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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필라델피아 76ers를 응원하는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두는 무엇일까?

루이스 윌리암스의 리딩 플레이어로써의 자질? 안드레 이궈달라의 슈팅 가드 전향 실패? 테디어스 영의 스몰 포워드 정착 여부? 물론 이런 주제들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이런 주제들보다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화두는 바로 엘튼 브랜드와 안드레 밀러의 공존 여부이다.

오프 시즌 브랜드를 영입하면서 필라델피아 팬들은 많은 기대를 하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비단 필라델피아 팬들 사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유수의 전문가들도 대부분 브랜드의 영입으로 인해서 필라델피아가 상위권으로 약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으며, 프리 시즌에 그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 드러나고 브랜드의 몸 상태가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라는 것이 증명되면서 그러한 예상들은 어느덧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28경기를 치른 현재 필라델피아의 순위는 동부 컨퍼런스 10위에 불과하며, 승률은 42.9%에 불과하다. 그리고 많은 팬들은 이런 결과가 온 이유로 이미 경질된 칙스 감독의 잘못된 벤치 멤버 운용, 이궈달라의 부진 등을 첫 손에 꼽고 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와 밀러의 부조화 가능성 또한 새로운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감독 경질 이후 지난 시즌 전술 포맷을 다시 사용하면서 3연승을 달린 것이 그러한 의문들이 대두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브랜드와 밀러는 공존하지 못하는 선수들인가. 또한 시즌 초반의 부진이 단순히 브랜드를 잘못 영입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는가.

필자는 이번 글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 한다.


브랜드 시너지의 부재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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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시즌만 하더라도 필라델피아 팬 들은 밀러와 브랜드가 코트에서 보여주던 시너지 효과로 인해서 고무되어 있었다.

이궈달라와 영을 필두로 한 외곽 자원들의 든든한 지원 속에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는 빛을 발하였으며, 이는 곧 팀의 전력 상승으로 이어졌다.(이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궈달라와 영의 외곽 지원이 활발했다는 것.)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가 가장 빛을 발한 경기는 10월 31일 뉴욕 닉스 전이었으며, 이 경기를 기점으로 하여 필라델피아 팬 들은 두 선수의 공존 가능성에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변하고 말았다.

역시 그 가장 큰 이유는 이궈달라의 부진이다. 프리시즌까지 40%의 3점 슛 성공률을 보여주던 이궈달라가 시즌 개막 이후 갑작스럽게 급격한 슬럼프를 보임에 따라 이궈달라와 영의 외곽 지원에 맞춰서 시즌을 준비하였던 브랜드와 밀러의 콤비 플레이 또한 큰 고비를 맞게 되었다.

프리 시즌에 브랜드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시도하였던 2-1 세트 공격 전술은 그 한축을 담당했었던 이궈달라의 슬럼프로 인해서(예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2-1 세트가 제 효용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로우 포스트 옵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확실한 외곽 자원이다. 지난 시즌까지 필라델피아에서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슈터인 카일 코버를 축으로 2-1 세트가 빛을 발하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효용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고, 더욱이 밀러마저 중거리 슛 난조로 인해서 외곽 득점 능력을 상실하면서 그 문제는 더욱 커지고 말았다.

결국 시즌 초반부터 오프 시즌 내내 준비했던 전술들이 예상외의 변수들로 인해서 모조리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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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와 브랜드가 오프 시즌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픽 앤 팝과 픽 앤 점퍼, 픽 앤 아이솔레이션은 모두 2-1 세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전술들의 근간이 되는 2-1 세트가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두 선수가 준비했던 수많은 콤비 플레이 또한 그 가치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이후 필라델피아의 공격 시스템은 완전히 그 방향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오프 시즌동안 칙스 감독이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2-1 세트와 4-1 세트를 혼합한 하프 코트 오펜스 시스템과 이궈달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트렌지션 오펜스 시스템의 결합은 하프 코트 오펜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2-1 세트가 무너지면서 시작부터 어긋나버리고 만 것이다.(트렌지션에서 밀러보다 이궈달라의 비중이 늘어났던 이유는 다소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밀러-브랜드의 비중이 컸어야 했고 이 때 밀러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트렌지션 오펜스는 이궈달라 중심으로 끌어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하프코트 오펜스 전술이 철저히 실패하면서 오히려 밀러가 속공에서도 지공에서도 제 자리를 못 찾고 표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물론 브랜드가 표류했음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2-1 세트가 무너지고 그로 인해서 브랜드가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사실상 필라델피아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시즌 초반부터 의도하지 않은(지난 시즌까지는 시도해본 적도 없는) 런 앤 건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되었고, 이것은 결국 시즌 초반 팀 운영의 실패와 성적 하락이 생기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시즌 초반부터 필라델피아는 브랜드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으며, 하프 코트 오펜스는 전혀 없는 어중간한 런 앤 건 팀이라는 평가까지 들어야 했다.

오프 시즌에 준비했던 수많은 전술 들이 그 축의 하나인 이궈달라의 붕괴로 인해 무너져버린 와중에 그에 대한 칙스 감독의 대응 또한 늦어버리면서 결국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만 것이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9승 14패를 기록한 이후 감독 경질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칙스 감독이 오프 시즌동안 전술을 잘못 준비한 것 때문이라기보다는 급작스러운 팀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부재와 잘못된 용병술 등으로 인해서 팀의 위기를 초래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칙스 감독의 이번 시즌 가장 큰 패착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그 것은 윌리암스와 윌리 그린을 동시 기용한 1쿼터 후반, 혹은 2쿼터 초반의 벤치 사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이궈달라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상황으로 인해서 팀컬러 자체가 어느 정도 트렌지션 오펜스에 맞춰진 상황이었다면, 첫 번째 벤치 멤버 기용은 안정적인 리딩 플레이어를 기용하면서 주전 멤버들이 만들어놓은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필라델피아는 1쿼터에 항상 상대팀보다 우월하거나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궈달라가 극도의 부진을 보임으로 인해서 브랜드 활용에 심각한 제약이 따르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러-이궈달라-영-브랜드-사무엘 달렘베어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업은 다소 런 앤 건으로 경기를 끌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대팀보다 우월하거나 대등한 경기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힘을 주었다. 하지만 윌리암스-그린의 동시 기용은 그러한 이점을 포기하게 만드는 악수였다.

밀러와 이궈달라가 노련하게 리딩을 하면서 경기력의 기복을 최소화했었던 주전 라인업과는 달리 윌리암스-그린의 라인업은 빠른 흐름 속에서 안정감을 유지할 수가 없는 라인업이었다.

확실한 스윙맨이 없는 필라델피아 라인업의 특성상 빠른 템포를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기복을 최소화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리딩 플레이어이다. 하지만 리딩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인 윌리암스-그린의 동시 기용은 극심한 기복과 더불어 안정감 상실이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겨 주었다.(필라델피아 경기 중 턴 오버가 가장 많이 나온 시간이 바로 이 두 선수가 동시 기용되었을 때이다. 거기에 두 선수의 동시 기용은 치명적인 스몰 라인업의 문제점까지 보이면서 수비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수 모두에서 안정감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결국 칙스 감독이 브랜드를 축으로 한 안정감 있는 하프 코트 오펜스를 주로 하리라 예상했던 주전 라인업에 맞추어서 준비했던 빠르고 돌파력이 뛰어난 벤치 라인업인 윌리암스-그린 라인업이 예상과는 달랐던 주전 라인업의 운용으로 인해서 오히려 팀에 독으로 작용하고 만 것이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역습을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런 앤 건을 사용한 상황에서 템포를 조절할 능력이 부족했던 윌리암스-그린의 동시 기용은 최대의 악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칙스 감독 경질의 가장 큰 이유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잠시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갔는데, 이쯤에서 다시 브랜드-밀러 콤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시종일관 빠르게만 흘러가던 런 앤 건 팀으로써의 변모로 인해서 브랜드는 그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더욱이 밀러-브랜드 콤비는 프리 시즌부터 철저히 하프코트 오펜스에 맞춰서 준비된 콤비였다. 그랬기에 두 선수의 부진은 더욱 크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팀컬러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치 못한 두 선수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두 선수가 심각하게 부진했다고 보기 보다는 팀 차원에서 두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러면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브랜드와 밀러는 공존이 가능할까?

그 답은 간단하다. 현재까지는 생각보다 잡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시즌 초반부터 계속적으로 악재가 겹치고 변수가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 시도해볼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의 비중은 현저히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팀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추는 횟수 또한 많았다. 하지만 이궈달라의 부진으로 인해서 시작된 미세한 균열은 두 선수 간의 리듬 차이로까지 이어지면서 투맨 게임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결국 두 선수의 투맨 게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분명히 칙스 감독 체재 아래에서 두 선수가 추구했던 투맨 게임은 공간 창출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가능성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두 선수의 스타일을 각기 분석하여 볼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그 것을 바탕으로 하여 비로소 두 선수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투맨 게임 조합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또한 그 가능성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 그것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상편이 끝났습니다.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밀러와 브랜드의 스타일 분석. 그리고 그 것을 통한 두 선수의 투맨 게임 활용 여부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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