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트레이드'에 대하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팬들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아마도 ‘가상 트레이드’ 일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는 대개의 경우 어느 정도는 아쉬운 부분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부족한 부분을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통해 채워나가는 것은 확실히 즐거운 상상임에 틀림없다. FM 시리즈의 높은 인기는 그러한 가상 트레이드의 매력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NBA 팬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많은 사이트나 팬포럼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상트레이드 글이고, 해당되는 팀의 팬들끼리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광경도 심심치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또한, 토론을 넘어서 넷상의 논쟁, 나아가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이 ‘가상 트레이드’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팬의 마음이라는 것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유리한 시나리오를 생각하게 되게 마련이고 그러한 점이 트레이드 상대로 지목된 팀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괘씸한’ 내용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논쟁이 두려워 가상 트레이드에 대한 언급을 포기한다면 NBA팬으로서의 즐거움은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 (타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 팀의 선수 숫자가 적고 선수 한 명 한 명이 경기내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다 할 수 있는 농구는 가상트레이드가 가장 활발한 종목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건전한 토론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상 트레이드 시나리오를 짤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필자가 생각하는 바를 간략히 적어 보고자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대적으로 상대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

기본적으로 가상 트레이드라는 것의 취지는 ‘자신의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기 위한 트레이드’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내주는 카드는 최소화하고 얻어오는 것은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기울게 된다.

 첫째로, 이러한 ‘상인의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철저하게 상대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라. 상대팀에 대한 배려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칠 염려는 없다. 아무리 상대를 배려한다 해도 ‘팬심’이란 절대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손해가 될 시나리오는 생각해 내지 못한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루키나 유망주는 될 수 있으면 카드에서 제외하라

 ‘루키는 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평가되거나 둘 중의 하나다.’라는 속설이 있다. 극단적이지만, 대개의 경우 이 말은 들어맞을 때가 많다. 특히 특정 유망주에 대한 타 팀 팬들의 시각과 소속팀 팬들의 시각 간에는 거의 광년 단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일례로, 필자는 얼마 전에 미네소타와 뉴져지 간의 가상 트레이드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번 시즌들어 부진에 빠져있는 라샤드 맥칸츠와 뉴져지에서 출장시간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션 윌리엄스를 교환하는 것이 트레이드의 골자였는데, 필자는 여기에 뉴져지의 2라운더 루키 크리스 더글러스 로버츠 (일명 CDR)를 +@의 형식으로 포함시켰었다. 멤피스 대학시절부터 지적되어왔던 극악의 볼호그 기질, 가드로서는 부족한 볼핸들링, 발전이 보이지 않는 수비…뉴져지 팬들이 그를 내주는데는 큰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필자의 제안에 뉴져지 팬들의 대답은, ‘맥칸츠와 션 윌리엄스의 교환은 괜찮지만 CDR은 못 준다’ 였다. 그들은 CDR의 벤치 득점원으로서의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망주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팬들마다 천차만별이다. 자신에게는 아기고양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선수가 다른 누군가 에게는 밀림의 왕자 레오 일 수도 있다.


트레이드 시나리오를 뒷받침할 자료를 충분히, 명확히 제시하라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지만 의외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A선수와 B선수의 트레이드 –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러한 글은, 해당 팀 팬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할 뿐 그 어떤 건전한 토론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가상 트레이드 글을 쓰는 목적 자체가 보다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에 관해 생산적인 의견을 나누는 데 있는 만큼, 자신의 생각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충분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가상 트레이드를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실현 가능한 트레이드인지 꼭 확인하라

아무리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실현 불가능한 트레이드는 비웃음을 살 수 밖에 없다. NBA의 트레이드 조항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제한규정이 있고,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골수팬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규정을 모두 꿰뚫고 있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이러한 가상 트레이드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한지 테스트해볼 수 있는 간단한 도구들을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ESPN의 ‘Trade Machine’과 RealGM의 ‘Trade checker’를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트레이드의 실현 가능성 여부는 물론이고 트레이드에 연관된 팀들의 기록상의 변화, 뎁스차트 변화 등의 관련자료도 얻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뛰어(www.ddueh.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