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정규 시즌 상반기 최고의 흥행 카드, 크리스마스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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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2008년의 크리스마스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연휴는 연중 가장 큰 축제 기간의 하나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시기이다. 이는 NBA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크리스마스에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매치’는 NBA 정규 시즌 상반기의 최고 흥행 카드이다. 그렇기에 리그에서도 매년 크리스마스의 매치업 카드를 결정하는데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크리스마스 매치에 초청을 받게 되는 팀들은 슈퍼스타가 포함되어 있음을 넘어 리그 전체에서 가장 흥행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팀, 혹은 팬들의 이목을 가장 끌어당기는 라이벌전 등의 경우에 해당된다. 실제로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나 상대적으로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샌안토니오의 팀 던컨은, 2008-2009시즌을 포함해 총 12번의 시즌을 보내는 동안 언제나처럼 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으나 크리스마스 매치 경험은 단 두 차례에 그치고 있다(2003년, 2005년). 반면 언제나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LA 레이커스의 경우 올 해 크리스마스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10년 연속 크리스마스 매치에 등장하고 있다(1999년~2008년).


그 때의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나요?


그렇다면 최근 NBA 팬들을 가장 가슴 설레게 했던 크리스마스 매치는 언제였을까? 신세대 NBA 팬들에게 가장 많이 추억되고 있는 크리스마스 매치는 역시 2003년에 있었던 클리블랜드와 올랜도의 경기가 아닐까.

당시 클리블랜드에는 괴물 신인 르브론 제임스가 데뷔하여 연일 멋진 활약을 보이고 있었고, 올랜도에는 마이클 조던 이 후 최초로 시즌 개인 평균 30득점의 벽을 무너뜨리며 리그 역사상 최연소 득점왕의 자리에 오른 트레이시 맥그레디가 버티고 있었다. 겁 없이 선배들에게 도전해오던 괴물 신인과 전년도 득점왕의 대결은 전 세계 NBA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두 선수 역시 그 기대에 부족함이 없는 대활약을 펼쳤다.

2003년의 크리스마스, 처음 선전포고를 날린 선수는 제임스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베이스라인을 돌파하며 플로터로 첫 득점에 성공한 제임스는 곧이어 3점 슛까지 작렬시키며 연속 5득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맥그레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어진 두 번의 공격에서 엄청난 슬램덩크를 연이어 터뜨리며 이 날의 명승부를 예고했다. 이 후부터 두 선수의 화려한 쇼다운이 펼쳐진다. 제임스가 맥그레디에게 가는 공을 뺏어내며 2연속 점프슛을 성공시키자 맥그레디는 곧바로 환상적인 공중동작을 뽐내며 득점에 성공했고, 제임스가 앨리웁 덩크를 터뜨리면 맥그레디는 정교한 외곽슛으로 맞불을 지폈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이 숨을 죽이며 바라보던 정면 승부의 최종 승자는 ‘선배’ 맥그레디였다. 맥그레디는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친 끝에 무려 50분을 플레이하며 41득점 11어시스트 8리바운드를 기록,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제임스 역시 47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34득점 6어시스트로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펼쳤지만 크리스마스 매치라는 중압감에 긴장한 탓인지 루키 시즌 한 경기 최다인 8개의 실책을 기록했으며 몇 차례 에어볼을 던지는 등 평소 그답지 못했던 작은 실수로 패배의 쓴맛을 봐야만 했다.


NBA의 케빈, 크리스마스 최고의 단골 손님은?

이토록 화려한 슈퍼스타들의 대결이 펼쳐지는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현역 선수는 누구일까? 앞서 크리스마스의 단골손님으로 언급했던 레이커스를 이끌고 있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 주인공이다.

브라이언트는 루키 시즌이었던 1996년 크리스마스에 첫 등장을 했으나 당시에는 단 5분을 플레이하는데 그쳤다.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그는 1999년 다시금 크리스마스 매치에 복귀했는데 이 후 9년 연속 크리스마스의 부름을 받았으며 올 해 2008년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매치에 등장하게 됨으로써 10년 연속 크리스마스 매치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성적은 그리 신통치 못한데, 루키 시즌의 것을 포함해 총 10번의 크리스마스 매치를 경험하는 동안 4승 6패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2006년에 걸쳐 기록한 크리스마스 3연패는 뼈아픈 것이었다. 가장 강력한 파트너였던 동시에 팀의 에이스 자리를 놓고 끊이지 않는 불화설을 양산했던 샤킬 오닐에게 당한 패배들이었기 때문이다.

리그 4연속 우승에 실패한 뒤 팀을 떠나게 된 오닐은 드웨인 웨이드와 함께 마이애미를 순식간에 리그 우승 후보로 끌어올렸다. 희비가 교차되는 두 선수의 라이벌전을 리그에서 놓칠 리 없었고 이는 레이커스와 마이애미의 3연속 크리스마스 매치라는 결과물을 낳게 되었다. 브라이언트는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42득점과 37득점을 퍼부었지만 끝내 오닐을 무릎 꿇게 하진 못했다.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듣던 오닐이 유독 브라이언트와의 맞대결에서는 힘을 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 옆에서 오닐을 보좌했던 웨이드의 맹활약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매치였던 2006년에는 오닐이 결장을 했는데, 오닐의 결장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던 탓인지 브라이언트는 신인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제외한 9번의 경기들 중 가장 적은 16득점에 그친 반면 어느덧 마이애미의 에이스로 우뚝 선 웨이드는 홀로 40득점을 기록하며 손쉬운 승리를 기록했다.


Happy Holiday! 크리스마스가 가장 즐거운 팀은?

그러면 그 동안 가장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팀은 어떤 팀일까?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매직 존슨의 레이커스? 래리 버드의 보스턴? 정답은 다소 의외인 포틀랜드다.

포틀랜드는 1972년 시애틀에게 3점차 승리를 기록한 이 후 2007년 시애틀에게 89-79의 승리를 거두며 크리스마스 12연승을 기록 중이다. 그들은 이번 2008년에도 댈러스와의 크리스마스 매치가 예정되어 있다. 과연 그들이 크리스마스 13연승을 기록할 수 있을까?
덧붙여 포틀랜드는 1983년 레이커스와의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무려 141득점을 기록하며 크리스마스 최다 득점 팀의 영예마저 독차지했다.


산타 클로스의 선택을 받은 자, 누구인가?

이번에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즐거웠던 선수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쳐가는 선수는 역시 조던. 조던은 총 6번의 크리스마스 매치 경험이 있는데 1986년 커리어 첫 번째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뉴욕에게 패배를 당한 이 후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5승 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6번의 크리스마스 매치 동안 평균 28.3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다소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쳤다.

그러나 진짜 산타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바로 그 옆에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조던의 영원한 파트너 스카티 피펜. 피펜은 총 7번의 크리스마스 매치를 치루며 단 한 차례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매치 승률 100%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피펜의 크리스마스 매치는 1994년 뉴욕과의 경기다. 조던의 충격적인 은퇴 발표 이 후 ‘타도 시카고’를 외치며 이를 갈고 있던 뉴욕과 크리스마스에 처음으로 맞대결을 하게 된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두 팀의 경기는 명승부로 이어졌고, 언제나 그랬듯이 승리의 여신은 시카고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피펜은 자신이 단순한 ‘조력자’ 이상의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무려 53분을 플레이하며 경기 최다인 36득점을 기록한 동시에 16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것이다. 뉴욕의 패트릭 유잉은 30득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으나 ‘조력자’였던 존 스탁스가 단 8득점에 그치며 패배의 쓴맛을 봐야만 했다.


2008년의 크리스마스 메뉴

올 해 2008년의 크리스마스에는 총 다섯 경기가 준비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경기는 역시 전통의 라이벌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들인 보스턴과 레이커스의 경기. 브라이언트의 10년 연속 크리스마스 매치이기도한 이 경기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 해도 무방한 만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동부 컨퍼런스의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워싱턴과 클리블랜드의 경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워싱턴의 길버트 아레나스가 출장하지 못하는 탓에 기대만큼의 명승부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매치의 시작을 알리는 뉴올리언즈와 올랜도의 경기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크리스 폴과 드와잇 하워드라는, 리그의 미래를 짊어질 포인트 가드와 센터의 대결이 펼쳐질 이 경기는 신세대 NBA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폴과 하워드의 경기가 신세대 NBA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면 10년 이상 NBA를 지켜봐온 중견 팬들을 위한 경기도 준비되어 있다. 2000년대 초반을 양분했던 오닐과 던컨의 대결이자 대표적인 공격 팀과 수비 팀의 만남이기도 한 피닉스와 샌안토니오의 경기가 그것이다. 오닐과 던컨의 맞대결 말고도 마누 지노빌리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의 득점 대결, 토니 파커와 스티브 내쉬의 만남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을 갖고 있는 경기이기에 결코 소외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듯 크리스마스 매치 13연승에 도전하는 포틀랜드와 이를 저지하려는 댈러스의 경기가 크리스마스 매치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과연 2008년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수가 대활약을 할 지, 어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겨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 크리스마스 매치는 시차로 인해 우리 시각으로 12월 26일에 방송 된다. 여자친구와의 약속으로 재미있는 경기를 놓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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