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이궈달라의 수비입니다. 이번 시즌 올 디펜시브 팀에는 누가 거론되고 있을까요?
가드 중에서는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폴, 코비 브라이언트 등이 여전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이번 시즌 찬란한 빛을 내고 있는 조 존슨, 떠오르는 신성인 라죤 론도, 수비에서도 이번 시즌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 등이 새로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여기에 그 가진바 실력에 비해서 너무 언급되는 빈도가 적은 선수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필라델피아의 에이스, 안드레 이궈달라입니다.
이궈달라의 수비 스탯은 스틸 1.63개, 블록 0.4개, 리바운드 5.8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틸은 9위에 불과하고, 블록은 그다지 높은 수치는 아니네요.
리바운드는 2-3번을 오가는 선수로써 매우 좋은 수치이지만, 역시 퍼리미터 수비수의 궁극적인 수비 평가 지표는 되지 못할 터이니 예외로 치고요.(참고로 이번 시즌 리바운드에서 대단한 위력을 뽐내고 있는 웨이드의 리바운드 수치도 5.0개에 불과합니다.)
그럼 이궈달라가 현 시점에서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스탯 때문일까요?
단순히 스탯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뭔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브루스 보웬을 비롯해서 역대 퍼리미터 수비수들 중에서도 최근에는 굳이 스탯이 뛰어나지 않아도 팀에 대한 공헌도를 고려해서 수상을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럼 이궈달라의 경우 팀 내 수비 비중이 적기 때문에 그 가치가 평가 절하되는 것일까요?
먼저 그전에 위에 언급된 선수들 먼저 한명씩 살펴보겠습니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 중 현 시점에서 자신이 팀 디펜스 전술의 핵심이면서 그가 빠지면 수비에 있어서 결정적인 타격을 미치는 선수는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폴 두 명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드웨인 웨이드는 슈팅 가드 임에도 일선 압박부터 이선 헬핑, 로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수비 공헌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스틸 2위(2.2개), 블록 16위(1.4개)를 기록하고 있는 스탯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팀 전술상에서도 그의 영향은 대단합니다.
마리오 찰머스가 일선에서 상당히 좋은 압박 능력과 전술 수행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찰머스가 일선 압박을 마음 놓고 나갈 수 있는 이유도, 뒤늦게 합류한 저메인 오닐이 훌륭히 프론트 코트를 장악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상대적으로 단신이면서 수비력이 부족한 비즐리의 난점이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 이유도 모두가 바로 웨이드의 수비 영향력 때문입니다.
주로 찰머스와 함께 일선 압박을 책임지면서도, 약간 처진 상태에서 스크린 대처 시 생기는 빈 공간을 메우는 모습이라든지, 골밑에 생기는 공간의 이면에서 상대 빅맨에게 주어지는 공간을 최소화시키는 능력이라든지, 미들 포스트를 잘라먹으면서 엔트리 패스의 정도를 줄이는 모습이라든지, 그리고 그런 모든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에이스 스토퍼로써 전담수비까지 도맡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입니다.
그러면, 크리스 폴은 어떠할까요?
일단 크리스 폴의 일선 압박 능력은 위의 선수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합니다. 피지컬로 압박을 하는 유형은 아니고, 힘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다소 고전하는 경향이 여전히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워낙에 빠른 손은 그러한 난점들을 능가하는 이점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그의 스틸 순위는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1위이며, 2.9개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2.5개를 넘기고 있습니다.
패싱 라인 압박, 수비수 압박, 동선 체크 등에 있어서는 리그에서도 최고위에 올려도 될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스크린에 대한 대처 능력이 현격히 증가한 이후부터 보여 지고 있는 그의 수비 능력은 그야말로 한 팀의 앞 선을 전부 책임진다 할 정도로 대단한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폴의 경우 사이즈의 한계가 뚜렷하며, 그것을 극복할만한 수비 능력(대체로 작음에도 큰 선수를 잘 막는 선수들은 피지컬이 뛰어나거나, 리치가 긴 경우가 많고 이러한 장점을 그대로 끈끈한 압박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 대체로 상대에게 공간 자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스텝 자체도 준수하고요. 폴의 경우에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아직까지 수비 스타일상으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을 아직까지는 보유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최고로 꼽히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커리어 내내 훌륭한 수비수로 손꼽혔던 코비는 어떠할까요?
아쉽게도 이번 시즌은 막강한 공격력에 비해서 수비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인데요. 이것은 본연의 수비 능력이 감퇴하였다고 보기 보다는 팀 차원에서 그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봅니다.
이번 오프시즌 그는 휴식이 없었으며, 또한 여전히 그는 퍼리미터 플레이어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인대 절단이라는 큰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부상은 한시라도 테이핑을 소홀히 하게 되면 자칫 새끼손가락이 탈골될 수도 있는 위험한 부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의 활약을 제한하여 컨디션을 조절해주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죠. 다행스럽게도 현재 팀 시스템 상 수비의 중심은 완연히 가솔로 돌아선 상황이며, 코비의 활약을 어느 정도 대체해줄 수 있는 선수인 아리자라는 선수 또한 건재한 상황입니다. 즉, 수비에서는 그의 역량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 것이죠.
가솔을 중심으로 하여 펼쳐지는 이번 시즌 레이커스의 로테이션은 공격에서의 그것이 생각나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며, 일선 압박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포지션별로 우월한 사이즈와 이선에서의 로테이션 능력은 대단하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격에서는 코비의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입니다.
물론 코비가 없다고 해도 상당한 수준의 공격력을 선보일 수 있을 정도로 이제 트라이앵글의 완성도는 훌륭한 수준이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클러치 상황, 뭔가가 필요한 순간, 트라이앵글이 흔들리는 순간에 있어서 코비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그의 존재로 인해서 레이커스의 트라이앵글이 비로소 완성도 높은 위력적인 전술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레이커스는 그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그로 인해 선택한 것이 바로 수비에서의 역량 제한이죠.
시즌이 끝나가는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분명히 현재까지는 이 선택은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바이넘의 이탈로 역시 오프 시즌에 전혀 휴식이 없었던 가솔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역효과가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사실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죠).
라죤 론도는 아직 위에 언급한 세 선수와 비견될 정도는 아닙니다.
분명히 그의 수비력이 보스턴 일선 압박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보스턴 수비의 핵심은 가넷을 필두로 한 프론트 코트의 안정성입니다. 이것은 확고한 사실이고, 그렇기에 론도가 위의 세 선수를 넘어서는 평가를 받기는 힘든 상황이죠.
르브론 제임스 또한 비슷한 상황입니다.
분명히 이번 시즌 그의 수비는 인상적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의 수비는 여전히 스토퍼 역할에 너무 치우쳐 있습니다. 클리블랜드의 수비의 중심은 엄밀히 말해서 제임스가 아니라, 웨스트와 프론트 코트의 존재감이라고 보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제임스의 수비 능력은 퍼스트 팀의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물론 현재로도 무서울 정도로 제임스의 수비 능력은 대단합니다만...).
조 존슨은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 선수의 수비 능력은 마치 전성기 시절 코비가 생각나게 할 정도로 대단하죠.
스토퍼로써 압박을 통해서 상대에게 주어지는 공간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라든지, 비비의 뒷 공간을 받쳐주면서 일선 압박을 해내는 능력이라든지, 탄력이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전술 이해 능력이 부족한 포워드 진영으로 인해 생기는 공간을 커버하는(상대의 동선을 잘라먹는) 능력 등은 상당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 팀 또한 조 존슨이 수비의 주축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힘든 것이 사실이며, 스탯도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닙니다(스틸 1.1개, 블록 0.3개, 리바운드 4.4개).
그렇다면 현재 이궈달라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이유는 필라델피아라는 팀의 전체적인 수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요?
지난 시즌에 비하면 확실히 이번 시즌 팀 전반적인 수비력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라델피아의 수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평균 실점 11위(96.9점, 마이애미 98.2점), 턴오버 유발 % 2위, 100 포제션당 디펜시브 레이팅 10위, 리바운드 마진 7위, 스틸 마진 4위, 평균 스틸 4위를 기록하며 수비력에 있어서 중상위권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죠.
실제로도 필라델피아의 수비력은 여전히 준수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필라델피아 수비의 핵심이 바로 이궈달라입니다.
안드레 밀러, 사무엘 달렘베어가 상당히 잘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사실 필라델피아의 선수들 면면을 보면 개인으로만 보았을 때 수비력이 평균을 넘는 선수는 주전 중 밀러와 달렘베어 이 둘 뿐입니다.
거기에 달렘베어는 빅맨으로써 결정적인 몇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 수비수로써의 능력은 사실 보여 지는 것보다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고요. 밀러 또한 몇 가지 아쉬운 단점들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모든 것을 커버해주는 선수가 바로 이궈달라입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이궈달라는 수비라는 하나의 지표에서만 보면, 마이애미의 아이콘이라는 웨이드에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 동료들의 면면도 마이애미에 비해서 그리 뛰어날 것이 없습니다.
달렘베어는 리바운드와 블록에서는 상당한 가치를 가지지만, 팀 디펜스 수행 능력과 이면 공간 커버 능력 등에 있어서는 오닐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밀러는 개인적으로는 찰머스보다 좋은 수비수라고 생각하지만, 피지컬을 활용한 수비 능력은 나은 반면에 스탭이 다소 느리고, 스크린 대처가 좀 약한 편입니다. 테디어스 영은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비에서의 스킬은 자마리오 문과 비즐리에 비해서 뛰어난 편까지는 아니라고 보고요.
결국 필라델피아의 수비에서 주전 중 이궈달라의 수비 능력만큼 특출 난 수비 능력을 가진 선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임 감독 모리스 칙스 감독이 만들어놓고 간 수비 포메이션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달렘베어를 골밑에 고정시켜 수비 시 주어지는 공간을 최소화시킨 채 장점만 부각시킨 측면이라든지, 에반스와 영을 4번에 기용하면서, 달렘베어를 골밑에 상주시킴으로 인해서 생기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든지, 밀러의 다소 느린 발을 커버하기 위해서 파트너로 그린을 선택한 점이라든지 이러한 점들은 모두 칙스 감독이 완성시킨 수비 포메이션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이러한 수비 포메이션은 결국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는 다섯 명의 수비를 하나로 묶어내면서 그 역량 이상을 끌어내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한 것입니다(전 개인적으로 칙스 감독의 능력, 특히 수비에서의 능력은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런 포메이션이 가능했던 이유 자체가 바로 이궈달라의 존재 덕분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는 아이버슨을 떠나보내고 이러한 전술을 구상하면서 전략적으로 이궈달라를 3번으로 고정시켰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2-3번을 오갔던 선수였고, 아직까지도 2-3번을 오가는 선수이지만, 과거에는 수비 시 아이버슨의 단점을 커버하면서 2번에 있던 시기가 많았다면, 아이버슨을 보낸 이후에는 전략적으로 3번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칙스 감독의 계산 하에 일어난 일인데요.
당시까지 일선 압박 능력은 출중하였으나, 헬핑 능력이나 로테이션 능력에 있어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던 이궈달라를 그 가능성을 보고 3번으로 옮기면서 그 만의 도박을 시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처음 시도했던 06-07 시즌부터 점차 좋아지다가,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인 07-08 시즌에 이르러 찬란한 빛을 발하였습니다.
2007-08 시즌에 비로소 실점 율 7위(96.2점)을 기록하고, 득실 마진 또한 + 수치를 기록하면서 드디어 명실상부한 수비 팀으로 거듭난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 수비를 바탕으로 필라델피아는 3시즌 만에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되었으며, 브랜드의 영입까지 이루게 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이궈달라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처음 3번에 고정되고 새로운 수비 포메이션과 함께 한 시즌을 겪으면서 비로소 헬핑과 로테이션에 눈을 뜬 그는 07-08 시즌부터 단순한 퍼리미터 디펜더와 에이스 스토퍼였던 본인만의 한계를 비로소 벗어던지면서 드디어 수비의 중심으로 올라서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번 시즌 초반 부진을 뒤로 한 채 3번으로 다시 돌아간 이후 이궈달라의 수비는 지난 시즌보다도 한층 진일보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필라델피아의 디펜스 전술 포맷을 살펴볼까요.
필라델피아의 수비 시 전술 포맷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 가능합니다.
먼저 가장 핵심인 콤비네이션 디펜스.
역습을 가능케 하는 무기인 일선 압박 능력.
그리고 역시 역습의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강력한 보드 장악 능력.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이 가능합니다.
리바운드 마진 7위, 스틸 마진 4위, 평균 스틸 4위의 기록 들은 이러한 필라델피아의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인데요.
이 세 가지 모두에서 이궈달라의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콤비네이션 디펜스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로테이션과 헬핑을 지역방어에서만 아니라, 맨 투 맨 디펜스 상황에서도 제한 없이 시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디펜스 자체의 비중 자체가 로테이션과 헬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경우 그 중심을 맡아줄 선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죠.
현 시점에서 비슷한 유형(콤비네이션 디펜스라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하며, 필라델피아의 디펜스 시스템과도 다소 상이하지만, 로테이션이 좋은 팀의 경우)의 수비를 펼친다고 할 수 있는 보스턴, 클블, 레이커스, 샌안토니오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모두 빅맨이 중심입니다.
가넷, 벤 월러스와 바레장, 가솔, 던컨의 존재로 인해서 이 팀들의 로테이션은 비로소 그 완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마찬가지로 이 선수들의 이면 압박 능력에 의해서 이 팀들은 강력한 수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의 수비는 이런 팀들과는 그 본질적 궤를 달리 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로테이션의 핵심은 명실 공히 이궈달라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스몰포워드의 정의를 내린다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역시 스몰포워드라면 그 위치상으로 보나 사이즈로 보나 내 외곽의 연결고리이자 중심축으로써 활약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이런 이상론에 대입하였을 때 현 리그에서 수비 시 그 연결고리이자 중심축으로써의 역할을 가장 잘해내는 선수 중 하나로 명실 공히 이궈달라를 꼽을 수 있다고 봅니다.
수비 시 3번 롤에서 이 연결고리이자 중심축으로써의 역할을 가장 훌륭히 수행해내는 선수들을 꼽아본다면 휴스턴의 베티에, 샌안토니오의 보웬을 꼽을 수 있겠지만, 두 팀 모두 두 선수를 핵심이라고 꼽기에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이궈달라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명실 공히 필라델피아 수비 로테이션의 핵심으로써 활약하고 있고 이러한 부분은 그야말로 대단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즉, 이러한 점은 그가 진정으로 수비 시 가장 이상적인 3번으로써의 움직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있어서의 이궈달라의 능력(에이스 스토퍼를 겸하면서도 내외곽의 연결고리이자 중심축으로써의 역할을 이상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그의 가진 바 능력 중에서 최고로 치는 데 그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역습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인 일선 압박 능력과 보드 장악 능력에 있어서도 이궈달라의 역할은 상당합니다.
이 두 가지의 경우 이궈달라가 핵심이라고 볼수는 없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요. 이 부분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필라델피아의 일선 압박에 대해서 논해보겠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일선 압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밀러의 피지컬을 이용한 풀코트 프레싱 혹은 하프 코트 프레싱, 하프 코트 트랩을 활용하여 순간적으로 3점 라인 안쪽에서 더블 팀을 가하는 트랩 디펜스, 이선에 한 선수가 위치하다가 순간적으로 일선으로 지원을 나가면서 동선 자체를 끊어버리고, 패싱 라인을 차단하는 순간적인 체킹 디펜스.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이 세 가지에 있어서도 이궈달라의 역할은 상당합니다.
밀러의 피지컬을 이용한 프레싱은 먹힐 경우 상대의 체력을 급격히 고갈시키면서, 보다 앞 선에서 공격의 맥을 끊을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의 다소 느린 스텝으로 인해서 그가 뚫리면 그대로 오픈 찬스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 항상 뒷 선에서 이궈달라가 공간 압박을 가해줌으로써 견제를 해주어 상대방은 이중의 압박을 느끼게 되며, 설사 돌파를 해내어도 이궈달라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공격수는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상실하게 되죠.
이런 움직임은 운동능력과 스텝, 예측 능력이 뛰어나면서 3번에서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보유한 이궈달라가 3번에 있기에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트랩 디펜스의 경우에도 이궈달라의 능력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보통 상대를 몰아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궈달라이며, 이 경우 트랩을 거는 것은 그린과 밀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밀러가 피지컬 상으로 1번 대비 상당한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예측 능력과 압박 능력이 뛰어난 이궈달라는 목표한 지점으로 상대를 몰아넣는 수비가 상당히 뛰어납니다.그리고 이것은 여지없이 필라델피아 특유의 트랩 디펜스로 이어지게 되죠.
물론 트랩을 거는 역할을 이궈달라가 수행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 때 또한 이궈달라의 압박 능력은 빛을 발합니다.
또한 일선으로 지원을 나가는 체킹 디펜스, 이선 압박의 경우에는 이궈달라가 3번 롤에 있으면서 패싱 라인을 차단하는 것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며, 이로 인해서 에반스같이 이면 압박 능력과 일선 헬핑 능력이 뛰어난 빅맨들이 이선 압박을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즉, 이 세 가지 포맷 모두에서 이궈달라의 존재는 상당한 영향력을 뽐내죠. 거기에 보드 장악에 있어서도 이궈달라의 역할은 상당합니다.
오펜스 리바운드, 디펜스 리바운드에 있어서 이궈달라와 테디어스 영이라는 걸출한 외곽 리바운더(영의 경우 3번에 있을 때)가 존재하기 때문에 필라델피아는 항상 상대팀 빅맨들이 흡사 세 명, 네 명을 상대하는 듯 한 위압감을 느끼게 됩니다.
거기에 이궈달라의 경우 단순한 수치(5.8개)도 높지만, 실제로도 외곽에서 리바운드 참가 빈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단순히 빈도만 높은 것이 아니라 그 잡아내는 능력과 예측 능력 또한 대단합니다. 결국, 이러한 모든 것들을 고려해보면 팀 디펜스에 있어서 이궈달라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봐도 될 정도라는 것입니다.
물론 필라델피아의 수비 시스템은 이궈달라 한사람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칙스가 만들어놓은 그 전술에 있어서 핵심은 분명히 이궈달라인 것은 명확하며,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비가 활용되기 전까지 이궈달라의 휴식 시 수비에서 그 공백을 전혀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이궈달라의 영향력은 팀 내에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에게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는 데,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수비들에 비해서 아직까지 스크린 대처는 최고 수준의 그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필라델피아 수비 시스템 본연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작고 상체의 유연성이 극도로 부족한 그린과 느린 스텝을 보유한 밀러로 인해서 로테이션을 축으로 하는 팀이 스크린에 있어서는 그 위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 부분에 있어서 이궈달라의 존재가 확실한 위압감을 뿜어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만은 아직까지도 이궈달라가 발전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이로 인해서 생기는 사이드라인의 빈 공간들은 이제 고질병이 되었죠).
또한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이번 시즌 들어서 이궈달라가 다시 본연의 2번으로 전향하면서 예전과 같은 일선 압박 능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2번으로의 전향 이후 3번에서의 롤과 2번에서의 롤 사이에서 그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시즌 초반 상당한 부진을 겪었는데, 이것은 비단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움직임은 퍼리미터 디펜더의 그것도 스몰포워드의 그것도 아닌 채 어중간함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이것은 결국 필라델피아 수비의 한계점으로 드러나고 말았죠.
실제로 필라델피아는 이궈달라가 2번이던 시즌 초반 턴 오버 유발 개수나 스틸 개수에 있어서 지난 시즌 대비 큰 폭의 감소를 보이면서, 상당한 한계를 노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이궈달라의 롤 적응 부재였죠.
감독 교체 이후 다시 3번으로 돌아서면서 이궈달라가 안정을 찾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사이즈와 플레이 성향을 고려해 볼 때 장기적으로 그는 여전히 3번보다는 2번이 더 어울리는 선수인 것이 사실이고, 팀 또한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3번 유망주 테디어스 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이 부분은 그가 꼭 극복해야만 하는 숙제입니다.
2번 롤에서도 지금의 위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팀이 원하는 확실한 수비 에이스로써도 거듭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원래 이궈달라를 홍보하려고 쓴 글이었는데 쓰다 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요 ^^
그러면, 이쯤에서 결론을 지어보겠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실 단순합니다.
이궈달라는 현 시점에서 어느 수치를 고려해보아도 결코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디펜시브 팀 후보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오히려 퍼스트 팀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선수들 중 몇몇보다는 이번 시즌만으로는 더욱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팀의 지명도 한계, 그의 플레이 성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인기 부족 등이 그의 가치를 필요이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쉽습니다.
현 시점에서 팀의 득점 리더이면서, 수비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뽐내는 퍼리미터 디펜더가 과연 팀 평균 실점 11위 안에서 몇 명이나 될지를 생각하면 현재의 평가들은 너무 아쉽죠. 이번 시즌이 끝날 때 즈음에는 이런 평가들이 보다 정당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미 두 시즌 째 수비 팀의 수비 에이스로써 활약하는 선수한테, 지금의 평가는 너무 아쉽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상으로 필자의 상당히 긴 잡담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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