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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대를 찬란하게 보낸 이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레이커스가 새 왕조 건설의 기반을 다지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절대 이익이라고 해도 다름없는 파우 가솔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파죽지세로 달리고 있는 레이커스가 과연 그들의 바람대로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LA 레이커스 베스트 5
C_ 파우 가솔
PF_ 라마 오돔
SF_ 블라디미르 라드마노비치
SG_ 코비 브라이언트
PG_ 데릭 피셔
식스맨_ 조덤 파머, 로니 튜리아프, 샤샤 부야치치, 루크 월튼
키 식스맨_ 특별한 선정이 무의미
* 앤드류 바이넘, 트레버 아리자, 크리스 밈 등 부상 중인 선수들은 제외.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가솔은 레이커스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플레이오프 컨텐더 팀을 우승 후보 팀으로 격상시켰으니 전혀 과장된 말도 아니다. 기존의 코비, 오돔, 그리고 부상 중인 바이넘에 가솔의 가세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레이커스는 찾고 있던 퍼즐을 이제야 찾은 듯,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골밑에서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던 바이넘의 공백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레이커스의 조직력은 가솔에 의해 한층 두꺼워졌다. 샤킬 오닐 이후 최고의 빅맨을 파트너로 맞은 코비 역시 강력한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며 최근 몇 년간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가솔이 가져다 준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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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솔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정말 감탄할 정도로 레이커스와 환상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가솔은 팀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시너지 효과가 비단 코비와의 내, 외곽 조화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커스는 가솔이 합류한 이후로 전혀 다른 차원의 농구를 구사하고 있다.

서서히 팀이 궤도에 오르는 과정에 가솔을 데려옴으로서 팀이 더욱 짜임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페인트 존 밖에서도 얼마든지 플레이가 가능한 가솔은 로테이션에 유연성을 더해줬고, 팀에 다양성을 불어 넣어줬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팀 오펜스에 대한 개념을 체득했기 때문에 가솔이 무리하게 공격을 풀어갈 필요가 없었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해를 거듭하면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가고 있는 시점에 가솔이 가세하게 된 점도 호재였다. 그동안의 연습과 경험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히려 "레이커스 선수들이 가솔에 너무 훌륭히 잘 적응하고 있다" 라는 표현이 알맞을 만큼 주전, 벤치 멤버 할 것 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이미 바이넘의 괄목할 만 한 성장을 통해 경기에서 어떻게 빅맨을 이용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선수들에게 바이넘보다 활동 반경이 넓고, 패싱력이 더 좋고, 픽 앤 팝까지 가능한 가솔은 학습 효과를 키우는 데 더없이 좋은 교사였다.


훨씬 자유로워진 오돔과 월튼

가솔의 영입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선수는 오돔과 월튼이다. 코비-가솔 콤비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오돔은 이 전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 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월튼 역시 식스맨 보직이 확실해지면서 출장시간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존재감은 변함이 없다.

월튼이 벤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큰 편이다. 가솔의 존재와는 별개로 이미 정평이 난 코트 비전은 프리 오펜스든 팀 오펜스든 간에 유효하기 때문이다. 패스의 영역이 따로 제한이 없는 월튼의 능력이 마무리가 출중한 가솔을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직접 공격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득점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해줄 수 있기에 레이커스의 경기 운영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월튼의 뛰어난 플레이 메이킹 감각이 여타 선수들로 하여금 본연의 포지션에서 보다 다양한 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게 한 점도 잊어선 안 된다.


피셔-파머-부야치치로 이어지는 신구 조화

언젠가 토론토 랩터스의 샘 미첼 감독은 TJ 포드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정상급 활약을 펼쳐준 호세 칼데론을 두고 "우리는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 조합을 자랑하는 팀이다" 라고 자랑삼아 말한 적이 있다. 비록 네임벨류는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레이커스의 포인트가드진도 조합 면에선 뒤떨어질 것이 없다.

레이커스 형편에 빠삭한 피셔를 비롯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파머, 부야치치 라인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딸의 치료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레이커스로 오게 된 피셔는 녹슬지 않은 노련미를 과시하며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고, 파머와 부야치치도 나날이 향상된 기량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수는 없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안정감을 높

여주고 있다. 이렇다 할 주도권 다툼 없이 팀플레이에만 집중하는 자세는 본인들 뿐 아니라 동료에게까지 더 많은 플레이를 생산시키게 했다. 공 소유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기회를 만드는 플레이를 기초로 둔 점은 어느 선수와 코트에 있어도 쉽게 융화되게 하였다. 또한 세 선수 모두 리딩과 외곽슛에 고루 능해 투 가드 운용에도 별다른 어려움을 주지 않았다.


새로운 발견, 튜리아프


팀의 기대대로 잠재력을 폭발한 바이넘의 활약은 레이커스가 가야 할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해주었다. 바이넘은 서로 손발이 잘 맞아가기까지 밑거름을 제공해준 인물이었다. 하지만, 레이커스의 변화는 가솔 영입 전, 후로 나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가솔이 팀에 준 임팩트는 급진적이었고, 지배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것에 대한 방증으로 선수들은 매 공격마다 패스의 향연을 보여주면서 놀라운 조직력을 과시했다. 때에 따라서 코비가 1 대 1 공격으로 직접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모든 플레이가 팀플레이의 경계를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특별히 키 식스맨을 선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연관성에 무게를 두는 플레이를 우선시하여 모두가 키 식스맨에 근접할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쳐주었기 때문이다.

그 중 간과해서는 안 될 선수가 바로 튜리아프다. 허슬, 리바운드, 수비에 국한되었던 생동감이 다른 능력에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동료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중거리 슛이 많이 다듬어지면서 튜리아프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레이커스가 전개하는 공격의 한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로버트 호리가 지나치게 각인된 승부사 이미지 때문에 수비나 패싱력 등의 다른 능력이 가려지는 것처럼 튜리아프도 데뷔 때부터 줄곧 이어져 온 '에너자이저' 이미지로 인해 다양한 재능이 묵인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낼 레이커스의 베스트 5

부상의 정도가 생각보다 심해 정규 시즌이 끝나야 복귀가 가능할 것 같았던 바이넘이 빠르면 3월 말이나 4월 초쯤에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레이커스로선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기 전에 미리 바이넘의 컨디션을 점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가솔 영입 이후 처음으로 레이커스의 베스트 5를 볼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최상의 라인업으로 상대와 마주하게 될 레이커스의 위용이 어떨 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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