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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ESPN에서 선정한 전미 고교선수 랭킹 1위, 브랜든 제닝스(19, 185cm)의 용병생활이 순탄치 않다. 고등학교 졸업직후 이탈리아의 로또마티카 로마에 입단한 제닝스는, 현재까지 선발출장은 물론 벤치에서도 이렇다할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6경기에서 그가 남긴 성적은 평균 18.8분 출장하여 3.5점 3.3어시스트다. 31%의 2점 슛 성공률과 15.8%의 3점 슛 성공률은 부끄러운 성적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다. 팀 내 최단신인 제닝스는 포인트가드를 담당하고 있지만, 공격과 경기운영 전반에 걸쳐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무대의 높은 벽에 어느 정도의 고전은 예상됐지만, 기대이하의 활약으로 자신감마저 상실한 듯하다.

이러한 제닝스의 활약상은 기술적인 문제는 둘째 치고 미숙한 경험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프리모즈 브레첵과 알랜 레이를 보면 문제의 원인은 확연히 드러난다. 두 선수는 NBA의 샬럿 밥캐츠와 보스턴 셀틱스에서 뛴 전력이 있다. 특히 브레첵은 7시즌 동안 214경기에서 선발출장을 얻어내며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레이 역시 풀 시즌을 소화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한 시즌동안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며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레이는 이미 지난 시즌을 성공리에 마치며 자신감도 충만해있다. 브레첵 역시 특별한 적응기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팀에 녹아든 모습이다.  

제닝스는 당초 애리조나 대학에 입학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마음을 돌려 유럽으로 급선회하였다. 대학무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미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였다. 어차피 유럽에서 시간을 소진해야한다면 NBA입성을 위한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3점 슛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슈팅능력의 개선이 절실하다. 폭발적인 운동신경에 기초하여 경기를 풀어나갔던 고교시절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신체적 장점만을 믿고 기술연마에 소홀했던 스타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 한다.

더욱이 대학무대에 비해 출장시간과 플레이의 자율성에서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포지션 경쟁에서 살아남고 본인의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넘치는 팀 내 가드진에서의 생존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불가리아 출신의 아이비 자버는 주전 포인트가드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이며 부상으로 선발 쟁탈전에서 이탈한 자코프 지아체티도 토종선수의 이점을 안고 있어 언제든 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유럽무대임을 감안해도 비교적 넉넉한 출장시간을 부여받고 있는 사니 베치로비치는 슈팅가드에서 밥그릇을 확실히 챙겨놓은 상황이며 레이 역시 장기인 중장거리 포를 연일 가동하고 있다. 제닝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다행인 것은 속공농구를 지향하고 있는 팀 사정이 제닝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로또마띠카 로마가 현재 3승 1패로 세리에A 16개 팀 중 4위를, 타우 세라미카와 함께 유로리그에서 공동 1위로 순항 중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승리하는 팀은 벤치멤버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탄탄한 조직력에 감탄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제닝스는 최근 개인블로그에서 “이번 주 경기 스케줄이 비어서 연습에 매진해야한다”며 운을 뗐다. 약관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그는 알렌 아이버슨의 목소리로 “프랙티스(Practice), 프랙티스(Practice)"를 연발하며 폭소를 터트리기도 한 그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10대 청소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과연 제닝스가 유럽무대를 평정하고, 미국 고교 유망주들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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