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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승 12패. 필라델피아의 문제는 무엇인가. 어느덧 21경기를 치렀음에도 필라델피아 76ers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공격에 있다. 공격이 총체적으로 부진에 빠져있으며 이로 인해서 완벽한 수비를 보이고도 지는 경우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체 이렇게까지 공격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이 문제인지, 해결방법은 있는 것인지 알아보자.


고비를 넘을 힘이 없다! 너무 부족한 클러치 득점력

말 그대로이다. 항상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순간적으로 오는 고비를 이겨내는 힘이 없어서 상대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필라델피아 경기에서 상대팀이 10점 이상의 'Run'을 하는 것은 이제 흔한 경우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필라델피아는 한 경기 내에서도 경기력에 있어서 극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농구는 흐름을 자신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이끌어내는가가 정말 중요한 스포츠이다.

강팀이라면 모름지기 어느 순간에나 다시금 자신들에게 유리한 흐름을 끌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능력은 곧 팀의 안정된 전력과 연계 가능한 저력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현재 흐름을 가져오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게임 초반 흐름을 유리하게 끌어가고도 그 흐름을 유지하지 못해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1점차 승부가 이어질 때 승리를 가져오는 경우 또한 거의 없다.(하물며 5점차 내로 지고 있어도 역전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들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 경기력을 대변하는 것은 집중력이었다.

역습을 주 무기로 하는 팀임에도 수비력에 있어서 언제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면에는 바로 이 집중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는 백투백 승률이 50%를 넘는 팀이었다.(10승 9패)

더욱이 12월 이전까지 백투백에서 전패를 당했지만(4패), 12월 이후에는 무려 10승이나 거두면서 12월 이후로만 10승 5패를 기록할 정도로 백투백에 있어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백투백으로 인해서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은 그만큼 집중력과 승리를 이끌어내는 끈기가 대단했었다는 반증이며, 지난 시즌 후반기의 필라델피아가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 팀이었는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현재까지 백투백 승률이 28.5%에 그치고 있다.(2승 5패) 더욱이 12월 이후 백 투 백 경기에서는 전패를 당하면서 지난 시즌과 달리 12월에 들어섰음에도 경기력이 정상으로 올라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를 비롯하여 많은 선수들이 영입되었고, 더욱이 주전 라인업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초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바이지만 그 부진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부진의 해법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 경기 내에서도 기복이 극심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경기력은, 이 팀이 지난 시즌 집중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언제나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그 팀이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팀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그 것을 끊어내는 힘이 부족하고, 또한 점수 차가 나면 그 점수 차를 따라잡는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 필라델피아가 집중력이 살아있고 끈기 있는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물론 수비였다. 하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시 되었던 능력이 바로 클러치 득점력이다.

안드레 밀러의 활용도를 극도로 높인 것이 부진 탈출의 해법이 되었던 후반기. 밀러는 클러치 득점력에 있어서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안드레 밀러의 재조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단했던 활약의 이면에는 정확한 중거리 슛이 있었다.

밀러는 데뷔 초창기부터 리딩 플레이어로써 주목을 받은 포인트 가드이다. 하지만 그가 뛰어난 리딩 능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가 확실한 자신만의 득점 무기가 없었던 점이 컸다.

일류 포인트 가드들이 가지고 있는 그 것. 특히 일류 리딩 플레이어로써 꼭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그것. 클러치 득점력이 밀러는 부족했던 것이다. 실제로 일류 포인트 가드로써 인정받기 위해서 이러한 클러치 득점력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일류 포인트 가드의 대부분이 리딩 가드임을 감안할 때, 팀 내에서 가장 볼을 많이 소유하고 경기 흐름을 주관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임은 당연한 것이고, 그들이 그러한 임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확실한 클러치 득점 능력 또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차세대 대표 포인트 가드들인 크리스 폴이 2년차에 비로소 리그 정상급 포인트 가드로 올라선 이면에 중거리 슛과 3점 슛의 발전이 있었던 점이라든 지, 데론 윌리암스가 크로스 오버에 이은 위력적인 중거리 슛으로 각광받고 있는 점 또한 이러한 요소와 무관하지 않을 정도로 포인트 가드의 능력으로써 클러치 득점 능력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지난 시즌 밀러가 리딩 가드로써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바로 정확한 중거리 슛이 가장 큰 위치를 차지했었다. 기본적으로 돌파 능력과 패싱 능력이 좋은 선수였음에도 지난 시즌 이전까지는 일류급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3점 슛 능력이 부족하고, 미들 포스트 이후로는 득점하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하여 밀러는 일류급 선수로 재조명받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중거리 슛의 안정화였다. 상체를 다소 앞으로 숙이던 버릇이 있었던 그의 슈팅 자세가 바르게 교정이 되면서 슈팅 적중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던 것이다.

중거리 슛이 안정되면서 그의 플레이에서는 기복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는 안정된 리딩 플레이어로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필드골 성공률 : 49.2%, 커리어 하이)

중거리 슛이 안정화된 것은 그에게 여러 가지 이점을 가져다주었는데, 일단 그의 공격 옵션에 중거리 슛이 포함되면서 수비수들이 그를 막기 위해 수비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게 되었고, 외곽에서도 더블팀을 유도할 수 있게 되면서 그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패스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돌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지는 여러 가지 연쇄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에 더불어 클러치 득점력 또한 높아지면서 그는 어느덧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클러치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가 되었다. 더욱이 그의 리딩 능력은 이런 것들에 의한 연쇄효과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하여 팀이 항상 안정된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까지 각광받았던 중거리 슛 능력이 상당부분 감퇴된 듯 보인다. 필드골 성공률은 커리어 2번째로 낮은 수치인 43.5%에 그치고 있으며, 이런 수치는 그를 막는 선수들이 수비 범위를 골밑으로 타이트하게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즉, 패스를 할 만한 공간이 지난 시즌에 비해서 줄어들었으며, 돌파 또한 막히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지난 시즌 팀을 고비에서 무수히 구해주었던 중거리 슛이 사라지면서, 팀이 전체적으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의 슈팅 자세에서 가장 안 좋은 버릇은 상체가 앞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이것을 교정하는 데 성공하면서 놀라울 정도의 정확도를 가진 중거리 슛을 보여줄 수 있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다시 상체가 앞으로 쏠림으로 인해서 슈팅 정확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런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그의 주 무기 중 하나였던 포스트 업 또한 그 위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지난 시즌 포스트 업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정확했던 턴 어라운드 슛의 존재가 컸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중거리 슛이 흔들리면서 턴 어라운드 슛마저 정확함을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서 포스트 업마저 그 위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시즌 초반, 밀러가 부진한 원인은 안드레 이궈달라의 극심한 슬럼프로 인한 연쇄 효과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즉, 이궈달라가 슈팅 컨디션이 안 좋음으로 인해서 리딩에만 집중하면서, 오히려 밀러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궈달라의 컨디션이 다소나마 살아나고 있고, 팀의 중심이 밀러에게로 옮겨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밀러의 슈팅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은 차후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날 확률이 높다.

현재 멤버 들 중에서 가장 클러치 득점력이 좋은 선수는 역시 엘튼 브랜드이다. 하지만 외곽에서 가드들이 부진함에 따라 그에게 가해지는 수비 압박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것은 팀 공격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그나마 외곽에서 힘을 내주던 영마저 근래 컨디션이 하락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최근 두경기 8.5점 득점, 평균 득점_ 16점->13.6점으로 하락) 거기에 여전히 이궈달라는 슈팅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3점 성공률 25.5%)

이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해결책은 밀러가 제 컨디션을 찾는 일이다.

이미 이궈달라의 슈팅 자세는 단시일 내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으며(매 경기마다 슈팅 자세가 바뀌고 있다. 특히 풀업 점퍼 상황과 캐치 앤 슛 상황에서의 자세가 현격히 차이가 나며, 상-하체가 완전히 따로 놀아서 타점까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은 부담감을 버리고 몸의 경직부터 풀어주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영은 이제 2년차에 불과해 이런 슬럼프를 극복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팀 내 최고 베테랑 중 한 명이며, 리딩 플레이어인 밀러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밀러의 경우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슈팅 폼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즉 본인이 자각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원 컨디션을 회복할 여지가 있다.)

밀러가 살아나면, 클러치 득점력도 살아날 것이고 덩달아 흐름을 유지하는 능력도 많이 좋아질 것이다.

리딩 플레이어이면서 클러치 득점원인 밀러의 부활을 염원하는 이유이다.

이번 글 또한 시리즈물로 구성하였습니다. 1부에서는 클러치 득점력 빈곤에 대해서 논해 보았습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구심점없는 공격 전개에 대해서 논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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