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턴오버LAKERS
2008-09 정규시즌 서부컨퍼런스 1위를 차지한 LA 레이커스와 2위 덴버 너겟츠가 파이널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에서 5월 20일(한국시간) 첫 맞대결을 갖는다.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레이커스, 첸시 빌럽스를 영입한 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한 덴버는 서부컨퍼런스 결승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시즌의 상대전적
2007-08 정규시즌에서 레이커스는 덴버를 3전 전승으로 제압했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레이커스는 앨런 아이버슨과 카멜로 앤쏘니가 건재한 덴버에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아이버슨과 앤쏘니는 매경기 47점을 합작했지만 평균 33.5점을 기록한 코비를 막지 못하며 무너져내렸다. 스윙맨을 저지할만한 퍼러미터 수비수가 부재했던 덴버는 파워포워드인 케년 마틴까지 코비에게 붙이는 강수를 둔 바 있다. 하지만 코비는 제 세상을 만난듯 덴버의 수비를 유린했고, 오히려 이로 인하여 골밑에 헛점을 드러내며 파우 가솔에게 제압당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번 시즌의 상대전적
덴버는 이번 시즌초 앨런 아이버슨을 디트로이트에 보내는 대신 콜로라도주의 스타플레이어인 빌럽스를 받아왔다. 그동안 공격력만큼은 리그 최고였지만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던 덴버는 빌럽스의 가세로 점차 공수 모두 균형을 갖춘 팀으로 변화해갔다. 지난 시즌 107점에 달했던 경기당 실점이 이번 시즌 100.9점으로 줄어든 것이 그 반증이다.
레이커스와 덴버는 이번 시즌 네 차례 맞대결을 펼쳤고 3승 1패로 레이커스가 우세했다. 하지만 1차전은 빌럽스가 아직 덴버에 오기 전이었다는 점과 나머지 세 경기에서는 양팀이 현재와 같은 베스트 전력으로 맞붙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승부를 예측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덴버 입장에서는 세 번째 대결에서 지긋지긋한 레이커스 전의 연패를 끊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2라운드까지의 두 팀
일찌감치 서부 1위를 확정짓고 1라운드에서 유타 재즈를 만난 레이커스는 4승 1패로 무난하게 2라운드에 진출해 휴스턴 로켓츠와 상대했다. 휴스턴은 이미 공격의 핵인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디켐베 무톰보가 시즌아웃된 상태였다. 게다가 고군분투하던 야오밍마저 3차전을 끝으로 결장하게 됨에 따라 레이커스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서부 1위팀답지 않게 롤러코스터와 같은 경기력을 보이며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가까스로 컨퍼런스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접전이라기보다는 졸전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우 가솔은 “휴스턴과의 시리즈는 우리가 하나의 팀으로서 단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이를 증명할 것이다”라는 말로 컨퍼런스 결승에 임하는 레이커스 선수들의 의지를 대변했다.
반면 덴버는 1라운드에서 크리스 폴이 이끄는 뉴올리언스 호네츠를 4승 1패로 제압하며 카멜로 앤쏘니 입단 후 이어져온 1라운드 징크스를 허물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라운드에서는 덕 노비츠키가 버틴 댈러스 매버릭스를 역시 4승 1패로 꺾고 순항을 거듭하며 1985년 이후 최초로 서부 결승에까지 올라갔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수비조직력이 탄탄해진데다 계속된 승리로 자신감도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태이다. 조지 칼 감독은 “우리는 수비가 아주 뛰어난 팀은 아니지만, 공격만으로 레이커스를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 두 경기 정도는 수비를 통해 이겨야 한다”며 승리의 해답을 수비에서 찾고 있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레이커스를 이끌고 있는 코비는 2008-09 시즌에서 덴버를 상대로 평균 31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여전히 덴버에 코비의 득점력을 제어할만한 수비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더블팀으로 코비를 마크하면 앤드루 바이넘과 가솔이 인사이드에서 맹폭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덴버가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했던 뉴올리언스와 댈러스는 파워포워드가 중장거리에서 득점을 올리고 센터는 공격보다 수비에 주력하는 팀이었다. 따라서 덴버는 상대의 득점원인 파워포워드를 막는 데 힘을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다르다. 무릎부상에서 컴백한 후 한동안 경기적응과 마인드 문제로 고전했던 바이넘은 점점 자신의 사이즈를 믿고 공격시도를 늘려가고 있으며, 가솔은 휴스턴과의 7차전에서 볼 수 있듯 스피드와 센스를 이용해 인사이드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베테랑 데렉 피셔와 이번 시즌 3점슛을 장착한 트레버 아리자를 비워두어도 안 된다. 끊임없이 코트를 누비며 오픈찬스를 노리는 사샤 부야치치의 한방은 물론 3점과 돌파능력을 겸비한 조던 파마와 섀넌 브라운의 존재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대로 덴버는 플레이오프가 되면 더욱 불타오르는 빌럽스의 존재 자체가 큰 강점이다. 또한 빌럽스와 앤쏘니가 이루는 원투펀치는 상대의 코비-가솔 듀오에 비해 뒤지지 않을만큼 꾸준하며, 클러치 상황에서 두둑한 뱃심을 자랑한다. 빌럽스는 돌파할 때 자신의 득점보다는 비어있는 동료를 찾아 패스하는 경우가 잦으므로, 아리자와 같은 선수들은 이 패스의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 발이 느린 피셔의 경우 빌럽스의 돌파를 막겠다고 간격을 두고 수비하면 여지없이 3점슛을 얻어맞을 가능성이 크다.
네네와 케년 마틴이 버티는 인사이드진은 레이커스의 바이넘-가솔에 비해 신장에서 열세를 보이지만, 그들의 끈기있게 몸싸움을 벌인다면 휴스턴을 상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레이커스의 빅맨들이 고전할 수 있다. 벤치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J.R. 스미스와 ‘버드맨’ 크리스 앤더슨의 존재도 호재다. 특히 레이커스로서는 섯부른 골밑공략은 절대금물이다. 덴버의 새로운 골밑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한 앤더슨에게 오늘의 탑10 하이라이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이번 시즌 리그 1위를 차지한 클리블랜드를 제치고 우승 0순위로 꼽히던 레이커스는 휴스턴과의 접전을 거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그들이 염원하는 우승을 위해서도 덴버는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덴버의 입장에서도 파죽지세로 컨퍼런스 결승까지 올라온 지금이야말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할 수 있다.
두 팀의 피할 수 없는 첫 맞대결은 20일 오전 10시에 레이커스의 홈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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