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이진성

NBA 선수들의 방한만큼 농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행사는 드물 것이다. 이번 2009 NBA 아시아 챌린지 역시 오프시즌에 있어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고,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기다렸던 행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유익했던 점도 있었고, 실망스러운 점들도 눈에 띄었다.

필자는 2박 3일 동안 치러진 NBA 연합팀과 KBL의 시합, 그리고 NBA CARES와 훕시티 사인회에 참가하며 느낀 점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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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가격 배정 및 홍보 부족

이 부분은 이미 각종 언론이나 농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누차 언급된 부분이다. 이번 아시아 챌린지뿐만 아니라 각종 NBA 방한 행사를 다녀온 필자 역시 처음에 공개된 티켓 가격에 적잖게 놀랐다. 국내 실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터무니없이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설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의 방한에는 대게 값비싼 로얄티가 뒤따랐던 관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또한 바닥을 기고 있는 국내농구 실정에 변변한 행사 스폰서 구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와 같은 국내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티켓값은 자연스레 치솟아 올랐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한 네티즌에 의하여 본의 아니게 가격이 공식발표 이전에 사전공개가 되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미 팬들의 머릿속에 ‘너무 비싸서 못가겠다’는 생각이 각인되어버렸다.

“제아무리 NBA 선수들의 경기라지만 과하다. 한국 실정은 생각하지 못한 처사다. 은퇴한지 한참 된 선수들인데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겠나? 티켓 값을 하겠는가?”

다수의 팬들은 비슷한 반응으로 입을 모았다.

느슨했던 후속대응도 아쉬웠다. 티켓 가격이 공개 되면서 여론이 이렇게 형성되었는데 행사 관계자들 및 대행사들은 이렇다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행사가 시작되기 전 관계자와의 전화통화로 티켓판매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형, 동생 하는 사이였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냥 좋은 이야기만 해줄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쓴 소리 역시 약이 될지도 의문이 들었다. “너무 비싸다. 비싸서 못가겠다”라는 짧은 답변을 전하며 스친 생각은 ‘홍보’와 ‘판매’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선수들의 방한 때마다 항상 겪어온 고질병과도 같았다. 

티켓 가격이 높게 책정한 부분에 대해서 해명이나 상세한 부연설명이 따랐다면 어땠을까? 트럭 화물칸에서 보잘 것 없이 뒹구는 나물이나 과일이 설령 비쌀지라도 확성기로 원산지나 특성이 힘차게 울려 퍼진다면 물건 값에 토를 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장사꾼의 목소리가 구성지고 신명난다면 금상첨화다. 아마 그 동네일대는 앞 다투어 장을 보려는 아주머니들로 아비규환을 이룰지도 모를 일이다. 적극적이고 준비된 홍보가 절실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질리지 않는다.

예매부진의 결과는 예상대로 참담했다. 텅 빈 자리 덕에 C급 자리를 예약했던 관중들만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뒤늦게 이루어진 홍보는 그나마도 부족함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매번 행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말이다. 통상 행사 일주일 전에 개시되는 홍보는 질과 양을 떠나서 촉박함이 느껴진다. 좀 더 일찍 나서서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대중에 어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글픈 현실이지만 NBA는 이제 국내에서 매니아 종목이다. 매니아들에게는 일주일 전에만 알려줘도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길게 봐서 비주류 팬들에게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그들에게 행사의 의미와 세부적인 내용을 홍보하기엔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들에게 좀 더 어필하고 싶다면 보다 더 많은 홍보자료, 보다 더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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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훕시티 사인회

이번 NBA 아시아 챌린지 기간 중, 메인 스폰서 중의 하나인 나이키의 팀 하더웨이와 카림 압둘자바 선수의 싸인회가 있었다.

이번 훕시티 사인회는 많은 잡음을 낳았다. 수시로 변하는 규정이 그 원인이었다.

물품 같은 경우, 주관업체인 나이키 외에 그 어떤 브랜드 제품은 안된다는 규정을 시작으로 가슴상단에 제작업체의 로고가 들어가지 않는 ‘어센틱’ 져지는 가능하다는 규정이 준비된 사인지 외에는 안 된다고 번복이 됐다. 이는 다시 준비된 사인지 이외에는 농구공만 가능하다로 변경되는 등 시종일관 애매모호함으로 일관하였다.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팬서비스 정신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는 경우가 되어버렸고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남겼다. 사전에 미리 팬들에게 공지를 해줬으면 조금이라도 팬들이 수긍하지 않았을까? 수시로 바뀌는 규정 때문에 현장에 있던 팬들의 짜증과 원성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져지를 준비해간 많은 팬들이나 압둘자바의 20년 전 신발을 준비해간 팬들은 허탈한 마음을 안고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예정된 정원이었던 100명을 넘어 160명 정도가 싸인 받은 것이라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날 현장을 찾은 팬은 약 220명. 사인을 받지 못한 60여명의 팬들은 다음날 경기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옥에 티로 가득했던 행사 중에서 그래도 박수 칠만한 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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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행사에 無반응 한 KBL

이번 NBA 아시아챌린지의 메인스트림은 물론 NBA다. 하지만 자국 리그 올스타 선수들을 내보내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KBL의 모습이 아쉽다.

물론 전육 KBL 총재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형식적인 참관이라는 인상이 짙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의 잔치인 마냥 KBL측에서는 이렇다할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NBA 측에서 모든 것을 준비했고 NBA측에서 행사 진행할 동안 KBL에서 조금만 도와주었다면 서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행사와 목적은 다르지만 해마다 열리는 KBL/NBA 캠프가 이러한 발전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KBL측에서는 티켓 할인 행사를 도운 것 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면 이런 흥행 참패까지는 겪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홍보부족도 있었지만 동업자의 입장에서 이번 행사에 임했다면 어땠을까.

이번시즌부터 3점 라인이랑 페인트 존이 바뀌게 되는데 이번 친선경기에는 두 경기장 모두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원래대로였다. 규정이 변경되고 나서 두 번째 공식 경기인데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지난 2군리그때 첫선을 보였지만 많은 팬들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했다. 


친선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을 방불케 한 KBL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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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는 친선경기였다.

그러나 KBL 선수들은 마치 정규시즌, 아니 플레이오프를 방불케 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NBA 선수들은 즐기면서 플레이를 하는 반면에 KBL 선수들은 마치 잡아먹을 듯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좀 더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농구를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이미 각종 언론매체에서 다룬 부분이지만 속공 상황에서의 3점 슛으로 일관하며 이번 한국농구는 늘 그랬듯 ‘양궁농구’로 귀결이 됐다. 그나마 혼혈 선수들인 전태풍, 이승준 선수가 볼거리를 제공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특히 인천 전자랜드 전에서 박감독님의 “안되면 파울로 끊어”라는 작전 지시는 수많은 팬들의 미간에 주름을 만들어 주었다.

친선 경기인데 목숨까지 걸 필요가 있었을까. 멋진 하이라이트라도 나올라치면 번번이 파울로 끊어 NBA 측 선수들의 짜증을 유발시켰다. 팬들의 얼굴이 찌그려졌음은 물론이다.

NBA 아시아 챌린지는 그냥 친선경기가 아니라 팬들을 위한 행사였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팬들은 양궁 농구와 파울농구를 보려고 티켓 가격을 주고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새 시즌에 보여줄 모습을 이런 식으로 미리 보여주지 않았어도 됐다.

그에 비하면 NBA 선수들은 진정 농구를 즐길 줄 아는 모습이었다.

은퇴한지 10년이 다 돼가는 팀 하더웨이 선수의 녹슬지 않은 킬러 크로스 오버드리블.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휴먼 하이라이트 필름 도미닉 윌킨스의 덩크.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덩크를 보고 자란 팬들은 그것만으로도 흥분했고 그것만으로도 열광 했다. 국내 선수들은 때에 따라 즐길 줄도 아는 프로의 자세를 보고 배웠으면 한다.

아쉬움과 참패 등 온갖 비난의 목소리로 가득한 이번 후기에 이어 찾기 힘들었던 장점을 주제로 다음 2부에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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