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오프시즌에는 상위권 팀들의 전력 강화가 두드러졌다. 경제 한파 및 소위 '2010 프로젝트' 올인 등으로 인해 당장 우승을 노리지 않는 팀들은 이번 여름 돈을 쓰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수요자가 발을 뺀 오프시즌 시장에는 유례 없는 찬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지금 당장 전력을 강화해 우승하고자 하는 우승권 팀들에게는 오히려 절호의 기회였다.

샐러리 절감을 노리는 팀들에게 만기계약자를 보내고 즉시전력감을 받아오거나 수요 부족으로 몸값이 크게 떨어진 자유계약선수들을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라마 오돔을 지키면서도 론 아테스트를 미드레벨 익셉션만으로 영입한 지난 시즌 우승팀 LA 레이커스나 리처드 제퍼슨, 안토니오 맥다이스를 영입해 빈틈없는 라인업을 갖춘 샌안토니오 스퍼스, 히도 터콜루를 잃었지만 빈스 카터 등을 영입해 손익계산 플러스를 기록한 올랜도 매직, 라쉬드 월러스를 영입해 골밑을 강화한 보스턴 셀틱스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슈퍼 팀으로 올라섰다.

그 중에서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샤킬 오닐 영입은 오프시즌 초반 최대의 이슈였다. 6월 24일(이하 미국 현지시작) 대니 페리 클리블랜드 단장은 벤 월러스와 사샤 파블로비치, 2010년 2라운드 지명권과 약간의 현금을 피닉스 선즈에 보내고 오닐을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이번 오프시즌 클리블랜드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자산인 월러스+파블로비치 만기계약 카드를 오닐에게 쓴 것이다. 드래프트 전날 전해진 이 뉴스는 수많은 NBA 팬들을 전율케 했다.



영입 과정

사실 오닐의 클리블랜드 행은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논의되어오고 있었다. 피닉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점점 멀어지던 지난 2월, 트레이드 마감일이 다가오자 오닐의 거대 계약을 부담스러워하는 피닉스를 상대로 페리 단장이 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샌안토니오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는 페리 단장과 스티브 커 피닉스 단장은 클리블랜드의 만기계약 선수들과 오닐의 트레이드를 진지하게 논의했으나, 페리 단장이 아직 계약이 1년 남아있던 월러스를 제시한 반면 커 단장은 계약 마지막 해였던 월리 저비악을 원하는 바람에 난항을 맞았다. 두 단장은 한 테이블에 앉아 제3의 팀을 끌어들여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따라서 클리블랜드가 플레이오프에서 인사이드 파워의 약세를 드러내며 올랜도에게 패하자 오닐 루머가 고개를 든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오닐을 비롯해 마커스 캠비, 타이슨 챈들러, 라쉬드 월러스, 찰리 빌라누에바, 카를로스 부저 등 리그의 유수한 빅맨들이 클리블랜드와 관련된 루머에 휩싸였다. 페리 단장은 이 모든 루머를 부정하면서도 협상 가능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보름 정도가 지나자 오닐의 행선지가 조만간 결정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피닉스가 오닐을 원하는 팀들과 협상중인데, 클리블랜드를 비롯해 댈러스 매버릭스와 시카고 불스 등이 그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샐러리 절감 효과는 월러스/파블로비치를 내놓은 클리블랜드가, 전력 강화 효과는 브래드 밀러를 내놓은 시카고가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었다. 피닉스는 댈러스 및  시카고와의 협상 사실을 지렛대 삼아 클리블랜드의 '2009년 히트상품' 딜론테 웨스트를 요구했고, 페리 단장은 당연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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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4413 by Keith Allison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6월 2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클리블랜드 스포츠 전문기자 브라이언 윈드호스트가 '빅 딜이 임박했으며 수일 내로 성사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고, 이제 팬들의 이목은 오닐 영입 가능성에 집중됐다. 페리 단장은 제3의 팀을 끌어들여 삼각 딜을 모색하는 한편, 오닐이 아닌 다른 선수의 영입 가능성을 흘리며 커 단장을 압박해갔다.

샌안토니오의 제퍼슨 영입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6월 24일 오후 11시 50분, 트레이드 당사자인 오닐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우승)반지 하나를 더 얻을 시간'이라는 글을 올리며 자신의 클리블랜드 행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비판한 칼럼니스트 마크 잭슨을 비난했다. 오닐이 트레이드를 통보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고, 곧이어 ESPN 홈페이지에 오닐의 클리블랜드 행 뉴스가 메인 기사로 올라왔다. 넉 달에 걸친 긴 협상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댄 길버트 구단주로부터 클리블랜드의 겨울을 뒤덮는 눈을 치울 대형 삽을 선물받은 오닐은 이번 시즌 목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했다.

"Win a Ring for the King."

왕(르브론)의 팀에 우승하러 왔음을 분명히 한 입단 일성이었다.



손익평가

오닐 트레이드의 세부사항은 다음과 같다.

오닐(21백만 달러)<->월러스(14백만 달러)+파블로비치(4.9백만 달러)+2010년 2라운드 지명권+현금 0.5백만 달러

오닐을 데려오는 댓가로 클리블랜드가 내놓은 것 중 월러스는 하락세가 뚜렷했고 파블로비치는 사실상 로테이션 밖의 선수였으며, 선수층이 두터운 클리블랜드에서 내년 2라운드 지명권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였다. 다시 말해 클리블랜드가 오닐 트레이드로 잃은 것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당초 트레이드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웨스트, J.J. 힉슨, 테런스 킨지, 2009년 드래프트 30번 지명권 중 아무 것도 잃지 않았다.

1972년생으로 가치 평가에 '건강하기만 하면'이라는 단서가 붙게 된 오닐은 그야말로 건강하기만 하면 클리블랜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인사이드 득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클리블랜드에 오닐이 가세한 것은 분명히 전력 플러스 요인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자신의 프로 경력을 통틀어 최고의 센터와 경기할 수 있게 됐다며 이 트레이드를 크게 환영했다. 오프시즌에 오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선수와 함께 뛰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할 정도다.

오닐의 영입은 클리블랜드의 게임을 크게 바꿀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그동안 로포스트에서 볼을 잡고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는데, 그 자리에 지난 20년간 로포스트에서 가장 위력적이었던 선수가 가세한 것이다. 이제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이나 모리스 윌리암스가 외곽에서 볼을 잡고 공격을 시작하는 대신 로포스트에 있는 오닐에게 볼을 넘긴 후 오프더볼 무브를 통해 공격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클리블랜드 외곽슈터진은 그 위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 오닐은 최고의 로포스트 득점원일 뿐아니라 킥아웃 능력에서도 리그 최고를 다투는 빅맨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르브론의 골밑 돌파를 통해서만 볼을 받던 슈터진은 이제 오닐을 통해서도 슛찬스를 얻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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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 골밑에서 1:1 수비를 해줄 수 있는 빅맨이 없어 고전해야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리그 최고 수준의 헬프디펜스 능력을 키웠지만, 헬프디펜스 자체가 자기 수비수를 버려두고 하는 수비다보니 볼이 잘 도는 팀을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올랜도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도 골밑의 하워드에 너무 신경을 쓰다가 라샤드 루이스 등 올랜도 슈터진에게 무차별 폭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로포스트에서 여전히 강력한 1:1 수비력을 보여주는 오닐이 가세하면서 이런 문제점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벤치가 강화된 것도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다. 오닐에게 선발 자리를 넘겨주고 벤치에서 나오게 될 지드루너스 일가우스카스는 리그 대부분의 팀에서 주전 센터로 뛸 수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벤치 멤버의 경기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클리블랜드에게 일가우스카스의 벤치 출전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선수는 에이스 르브론이다. 르브론과 오닐이 함께 뛴다는 것은 볼을 지니고 있을 때 더블팀을 해야 하는 선수 두 명이 동시에 코트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 과거처럼 스윙맨 두 명이 르브론을 더블팀하고 빅맨 한 명이 드라이브인 경로에 끼어들어 막는 것은 매우 힘들어졌다. 그 뒤에는 골밑 마무리 능력으로는 역대 최고를 다투는 오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닐 역시 입단 기자회견에서 상대팀들에게 "이제 더블팀은 없다. 여기 밑줄 백 번 그어라. 이제 더 이상 더블팀 올 수는 없다." 고 강조했다.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 정립돼가던 르브론 수비법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대팀들에게 커다란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잃은 것은 사실상 없는 반면 기대 수익은 크다는 점에서 클리블랜드의 이번 트레이드는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새로 생긴 과제

오닐 영입은 분명히 팀 전력에 보탬이 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생겼다.

상대의 2:2 플레이, 특히 하이포스트 픽앤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오닐은 전성기에도 2:2 수비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2:2 공격을 막으려면 빅맨의 기동력이 필수적인데 다소 발이 느린 오닐이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피닉스가 샌안토니오의 팀 던컨을 넘기 위해 야심차게 오닐을 영입했다가 실패한 이유도 던컨이 파커나 지노빌리와 2:2 플레이로 오닐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가 오닐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인 올랜도의 드와이트 하워드도 1:1 못지 않게 2:2 플레이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오닐을 도와줄 최적화된 수비 전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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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과 오닐이 최대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전술도 필요하다. 르브론의 주무기는 어디까지나 골밑 돌파기 때문에 골밑에서 오닐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닐은 르브론의 프로 시절 뿐아니라 농구 경력 전체를 통틀어서도, 유소년 리그 때 한 팀이었던 리온 포우 이후 처음으로 함께 뛰게 된 로포스트 득점원이다. 르브론 자신이 빅 센터와 함께 뛰는 법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오닐 역시 페니 하더웨이, 코비 브라이언트, 드웨인 웨이드 등 스윙맨을 가장 잘 살린 센터이긴 하지만 르브론처럼 돌파 비중이 높은 스윙맨과 뛰어본 적은 없다. 오닐이 르브론의 돌파 경로를 가로막고 볼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질 경우 팀워크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이 둘을 조율해야 할 클리블랜드의 공격 코치는 현재 공석 상태다. 지난 시즌 볼무빙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클리블랜드가 효율적인 공격팀이 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존 쿠에스터 코치가 디트로이트 감독으로 영전했기 때문이다. 새 공격 코치 후보 0순위인 마이크 말론 코치가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닐이 골밑으로 몰아준 수비진의 헛점을 공략할 수 있는 '스트레치 파워포워드' 부재도 과제다. 지금까지 오닐과 좋은 호흡을 보인 파워포워드는 모두 중거리 슛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올랜도 시절의 호레이스 그랜트, 레이커스 시절의 그랜트와 로버트 오리, 마이애미 시절의 유도니스 하슬렘 등은 모두 오닐을 막느라 쏠린 수비진을 공략할 수 있는 중거리 슛을 지니고 있었다. 피닉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의 경우 뛰어난 중겨리 슛 능력이 있었지만 오닐과 공격 템포를 맞추는 데 실패하며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선발 파워포워드로 오닐과 함께 나올 앤더슨 바레장은 중거리슛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 물론 올 여름 FIBA 아메리카 선수권대회에서 괜찮은 슈팅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NBA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의 파워포워드 중 유일하게 중거리 슛을 갖췄던 조 스미스는 애틀랜타 호크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오닐이 확보해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이 필요하다.



작년 여름 조 스미스, 데이먼 존스라는 만기계약 카드로 모 윌리암스를 얻어왔던 페리 단장은 올 여름엔 월러스, 파블로비치 만기계약 카드로 오닐을 데려와 2연타석 홈런을 쳤다. 르브론이 사실상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 이번 시즌 오닐은 '반드시 우승' 모드인 클리블랜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We are all Witness(우리 모두 산 증인)'라는 모토 아래 르브론의 왕좌등극의 목격자가 되기를 기대했으나 지난 시즌 뜻을 이루지 못한 클리블랜드 팬들에게 오닐은 'Witness Protection(증인 보호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오프시즌 첫 움직임이자 최대 자산을 이용한 움직임이 오닐 영입이었다는 것은 이후 전력 강화 움직임이 오닐이라는 대전제 아래 이뤄질 것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다음 순서에서는 클리블랜드가 오닐 이후 FA로 영입한 선수들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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