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자유의 몸이 되는 르브론 제임스를 두고 많은 팀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클리블랜드의 구단주 댄 길버트가 입을 열었다.
일찌감치 데뷔 전에 나이키와 계약을 맺은 르브론은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파워에이드와 같은 음료업계의 광고를 독식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비스타 모델까지 광고판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시즌티켓 매진에도 영향을 끼친 ‘마이더스의 손‘으로서 코트 안팎에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리그 최고의 실력과 상품가치를 겸비한 보기 드문 선수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르브론의 심중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그가 대도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는 알 수 있다. 특히 뉴욕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미 프로야구 양키스팀에 대한 열성팬을 자처하며 고향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속을 썩인 전력도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양키스로 도배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양키 스타디움을 방문하는 것도 모자라 나이키 사(社)에서 양키스 컨셉으로 농구화도 제작할 정도니 그의 양키스팀 사랑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하이오의 홈팬들은 불안감을 감추기 힘들다.
하지만 구단주 길버트의 생각은 다르다. 르브론이 NBA에서는 슈퍼스타지만 다른 젊은이들과 같이 야구 모자를 멋들어지게 쓰며 유행을 따르는 단순한 통과의례로 봐달라는 것이다. 그는 2년 뒤에 르브론이 클리블랜드를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클리블랜드와 나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다”라 덧붙이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서 르브론은 뉴욕 행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으며 이는 스포츠계에 늘상 있는 날조된 보도기사라며 못을 박았다. 지난 2006년 7월 당시 르브론은 플레이어 옵션을 포함하여 4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았다. 그는 당장은 어느 팀에도 갈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맹목적인 뉴욕사랑으로 일관한 처신은 잘했다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뉴저지 네츠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힙합 뮤지션 제이-Z와 친구 이상의 우정을 과시하는 한편 야구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경기에서 뉴욕을 응원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구설수에 오를만한 원인을 자초한 것이다.
지역사회 여론조차도 그에게 뭇매를 가했다. 클리블랜드의 NFL팀인 브라운스의 와이드리시버 브레일런 에드워즈는 “르브론은 클리블랜드 사람이 아니었다. 캐벌리어스 조차 좋아할지 의문”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에드워즈는 몇 일후 가벼운 농담이었다고 말을 바꾸었지만 그를 비난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향후 2년간은 걱정할 일이 없을 듯하다. 르브론은 이번 여름 베이징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여전히 위력적인 선수임을 증명했고 새 시즌을 앞둔 클리블랜드 입장에서 희소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건만 된다면 2009-10시즌까지 언제든 우승도전이 가능하다. 당장 눈앞의 일정이 급한 현재로서는 2년 뒤의 일까지 신경 쓸 겨를도, 필요성도 없다는 얘기다.
길버트 구단주는 “클리블랜드는 NBA 최고의 팀 중 하나다. 내년과 그 다음해는 우승을 위해 경쟁해야 하며 르브론 걱정은 그 다음 여름이 찾아 올 때나 할 것”이라며 기강을 잡는 눈치였다.
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대니 페리 역시 “2010년 제임스에 대한 타구단의 관심과 계획들은 이해하지만 우리의 현안과는 거리가 멀다”고 거드는 한편 “현재의 호기를 반드시 잡고 싶다”며 다가올 새 도전의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시즌 보스턴 셀틱스와 최종 7차전의 혈투 끝에 고배를 든 클리블랜드는 오프시즌을 맞이하여 모 윌리엄스 영입과 신인 J.J. 힉슨의 합류로 재정비에 나섰다. 2007-08시즌 중반 파이널 진출 멤버까지 트레이드하는 강수를 둔 클리블랜드가 르브론의 입맛에 맞는 팀을 구축하기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는 역시 우승과 더불어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하기 위함일 것이다.
르브론의 이른바 ‘2010 프로젝트’는 지난 1996년 마이클 조던의 이적설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운 감자다. 당시 코트로 돌아온 조던은 1년 단위 계약으로 시카고 불스의 가슴을 애타게 만들었고 여름마다 뉴욕이나 LA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었다. 결국 집으로 돌아온 조던이었지만 시카고를 제외한 전 구단은 설레는 가슴으로 한 번쯤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지금 르브론을 보면 과거의 형국과 진배없다.
‘프랜차이저‘라는 말이 무색하고 사라지고 있는 요즘 르브론의 뉴욕 행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지만 그가 어디에 있던 최고의 활약을 보고 싶은 것이 팬심이자 농구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희망사항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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