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scores by bschmove |
단순한 팬과 매니아는 '기록'을 참고하는가의 여부로 나뉜다. 경기를 보면서 손으로 박스스코어를 작성한 적이 있거나 매번 야후나 ESPN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박스스코어를 참고한다면 충분히 매니아라 불릴 자격이 있다.
하지만 박스스코어에 찍혀나오는 숫자들뿐 아니라, 그곳에 나오지 않는 다양한 기록들이 NBA 보는 재미를 더 배가시켜준다는 사실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못하다.
바로 'APBR Metrics' (Association for Professional Basketball Research)에 기반한 수치들이다.
'APBR Metrics'란, 쉽게 말해서 농구를 수치로 파악해보고자 하는 시도인 것이다. 야구는 이런 분야에 대한 연구가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서 이미 경기를 보지 않고도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꿰뚫어볼 수 있을만큼 그 연구가 진행되어 있다.
APBR Metrics는 그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가장 처음 등장한 것은 딘 올리버가 한 팀이 경기에서 가지는 공격 기회를 수치화하면서 부터다. 그것이 1990년대. 그 이후 현재 ESPN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존 할린저가 2003년 올리버와 함께 다양한 APBR Metrics에 기반한 계산법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APBR Metrics의 존재 의의
'계량화'는 스포츠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이루고자하는 목표다. 계량화가 진척되어야만 효율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농구가 야구처럼 계량화, 또는 도식화될 수 있다면 누적된 데이터를 이용해 효율적인 농구가 가능할 것이다.
APBR Metrics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완성에 이르게 된다면 경기를 보지 않고 기록지만 봐도 그 선수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기량의 완성도까지 알 수 있으니 팬들이나 스카우터들이 좋은 선수를 찾기 위해 시즌 전경기를 돌려본다거나, 혹은 모든 대학팀들을 주시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게임을 직접, 혹은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본다고 하더라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기록을 통해 되짚어볼 수 있으니 더 깊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주요 수치들
Pace Factor
해당 팀이 48분당 몇번의 공격 기회를 가지는 지를 나타낸다. 스틸-블락-턴오버가 집계되기 시작한 73-74시즌부터 계산할 수 있으며, Pace Factor를 비교함으로써 동시대가 아닌 팀들끼리도 여러 기록들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PER
기존의 EFF가 누적 기록에만 집중해서 에이스급 선수들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생산성을 알기 힘들었다면, PER은 분당 효율도 생각함으로써 벤치 선수들의 생산성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리그 평균은 언제나 15.0이고 이보다 높으면 좋은 생산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eFG%, TS%
eFG%는 3점슛에 가중치를 두어, 같은 야투 갯수를 던져 같은 성공 갯수를 기록했더라도 3점을 더 많이 던지고 넣은 선수에게 더 높은 필드골 성공률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TS%는 거기에 자유투까지 포함시켜 자유투 시도도 넓은 의미의 슈팅 시도로 간주한다.
Winshare
한 선수가 팀에 공헌한 정도가 과연 승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나타내주는 기록이다. 예를 들어 선수 A의 Winshare가 10이라면, 그 선수가 팀의 10승을 책임졌다는 의미다. PER이 분당 효율성을 강조했다면, Winshare는 선수의 누적 활약도를 평가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Usage %
선수가 얼마만큼 공을 소유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된다. 이 수치가 높을 수록 공을 많이 소유한다는 뜻이며 주로 강팀보다는 원맨팀의 에이스에게서 높은 수치를 찾아보기 쉽다. 역대 1-2위는 05-06 시즌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86-87 시즌의 마이클 조던. 이 둘 모두 그 시즌에 특출난 팀성적을 올리지 못한 고독한 에이스였다.
Butler Goes up on Bowen by Geoff Livingston |
APBR Metrics의 한계
본격적으로 연구된지 그리 오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듯이, 아직 APBR Metrics의 한계는 어느정도 명백한 편이다. 아직 야구의 Sabermetrics와는 달리 아직 내세울 만한 계산법이 그리 많지 않고, 더군다나 블락-스틸-턴오버가 73-74시즌 이후부터 집계되기 시작해 그 이전은 APBR Metrics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NBA가 출범한 46년부터 무려 27년간이나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
공격에서 많은 부분을 수치화하는데 성공했음은 이제는 대부분의 전문가나 매니아들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비는 아직 제대로 계량화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며 축구가 그렇듯이 앞으로 영원히 수비를 수치로 나타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Defensive Winshare나 Defensive Rating이 있으나 이들 수치의 신뢰성이 의심갈 때가 많다.
00년대 최고의 수비수중 한명인 브루스 보웬은 Defensive Winshare 리그 5위 안에 이름을 단 한번도 올리지 못했으나, 션 매리언은 3번이나 리그 5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Defensive Winshare로만 따지면 보웬이 리그 탑 수비수가 아니었을 기간동안 라쇼 네스테로비치도 한번 5위안에 이름을 내밀었고, 폴 피어스는 2번이나 리그 5위안에 들었으며, 수비가 미숙하다던 06-07시즌 당시의 르브론 제임스도 리스트에 올랐다.
바로 계량화된 수비 관련 기록이 스틸-블락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스틸-블락이 많지 않으면 수치상으로 뛰어난 수비수가 될 수 없다. 그 덕분인지 90년대 이후 기자단이 선정하는 올해의 수비수에서 외곽 수비수가 그 영예를 차지한 것은 96년의 페이튼과 04년의 론 아테스트뿐이다.
그래도 미래가 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PBR Metrics의 앞날은 밝은 편이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모든 곳에서 선수의 생산성을 이야기할때 이야기하던 수치가 바로 EFF다. 하지만 EFF대신 모두가 PER을 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FG%대신 eFG%나 TS%를 근거로 더 좋은 슈터로 평가받는 사례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아직은 농구의 모든 것을 수치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연구가 점차 진행될 수록 그점이 보완된다면 농구도 야구처럼 다양한 평가지표로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본 글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APBR Metrics 기록들은 Basketball-Reference나 82games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APBR Metrics 기록들로 독자들이 NBA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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