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COLUMNS/일반 뉴스 2009. 1. 11. 15:21

빅게임 리뷰: 보스턴@클리블랜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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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1월 9일(이하 현지시각) 이번 시즌 최고 빅매치중 하나였던 보스턴과의 홈경기에서 완승을 거두며 동부 컨퍼런스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보스턴을 1.5게임 뒤진 동부 3위로 밀어낸 클리블랜드는 홈경기 연승 횟수를 19로 늘렸다. 4쿼터 이전에 승부가 결정된 대승이 다수 포함되어있는 이 19경기중 최저 점수차는 지난 크리스마스 워싱턴전의 4점인데, 홈에서 최소 4점차 이상으로 19경기를 연속해서 이긴 것은 1966~67년 필리 이후로 처음이다.

이번 시즌 클리블랜드가 경기를 끝내면 보통은 선수들이 샤워를 마친 후 라커룸에 모여앉아 식사나 영화 약속 등을 잡으며 잡담을 나눴다. 하지만 7일 샬럿전과의 홈경기가 끝난 다음 클리블랜드 라커룸에는 마치 경기 시작 직전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선수들은 라커룸에 걸린 대형 평면TV를 통해 보스턴과 휴스턴의 경기 4쿼터를 시청하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선수들 사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간간이 보스턴의 경기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말이 오가는 정도였다. 라커룸에서 긴장감이 없던 사람은 아버지 발치에서 글씨쓰기 연습을 하고 있던 르브론 주니어 뿐이었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달력의 9일 부분에 동그라미를 치고 이 경기를 준비해왔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9일 경기에 이렇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먼저 동부 컨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팀들, 특히 1라운드 홈코트 어드벤티지를 받을 수 있는 팀들의 홈경기 승률이 굉장히 좋다. 8일까지 동부 1~5위팀들의 홈경기 성적은 클리블랜드 18-0, 보스턴 18-2, 올랜도 15-3, 애틀 15-3, 디트 12-5로, 이들의 홈경기 평균 승률은 무려 85%에 달했다. 서부 상위시드 팀들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따라서 동부 플옵 컨텐더 팀들에게는 매 라운드 홈코트 어드벤티지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그중에서도 홈경기 승률, 평균점수차, 야투율, 야투허용율에서 리그 1위를 기록하며 홈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클리블랜드가 파이널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홈코트 어드벤티지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보스턴이나 올랜도같이 동부 1위 자리를 다투는 팀들과의 대결에서는 반드시 이겨서 승차를 벌려야 했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이유 외에도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내일 경기를 절대 지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이 클리블랜드 선수들에게 이 경기가 리벤지 매치이기 때문이었다.

리더인 르브론 제임스는 아직도 지난 플레이오프를 잊지 못한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보스턴에게 아깝게 졌기 때문이다. 특히 7차전 막판에 피어스와의 쇼다운에서 밀린 것은 여름 내내 르브론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게다가 시즌 개막전에서 보스턴의 우승 배너 게양식을 보면서도 또 진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그러니까 르브론이 9일 경기에 대해 '겨우 한 경기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보스턴에게 도전할 날을 기다려왔다'고 말한 것도 당연했다.

모리스 윌리암스 역시 개막전 패배를 설욕하려 벼르고 있었다. 보스턴과의 개막전은 윌리암스의 클리블랜드 정규시즌 데뷰전이었다. 그런데 아직 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욕을 부리다가 보스턴의 라존 론도에게 봉쇄당하며 경기를 망쳤다. 데뷰전을 망친 윌리암스는 "보스턴에서는 그들이 승리를 가져갔다. 이젠 우리가 갚을 차례"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딜론테 웨스트가 가지는 감정은 좀더 특별했다. 2004년 보스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년 전까지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있던 웨스트는 빅3중 한 명인 알렌이 영입되는 과정에서 팀을 떠났고, 시즌중 다시 트레이드되어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보스턴과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다. 하지만 3차전에서 위닝샷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옛 후배 론도에게 밀리며 친정팀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웨스트의 주머니 속에는 아직도 지난 플레이오프 기록지가 들어있다. 지갑을 꺼낼 때마다 빠져나오게 해놨다. 지난 플레이오프 2라운드는 올시즌 커리어 최고의 농구를 하고 있는 웨스트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저마다 보스턴을 이겨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팀 전체로 봐도 보스턴과의 대결은 중요했다. 왜냐하면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 이맘때에 비해 무려 8명이 바뀐 '새 팀'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아직도 서로를 알아가고, 발전하고 있는 팀이다. 그런 팀이 자신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디펜딩 챔피언 이상의 시험 상대가 없었다. 만약 9일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지난 시즌 패배에 대한 압박감을 털어버리고 팀의 미래에 대해 지금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클리블랜드 팀 스스로가 보스턴과의 경기에 동기부여를 하고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9일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필자는 9일 경기가 시작하기 전 아래 다섯 가지 항목을 각각 20점 만점으로 산정, 총점 100점 기준으로 클리블랜드의 경기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가 결과 클리블랜드가 9일 보여준 경기력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지만 몇 가지 외부 효과로 인해 만점짜리 결과를 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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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기선 제압

클리블랜드는 수비팀이다. 그리고 보스턴 역시 수비팀이다. 수비팀끼리의 대결에서는 어느 쪽이 먼저 리드를 잡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게임의 나머지 시간 동안 얼마나 효율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지난 며칠간 말해왔듯이 클리블랜드는 이 게임을 '플레이오프 모드'로 치르기로 했고, 1쿼터에 그런 집중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보스턴 선수들도 연패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클리블랜드의 의지가 더 강했다.

경기 초반 12점중 10점을 페인트존 득점으로 연결시킨 클리블랜드는 계속해서 페인트존으로 볼을 보내며 보스턴 수비를 흔들었고, 보스턴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보스턴도 훌륭한 패스워크로 클리블랜드의 페인트존을 공략했지만, 클리블랜드 수비진이 패싱루트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슈팅 지점이 점점 밖으로 밀려났다. 1쿼터 후반에는 르브론의 드라이브인 공격까지 터지면서, 클리블랜드는 1쿼터에만 72.2%의 야투율을 보이며 33-23으로 리드할 수 있었다.

이 리드는 클리블랜드 승리의 초석이 됐다.
수비팀끼리의 대결에서 초반 리드를 빼앗기 팀이 따라잡으려고 무리한 공격을 하다 보면 원래 가지고 있는 수비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클리블랜드는 1쿼터부터 두자릿수 리드를 잡았기 때문에 이후 경기에서 부담없이 수비력을 발휘하며 이를 바탕으로 손쉬운 게임 운영을 할 수 있었다. 보스턴의 쿼터별 득점은 23, 17, 20, 23점이었다. 매 쿼터 클리블랜드의 수비력이 기복없이 작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클리블랜드가 경기 내내 우위를 보인 데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1쿼터 10점차 리드의 '저금' 이었다.

다만 2쿼터 초반부터 페인트존을 공략하지 못하고 수비에선 리온 포우에게 밀리면서 추격을 허용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2쿼터 초반 6분만 잘 뛰었으면 전반 끝나기 전에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었다.

점수: 15점


론도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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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가 보스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적지 않다. 론도는 뛰어난 돌파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 수 있고 보스턴에서 상대 가드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포인트가드다. 클리블랜드 역시 론도에게 당한 적이 많았다. 지난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3쿼터 초반 론도가 웨스트를 압박하면서 클블의 볼무빙이 멎어 역전당했고, 이번 개막전에서도 윌리암스와 깁슨이 론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역전패했다. 이번 시즌 론도는 백코트에서 자신의 비중을 크게 늘리며 게임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의 선수로 성장했다.

클리블랜드는 론도를 잡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해왔다. 먼저 론도의 드라이빙 경로를 사전차단하고 론도가 픽 공격을 할 때 적극적인 헷지 수비로 템포를 늦췄다. 또한 윌리암스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론도를 막다가 때때로 웨스트가 붙어 압박하고, 르브론이 항상 헬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격시에는 론도에게 압박당하지 않기 위해 아예 르브론이 볼을 운반했고, 윌리암스는 론도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집중해서 볼을 다뤘다.

이 모든 시도가 거의 모두 들어맞았다. 론도 봉쇄에 실패한 것은 3쿼터 초반 딱 한 번 뿐이었다.

보스턴은 3쿼터가 시작하자마자 론도를 이용한 픽 공격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런데 클리블랜드 가드진이 잠시 집중력이 떨어진 사이 이 픽들이 모두 성공하면서 픽어를 수비하던 바레장이나 빅벤이 론도를 막는 스위치 상황이 생겼고, 론도는 이를 이용해 계속해서 파울을 얻거나 적절한 패스를 넣었다. 3쿼터 한때 점수차가 3점차까지 좁혀젔던 건 론도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간대를 빼면 론도에 대한 클리블랜드의 수비는 아주 좋았다. 피어스가 르브론에게 막혀있었기 때문에 보스턴에서 유일하게 슬래셔 역할을 맡아야 했던 론도에게 크게 휘둘리지 않은 것이다. 비록 론도가 전반에만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좋은 패싱능력을 보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보스턴의 패싱 루트를 단순화시켜 클리블랜드가 갈수록 손쉬운 수비를 하도록 해줬다.

클리블랜드가 보스턴을 이길 때는 항상 론도가 잘 해줬다. 따라서 론도를 잡은 것은 오늘 승리에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보스턴으로써는 론도의 역할을 나눠 수행해줄 토니 알렌이 빠졌다는 게 뼈아팠다. 알렌이 15분 정도 나오면서 개막전과 같이 공수에서 론도를 도와줬더라면 2쿼터 양상은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점수: 15


피어스에게 연속슈팅 허용은 금물

오늘 클리블랜드가 폴 피어스를 얼마나 잘 막았는지는 따로 얘기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피어스가 경기 내내 연속슈팅을 몇 번이나 했는지만 살펴보겠다.

피어스는 오늘 15개의 야투를 시도했는데, 이중 두 번 이상의 포제션에서 연속해서 야투를 시도한 것은 딱 한번 있었다. 4쿼터 초반 피어스가 레이업을 실패한 후 다시 리바운드를 잡아 또다시 레이업에 실패한 때이다(그 직후 다시 볼을 따낸 포우가 앤드원을 성공시켰다). 다시말해 클리블랜드는 피어스에게 연속 야투를 전혀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피어스는 전형적인 리듬슈터이다. 계속 슛을 던지며 자기 리듬을 찾고, 한번 리듬을 타면 계속해서 슛을 꽂아넣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계속 부진하다가도 승부처에서 연속득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어스가 계속해서 슛을 던지며 감을 잡게 만들면 안된다. 하다못해 자유투 2구도 연속으로 던지게 하면 안된다. 클리블랜드는 이 부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자유투도 두 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슛을 던지지 못하며 경기 내내 르브론의 밀착수비에 고생한 피어스는 끝끝내 리듬을 회복하지 못했고, 최근 어려운 가운데서도 득점력을 발휘하며 팀을 이끌어왔던 피어스가 부진에 빠지자 보스턴은 추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점수: 20


보스턴의 헐거워진 수비 스페이싱 공략

절반의 성공이다. 1쿼터는 더할 나위 없는 대성공, 나머지는 실패, 르브론은 더할 나위 없는 대성공, 나머지는 실패다.

클리블랜드는 1쿼터에 적극적으로 페인트존을 공략하며 손쉬운 공격을 했습니다. 선수들의 오프더볼 무브가 워낙 좋았고 르브론과 윌리암스가 적절한 패스를 넣어줬다. 하지만 2쿼터부터 클리블랜드의 슈팅이 점점 밖으로 밀려났다. 클리블랜드 슈터진들의 감이 너무 좋았던 걸까?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구멍이 뻔히 보이는 보스턴의 페인트존으로 볼을 보내기보다는 점프슛를 더 선호했고, 이것이 클리블랜드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오늘 르브론은 보스턴의 수비진을 무인지경으로 헤집었다. 동료들의 픽 도움을 받아가며 보스턴 수비를 완전히 농락했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보스턴이 르브론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피어스가 르브론의 첫 스텝을 따라가주고 캔드릭 퍼킨스나 리온 포우가 미들레인지로 들어오는 르브론의 두번째 스텝을 지연시킨 후 마지막으로 케빈 가넷의 높이를 이용해 터프샷을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보스턴의 수비는 두번째 과정이 사라졌다. 피어스가 못막으면 바로 최종수비가 골밑에서 르브론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르브론 수비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의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페인트존에 들어온 르브론은 원하는 방법으로 마무리를 했고, 가넷의 높이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페인트존에서 편하게 슛하는 르브론을 막기는 힘들었다. 4쿼터 들어 포우가 르브론의 두번째 스텝을 막아보려고 달려들어봤지만, 르브론과 어깨가 부딪치자 마치 샷건을 맞은 터미네이터처럼 주욱 밀려났다. 르브론의 몸은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탄탄해졌다.

르브론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인사이드 공략은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르브론이 드라이브인을 할 때 위크사이드에서 점프슛을 노렸다. 사실 르브론의 드라이브인을 막다 보면 반대 사이드는 텅 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위크사이드 점퍼를 노리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공격을 위해서는 좀더 많은 컷인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바레장의 페인트존 움직임은 역시 뛰어났다. 경기 초반 계속해서 컷인을 성공시킨 것을 비롯해 꾸준히 페인트존으로 쇄도하며 파울을 얻어냈다. 높은 확률을 보여준 픽앤팝은 이런 골밑 움직임에 따르는 보너스 같은 것이었다.

점수: 10


페인트존에서 힉슨의 역할

J.J. 힉슨은 포우에게 심하게 밀렸다. 몸싸움에서 밀렸을 뿐 아니라 포우를 막기 위한 위치선정에도 실패했다. 그래도 공격시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무난히 임무를 수행한 것은 평가해줄 부분이다.

점수: 5

위와 같은 기준으로 총점을 내보면, 오늘 클리블랜드의 경기력은 65점짜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65점짜리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100점 만점짜리 결과를 낸 것은 다음과 같은 보너스 점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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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Point #1: 르브론의 수비

르브론의 루키 시즌부터 르브론의 경기를 계속 지켜봐 왔지만, 9일 경기같은 수비력을 보인 경기는 처음이었다. 르브론은 피어스를 야투 4/15, 11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르브론의 피어스 수비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9일 경기에서 피어스가 기록한 11점 중 4점은 르브론이 벤치에 앉아있던 4쿼터 초반 웨스트와 월리 저비악을 상대로 얻은 점수이. 그러니까 르브론이 피어스를 막은 35분여 동안 피어스는 7점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이 7점을 다시 살펴보면 1쿼터 속공 상황에서 이지 덩크, 2쿼터 인바운드 상황에서 오픈 3점, 3쿼터 더블팀 온 저비악의 파울로 얻은 팀파울 자유투 2점이다. 모두 르브론과 1:1로 대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득점한 것이다.

다시 말해, 피어스는 르브론과의 1:1에서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르브론이 9일 경기에서 보여준 대인수비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피어스보다 뛰어난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피어스의 볼 캐치 과정부터 끊임없이 압박했고, 페이크에 속지도 않고 몸에 밀리지도 않으며 거의 매 순간 피어스를 자신의 수비범위 안에 두었다. 피어스가 픽을 이용해서 르브론을 떨쳐내려 하면 르브론은 리그에서 픽을 가장 잘 걸어주는 가넷의 픽을 뚫고 어느새 따라붙었고, 피어스가 픽앤팝 패스를 빼주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수준으로 스틸을 성공시켰다. 파울을 얻어내보려 해도 르브론의 체크가 워낙 완벽했기 때문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늘 피어스는 르브론과 대치한 35분 동안 야투를 11개밖에 던지지 못하며 그중 2개만을 성공시켰고, 자유투는 두 개만 얻어낸 반면 턴오버는 5개나 저질렀다. 특히 4쿼터에는 5분동안 야투 한개 시도에 그치며 무득점으로 묶였다. 이 정도면 철저히 눌렸다고 할 수 있다.
피어스가 그동안 르브론을 막지는 못해도 공격에서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했고 개막전에서도 3쿼터 연속득점으로 르브론에게 판정승을 거뒀음을 생각하면 오늘 르브론의 대인수비력은 완벽했다고밖에는 할 수 없다.

르브론은 대인수비만 보여준 게 아니다. 팀 수비도 완벽하게 해냈다. 르브론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피어스에 대한 수비를 묻는 질문에 '좋은 결과가 있으면 한 명의 공헌에 포커스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 보인 수비력은 팀 전체가 노력한 결과'라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사실 그 팀 수비에서도 르브론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9일 경기에서 르브론이 보여준 헬프수비는 충격적이었다. 이번 시즌 들어 멋진 헬핑블락을 자주 보여주긴 했지만, 9일 경기에서는 마치 분신술을 쓰는 것 같았다. 피어스를 완벽히 제어하면서 나머지 네 명의 수비까지 도와주고, 터프 리바운드를 잡아내는가 하면 상대 속공을 저지시키고, 계속해서 몸을 던지며 허슬플레이를 하는 모습은 38득점보다 훨씬 놀라운 것이었다. 4스틸 3블락이라는 스탯만으로는 르브론이 오늘 보여준 수비력을 설명할 수가 없다. 르브론은 오늘 수비면에서도 게임을 완전히 지배했다.

무엇보다 오늘 르브론이 보인 '단호한 결의'는 지난 며칠간 보스턴전 노래를 부른 것이 그냥 빈말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Extra Point #2: 보스턴의 작전 미스

오늘 보스턴은 가넷의 픽을 바탕으로 론도와 알렌, 피어스가 주로 공격을 하는 공격 전술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 작전이 완전히 실패했다.

사실 오늘 클리블랜드가 안고 있던 가장 큰 폭탄은 빅맨진의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었다. 주전 센터인 지드루나스 일가우스카스가 빠지고 바레장이 선발로 올라오면서 클리블랜드의 백업 빅맨은 루키인 힉슨과 다넬 잭슨, 그리고 감기로 고생하고 있던 라이트 뿐이었다. 따라서 가넷에게 볼을 주고 포스트업 공격을 시켰으면 클리블랜드 빅맨진에게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었다. 힉슨이 오늘 전혀 활약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바레장과 빅벤중 한 명만 파울트러블에 걸리게 했어도 훨씬 쉽게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스턴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리그에서 산왕 다음으로 완벽한 2:2 로테이션 수비를 자랑하는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2:2 공격을 시도했다. 클리블랜드로써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Extra Point #3: 관중의 서포트

MBC-ESPN의 최연길 해설위원에 따르면 오하이오 지역의 클리블랜드 경기 시청률이 7.5%에 달한다고 한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9일 클리블랜드 홈구장인 퀴큰 론즈 아레나에서는 이런 통계상 수치가 실제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클리블랜드 관중들이 보여준 응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선수들만 '플레이오프 모드'였던 게 아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한 20,562명의 관중들 역시 '플레이오프 모드'였다. 경기 시작 직전 엄청난 함성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타임아웃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클리블랜드 관중들이 이 정도로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은 2년 전 동부 파이널 6차전 이래 처음이었다. 선수와 관중이 목표의식을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사흘을 쉰 다음, 서부 원정 4연전을 비롯해 7경기중 6경기를 원정으로 치르는 강행군을 펼치게 된다. 클리블랜드는 9일 승리를 위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복수의 칼을 갈아왔고, 마침내 승리하면서 앞으로의 힘든 일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방심하기 쉬운 법, 팀이 침체기에 빠지거나 선수가 부상당하는 등의 악재는 이런 방심을 뒤따라오게 마련이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흥분을 가라앉히기에 사흘 휴식은 알맞은 기회다. 푹 쉬고, 다시 긴장감을 회복하고, 자신감만 가지고 남은 일정에 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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