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의 미래, 힉슨을 보라
최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경기 기록지를 본 팬은 고개를 갸웃할 지도 모른다. 선발 파워포워드 자리에 낯선 이름이 올라와있기 때문이다.
J.J. 힉슨. 2008년 드래프트 19순위로 클리블랜드에 입단한 2년차 선수다. 힉슨은 지난 6일 뉴욕 원정경기부터 8경기 연속 선발출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 경험 부족과 부상으로 출장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던 힉슨이 지난 여름 거액의 장기 연장계약을 맺은 앤더슨 바레장에 앞서 선발 출장하고 있는 것이다.
힉슨의 이름을 보고 놀란 팬들은 이 2년차 포워드의 기록을 보고 한 번 더 놀랄 수도 있다. 힉슨은 선발 출장한 8경기에서 평균 28분간 코트를 누비며 13.6득점과 4.6리바운드를 올리고 있다. 야투율은 무려 66.7%에 달한다. 평균 13.6득점은 2004-2005 시즌 드류 구든(14.4득점) 이후 클리블랜드의 선발 파워포워드가 올린 가장 많은 평균득점이다. 12일 마이애미 원정에서 18득점을 올리며 개인통산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세운 힉슨은 유타전에서는 20득점, 그리고 골든스테이트전에서는 9개의 야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21득점을 올려 3경기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아이팟에 좋아하는 노래를 30GB나 채워 다니고 쉬는 시간에는 PS3 게임을 즐기는 이 '농구소년'의 선전에 클리블랜드 코칭스태프도 크게 고무됐다. 신인급 선수를 쓰지 않기로 유명한 마이크 브라운 감독은 힉슨의 최근 활약에 대해 '힉슨은 신뢰에 100% 부응하고 있다'며 '계속 이렇게 뛰어준다면 출장시간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들어온 여러 건의 트레이드 요청을 모두 거절해가며 힉슨을 지킨 대니 페리 단장의 믿음이 보답받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많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힉슨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몇 달 전만 해도 힉슨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활약은커녕 조금이라도 가치가 높을 때 트레이드하라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시즌 미처 준비되지 않은 선수에게 쏟아졌던 기대가 모두 실망으로 바뀌어있었기 때문이다.
미운 오리새끼
시련의 시작은 지난 2월 펼쳐진 레이커스와의 정규시즌 홈경기였다. 전국방송으로 중계된 이 경기는 클리블랜드에게 여러 모로 큰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 르브론 제임스와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리그의 양대 아이콘간의 시즌 마지막 대결이었고, 마침 이들은 '농구의 메카'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번갈아가며 대활약을 펼친 직후였다. 양팀의 대결은 동-서부 최고 수준 팀간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주전 센터 지드루너스 일가우스카스 없이 치른 1월 원정경기에서 완패한 클리블랜드는 시즌 23전승을 기록중이던 홈에서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반에만 61득점을 올린 클리블랜드는 레이커스에 10점을 앞선 채로 후반을 맞았다. 이대로라면 홈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통쾌한 설욕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가우스카스와 벤 월러스가 번갈아 결장한 열흘 동안 평균 9.7득점과 5리바운드로 맹활약하고 있었던 힉슨 역시 승리를 확신하며 코트에 들어섰다.
하지만 바로 그때 재앙이 일어났다. 레이커스의 라마 오덤이 3쿼터에 힉슨을 완벽히 농락한 것이다. 힉슨보다 신장이 크고 노련한 오덤은 힉슨의 머리 위로 리바운드를 쓸어담으며 3쿼터에만 15점을 올렸다. 그동안 역전을 허용한 클리블랜드는 다시 경기를 뒤집지 못했고, 이날 28득점 17리바운드를 올린 오덤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힉슨이 보인 최악의 모습은 브라운 감독과 팬들을 동시에 분노시켰다. 브라운 감독은 그날 이후 가비지 타임 외에는 힉슨을 출장시키지 않았다. 페리 단장이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당시 피닉스 선즈 선수였던 샤킬 오닐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결렬시킨 이유가 힉슨을 내주기 싫어서였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은 일제히 페리 단장을 맹비난했다. 물론 힉슨의 부주의한 수비와 박스아웃 부재가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분명했지만, 당시 힉슨에게 쏟아진 비난은 갓 스무 살이 된 신인 선수에게 가해진 것 치고는 다소 심한 것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찾아왔다. 3월 들어 허리에 통증을 느꼈지만 참고 계속 뛴 게 화근이었다. 4월 들어 통증이 심해진 힉슨은 결국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플레이오프가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당초 예상보다 회복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인 선수에겐 중요한 기회인 서머리그와 빅맨 서머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힉슨의 최대 강점은 폭발적인 운동능력이었기 때문에, 그가 달리거나 뛰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팬들을 걱정시켰다.
여름 내내 전력 강화에 전념했던 페리 단장은 2008년 보스턴 우승 주역 중 하나였던 리온 포우를 영입했다. 바레장 재계약에도 불구하고 다른 포지션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던 파워포워드진을 보강하기 위한 영입이었다. 골밑 중심의 공격을 펼치는 포우는 힉슨과 상당 부분 역할이 겹치는 선수였고, 힉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새 시즌이 시작된 뒤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전력에 도움이 될 선수와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로 힉슨을 원하는 팀들의 트레이드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스스로 '바늘 끝에 서있는 기분'이라 평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힉슨을 건져낸 것은 페리 단장과 팀 리더 르브론 제임스였다.
힉슨의 멘토, 페리와 르브론
페리 단장은 힉슨이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신입생이던 2007년부터 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대학 입학 전 미국의 청소년 유망주들이 모여 치르는 맥도널드 올 어메리카 게임에서 마이클 비즐리와 케빈 러브를 상대로 준수한 경기를 펼쳤고, 1년 뒤에는 노스캐롤라이나, 듀크 등 농구 명문대학이 즐비한 ACC 컨퍼런스에서 신입생 베스트 5에 뽑혔기 때문이다. 비록 소속팀 전력이 약해 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많은 스카우트들이 NBA 드래프트에 나온 힉슨을 주목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농구실력 못지 않게 인성을 중시하는 페리 단장은 힉슨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2008년 5월 클리블랜드의 신인 워크아웃에 힉슨을 초대한 페리 단장은 그가 연습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한 후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페리 단장이 만나본 힉슨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태도와 농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가진 젊은이였다. 페리 단장은 힉슨에게 첫눈에 반했다. 힉슨을 본 뒤 향후 워크아웃 일정을 모두 취소했을 정도였다. 힉슨은 2008년 드래프트에서 19순위 지명권을 가진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
클리블랜드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었기 때문에 신인인 힉슨에게 충분한 출장 기회를 주지 못했다. 파워포워드 자리에는 수비왕 4회에 빛나는 베테랑 벤 월러스가 있었고 벤치에는 팀 수비의 핵심 선수인 바레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클리블랜드는 힉슨을 뽑은 뒤에도 캔사스 대학 출신 파워포워드 대럴 잭슨을 뽑았기 때문에, 힉슨은 동기 잭슨과도 경쟁해야 했다.
높은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던 힉슨에게 시즌 내내 트레이드 요청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페리 단장은 그 모든 요청을 단호히 거부했다. 힉슨은 2010년 르브론이 재계약한 뒤 함께 전성기를 맞게 할 페리 단장의 야심작이었기 때문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힉슨에게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NBA 선수로 키워갈 작정이었던 것이다. 페리 단장은 여름 내내 밀려든 트레이드 소문에도 불구하고 힉슨은 트레이드 불가 선수임을 분명히 했다. 페리 단장의 뚝심이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신인을 지탱해준 것이다.
르브론 역시 힉슨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간신히 허리 부상에서 회복한 힉슨은 당초 참가하기로 되어 있던 빅맨 캠프 일정이 모두 취소되면서 스케줄이 붕 떠있었다. 바로 그때 힉슨을 찾은 것이 르브론이었다. 여름 내내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홍보와 나이키 세계 홍보 투어로 바쁜 시간을 보냈던 르브론은 일정 중간에 비어있던 일주일을 힉슨과 함께 보냈다. 르브론은 힉슨과 손발을 맞추며 힉슨이 자신과 미래를 함께 할 선수임을 말해줬고, 신인 시즌의 부진과 부상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어린 선수에게 다른 선수도 아닌 르브론의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클리블랜드에서 르브론의 위상은 여느 팀의 리더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현 구단주 댄 길버트는 2005년 오직 르브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단을 매입했고 구단 역사상 유례가 없는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페리 단장이 트레이드나 FA 계약 등을 할 때는 르브론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2008년 대니얼 깁슨 재계약과 얼마 전 스테판 잭슨 트레이드 시도 등에도 르브론의 의향이 크게 작용했다. 르브론은 일가우스카스나 모 윌리암스 등과 함께 브라운 감독의 작전 수립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르브론의 팀' 클리블랜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르브론의 지지를 얻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르브론이 힉슨과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은 르브론이 힉슨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때까지 들끓던 힉슨 트레이드 루머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을 찾은 힉슨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갔다. 새로 영입한 오닐과 뛰는 것에 대비해 중거리 슛을 장착했고 지난 시즌 내내 지적받은 수비 위치 선정과 박스아웃 기술도 향상시켰다.
9월 트레이닝 캠프에 나타난 힉슨은 기자들에게 '이번 시즌은 훨씬 편안한 상태로 임할 수 있다. 제 진면목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괄목상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힉슨이었지만 날아오르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딜론테 웨스트의 팀 이탈, 선수들의 집단 독감 등 여러 악재로 인해 자신이 구상한 것들을 시험해보지 못한 브라운 감독은 정규시즌 초반을 시험기간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오닐과 바레장을 선발 빅맨진으로 기용한 브라운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두고 점검한 작전은 2쿼터에 오닐과 일가우스카스를 한꺼번에 기용하는 '트윈 타워'였다. 1쿼터 중반에 오닐과 일가우스카스를 교체한 뒤 2쿼터 들어 바레장과 오닐을 교체해 2쿼터 초반 4~5분간 트윈타워를 가동했다.
트윈 타워는 르브론이 휴식을 취하는 2쿼터 초반 골밑 장악을 통해 분위기를 장악하고 파우 가솔-앤드루 바이넘의 레이커스 등 장신 두 명을 가동하는 팀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브라운 감독은 시즌 초반 6경기와 11일 올랜도전 등에서 꾸준히 트윈타워를 가동했다. 트윈 타워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드러냈지만, 힉슨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자신이 뛰어야 할 2쿼터 초반에 트윈타워가 가동되면서 자신의 출장 기회가 날아가버린 것이다. 경기당 6분여의 출장시간으로는 전혀 리듬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경기당 11.4분)보다도 출장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전혀 활약하지 못했다.
또다시 절망 속에 빠질 무렵, 마침내 트윈타워 실험을 끝낸 브라운 감독이 두 번째 실험에 들어갔다. 6일 뉴욕전부터 힉슨을 선발로 기용한 것이다. 힉슨도 경기 시작 직전에야 통보받았을 정도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브라운 감독은 힉슨을 선발로 기용하면서 지난 플레이오프 주전 콤비였던 바레장과 일가우스카스를 벤치에서 함께 출격시켜 전력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혼자서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해 코트 리더의 영향력에 활약도가 크게 좌우되는 힉슨을 팀내 최고의 리딩 능력을 지닌 르브론과 뛰게 함으로써 그 활용도를 높이려 했다.
브라운 감독의 구상은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른 힉슨은 르브론의 속공 파트너로 뛰며 13분 동안 6득점을 올려 가능성을 보였다. 뉴욕 수비진은 르브론이 힉슨과 함께 구사하는 속공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힉슨은 야투 4개 중 3개를 성공시켰다.
다음 경기인 올랜도전에도 선발 출장한 힉슨은 올랜도가 야심차게 영입한 브랜든 배스를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이며 9득점 6리바운드를 올렸다. 3쿼터 초반 올랜도가 가동한 드와이트 하워드-마친 고탓 트윈 타워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치르며 자신감을 쌓은 힉슨은 이후 세 경기 연속으로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깨는 기염을 토했다.
신장(206cm) 대비 최고 수준의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힉슨이 만들어내는 득점의 대부분은 컷인에 의한 덩크나 레이업이다. 르브론이란 최고의 공격무기를 막아내야 하는 상대팀 수비진은 르브론이 볼을 쥐고 있을 때 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고, 반대쪽에 있는 힉슨은 그냥 골밑으로 뛰어드는 것만으로도 득점 찬스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힉슨이 60%가 넘는 야투율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약점이 킥아웃에 비해 비중이 낮은 컷인플레이였기 때문에, 르브론이나 윌리암스 등은 힉슨의 활약을 크게 기뻐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경기가 지난 14일 펼쳐진 유타전이다. 당시 르브론은 자신의 공격은 극도로 자제하고 힉슨에게 패스를 몰아줬다. 3쿼터에는 7번의 공격을 하는 동안 모두 힉슨에게만 패스하기도 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슛(야투 13회, 자유투 7회)를 을 던진 힉슨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냉혹한 조련사처럼 힉슨의 모든 능력을 끌어냈다. 다른 동료들도 기회가 날 때마다 힉슨에게 패스를 넣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힉슨은 선배들의 뒷받침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골든스테이트전에서 21득점을 올린 후 '선배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나를 믿고 계속해서 패스를 주고 있기 때문에 그냥 받아서 잘 넣기만 하면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힉슨은 컷인뿐아니라 르브론과의 2:2 플레이를 통해 골밑으로 쇄도하거나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등 공격 경로를 넓혀가고 있다.
도전을 즐기는 '영 건'
물론 힉슨 선발기용에는 부작용도 있다. 향상된 공격력에 비해 아직 박스아웃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리바운드 능력이 감소된 것이다. 지난 시즌 리바운드 마진 리그 3위(+3.3개)를 기록했던 클리블랜드는 힉슨이 선발출장한 8경기 중 5경기에서 리바운드 열세를 겪으며 시즌 평균 리바운드 마진 -0.6개(리그 19위)에 그치고 있다. 중거리 슛과 볼핸들링에 능한 빅맨에 대한 대응능력도 떨어져서, 18일 워싱턴전에서는 앤트완 제이미슨에게 농락당하며 경기 내내 파울트러블로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들이 힉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이제 고작 8번째 선발출장하고 있는 2년차 선수에게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운 감독은 '힉슨이 지금 당장 올스타처럼 활약하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실수할 수 있고 거기서 뭔가 배울 수 있다면 만족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며 신뢰를 보였고, 르브론 역시 '신인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나도 신인 시절 많은 실수를 했다. 그리고 신인의 실수를 받쳐주기 위해 있는 것이 베테랑'이라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힉슨에겐 앞으로 커다란 도전이 남아있다. 2월에 포우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것이다. 포우가 부상 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플레이오프 로테이션 합류를 노리는 힉슨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팀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벤치에서 양복을 입고 구경해야 했던 힉슨이기에 포우 복귀 전 자신의 입지를 다져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힉슨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팀에서 르브론과 함께 가장 오랜 시간을 훈련하는 자신의 노력을 믿기 때문이다.
"저 스스로도 완전한 선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죠. 전 프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고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전 도전을 즐기고 도전을 극복하는 것도 즐깁니다."
힉슨의 프로 데뷔 첫 득점은 2008년 10월 30일에 열린 샬럿 밥캐츠전이었다. '아침 슛 연습을 하다 구단 버스를 타지 못했다'는 모 만화 주인공스러운 이유로 보스턴 셀틱스와의 시즌 개막전 출전을 금지당한 힉슨은 두 번째 경기였던 샬럿전에서 처음으로 공식전을 치렀다. 에메라 오카포를 상대로 호기롭게 덩크를 시도했다가 두 번 연속으로 블록슛을 당한 힉슨은 세 번째 시도 끝에 마침내 오카포 위로 통쾌한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성공시켰다. 데뷔전부터가 도전과 극복이었던 셈이다.
88년생으로 얼마전 21살 생일을 맞은 힉슨의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가 모든 도전을 이겨내고 르브론의 파트너로 정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