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필라델피아 76ers 이외의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슈터. 슛하나로 리그에 입성한 사나이. 카일 코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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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발전하고 있는 카일 코버.

유타 재즈 경기를 보다 보면 항상 데론 윌리암스보다도 더 저의 이목을 끄는 선수가 있습니다.

팀에서 그리 높은 비중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항상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 허슬러라는 명칭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선수. 바로 카일 코버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서혜부 부상(사타구니라는 말이 더 친숙하지만, 일본식 용어라고 하여 서혜부 부상으로 통일하여 사용합니다.)으로 인해서 오프 시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워낙에 부상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었던 데다가 부상 부위 자체가 슈팅에 큰 지장이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시즌 내내 그리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는데요.(부상이 완쾌된 것이 시즌 개막 후 거의 2달이 지나서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예의 스나이퍼 다운 모습을 되찾은 듯 보입니다. 제가 코버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이 선수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드래프트 때부터 그리 각광받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상당한 명성을 쌓았던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드래프트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처참할 지경이었죠. 그런데 사실 대학교 4년을 다니면서 그가 이룬 업적은 대단했습니다. 그리 유명하지는 않은 Creighton University에서 4년을 보내었음에도 졸업하는 순간 그의 이름은 이미 상당히 알려져 있었을 정도였죠.

2003년 NCAA 최우수 선수 후보에 올랐으며, Creighton University All time scorer 5위, NCAA 3점 슛 성공 개수 역대 7위에 올랐을 정도로 3점 슛 하나로 그가 쌓아올린 위상은 대단했습니다.(이 부분은 이전에 썼던 글에서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장점을 뒤덮고도 남을 만큼 단점이 두드러지는 선수였습니다. 더욱이 그 단점이 NBA에서는 뛰기 힘들다는 평을 받을 정도의 너무나도 평범한 운동능력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버는 그러한 평가를 딛고 일어서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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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당시 스카우팅 리포트는 그를 이렇게 평가하였습니다. “그는 리그 내 어떤 가드도 막지 못할 것이다.” 안 좋았던 운동능력으로 인해서 대학 시절 내내 그를 따라다녔던 수비력 불안이라는 단어가 결국 NBA 입성 당시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혹평을 들었던 수비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자세는 결국 2004-05시즌에 이르러 그를 필라델피아 라인업 중 주전의 자리에 올려놓았죠.

물론 주전으로 올라섰던 그 당시에도 그의 수비력에는 큰 발전이 없었습니다.

그는 항상 노력하는 선수였지만, 운동능력 만은 그의 뜻대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결국 그는 이로 인해서 계속적으로 슈팅만 가능한 반쪽짜리 선수라는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운동능력을 가진 그의 한계는 결국 그의 플레이 스타일상의 한계로 드러나게 됩니다.

리그 3년차가 되었던 2005-06시즌에도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3점 슛 뿐이었는데 이것이 운동능력의 한계로 인해서 고착되고 만 그의 한계였던 것이죠.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피지컬 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상대를 만나면 코버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기 일쑤였고, 더욱이 수비에서는 여전히 안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2006-07 시즌 그는 새로운 시도로(어쩌면 슈터로써의 생명까지 걸어야만 했던 위험한 시도였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데 성공합니다.

바로 벌크 업을 행한 것입니다.

평범하기만 한 그의 운동능력으로는 도저히 빠르고 강한 다른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자명했고, 성장하는 것 또한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그는 결국 벌크 업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사실 캐치 앤 슛을 주 무기로 하는 슈터 성향의 선수였던 그로써는 순발력과 유연함에 큰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슈팅 자세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벌크 업이 그리 매력적인 대안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한 시도였음에도 그는 모험을 감행하였고, 그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공격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1 : 1이 가능해졌으며, 수비에서는 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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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성장한 코버의 기세는 무서웠습니다. 식스맨의 역할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팀 내 2옵션의 역할을 맡았으며(평균 14.4득점), 필드골 시도가 많아지고, 3점 슛 시도는 줄어들면서 보다 효율적인 공격을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수비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하면서, 여전히 나쁜 수비력이었지만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데 성공하였죠.

2007-08시즌 또한 그에게는 발전의 해였습니다.

비록 부상으로 공격에서는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수비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하면서 최악의 수비력을 가졌다는 세간의 인식을 일정 부분까지 깨트리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운동능력은 떨어지지만, 버티는 힘은 좋아졌다는 평가를 들었던 06-07시즌을 넘어서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새로운 활로는 “머리로 하는 수비”였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자 노력하였고, 적절히 헬핑 포인트를 잡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의 수비력은 눈에 띄게 발전했습니다. 여전히 대인 마크에 있어서는 문제를 보였고, 그로 인해서 그의 수비력은 여전히 주전이 되기에는 모자랐지만, 최소한 식스맨으로써는 부족함이 없는 수비력을 갖추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존 디펜스 하에서 그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효율적이었으며, 더욱이 터프하게 부딪치고, 두려움 없이 동선을 잘라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팀 내 분위기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07-08시즌에는 부상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그로 인해서 체력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하였으며, 이로 인해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기복 심한 플레이까지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거기에 트레이드로 인해서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만 하는 숙제까지 안게 되면서 그의 07-08시즌은 팬들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만을 남긴 채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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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08-09 시즌. 그는 새롭게 부활했습니다.

그는 08-09시즌 들어서 평균 22분 출장, 8.2득점 1.7어시스트, 2.6리바운드 43.9%필드골 성공률, 42.7% 3점 슛 성공률이라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물론 그의 커리어 수치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더욱이 06-07 시즌 3점 슛에만 얽매이는 슈터라는 오명을 벗어던지면서 보여주었던 그 모습(당시까지 코버는 필드골 시도의 거의 절반이 3점 슛인 전형적인 캐치 앤 슈터 유형의 3점 슈터였으나, 06-07시즌을 기점으로 다른 득점 루트도 가능한 선수라는 재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시즌에는 다시 3점 슈터로 회귀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지난 시즌보다 발전했습니다.

수비 측면에서 보면, 본연의 수비력은 더욱 좋아졌으며, 비효율적인 움직임은 거의 사라진 채 존 디펜스에 완전히 녹아든 듯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헬핑 포인트를 잡는 능력도 일취월장하여 로우 포스트에 협력 수비를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는 움직임이 정말 깔끔해졌습니다.

공격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전술적으로 팀이 원하는 바를 훌륭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팀에 그대로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특유의 움직임 또한 지난해 대비 더욱 좋아졌으며, 컷해 들어가는 움직임이나 돌아 나와 3점 라인을 찾아가는 움직임, 스윙 등이 비효율적이지 않게 상당히 부드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필라델피아 시절 높은 평가를 받았던 원인은 그 이외에는 전혀 3점 슈터가 없었음에도 그 한명으로 인해서 필라델피아가 3점 슛 부진을 겪은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가 기복 없는 플레이를 유지하면서, 클러치에 유독 강한 강심장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즉, 항상 오픈 찬스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클러치 상황에서 절대로 혼자 두어서는 안 되는 선수였기 때문에 그 정도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번 시즌 들어서 다시 그는 그러한 장점을 어느 정도 되찾은 듯 보입니다. 아직까지 완전히 기복을 벗어내지는 못한 듯 보이지만 최소한 그의 3점 슛은 예년의 날카로움을 회복했습니다.

2008-09 시즌, 평균 42.7%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성공 개수는 32개를 기록하고 있는데요.(이하 기록은 2008년까지의 기록만을 참조하였습니다.) 이 개수는 유타 팀 내 3점 슛 성공 개수의 22%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입니다.

이번 시즌 들어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CJ 마일스로 인해서 팀 내 최다 3점 슛 성공의 자리는 내어주었지만(최근에는 특히 CJ 마일스의 분전이 무섭습니다. 최근 3경기 평균 14.3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출장 시간 또한 세 경기 평균 32분을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코버 또한 평균 27.3분을 출장하며 평균 9.6점 40%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일 정도로 여전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3점 슛 성공률은 팀 내 1위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그의 위치는 팀 내에서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필라델피아 시절보다 그의 비중은 분명히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유타에서도 여전히 팀 내 최고의 3점 슈터이며,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인 BQ가 높고, 열정적인 플레이를 펼칠 줄 알면서도 시간 대비 플레이 효율이 높은 선수입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다소 비중이 줄어들었음에도 그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한층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면 된다.”라는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는 코버의 활약에 경의를 표합니다.

남보다 못한 재능으로 최고의 리그에서 점차 자신의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는 카일 코버. 앞으로도 그의 빛나는 활약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무엇보다 전 매년 이렇게 발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코버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코버는 이 말을 현재까지 실력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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