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신혜지(네이버카페 져지매니아)
지난 9월 4일 훕시티에서 압둘 자바와 팀 하더웨이의 사인회가 있었다.
관계자분이 도와달라고 전화를 해 오셔서 나는 이 행사에 협찬담당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제시받은 특전이 괜찮았기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탈탈 털어 협찬 제품을 끌어들였다.
이 때만 해도 약속받았던 특전이 지켜질거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압둘자바 져지를(그것도 레어템을!)협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키 져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캔슬되었다.내가 잘 못 찾아서 협찬을 못한 게 아니냐는 분이 있을까 적어둔다. 압둘자바는 애초에 나이키 져지가 없다!!
특전이래야 사실 별것도 아니었다.
포토슈팅,현장에서 사인 받기,기념품..
현장에서 선수와 눈 마주치고 인사하며 사인을 받고싶었던 우리에게는 사진이며 기념품보다 남들보다 편하게 사인 받을 수 있겠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게다가 남들이라면 사인 받을 수 없는 나이키가 아닌 제품도 우리에게는 제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이키에서는 '히스토리 뮤지엄'을 만들어 선수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했고 그런 거라면 우리도 즐거울것같았다.
제품이 하나 둘 넘어가면서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사인받을 시간은 못 주겠고 번호표를 받아라, 기념품은 없다, 포토슈팅은 협찬품 없는사람은 빼자..
우기고 우겨 포토슈팅은 단체사진으로 전환했고 기념품 대신 티켓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시간을 좀 이르게 현장에 갔다. 순번표를 받으려 하는데 1번부터 표가 배부되어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물으니 그제서야 우리는 표를 받지 않아도 되는것으로 변경되었다고 통지해주었다. 후문에서 기다리라 하여 한참이나 대기하여 줄줄이 들어가 포토슈팅을 하였고, 바로 줄을 서 내가 1번으로 사인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선수들 앞에 가기 이전에 이미 선수들은 사인지에 사인을 하고 있었고 선수들 앞에 서자 미리 해 놓은 사인을 건네주었다.
준비한 사진을 내밀어볼 틈도 없었다.
40분에 150명 정도의 인원을 우겨넣어 사인을 하려 했기 때문인가. 팀 하더웨이도 압둘자바도 팬들과 눈 마주치며 악수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앞전에 내가 갔던 사인회, 특히 앨런 휴스턴의 공식 사인회와 비교해 정말 실망스러웠다.
이전의 경우는 눈 마주치고 인사하고 악수도 하고,선물을 건네거나 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선수들도 자신의 져지를 입고 오거나 재미있는 아이템을 가져오면 관심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이 날은 선수들의 그런 모습을 볼 틈이 없었다.
카드도 근 스무 장을 협찬했는데 이렇게 배치하여 카드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인받을 용품도 크게 제한되었다.
공,사진,져지,카드,20년이 넘은 레이커스 신발 등..
많은 팬들이 시간과 공을 들여 아이템을 준비했지만 사인을 받는 것은 오로지 사인지와 나이키 농구공으로 제한되었다. 지인이 선수에게 보여주고 싶어 준비한 희박한 확률의 카드는 보여줄 시간도 없었고 어떤 분이 사인받고싶어 꺼낸 카드는 에이전트에서 사인 끝날때까지 빼앗기도 했다.
심지어는 사인을 받기 위해 그자리에서 공을 구입하는 분도 있었다.
사인회가 끝나고 추첨이 있었다.
추첨은 번호표를 받은 사람만 해당했기때문에 협찬자들은 아예 논외가 되었고, 협찬이 모두 끝나고서도 약속한 티켓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인 중에 한 분이 가져오신 져지가 NBA아시아측에 들어간 것만 해도 다행이다.
[추가-그 지인의 져지는 NBA아시아측에 들어갔지만,사인은 받지 못했다. 경기장 외에서는 압둘자바 선수가 사인하기 싫어했고, 경기장에서는 가드가 막았다고 한다. 호텔에서 사인을 받으셨던데, 업무(?)적으로 사인하는 것을 싫어했던 것인지..]
사인도 옅었다; 플래그,스쿠터 커스텀 번호판 등 더 많은 재미있는 제품을 협찬해주셨는데 하나도 전시되지 않았다. 나이키가 아니기 때문인가. 나이키가 NBA에서 손 놓은지도 오래고 그리 많은 팀 제작하지도 않았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심지어는 하더웨이의 게임웜 상하세트도 거절당했다. 우리가 협찬한 모든 제품 잘 전시했으면 훕시티를 두 선수 물품으로 가득 채웠을테고 그렇게 되었으면 보는 사람도,선수들도 즐거웠을텐데..이래저래 아쉬움만 남은 행사였다.
급박했든 어쨌든 매니아층 홍보는 잘 되었던 덕에 사람은 많이 왔었다만 과연 이게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NBA문화는 정말 극히 매니아 문화이다. 하드락을 좋아하는 사람이 NBA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농구를 하는 남학생들도 TV로 보지도 않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 사람이 많다.
이정도의 매니아 문화를 메이저로 끌어 올리고자 한다면 우선은 매니아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메이저로 끌어올리려고만 하고 그렇게 해서 많은사람이 '알기'만 해서는 이도저도 되지 않는다.
'안다'와 '좋아한다'에는 큰 차이가 있고 그래서 일반 팬과 매니아가 구분되는 것이다.
매니아들은 굉장히 단순해서 작은 일에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그 작은 일이 이번 사인회에는 '선수와 눈을 마주쳐 인사하고,내가 준비한 물건에 사인 받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조던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었는데, 동양의 작은 나라.그것도 농구 인기가 바닥을 치는 한국에서 그 작은 일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것만을 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이키에,대행사에,NBA코리아에 그렇게 해 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쯤 되면 완벽하게 매니아를 의식하는 행사가 열릴 수 있을까.
이번 행사는 암담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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