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퍼스의 '기본기' 농구 들여다 보기
전반전 내내 팽팽한 줄다리기였던 경기가 3쿼터가 시작되면서 스퍼스의 일방적인 경기로 급격히 전환됐다.
4쿼터 전체가 가비지 타임이 되고 말았던 이 경기. 이토록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한 스퍼스 경기력의 열쇠는 무엇이었을까?
시시하게도........... 새로운 것은 전~혀 없었다.
상황에 따른 결정을 각 선수들이 잘해준 결과였고, 전술과 시스템을 잘 알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팀 전체의 공이었을 뿐이다.
타 팀 선수들에 비해 네임벨류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지난 10년간 네 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팀 스퍼스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확하게 어느 시점에 어느 각도에서 빈 자리가 생겨날 지를 미리 알고 움직이는 게 스퍼스 선수들이다.
언제 컷-인을 들어가고, 언제 돌파를 해야하며, 언제 어디로 패스를 빼줘야 하는 지도 아주 잘 알고 능숙하게 움직이는 팀이다.
스퍼스의 공격 루트를 보면 아주 단순 무식하다. 딱 세 가지 경로만 쓰기 때문이다.
1) 덩컨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업에서 파생되는 골밑 찬스와 오픈 삼점슛
2) 코트를 넓게 가져가며 빅맨의 스크린을 타고 돌파하는 파커나 지노빌리
3) 2 대 2로 풀어나가는 픽앤롤과 픽앤팝
무척 역설적인데...... 이런 단순무식하고 잘 알려진 전술들이 먹혀드는 이유가 바로 스퍼스 선수들이 BQ가 뛰어나고 이타적이기 때문이다.
스퍼스 선수들, 개개인 능력만 보면 사실 대부분 별 거 없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 별 것도 아닌 선수들이 BQ(농구 IQ)들은 정말로 뛰어나다. 그리고 팀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안다.
(동영상 1 - 시작부터 10초) 더블 팀이 붙을 것을 미리 감지한 덩컨이 반박자 빠르게 골밑에 있던 보너에게 킬패스를 넣어준다든지...
(동영상 2 - 12초에서 24초) 수비진이 바깥 쪽으로 약간 넓혀지는 것을 느낀 파커가 그 짧은 찰나에 ball-screen switch를 이용해 골밑 돌파를 하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픽앤롤 공격을 수비할 때 수비수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바로 "절대로" '스위치 디펜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동영상에서 보셨듯이, 파커를 수비해야 할 클리퍼스의 제이슨 하트 선수가 파커를 놓치면서 덩컨을 수비해야만 하는 스위치 디펜스 상황이 오고 말았다. 이 기회를 놓칠 파커가 아니다. 파커는 덩컨의 스크린을 타고 비교적 쉬운 페네트레이션을 성공시킨다.
이렇게 상대 팀 수비의 허를 빨리 간파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농구의 기본이고, 이런 교과서적인 농구를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팀들 중의 하나가 바로 스퍼스다.
(동영상 3 - 26초에서 37초) 자신에게 붙는 헬핑 수비를 보며 재빨리 자리를 옮겨 빈 자리의 보너에게 패스를 빼주는 파커의 pick-and-pop 플레이도 이러한 탁월한 공격 기본기에서만 파생될 수 있는 종류의 플레이다.
교과서적인 농구. 이런 기본적인 농구를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팀들 중 하나가 스퍼스다.
6~70년대는 대부분의 NBA 팀들이 이러한 시스템 농구를 했고, 그래서 운동능력이나 재능보다도 기본기와 BQ가 더 중요시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90년대의 시카고 불스와 유타 재즈 이후로, 이러한 기본기에 입각한 농구를 하는 팀들은 이제 손에 꼽아야 할 지경이 되었다.
여러 다양한 기술들이 보편화되고, 선수들 개개인의 신체조건이 발달을 했어도, 많은 농구원로들이 오히려 농구가 퇴보하고 있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타 팀에 비해 개개인의 능력치는 뛰어나지 않지만, 이와 같이 BQ가 좋고, 전술 실행능력이 뛰어난 이타적인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 스퍼스.
재미없고 지루한 팀이라고 쉽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기본기를 중요시하는 많은 농구인들이 최고로 꼽는 팀들 중 하나가 스퍼스이기 때문이다.
독자들과 농구팬들께서 이 팀의 오랜 기간 지속되는 저력의 원천이 대체 무엇인지를 피부로 직접 느끼며 경기를 관전하실 수만 있다면, 이 졸렬한 글을 쓴 필자에게는 무한한 영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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