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5일(이하 한국시간) 열리게 될 2009 NBA 파이널에 앞서 동부 컨퍼런스 챔피언 올랜도 매직의 전력분석을 통해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잡아 보았다.

이번 시즌 올랜도는 LA 레이커스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전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올스타 가드 자밀 넬슨의 활약이 더해진 승리임을 감안하면 이번 파이널은 새로운 시선으로 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올랜도의 가장 큰 화두는 넬슨의 복귀 여부다. 지난 2월 이후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넬슨이 복귀를 감행한다 하더라도 장기간의 공백으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펼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수비왕 드와이트 하워드의 존재로 이들을 방패로 칭하기도 하지만 올랜도는 그 어느 팀보다 훌륭한 ‘창‘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고 있는 라샤드 루이스와 히도 터콜루의 프론트코트는 레이커스와의 득점 쟁탈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재원들이며 이들 활약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마지막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레이커스의 상승세도 올랜도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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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드와이트 하워드의 골밑 장악, 올랜도 승리의 키워드

‘위대한 센터가 우승을 만든다’와 ’리바운드를 장악하는 팀이 승리 한다‘는 오랜 농구 격언들은 시대와 관계없는 정설로 여겨진다. 결국 이번 시즌 리바운드 왕에 오른 하워드와 레이커스의 빅맨들이 격돌하는 로포스트는 이번 파이널 최대 격전의 장이 될 전망이다.

올랜도는 앞선 두 차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합계 94-80의 압도적인 리바운드 마진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레이커스의 리바운드 리더에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름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레이커스의 빅맨들이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는 반증이며 하워드의 활약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팀 리바운드 부문 종합 10위(38.4개)에 그치고 있는 올랜도지만 상대 전적에 우위를 점했던 전례를 비추어 볼 때 레이커스와의 골밑싸움은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밴 건디 감독은 지난 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레이커스는 공격리바운드가 좋고 우리는 수비리바운드가 강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하워드가 있다. 최대한 세컨찬스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리바운드 대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하워드에 대한 보조 박스아웃과 적극적인 도움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하였다.

이는 하워드에 대한 집중견제의 우려와 함께 루이스와 터콜루의 분발을 촉구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레이커스의 식스맨 라마 오돔이 출전할 경우 레이커스의 높이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올랜도의 제공권 장악력은 파이널 내내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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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코비 브라이언트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는 리그의 모든 팀들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지만 올랜도에게는 당면과제다. 지난 시즌 보스턴은 폴 피어스와 레이 알렌 등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한 바 있다.

코비를 완벽하게 막는 것이 힘든 현실인 만큼 협력수비와 지역방어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주된 쟁점은 ‘누가 막을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막을 것인가?‘이다. 그 누구라도 상황이 온다면 코비와 마주해야 할 것이다.

슈팅가드 자리에 선발출장이 확실시 되는 코트니 리가 직접적인 매치업 상황을 맞겠지만 나머지 4명은 항상 코비를 주시해야 한다. 특히 대인방어가 취약한 올랜도이기에 발 빠른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협력수비는 반드시 요구되는 부분이다.

프랑스 출신 미카엘 피트러스는 평소 갖고 있던 코비의 나이키 농구화도 포기하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집에 코비의 농구화가 몇 족 있다. 하지만 나는 에어조던을 신고 뛸 생각이다”라 밝힌 피트러스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4쿼터에 코비가 공을 최소한 잡게 하는 것 뿐이다. 코비는 정말 막기 힘든 선수”라며 적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덴버 너게츠와의 시리즈를 기점으로 코비의 득점본능이 살아나고 있어 그에 대한 수비의 성패는 승리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③ 파이널 처녀출전, 울렁증 극복이 관건

슛이 짧아지고 시도조차 꺼리는 것은 큰 무대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한 번 겪고 나면 두 번째는 보다 수월해진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는 경험이라 부른다.

비록 극심한 기복으로 어려움을 겪은 레이커스지만 파이널 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험만은 풍부하다. 특히 코비 브라이언트와 데릭 피셔는 이번이 6번째 파이널 진출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들이며 젊은 선수들도 이미 지난 해 보스턴과의 파이널 경험을 통해 값진 경험을 쌓았다. 올랜도에겐 없는 자산이다.

위기가 닥칠 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흔들리지 않고 동료들을 독려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재산이다. 때문에 우승을 경험해본 스탠 밴 건디 감독의 적절한 지도편달이 따른다면 분위기에 휘둘리기 쉬운 젊은 올랜도 매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선수에서는 이제 거리가 멀어졌지만 타이론 루와 앤쏘니 존슨 역시 파이널을 경험한 고참들이다. 루와 존슨은 레이커스와 뉴저지 네츠에서 각각 2차례 파이널 무대를 밟은 바 있다. 2001-02시즌에는 각자 소속팀에서 맞대결을 펼쳤었고 루는 샤킬 오닐과 코비와 더불어 3연속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위축될 수 있는 벤치 분위기만 다독여 준다면 이들의 경험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올해가 우승 최고의 기회?

올해로 팀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올랜도에게 이번 시즌은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밴 건디 감독에게는 2000년대 들어 최초로 각기 다른 두 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감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은 올해 간판스타 케빈 가넷의 부상이라는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지만 다음 시즌 전력을 재정비하여 돌아올 것이다. 정규시즌 1위 팀인 클리블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동부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아쉽게 고배를 들었지만 MVP 르브론 제임스는 적어도 2010년까지 건재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젊은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고 다시 한 번 파이널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재일우의 기회는 아무 때고 오지 않는다. 컨퍼런스 라이벌들을 차례로 격파한 올랜도의 거침없는 전진이 계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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