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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도 예외없는 '비정규직 설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6. 22:38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인 NBA에도 '비정규직'은 존재한다. 비보장 계약 선수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보장 계약이란 연봉 전액 또는 일부분의 지급이 보장되어있지 않은 계약으로, 이 계약을 맺은 선수는 시즌 도중 방출돼도 잔여 연봉을 받을 수 없다. 선수에게 크게 불리한 계약이지만 NBA 선수로 뛰는 것은 큰 기회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비보장 계약을 감수한다.
NBA의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이들 비보장 계약 선수들에겐 크리스마스와도 같은 시기가 찾아왔다. 비보장 계약 선수의 보장 계약 전환일이다. 리그 규정상 비보장 계약 선수는 매년 1월 10일(이하 현지시각) 이후 팀에 남아있을 경우 계약이 자동적으로 보장 계약으로 전환된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바뀌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올해는 1월 10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이번주 마지막 업무일인 8일이 보장 계약 전환일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는 가장 많은 비보장 계약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장 계약 전환일 이후 연봉부담을 꺼리는 구단이 필요없는 비보장 계약 선수를 방출하는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재정 문제를 겪고 있는 많은 구단이 비보장 계약 선수의 방출을 통해 연봉 부담을 해결하려 하면서 '정규직 전환 직전 계약 해지'를 겪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방출 공시 기간이 48시간이므로, 6일부터 8일까지의 시간은 비보장 계약 선수에겐 가장 마음졸이는 시간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방출 뉴스의 포문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6일 베테랑 파워포워드 마이키 무어를 웨이브한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보스턴에서 뛰었던 무어는 작년 여름 계약 종료 후 골든스테이트와 비보장 계약을 맺었으나 새 팀을 알아봐야 할 처지가 됐다.
밀워키 벅스는 장신 포인트가드 로코 유키치를 방출했다. 지난 시즌까지 토론토에서 뛰다 트레이드로 밀워키에 합류했던 유키치는 '무서운 신인' 브랜든 제닝스에 가려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스스로 방출을 요청했다. 유키치는 터키 리그에서 뛰게 될 예정이다.
토론토 랩터스에서는 포워드 팝스 멘사-봉수가 짐을 쌌다. 지난 시즌에만 세 번이나 팀을 옮겼던 멘사-봉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두 번째로 비보장 계약을 맺었지만 보장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토론토는 멘사-봉수와 '10일 계약'을 체결해 한 번 더 기회를 줄 전망이다. '10일 계약' 선수는 글자그대로 열흘간만 계약하는 단기계약직을 말한다.
한편 애틀랜타는 2년차 포워드 오델로 헌터를 방출했다. 역시 비보장 계약 선수였다.
보장 계약 전환에 성공하며 한숨 돌린 선수도 있다. 시즌 초반 은퇴를 선언했다 친정팀 필라델피아 76 서스로 복귀하는 등 화제의 주인공이 됐던 앨런 아이버슨은 6일 구단으로부터 잔여 시즌 계약 보장 통보를 받았다. 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 히트)에 이어 동부 컨퍼런스 올스타 투표 2위를 달리며 생애 11번째 올스타전 출전이 유력한 아이버슨에겐 경사가 겹친 셈이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는 등록 선수 15명 중 4명이 비보장 계약 선수다. 시즌 중 전력강화 움직임이 예상되고 있는 클리블랜드인 만큼 이들 비보장 계약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일지가 관심거리다. 유능한 선수를 지니고 있지만 재정 부담으로 비보장 계약 선수를 원하는 팀과 트레이드를 할 수도 있고 FA 영입을 위해 현재 꽉 차있는 자리를 비보장 선수의 방출로 비울 수도 있는 것이다. 덴버 너게츠 조지 칼 감독의 아들인 코비 칼이 '해고 대상 1순위'로 예상되는 가운데, 클리블랜드는 금요일 덴버 원정 경기를 치른다.
NBA 선수 자격이 위태롭지만 비보장 계약 선수들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라는 말을 여러 번 실감해왔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의 비보장 계약 선수인 자와드 윌리암스가 지역지 플레인 딜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이들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 이런 일을 많이 겪어왔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면, 금방 극복하고 (클리블랜드가 아닌)다른 곳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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