마지막 슈터로 지목했습니다. 피펜은 분노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농구화를 벗고, 자신은 경기에 안 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필 잭슨 감독은 물론, 불스 선수들 전원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 피펜의 행동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죠.

경기는 속개됐고, 쿠코치는 1.8초를 남기고 공을 어렵게 잡아 고난도의 페이더웨이 턴어라운드 점프슛을 꽂아 버립니다.

불스는 자칫 잘못하면 닉스의 스윕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시리즈의 흐름을 자기들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고, 결국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 멋진 슛을 집어넣은 쿠코치는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흔들며 보란 듯이 자신의 해결사 기질을 뽐냈습니다.

그러나...... 이 슛이 불발되고, 불스가 일찌감치 닉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면... 피펜의 팀 내 입지는 과연 어찌 됐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한 부분입니다.

스카티 피펜은 4차전이 시작되기에 앞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했고, 팀 전체에 사과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가 맹활약함으로써, 불스는 4차전, 6차전, 홈에서의 승리도 나꿔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1994-95 시즌.

호레이스 그랜트를 올랜도 매직에게 보내고, 쿠코치가 선발 라인업의 파워포워드 포지션에서 시작한 시즌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파워포워드가 없었던 불스는 그동안 시스템 농구로 버텨오던 팀 전력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약빨"이 다 된 것입니다.

경기에서 자꾸 지기 시작하니, 팀원들 간의 불화도 심해졌고, 결국엔 팀 케미스트리가 붕괴되기 일보직전까지 오게 됐습니다.

팀 전체가 이토록 삐걱이던 차에,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멋진 플레이 하나가 이 피펜과 쿠코치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상대는 필라델피아 76ers였습니다.

자유투라인에서 리바운드를 잡은 쿠코치가 마치 이미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 자리에서 냅다 상대팀 림을 향해 빨래줄 같은 공을 패스해 줬고, 림으로 달려들어가던 피펜이 공을 잡음과 동시에 연속동작으로 림까지 올라가며 앨리우프 덩크를 꽂아버린 것입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너무도 멋진 그림같은 플레이였습니다.


 
80년대  쇼타임 레이커스 시절, 매직 존슨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마이클 쿠퍼에게 넣어주는 앨리우프 플레이를 쿠퍼의 이름을 따 "Coop-a-Loop"이라 불렀습니다.

이 플레이는 그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쿠코치의 패스가 나간 지점이 하프라인이 아닌 자유투라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피펜은 그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빠른 공을 림으로 점프해 올라가는 동작에서 잡아 덩크로까지 연결시켰습니다.

평생 견원지간이었던 두 선수가 만들어낸 플레이였기에 더더욱 값져 보인 플레이였습니다.


2002년도에 나온 한 잡지에서 쿠코치는 자신의 불스 시절 피펜과의 관계를 이렇게 밝힌 적이 있습니다.

"스카티 피펜... 솔직히 처음엔 싫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도 알 수 있었다. 내가 NBA 리그에 들어온 이후로 나에게 가장 큰 영향과 배움을 준 선수는, 페트로비치도, 조던도 아닌, 스카티 피펜이었다."

아무튼... 둘 다 멋진 사나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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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 2009. 10. 14. 09:17

워싱턴 위저드를 향한 다섯개의 시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워싱턴의 의료진은 쉴틈이 없었다. 그만큼 부상자로 득실댔고 주전 다섯 명도 예외가 아니었다. 길버트 아레나스와 빅3가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팀의 순위는 2배로 뛰어 오를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잊지 말자. 부상자가 속출한다면 다시 한 번 바닥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블로거 5명의 의견을 들어보자.


다섯개의 시선

Dream Time

 ‘길교주’ 길버트 아레나스의 복귀는 워싱턴의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아레나스가 70경기 이상을 건강하게 뛸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디비전 3위 / 전체 15위                          

Gold&Purple

 길교주가 돌아온다. 그것 하나만으로 플레이오프가 가능한 팀이 된다. 더불어 마이크 밀러와 랜디 포이를 영입해 벤치까지 강화했다. 이번 시즌엔 플레이오프에서 캐벌리어스를 잡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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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tant79

 길교주가 돌아왔다! 절치부심 명예회복을 노리던 워싱턴은 마이크 밀러까지 영입하며 막강한 화력을 갖췄다. 공격력만이라면 이 팀은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플레이오프에서 성공할 수 없음이 증명된 만큼, 그 이상을 해내야 한다.  
                        디비전 3위 / 전체 15위

jeffrey23  

 빅3의 건강이 보장될 때 이 팀은 5할 이상의 승률을 찍어왔다. 젊고 유능한 벤치선수들이 넘치는데다가 새로운 팀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플립 썬더스 감독이 가세해, 밑바닥에서 시작하기에는 최고의 환경이 조성됐다.
                        디비전 3위 / 전체 13위

Head Coach 

 에이스 자리가 공석인 동안 워싱턴 위저즈는 할 만큼 다했다. 이제 길교주가 보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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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 2009. 10. 14. 09:13

유타 재즈를 향한 다섯개의 시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플레이오프는 언제나 보증한다. 하지만 칼 말론과 존 스탁튼 시대에서 이어진 '무관'의 어두운 그림자는 쉽사리 걷어내지못하고 있다. 윌리엄스의 부상과 부저의 트레이드 요청과 같은 악재 속에서도 저력을 과시한 바 있기 때문에 한 결 같은 팀 전력은 의심할 바 없다. 하지만 진정 우승트로피를 가져가고 싶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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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 시선

Dream Time

 카를로스 부저의 거취 문제와 주축 멤버들의 건강이 우려되지만, 정상 전력의 유타는 우승을 노리는 서부 최상위권 팀들이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일 것이다.
                        디비전 3위 / 전체 10위                          

Gold&Purple

 재즈가 플레이오프에 못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수의 유동도 거의 없어 지난 시즌의 로스터와 같은 진용으로 돌아오는 시즌을 시작한다. 하지만 밀샙은 포틀랜드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부저의 시즌 중 트레이드는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부저를 통해 무른 인사이드 수비를 어떻게 개선할 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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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tant79

 부저는 자기가 아직까지 유타 선수인 게 놀랍다고 했다. 우리도 놀랍다. 지난 시즌에 부상으로 신음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시즌 중 부저 트레이드가 팀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건강하기만 하다면 20년 근속의 ‘공무원 감독’ 슬로언과 지난 몇 년간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의 저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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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rey23  

 이 팀의 꾸준함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의 무언가를 노리기에는 늘 부족함이 느껴진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부저-윌리엄스 콤비가 대선배 말론-스탁튼의 전처를 밟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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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Coach 

 카를로스 부저만 잘 달랜다면 큰일을 저지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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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 2009. 10. 14. 09:08

토론토 랩터스를 향한 다섯개의 시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히도 터콜루의 영입만으로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이번 시즌은 멋진 설욕의 무대가 될 것이다. 계약과 영입에 있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보쉬의 충성심을 지키고 싶다면 이번 시즌 증명해야할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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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 시선

Dream Time

 유독 저평가되고 있는 팀이지만 내외곽의 조화, 로스터의 깊이, 다양한 전술 등 딱히 빠지는 부분이 없는 팀이다. 동부지구 최고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다.
                        디비전 3위 / 전체 14위                          

Gold&Purple

 오프시즌 최대어 히도 터콜루를 잡았고, 마크로 벨리넬리, 재럿 잭등의 알짜 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예년보다 확실히 성적이 뛰어오를 것이다. 동부 빅3를 제외하고 랩터스를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은 적어도 동부에는 없다. 크리스 보쉬가 위닝팀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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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tant79

 훈련 광경을 보고 싶은 팀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선수들의 언어만 자그마치 다섯 종류. 동료들의 모국끼리 전쟁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보쉬, 호세 칼데론이 이끌던 팀에 터콜루가 들어왔다. 보쉬와 터콜루는 안드레아 바르냐니와 함께 리그에서 손꼽히는 장신 프론트라인을 갖췄다. 지난 시즌의 굴욕을 딛고 50승을 돌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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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rey23  

 라이언 콜란젤로 단장의 수완으로 인해 성공적인 여름방학을 보냈다. 지난 시즌 올랜도의 파이널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터콜루가 다국적 팀의 마지막 퍼즐로 합류했다. 터콜루는 델피노의 향수를 넘어, 보쉬의 외로움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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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Coach 

 각 포지션에서 필요한 인재들만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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