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흑인들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스피드와 탄력이 중요시되는 농구는 신체적 능력이 유난히 뛰어난 흑인들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46년, NBA의 출범 이후, 정작 NBA를 주무른것은 흑인이 아닌 백인이었다.(이는 농구 뿐만이 아닌, 미국의 모든 스포츠에 해당된다)

여기서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가 대중화 되었던 20세기 초중반에는 인종차별이 당연시 되던 사회였다. 백인 우월주의가 판을 쳤으며 흑인들은 항상 백인들의 그늘에 눌려살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스포츠에도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NBA 출범 이후 수십년간, 각 NBA 구단주부터 시작해 구단 직원, 감독, 코칭스탭, 선수, 그리고 관중들까지 NBA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백인이었다.

1950년, 척 쿠퍼는 역사상 최초로 NBA 드래프트에서 뽑힌 흑인이었고(그는 보스턴에 의해 뽑혔다) 같은 해 뉴욕의 냇 클리프턴은 NBA 구단과 계약한 최초의 흑인이었으며 역시 같은 해 얼 로이드는 역사상 최초로 코트를 밟게 된 흑인이 되었다. 역사적인 사건이 3번 연달아 터진 1950년 이후, 빌 러셀, 윌트 챔벌레인, 얼 먼로, 윌리스 리드 등 뛰어난 흑인 농구선수들이 차차 등장하게 된다. 러셀과 챔벌레인은 극강의 라이벌로써 NBA의 50년대와 60년대를 장악했고, 먼로와 윌리스 역시 뉴욕에서 무적의 콤비를 이루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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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0년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흑인 플레이어들이 등장했고, 80년대들어 흑인들이 리그를 장악하기 시작했다(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는 분들 역시 많으리라 믿는다.) 웬만한 농구팬들이라면 알만한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레지 밀러, 패트릭 유잉, 하킴 올라주원, 찰스 바클리, 칼 말론 등, 리그를 점령했던 수많은 흑인 선수들이 80년대에 등장했으며 이같은 현상은 90년대,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졌다.

선수들 뿐만이 아니다. 흑인 감독과 코칭스탭 역시 현재의 NBA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아니다. 심지어 구단 프론트 오피스 역시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흑인들이 경기를 중계하는 현상까지 볼수 있다. 샬럿 밥캣츠의 구단주인 마이클 조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단장 조 듀마스, TNT 중계석의 레지 밀러, 찰스 바클리, 케니 스미스가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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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자는 흑인 플레이어들의 증가를 이야기 하자는게 아니다.

NBA에서 흑인들의 비율이 많아졌지만 반면 백인들은 어떤가? 특히 순수 백인(여기서 순수 백인이란 미국 국적의 백인들을 말한다. 말 그대로 “Pure White American”) 플레이어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90년대를 기점으로 미국 출신의 순수 백인들이 리그에서 사라지고 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제 2의 래리 버드를 찾을수 있을것인가? 필자는 거의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로 보스턴의 레전드 래리 버드와 케빈 맥해일, 유타 재즈의 존 스탁턴 이후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백인 선수가 없는게 사실이다. 피닉스의 스티브 내쉬가 백인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미국출신 “순수 백인”이 아니므로 이 논의에서는 배제하겠다.(내쉬는 캐나다 출신이지 미국 출신이 아니다)
 
제이슨 키드나 마이크 비비는 혼혈이지 순수 백인은 아니다.

또 생각나는 선수가 있는가? 댄 멀리? 제프 호나섹? 그들은 실력있는 슈터였지 리그를 주름잡는 대형 선수는 아니었다. 마크 프라이스? 물론 그는 뛰어난 포인트 가드였다. 하지만 그가 혼자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빌 레임비어? 마크 이튼? 좋은 센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조력자에 불과했다. 스콧 스카일스? 한경기 30 어시스트라는 불멸의 기록을 쓰기는 했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준수한 포인트가드였을 뿐.

위에 언급한 선수들은 80년대 혹은 90년대에 활동했던 선수들이었다.

그럼 2000년대로 가보자. 안타깝게도, 2000년대에는 아예 순수 백인 선수들의 베이스가 없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순수 백인 플레이어 그 숫자 자체가 적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NBA에는 뛰어난 순수 백인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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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잠시나마 반짝였던 순수 백인 플레이어는 여럿 있었다.

키쓰 밴 혼은 리그 입성 후 첫 2년동안 굉장한 임팩트를 선보이며 포스트 래리 버드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밴혼은 롤 플레이어로 전락했고 결국은 쓸쓸히 리그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제이슨 윌리엄스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화려한 패스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지만 그 역시 조용히 사라졌다. 샬럿 밥캣츠의 아담 모리슨 역시 래리 버드의 후계자라는 언론의 평가를 받으며 리그에 입성했지만 벌써부터 유리몸 기질을 보이며 아무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과연 현재 뛰고있는 순수 백인플레이어들 중 특출한 능력을 지닌 선수가 한명이라도 있는가? 그럼 올스타급 백인 플레이어들은? 좀더 기준을 낮춰서 풀타임 주전급의 백인 선수를 찾아보라 하면 그 숫자는 몇 안되는게 현실이다.

현 시점에서 두각을 보이는 백인 선수들을 꼽으라면 미네소타의 마이크 밀러, 뉴욕의 데이빗 리, 유타 재즈의 카일 코버, 포틀랜드의 스티브 블레이크, 세크라멘토의 스펜서 허즈 정도가 되겠다. 특히 필자는 마이크 밀러를 현재 NBA에서 뛰고있는 최고의 순수 백인 플레이어라고 칭하고 싶다. 그는 정확한 슈팅력과 탁월한 시야를 지녔으며, 6-8의 사이즈를 이용한 리바운딩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과거 리그를 점령했던 백인 선수들의 이름값에  비해 마이크 밀러라는 이름은 꽤 많이 초라해 보인다.

순수 백인 플레이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절대 나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수 있을까. 인종 차별을 하려는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필자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NBA는 미국 국적의 선수들, 즉 흑인들과 순수 백인들이 함께 리그를 호령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NBA는 흑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렸다.

그럼 왜 순수 백인 플레이어들이 NBA라는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그 첫번째 이유는 바로 운동능력의 차이다.

흑인들에 비해 백인들의 운동능력은 상당히 떨어진다. 힘과 탄력이 요구되는 NBA에서 백인들이 밀릴수밖에 없다. 선천적 능력에서의 차이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것이 현실이다.

그 두번째 이유는 바로 환경이다.

대부분의 흑인 농구선수들의 배경은 가난과 함께했다. 흑인들의 가정 형편은 백인들에 비해 좋지 않다는것이 정설이다. 농구는 공과 골대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렇기에 흑인들이 농구라는 스포츠에 몰릴 수밖에 없고 많은 부를 얻기위해 농구에 인생을 거는 흑인들이 많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좋은 백인들은 농구 외에도 접할수 있는 스포츠가 많아서 농구 외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물론, 이는 평균적 이론일 뿐, 모든 백인들의 형편이 좋은것은 아니다) 이는 유망주 발굴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점점 많은 흑인들이 농구에 몰리면서 자연스레 실력있는 유망주도 대부분이 흑인들 사이에서 발견되곤 한다. 결국 많은 대학 농구부들이 흑인 유망주들을 스카우트 해버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실력있는 백인 유망주가 있다면 당연히 뽑아야 하겠지만, 그 숫자가 흑인 유망주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제 2의 래리 버드를 볼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현재의 르브론, 코비 브라이언트, 앨런 아이버슨 등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선수들은 전부 흑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목표로 하는 흑인 유망주들 역시 많이 양산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백인들은 어떠한가? 과연 현재의 순수 백인 플레이어들 중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선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결국 NBA가 해야 할 일은 기다리는 것 뿐이다.

앞으로 제 2의 래리 버드, 제 2의 존 스탁턴이 출현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NBA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많다. 만약 제 2의 래리 버드가 훗날 출현한다면, NBA는 적극적인 선수 마케팅으로 이 백인 플레이어들을 돋보이게 하고 감싸줘야 한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흑인과 백인이 어우러져 리그를 호령했던 80년대 그리고 90년대의 NBA로 회귀하려면 백인 선수들에 치중된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필자가 원하는 것이다.

NBA는 미국인들이 창시한 프로 리그다. 물론 NBA가 흑인들만의 잔치로 이어지는것은 나쁘지 않다. 현재 NBA 커미셔너 데이빗 스턴은 선수들의 인종적 다양성, 그리고 NBA 세계화를 강조하고 있다. 흑인, 아시안, 유러피언, 그리고 백인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NBA를 빛낸다는것,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일까. 현재의 NBA는 코비, 르브론, 가넷, 던컨, 아이버슨등의 흑인 스타들,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야오밍, 그리고 파우 가솔, 더크 노비츠키등의 유러피언 스타들까지..다양성과 세계화에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미국을 대표하는 백인 스타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게 안타깝다.

기다림은 미덕이라고 했던가. 훗날 제 2의 래리 버드가 나타나 조금 더 리그를 흥미롭게 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칼럼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