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메카 뉴욕 시티에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개 구단중 연봉 지출 1위를 달리고있는 뉴욕 닉스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있는 선수가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벤치를 지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테반 마버리.
한때 NBA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인트가드였던 마버리였지만 올시즌 단 한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의 몸상태에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의 결장 사유는 다름아닌 구단과의 불화 때문이다.
작년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벤치에서 지킨 마버리는 올 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피닉스에서 영입된 댄토니 감독의 영입을 제일 먼저 반긴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댄토니 감독은 시즌 전, 마버리는 자신의 계획에 없다고 공언했으며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아주 짧은 출전 시간만을 마버리에게 할애했다. 마버리는 굉장한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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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비극의 시작에 불과했다.
닉스는 마버리에게 트레이드나 웨이브 대신 바이아웃을 제시했다. 바이아웃(Buy-out) 이란 선수 연봉의 일부분만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뉴욕은 페이롤을 줄이면서 마버리를 FA로 풀어주려는 복안이었고, 이것이 닉스 구단에게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했다 (닉스가 마버리를 웨이브 하려면 마베리에게 총 연봉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또한 트레이드 역시 선수들간의 연봉이 어느정도 맞아 떨어져야 가능함으로, 웨이브나 트레이드 둘다 닉스의 페이롤을 줄이지 못한다)

마버리의 올시즌 연봉은 2290만불에 달한다. 닉스는 처음에는 마버리에게 적은 바이아웃 액수를 제시했다. 하지만 마버리는 자신을 뛰게하던지, 아니면 웨이브를 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닉스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바이아웃 액수는 그의 연봉보다 100만불 낮은 2190만불이었다. 즉, 쉽게 말하자면 닉스는 마버리에게 총 연봉보다 100만불이 낮은 2190만불을 줄테니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닉스는 쓰지도 않을 마버리에게 고액의 연봉을 전부 지불하고 내쫒느니, 몇푼이라도 아끼자는 심정에서 파격적인 바이아웃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마버리는 이것마저 거절하였다.

그럼 마버리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것인가? 코트에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는것인가?
아니면 받을연봉 다 받겠다는 심산으로 땡깡을 부리는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마버리의 자존심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버리는 시즌 전 여름동안 재활훈련을 열심히 해왔던걸로 알려져 있다.
부상에서 돌아와 팬들 앞에서 닉스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댄토니의 런앤건 시스템은 공격형 가드인 마버리에게 최적의 시스템일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희망사항들은 댄토니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마버리는 자신보다 실력면에서나 연봉면에서나 떨어지는 선수들이 주전으로 도약하는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마버리의 눈에는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채 나아가는 닉스의 행보가 좋게 비춰질리 없다. 또한 바이아웃은 구단과 선수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선수측에서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결국 마버리는 바이아웃을 포기하고 닉스의 선수로 남기로 결정했다. 결국 웨이브 아니면 트레이드라는 조건으로 닉스와 대립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기도 하다. 자신의 연봉인 2290만불 중 100만불만 포기하고 FA가 될수 있는 기회를 차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닉스의 행보 역시 기이한 것은 마찬가지. 닉스는 결국 팀내 최고연봉의 선수에게 연봉을 그대로 지급하면서 그를 벤치에만 앉혀두기로 결정했다. 마버리의 결정에 “맞불”을 놓은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마버리를 팀 훈련에서 제외시켰고 팀 락커룸과 클럽하우스의 출입 역시 금지시켰다. 마버리는 오직 팀이 원정경기를 나갔을 때만 클럽하우스 출입이 허용된다. 그러나 닉스는 지금까지도 마버리에게 연봉을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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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버리와 닉스의 무언의 전쟁 도중 댄토니 감독과 마버리 사이의 불화설이 있었다.
닉스와 마버리 간의 협상 도중 마버리가 댄토니의 출전 명령을 거부했다는 것.
진실 여부를 떠나서 이 사건 때문에 마버리와 닉스간의 골은 더더욱 깊어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시즌 도중 닉스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간의 대형 트레이드가 이루어졌고 닉스의 주전 슈팅가드 자말 크로포드 역시 이 딜에 포함되었다. 디트로이트와의 경기를 앞두고 닉스의 가드진은 부상병동이었고 닉스로 트레이드 된 가드 커티노 모블리 역시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댄토니는 슈팅가드로써 경기에 투입시킬 선수가 필요했고 결국은 마버리를 경기에 투입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마버리는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닉스는 그 경기에서 패배 했다.

이 상황에 대해 댄토니는 가드진의 상황이 절박하여 마버리에게 경기 투입을 지시했지만 마버리가 단번에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마버리의 말은 달랐다. 마버리는 댄토니가 자신에게 “오늘 30분에서 35분 가량의 출전시간이 있으니 경기에 뛰고싶다면 투입시켜 주겠다” 라는 제안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마버리는 댄토니가 “오늘 출전한다고 해서 자신이 댄토니의 계획에 다시 합류하게 된것은 절대 아니다” 라고 못박았다고 했다. 결국 계획에도 없는 팀을 위해 뛴다는 자체가 불편해서 그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고 했다. 마버리는 결국 예 와 아니오 사이에서 아니오를 선택했을 뿐 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많은 팬들은 마버리를 비난하고 있다.
마버리의 프로의식에 의문점을 던지고 있으며 일부는 마버리를 돈밖에 모르는 고집쟁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필자의 눈에는 마버리가 돈때문에 이러한 싸움을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해 가장 많은 액수의 돈을 기부한 선수중의 하나인 마버리가 과연 돈밖에 모르는 선수일까? 그 외에도 현재 마버리는 수많은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자신의 시그내쳐 신발을 15달러에 팔 만큼 돈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필자는 마버리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마버리는 엄연히 닉스가 장기 계약을 안겨주고 고용한 선수이며 해마다 계약에 따른 연봉을 지급하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연히 마버리는 계약에 명시된 대로 총액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버리가 비난받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는 것이다. 닉스의 바이아웃 제안을 왜 마버리가 받아들여야 하는가? 물론 마버리가 닉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닉스에게도, 또한 마버리에게도 좋은 결과를 얻을수 있을것이다. 닉스는 연봉지출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으며 마버리 역시 새로운 팀을 찾아 코트로 복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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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버리가 무조건 바이아웃 협상에 응해야 하는가? 절대 아니다.
이것은 순수한 마버리의 권리이며, 마버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마버리의 결단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 절대 아니다. 닉스는 마버리와 계약하였으며 이제는 마버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닉스의 입장이며 마버리는 닉스와의 계약을 중도해지 하고 싶지 않은것이다. 이 결정을 가지고 누가 뭐라고 비난할 것인가? 닉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닉스가 마버리에게 입힌 피해 역시 크다.

이 문제의 발단은 마버리도 아니면 댄토니 감독도 아니다. 필자는 이 문제의 시발점을 닉스의 도니 월시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댄토니 감독을 영입한것도 월시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월시가 댄토니가 아닌 다른 감독을 영입했다면 마버리 역시 중용될 수 있을것 아닌가? 댄토니는 마버리를 자신의 계획에서 배제시켰고 닉스는 쓰지않을 마버리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면서 팀에 잔류시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마버리와 바이아웃 협상을 가진게 아닌가.

하지만 마버리 사건때문에 댄토니의 농구 철학이 잘못됬다는 것은 아니다. 댄토니는 팀을 이끄는 감독이며 팀에 대한 전권은 댄토니가 쥐고있다. 댄토니의 철학에는 마버리가 안맞았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마버리도, 댄토니도 아닌 바로 닉스의 월시라고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댄토니는 피닉스 감독 시절에도 마버리와 불편한 관계였고 심한 마찰을 일으켰었다. 월시 역시 NBA에 몸담는 사람으로써 이 사실을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시는 댄토니를 닉스 감독으로 영입한 사람이다.

뉴욕 시티의 파국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마버리라고 생각한다. 마버리가 여러 여론들, 그리고 팬들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버리의 행동 역시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NBA는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구단은 구단대로 이익을 챙기고 선수는 선수대로 또 이익을 챙기는 곳이 바로 NBA라는 곳이다. 마버리의 행동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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