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09-10시즌을 앞두고 4개의 NBA팀이 새 유니폼을 선보였다.

오프시즌 동안 샬럿 밥캐츠는 스프라이트가 가미된 ‘홈져지’를 발표했고, 댈러스와 멤피스는 3번째 유니폼이라 불리는 ‘얼트네이트 져지‘를 공개하였다. 필라델피아는 과거 80년대 디자인을 복원한 ’하드우드 클래식 져지‘를 제작하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해마다 새로운 종류의 유니폼이 출시되는 것은 수익창출과 차기시즌에 대한 구단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유니폼은 단순한 ‘옷’이나 ‘농구용품’ 이상의 역할수행을 해내는 매개체다.

NBA.com은 그 동안 공식스폰서의 판매집계를 통해 순위발표를 해왔다. 이 성적표는 그간 선수 개개인의 인기와 연고지의 시장크기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좌측부터 나이키社 하승진, 챔피언社 하킴 올라주원, 리복社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하나를 알면 둘이 보인다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는 팀 동료 야오밍 효과에 힘입어 한동안 중국내 유니폼 판매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반사이익을 누린 바 있다. 스테판 매버리는 뉴욕 닉스 시절 오랜 부진 속에서도 탑10에 이름을 올리며 뉴욕의 방대한 시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던 코비 브라이언트는 소송기간 이후 부진한 판매율을 보였지만 득점왕과 우승을 거머쥐며 유니폼 업계의 블루칩으로 돌아왔다. 팬심의 움직임까지 방증하는 데이터인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년 전만해도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9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NBA 용품이 상륙하기 전까지는 구매루트가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공식 스폰서로 지정된 매장이나 인터넷 시장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가 가능하지만 이러한 시장이 형성된 것도 채 10년이 안됐다.

점프볼의 한준희 컬럼니스트는 “확실치는 않지만 80년대에도 이태원에 일부 NBA 유니폼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들이 입는다 해도 광대취급을 받았을 거라는 인식이 강했고,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회고하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유니폼의 소비 형태는 점차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득점기계로 80년대를 풍미한 버나드 킹의 져지. 은퇴선수들의 져지만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미첼엔네스사의  제품으로 소비자가가 무려 200불 이상을 호가한다.


수집 마니아들의 효자 품목 ‘NBA 져지’

유니폼은 패션 아이템의 기능을 탈피하여, 이제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고급 수집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좋아하는 선수만 모으는 팬부터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을 모으는 수집가까지 취향도 각양각색이다.

일부 수집가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자랑하며 입문에서 이미테이션 판별까지 도우미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중에서도 네이버 카페 ‘져지매니아’는 군계일학의 커뮤니티로 인정받는 공간이다. 가입절차가 다소 까다롭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는 법이니 정회원이 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2004년 개설된 져지매니아(www.naver.com/jersey)는 그간 수집가와 마니아들의 허브역할을 담당하며 회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정보공유 외에도 물물교환을 목적으로 한 서브카페가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어 유니폼 커뮤니티의 ‘본좌‘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카페 스탭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인 신혜지씨를 만나 져지 속 이야기를 들어보자.

Q_ 보기 드문 여성 수집가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A_ 중학교 때 알렌 아이버슨의 실착(실제착용) 유니폼을 선물 받으며 매력에 빠져들었다. 평소 힙합문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았다. 초보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집에서 험하게 입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최상급인 ‘어센틱’ 제품이더라(웃음).

Q_ 소장하고 있는 콜렉션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특별한 수집 노하우가 있다면?
A_ 중,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받는 용돈을 모아서 차근차근 수집해왔다. 많은 비용을 들여 무리하게 구입을 한다면 수집본연의 즐거움을 상실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급함을 버린다면 어느 새 자신만의 멋진 콜렉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_ 트레이딩 카드나 농구화 등 수집할 수 있는 용품의 종류는 많다. 왜 하필 져지인가?
A_ NBA는 꿈의 무대다. 팬이라면 한 번쯤 나도 저 코트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상상을 펼쳐봤을 것이다. 져지는 이러한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조던의 유니폼을 입는다고 조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라도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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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_ 저렴한 값의 중국산 이미테이션 제품을 구별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가?
A_ 과거에는 정품과 구분되는 특징이 비교적 뚜렸했지만, 점차 그 정교함이 더해지고 있다. 싼 가격에 현혹되지 말고 베테랑 수집가들의 조언을 듣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바느질의 차이나 브랜드 탭의 위치나 디자인 위치를 꼼꼼이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Q_ 져지매니아는 두 개의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데 어떠한 차이를 두고 운영되는가?
A_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매매장터 메뉴를 독립시켰다. 현금이 오고가는 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여서 장터카페의 분위기가 딱딱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거래상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카페스탭들의 철저한 사전관리로 방지하고자함이니 운영진들의 고충도 조금만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무작정 쇼핑만 할 것이 아니라 본 카페에서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양질의 정보도 얻고 사람간의 소통이 선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집, 그 이상의 즐거움



올해는 NBA 유니폼뿐 아니라 KBL 유니폼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NBA의 공식 스폰서를 담당하고 있는 아디다스가 이번 2009-10시즌부터 판매용 KBL 유니폼 제작에 두 팔을 걷어 올렸기 때문이다.

KBL은 그간 구단마다 독자적인 제작 및 판매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대중에 어필하기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장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붐 조성에 긍정적인 여파를 미칠 것은 분명하다. 유니폼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나비효과다.

유니폼은 선수들의 땀이 깃든 신성한 제복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프로리그 유니폼이 목적이자 꿈이요, 프로선수들은 국가대표 유니폼이 평생의 영광이다. 그 본질은 시대가 흘러도 변함이 없지만, 이제는 선수와 구단, 팬이 모두 함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고이 모셔둔 유니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입어보자. 그리고 농구장으로 향하라.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내가 흘린 땀으로 유니폼을 적실 때의 희열은 유니폼의 가치를 보다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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