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진성

이번 2군 리그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대회였고, 아직 틀이 잡히지 않은 햇병아리 대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KBL이라는 국내 농구 최대 단체에서 주최하는 엄연한 ‘공식대회’였다.

하지만 필자는 ‘정말로 KBL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프로들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홍보 부족은 논외로 두고서라도 말이다.


허술한 시상식은 애교, 한술 더뜨는 트로피

참고자료는 사진으로 보도록 하자.


이번 2군 리그 우승팀 트로피 사진이다.

이것이 정녕 프로대회 우승팀 트로피란 말인가.

그냥 동네 동오회 트로피 수준이다. 2군 리그의 준비기간이 꽤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울 법도 하다. 명색이 프로농구 섬머리그라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시상식 또한 눈살을 찌부리게 만들었다.

우승팀과 준우승팀은 해당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으니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 맞다 해두자. 하지만 3위 팀 전자랜드는 유니폼까지는 아니어도 기왕이면 정장이라도 입고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단 전체가 참여한 것도 아니고 김태진 코치를 비롯하여 선수 3명이 참여하였는데 그냥 일반인 마냥 옷을 입고 시상식에 참여하였다.

우승팀과 준우승팀은 유니폼을 입고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선수들이 코트에 서 있을때 가장 빛나는 모습은 바로 유니폼을 착용한 모습이라고 한다면 핑계로 들릴까?

그리고 베스트 5에 선정된 5명의 선수 중 SK 나이츠의 김우겸 선수는 아예 불참하였다. 베스트 5뿐 아니라 득점왕에 오른 성과를 올렸기에 그의 부재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전 통보도 이루어 졌을 것이라 예상해본다면, 연맹 수뇌부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했어야 하는 것이 옳은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연맹의 부실한 행정력은 2군 리그를 우습게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정체성의 아쉬움

1회 대회에서 정체성을 논하기엔 너무 이른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이야기하는 정체성이란 개막전과 결승전에서 홈경기를 맡은 LG 체육관과 그 체육관만 배정한 연맹을 얘기하려 함을 미리 밝힌다.

2군도 엄연한 프로다.

그들도 어느 한 팀에 속해있다는 정체성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정체성을 연맹측은 무시했다고 본다. 처음에 그 부분은 옳았다고 생각했다.

‘Home & Away'가 무리여서 한 팀 연습구장을 돌아가며 치렀다는 것은 이해 할 수도 있겠다. 따로 스폰서을 구한 것도 아니고 아직 첫 대회이니만큼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왜 2군을 창단하지도 않은 LG 체육관에서 중요한 경기인 개막전과 결승전을 배정했는지 한명의 농구팬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승전에 오른 상무도 엄연히 체육관을 가지고 있다.

2군 선수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 홈에서 결승전 치르는 것 만큼 그들에게 동기부여와 정체성을 심겨주는 것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접근성의 용이함을 위해서라는 핑계? 상무체육관은 LG 체육관에 비해서 이동시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진정한 농구팬이고 진정한 농구 관계자라면 거리가 문제겠는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그들의 짧은 생각이 아쉽다.



이름만 2군리그?
 
이 부분은 수많은 언론사에서도 다루었으니 길게 다루지는 않도록 하겠다. 이번 2군 리그, 아니 섬머리그 베스트5를 보자.

이들 중에 진정한 2군은 이찬영 한 명뿐이었다. MVP의 영광을 안은 이원수는 현재 상무 소속이지만 삼성의 핵심 가드진이다.

포워드부분 1.허일영. 지난 드래프트 2순위에 뽑혔고 1순위에 뽑히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오리온스의 핵심이 될 신인.

포워드부분 2.김우겸. SK 신인 지명 5순위에 뽑힌 빅맨. SK에서 김민수 선수와 든든하게 지킬 핵심멤버.

센터부분. 김봉수. 동부에서 지난시즌엔 김주성의 엄청난 존재감 때문에 많은 시간을 부여 받지 못했지만 이번시즌 상무에서의 기록만 봐도 제대후 원주 동부가 두려워지는 선수다.

이렇게 봐도 이찬영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거의 1군 급이다.

2군 리그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네임밸류다. 2군 리그의 간판이 왜 섬머리그로 바뀌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인 출전 가능’에서 ‘작년 1군 중 출장시간이 적은 선수’를 출전시킨다는 말 바꾸기도 다양한 선수기용의 폭을 좁히는데 한몫 했다.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1군으로 승격하도록 돕는 일반적인 양 리그의 상호관계를 기대한 것은 애초에 무리였을까? 결국 2군 리그는 그들만을 위한 리그가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이후 연맹과 각 팀 2군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 뿐이다. 10개 구단 모두가 2군 시스템을 갖춰 진정한 ‘Home & Away‘ 리그로 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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